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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 하흐가 추구한 세밀하지 않은 세밀함]

오성윤 2023. 8. 29. 03:31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3R 노팅엄 포레스트와의 경기에서 2R 토트넘전 패배의 분위기를 반전시켜야만 했다. 맨유는 승리를 위해 상대적 우위를 점하는 선수단을 바탕으로 지배하는 경기를 펼쳤으나 전반전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각각 역습 국면과 세트피스 국면에서 실점을 허용하며 2점차의 리드를 내주었다.
 
하지만 맨유는 주어진 85분 이상의 경기 시간 동안 자신들이 준비한 게임 플랜을 적절히 수행해내며 끊임없이 노팅엄의 골문을 두들겼고, 여러 차례 꾸준히 시도되었던 맨유의 공격 상황은 결과적으로 내리 3골을 득점하며 절망적인 상황을 자신들의 승리로 반전시키는 기적을 써내렸다.
 
그렇다면 노팅엄의 두줄수비를 파훼하기 위해 맨유 텐 하흐 감독이 준비한 경기 접근법은 무엇이었을까?
 

경기 MOM 브루노 페르난데스

 
맨유는 이른 실점으로 인해 노팅엄의 내려앉은 1.5.4.1 내지 1.5.2.3 형태를 보이는 로우 블록을 뚫어내야만 했다. 실제로 90분에 가까운 시간을 노팅엄의 두줄수비를 붕괴시키는 과정에 소요했는데, 이는 반대로 맨유에게는 노팅엄의 수비 블록을 두드릴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텐 하흐 감독은 이러한 점을 충분히 인지했고, 0-0의 균형이 깨지지 않은 시점에 비해 디펜시브 써드에 대한 선수 밀도를 높이는 대신 미들 써드에 대한 수비 공간 분배는 불균형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었던 노팅엄의 수비 기조를 적절히 이용했다. 오히려 기존에 시도하고자 했던 게임 플랜을 더 높은 수비라인을 바탕으로 시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비 대형의 형태는 경기 전반적으로 유사한 형태를 유지했으나 수비 블록의 라인이 점차 낮아진 노팅엄, 반면 맨유의 주요 볼 소유 구역은 경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전진하였다.

 
텐 하흐 감독은 우선 LCB 리산드로 마르티네즈-RCB 바란으로 구성된 2CB을 중심으로 RB, LB 등이 간헐적으로 백스리 형성에 참여하는 후방 대형을 바탕으로 경기를 운영하였다. 이는 라인 하강을 시도하는 맨유 선수에 대한 노팅엄의 전방 압박을 유도함과 동시에 볼 소유권 헌납 시 직면해야할 상대 역습을 저지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후방 시스템을 구축한 맨유는 상대 수비 블록 사이로 볼을 투입하여 세밀한 패스워크의 과정을 거쳐 공격을 전개하려는 의도를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물론 상대 수비 블록에 균열을 일으키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으로써의 볼 투입은 수차례 일어났으나, 이는 대부분 득점을 위한 마지막 목표인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채널을 나누어 상대 선수를 분산시킨다는 공격 과정의 일환으로 기능하였다.
 

LCB 리산드로 마르티네즈와 RCB 바란이 공격 가담하자 달롯-완비사카-에릭센이 3CB 형성, LCB 리산드로 마르티네즈가 수비라인에 복귀하자 달롯은 다시 전진

 
이러한 후방 시스템 하에서, 맨유의 전반적인 빌드업을 주도한 LDM 에릭센 / AM 브루노 페르난데스는 등은 상대 수비 블록 밑에서 상대 선수들의 시선을 이끌며 프리맨을 모색하였다. 이들이 직접 볼을 이끌고 상대 수비 블록의 시선을 고정시키며 전진함으로써 맨유는 한 명 이상의 프리맨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아래의 사진 자료와 같이 말이다. 수비라인 위에서 볼을 잡은 LDM 에릭센은 급하게 볼을 투입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전진하여 상대의 시선을 자신에게 고정시켰다. 이를 통해 맨유는 노팅엄의 수비 블록을 중앙으로 밀집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오른쪽 측면에 위치해있던 RW 안토니가 프리맨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 RDM 카세미루가 상대 선수 1명을 이끌고 전진하여 LDM 에릭센의 전진 공간을 마련해주었음도 확인 가능하다.
 

