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대표팀

[대한민국 v 튀니지] 클린스만의 페르소나가 홍현석이 될 수도 있다?

오성윤 2023. 10. 16. 18:34

튀니지전 기준, 대한민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7경기를 치른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페르소나’는 홍현석이 될 수도 있다. 손흥민도 좋고 이강인도 잘하지만, 향후 일정에서 대표팀의 윤활유는 홍현석이 맡을 공산이 크다.

홍현석은 경기 전 트레이닝 도중 부상을 입은 황인범을 대신해 포메이션 상 박용우의 파트너로 급하게 선발 출전했다. 측면이 아닌 중앙 미드필더의 위치에서 첫 선발 출전 기회를 맞이한 홍현석은 클린스만호의 철학에 기대한 바 이상으로 부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 1): 클린스만이 부임하며 대표팀의 주요 일원으로 자리 잡은 홍현석 (출처: 뉴스1)


홍현석이 클린스만의 페르소나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이유는 전개 국면에 유기성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에서는 백승호의 짝으로 낮은 위치에서 볼을 뿌려주는 역할을 주로 소화했으나 기본적인 베이스 자체가 공격적 성향을 바탕으로 하는 선수다 보니 종적인 위치 변화에 능숙한 것이 그 이유다.

우선 클린스만 감독이 추구하는 바에 대해 살펴보자면, 전방 5레인의 계속적 구축으로 세로 개념의 지역을 모두 점유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또한 FW-SB의 측면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공간을 창출하려는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는데, 이는 창출된 측면 공간을 바탕으로 곡선 형태의 볼 궤적을 통해 정중앙 혹은 하프 공간으로 볼을 투입하기 위함이다.

(사진 2): 웨일즈전을 통해 클린스만 감독이 측면 -> 중앙 / 하프 공간 전환 과정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일부 찾아볼 수 있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홍현석의 존재는 클린스만호가 더욱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비단 후방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적인 빌드업의 중심이 되는 김민재와 좋은 호흡을 보이며, 공격적 성향을 보인 이기제가 더욱 높게 올라가도록 수적 지원을 가함으로써 LCB-LB-LCM-LW 4인이 더욱 다채로운 공격 전개를 취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이처럼 한쪽 측면에서 충분한 공격 인원을 바탕으로 - 위의 4명과 더불어 DM까지 가세할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최대 5명 이상의 선수가 참여한다 - 공격을 끌어나갈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여러가지다.

일단 왼쪽 측면에서 주요하게 발생하는 공격 시퀀스에 참여하는 선수가 다수기 때문에 상대 수비 블록이 해당 측면에 밀집됨을, 그리고 홍현석의 전진성에 따라 대표팀의 후방 구조가 변칙적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후방 공간 및 홍현석을 통한 상대 DF-MF 사이 공간의 활용도가 높아지며 선수 간 스위칭은 더욱 활발해짐을 전제할 수 있다.

아래가 그 예다. LB 이기제가 높게 올라와 상대 RWB을 유인하며 대표팀의 공격 시퀀스가 시작되었다. LCM 홍현석은 기다렸듯 상대 인터벌을 따라 하프 공간을 직접 타격함으로써 상대 DF-MF 사이 공간을 활용했다. 홍현석의 움직임을 트리거 삼아 LW 황희찬은 좌측면으로 완전히 빠졌고, 이에 따라 상대 5DF는 대표팀 4-1 전방 대형과의 수적 동위 상황에서 블라인드 사이드를 노출했다.

(사진 3): 홍현석의 상대 인터벌 침투를 기점으로 대표팀의 위치 이동이 활발해지며 공간 발생


그리고 이는 상대 수비의 과밀화로 이어진다. 상대 선수의 과밀화는 공간을 횡적으로 활용한다는 관점에서 - 대각 공간의 활용도 포함 - 오른쪽 공격 인원인 이재성-이강인의 스위칭이 더욱 활발히 일어나도록 한다. 특히 이강인이 우측면을, 이재성이 하프 공간을 점유할 경우, 이강인이 상대 3선 빈 공간을 활용하여 안으로 치고 들어오는 ‘매크로’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효과적이다.

또한 (사진 3~4)에 걸쳐 나오는 LCM 홍현석의 상대 인터벌을 향한 움직임은 상대 수비 블록의 과밀화를 더욱 가속한다. 아래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홍현석이 상대 RW-RCM의 인터벌로 들어가 해당 공간을 점거하면서 LCB 김민재는 몸 방향이 좌측면을 향해 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4가지 이상의 패스 옵션을 확보하였다.

아래 상황에서 김민재는 측면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 DF-MF 사이 공간으로의 패킹 패스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만약 몸 방향을 우측면을 향해 설정했다면 홍현석으로 인해 과밀화된 상대의 위크 사이드로의 전환을 시도할 수 있었다. 상대 수비 블록이 한쪽 측면을 향해 이동함에 RB-RW과 상대 수비 간 거리가 멀어졌기 때문이다.

(사진 4): 상대 수비 블록의 인터벌로 들어가며 과밀화를 유도하는 홍현석


그렇다면 공간을 종적으로 활용한다는 관점에서 대표팀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김민재의 ‘전진성’에 기인해 있다. ‘전진하는 CB’의 중요성은 공간에 대한 드리블을 통해 상대 수비에게 중앙 / 측면 공간 둘 중 하나에 대해 밀착하여 수비할 것을 강제하는 심리적 우위에서 비롯된다.

다음 상황에서 김민재가 볼 소유권을 공격적으로 행사할 때, LCM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선수들에 위치 이동에 의해 과밀화된 상대는 하프 공간에 더욱 밀집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4~5명으로 구성된 대표팀의 좌측 공격 인원이 활용할 수 있는 상대 공간이 더욱 많이 발생한다는 결과로 도출된다.

아래 장면도 김민재가 직접 돌파를 시도하지는 않았으나 그 존재 자체로 상대 수비의 이목을 끌며 LCM-LW의 패턴 플레이를 전개했다. 한편 홍현석은 상대 인터벌 뒷공간에 위치하면서 상대 RW-RCM가 편하게 포지셔닝을 취하지 못하게 강제했다. 더불어 상대 RCB과 동료 LW의 위치를 확인한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취하지 않은 채 상대 RCB을 끌어당겨 동료 LW에게 쇄도 공간을 제공했다.

(사진 5): 상대 인터벌 뒷공간 포지셔닝 + 상대 RCB 유인으로 동료 LW에게 공격 기회 제공


경기 스포트라이트는 이강인과 김민재가 받았으나, 둘이 강한 커넥션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게 한 근본적인 원인은 홍현석에게 있다.

3선과 2선을 모두 오가는 다재다능함은 대표팀에게 또다른 옵션을 안겨주었고, 과연 튀니지전의 좋은 경기력을 바탕으로 다음 베트남전 클린스만 감독의 중원 체제는 어떻게 편성될 것인가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사진 6) 출처: KFA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영상 출처는 SPOTV입니다.

블로그 오성윤의 축구방 - FutbalCreatorOH 관리자
유튜브 오성윤의 축구방 - FutbalCreatorOH 관리자
페이스북 페이지 K리그 크리에이터 연합 부관리자
페이스북 Futball Creator United 소속 크리에이터
오 성윤

'K리그 > 대표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쉬운 경기력, 그러나 수확은 있었다>  (0) 2021.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