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개축 잡담소

[오성윤의 개축 잡담소 7편]-오랜 기다림 끝에 결국 날개를 펼친 강원

오성윤 2021. 4. 11. 01:40

강원FC의 감독 김병수는 이영표 이사의 엄청난 지원에 힘입어 다가오는 2021시즌을 힘차게 준비했다. 그러나 시즌 개막 후 연패를 거듭하면서 3연패라는 처참하고 치욕적인 성적을 거두며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그러나 점점 수비적으로 안정을 찾아갔고, 인천전 첫 승리를 따내며 현재 리그 9R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6경기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그리고 9R 대구전에는 막강한 화력을 바탕으로 3:0 대승을 거두며 일명 ‘병수볼’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병수볼’은 수많은 패스와 점유율적 우위를 통해 공을 상대의 페널티 박스 부근까지 끌고 올라가 득점 기회를 만드는 김병수 감독의 축구 철학을 일컫는 말이다.

김병수는 아슐마토프-임채민-김영빈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수비라인을 구축하며 치욕의 3연패 이후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었다. 수비적으로 안정감을 찾은 강원이었지만, 문제는 공격의 화력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대구전 완벽히 해결해냈다.

김병수 감독은 기본적으로 한국영, 김동현 등 패스에 능한 선수들을 통해 공격진들에게 볼을 연결하도록 했고, 조재완, 김대원, 황문기 등 볼 컨트롤과 전진 드리블에 능한 선수들에게 패널티 박스 부근으로의 볼배급을 맡겼다. 그리고 측면에는 늘 그랬듯이 윤석영과 김수범을 배치하며 측면에서의 수적 우위를 가져갔다.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김영빈과 임채민의 머리를 적극 활용하였다.

김병수 감독의 용병술은 각 선수의 장점을 최대치로 끌어올렸고, 득점 상황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공격적으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김대우는 침투를 통해 선제골을 만들어냈고, 추가골을 기록한 김영빈 또한 자신의 강점인 헤더를 통해 득점을 만들어냈다. 김병수 감독의 개개인 맞춤 역할 배정도 3:0 대승에 한몫했다.

강원은 수비적인 국면을 맞이했을 때 기본적으로 빠른 속도로 수비라인을 형성했다. 임채민을 중심으로 한 3백 뿐만 아니라 몇몇을 제외한 공격진들이 모두 내려와 밀집수비를 하며 대구의 빠른 역습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후반전 들어 약간 집중력이 흐트러져 대구에게 위험한 슈팅을 몇번 내줬지만, 이범수 키퍼가 슈퍼 세이브를 해내며 강원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켜냈다.

9R 대구와의 경기에서 나온 강원의 매서운 경기력이 김병수 감독이 정말 원하는 경기 내용이 아닐까 싶다. 강원은 대구전 승리함으로써 정규 리그 4위로 도약했는데, K리그의 과르디올라라 불리는 김병수 감독이 자원의 힘을 받아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