LDM 에릭센이 상대 수비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전진하였고, RDM 카세미루가 움직임으로써 공간을 마련하자 그 공간을 활용하였다. 이때 RW 안토니가 자유로운 상태가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맨유는 상대 수비 블록을 더욱 중앙으로 밀집시키기 위해  LDM 에릭센 / AM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공간에 대한 드리블과 더불어 상대 수비라인과 미들라인 사이에 최소 4명의 선수를 배치했다. 또한 맨유는 측면 터치라인에는 좌측면의 경우 LW 래시포드 / LB 달롯을, 우측면의 경우 RW 안토니 / RB 완비사카를 배치한 것이다. 한쪽 측면에 번갈아 포진하는 두 명의 선수는 서로 유동적으로 스위칭했다.
 
맨유의 이러한 선수 배치는 노팅엄의 수비 혼란을 가중시켰다. 아래의 자료를 보라. LDM 에릭센은 노팅엄의 수비 블록을 바라보며 볼을 소유 중이며 양 측면에는 LW 래시포드와 RB 완비사카가 위치 중이다. 화면이 보이지 않는 노팅엄의 RB 오리에는 LW 래시포드를 마크하기 위해 측면으로 넓게 벌렸는데, 이로써 LB 달롯은 프리맨이 되었다.
 
 오른쪽 측면의 경우 RW 안토니와 AM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상대 수비라인과 미들라인 사이 공간에 위치함으로써 노팅엄의 LB 에이나와 LW 깁스-화이트의 측면 커버를 제한했고, RB 완비사카는 이 덕분에 프리맨이 되어 자유롭게 전진할 수 있었다. 노팅엄의 5CB과 4MF에게 중앙과 측면에 대한 두가지 수비 선택지를 제시함으로써 위치선정에 대한 딜레마를 안겨주어 측면 공간을 허용할 것을 강제한 전략이다.
 

중앙 밀집된 노팅엄의 수비 블록과 맨유 선수들이 8v4로 대치하고, LB 달롯과 RB 완비시카는 밀집된 수비 블록의 측면 공간에서 프리맨이 되었다.

 
측면 전환에 성공한다면, 맨유의 측면 자원들은 노팅엄의 수비 블록을 PA 내부로 밀어넣기 위해 오프더볼로써 볼이 있는 곳으로 상대를 유인한다. 이로써 낮아지는 상대 수비 블록은 곧 PA 근처 활용 가능한 공간이 창출됨을 의미하며, 측면 연결 이전 상대 수비 블록 밑에서 빌드업을 이끌었던 LDM 에릭센이나 AM 브루노 페르난데스 등이 해당 공간을 활용하여 유효한 공격 기회 생산한다.
 
아래의 사진 자료가 그 단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LB 달롯과 스위칭하여 상대 수비 블록을 자신의 앞에 두고 프리맨을 모색한 LW 래시포드는 우측면 프리맨인 RW 안토니를 포착하였다. 이때 LW 래시포드의 수월한 방향 전환을 위해 4명의 선수가 상대 수비라인과 미들라인 사이에 위치해있음을 확인 가능하다.
 

LW 래시포드에서 프리맨인 RW 안토니로 방향이 전환되는 국면

 
노팅엄은 RW 안토니가 볼을 리시브하자 LB 에이나-RCM 예이츠를 통해 곧바로 측면 2v1 구도를 만들며 적절한 수비 구도를 취했다. 이때 노팅엄 수비 블록의 붕괴된 측면에서 포지셔닝을 취한 LDM 에릭센은 맨유의 좌측면을 수비하던 ST 아워니이를 끌고 하프 스페이스 쇄도를 가져갔다.
 
RW 안토니로의 방향 전환과 LDM 에릭센의 하프 스페이스 침투로써 맨유는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와 3v2 구도를 만들었고, 숫자적으로는 열세였으나 노팅엄의 수비 블록을 PA 내부로 밀어넣는 효과를 얻었다. 맨유의 패턴 플레이에 의해 PA 부근 공간에 대한 수비가 허술해진 노팅엄은 AM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놓쳤고, 프리맨이 된 AM 브루노 페르난데스는 직접 슈팅을 가져가며 유효한 공격 상황을 만들어냈다.
 

측면에서 상대 선수들을 이끌어내며 수비 블록을 PA 내부로 밀어넣은 맨유, 노팅엄의 허술해진 존 디펜스를 통해 프리맨이 된 AM 브루노 페르난데스

 
그렇다면 측면 전환에 성공했으나 볼의 위치가 터치라인에 머물러있는 경우, 맨유는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고자 했을까?
 
맨유는 측면 터치라인에 있는 선수를 견제하기 위해 선수 사이 공간을 노출해야만 했던 노팅엄 수비 라인의 특성을 활용했다. 이때 맨유가 선보인 공격 프로세스는 상대 측면 수비 인원과 그렇지 않은 인원 사이의 공간을 최대로 넓혀 그 사이 공간을 공략하는 식으로 전개되었다.
 
예를 들어 아래의 장면에서 RW 안토니는 측면 터치라인에서 볼을 잡았다. 이에 RB 완비사카가 측면을 향해 지원 움직임을 가져가 상대 수비를 유인하였고, 그 과정에서 맨유는 오른쪽 측면에서 노팅엄 선수들을 2v4로 과밀화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그 결과로써 노팅엄의 하프 스페이스에 공간을 발생하였는데, 이 공간으로 LDM 에릭센이 침투하면서 맨유는 상대 PA 진입까지의 과정을 순탄하게 해낼 수 있었다.
 

노팅엄 선수들이 측면에 2v4로 과밀화 되었고, 이때 발생한 하프 스페이스를 LDM 에릭센이 공략

 
아래의 장면 예시도 마찬가지다. 측면 터치라인에서 볼을 잡은 RW 안토니는 상대 수비를 끌고 안으로 들어와 RB 완비사카의 오버래핑 공간을 만들었고, 이와 동시에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서 자신에게 끌려온 상대 수비진을 2v4로 과밀화 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때 노팅엄의 수비 블록에는 균열이 일어나 여러 구역에 공간을 노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맨유는 RB 완비사카의 순간적인 오버래핑을 통해 이러한 빈 공간들을 활용하여 측면에서 2v2의 구도를 만들어 패턴 플레이로써 상대 PA 내부에 진입할 수 있었다. 
 

노팅엄의 수비 블록을 분열시킨 맨유

 
맨유는 경기 전체적으로 노팅엄의 수비 블록을 분열시키는 과정에 집중했다. 준비된 패턴 플레이를 수행하기 위해 대치해야할 상대 선수의 숫자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고, 본문에서 서술한 공격 프로세스를 통해 상대 수비 블록이 불균형을 이루도록 하여 그때 상대가 노출한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맨유는 예정에 없던 이른 실점을 내주며 주도권을 내줄 수도 있었으나, 경기 전 준비한 게임 플랜을 차근차근 수행하며 패배의 흐름 속에서도 승리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위닝 멘탈리티를 선보였다. 이러한 긍정적인 경기 결과에도 불구하고 3R 노팅엄전에서도 맨유의 공격진이 득점포를 가동하는데 실패했다는 점은 여전히 맨유가 해결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호일룬의 복귀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맨유는 앞으로 달라질 수 있을까?
 

출처: 게티 이미지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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