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개축 잡담소 24

[오성윤의 개축잠담소 22편]-이젠 진짜 리더가 된 세징야

이번 시즌 크고 작은 부상으로 갖가지 어려움을 겪은 세징야는 부상 복귀 직후 인천전을 앞두고 이병근 감독에게 “지금 우리 팀이 참 좋다. 혹시 나 때문에 선발 라인업을 걱정한다면 그렇게 말아 달라. 난 뛰지 않아도 된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얼핏 보면 그저 감독과 선수 간의 대화로 보일 수 있지만, 이 대화에는 큰 의미가 담겨 있다. 대구는 세징야 없이 구단 창단 최초 리그 5연승 등 예상외의 성적을 거두었고, 어느 정도 세징야 의존증을 덜었다. 이처럼 세징야 없이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이병근 감독은 세징야 선발 여부에 대해 수많은 고민을 거쳤을 것이다. 세징야의 연봉, 선수단 내 위상, 자신의 역할, 그동안 쌓아온 입지 등을 고려하더라도 세징야의 선발제..

[오성윤의 개축잠담소 21편]-약속은 지킨다, 부산의 페레스

“새로운 시스템으로 축구색을 입혀가는 과정이다. 실수가 나온다고 전술을 바꾸면 절대 하고자하는 축구를 완성할 수 없다. 나를 비롯해 구단, 팬 여러분도 기다려주면 좋은 결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현 시점 가장 큰 상대는 우리 자신이다. 우리만의 축구 색을 완성하기까지 기다림, 희생 등이 필요하다. 팬들이 원하는 재밌고 역동감 넘치는 축구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과정에 있다”이번 시즌 부산의 새 사령탑을 맡게 된 리카르도 페레스 감독의 개막전 패배 후 인터뷰이다. 부산은 시즌 전 경남을 방불케하는 이적시장 폭풍영입을 하며 수준급의 선수들을 쓸어갔다. 수준급 선수들이 팀에 즐비하니 부산에게는 기대에 눈길이 쏠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신만만하게 출사표를 던진 페레스 감독의 자부심과는 다르게 결..

[오성윤의 개축잠담소 20편]-뉴 골넣는 수비수, 조유민

K리그에서 가장 저평가된 수비수를 뽑자면 단연코 조유민이다. 파트너로 박지수라는 국가대표급 거물 수비수를 두고 있지만, 이에 꿇리지 않는 실력을 뽐내며 주전 수비수로 수원의 후방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부분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제주전 세트피스 상황에서 좋은 위치선정을 통해 멀티골을 넣으며 아시안게임 동기 황현수의 뒤를 이어 골넣는 수비수의 탄생을 알렸다. 제주전 이외에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수차례 연출해내어 일부 팬들은 라모스라는 별명을 붙이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엔 조유민의 수비력을 기록을 통해 자세히 살펴보자. 조유민의 수비가 안정적이라는 증거는 카드 수로 살펴볼 수 있다. 조유민은 이번 시즌 리그 경기의 대부분인 11경기를 뛰었음에도 경..

[오성윤의 개축잠담소 19편]-이젠 증명할 때

최근 포항의 경기가 정말 재밌다. 템포가 빠를뿐더러 이에 그치지 않고 역습 전개, 패스워크 등등 유럽 축구를 방불케 하는 경기 내용을 팬들에게 선사한다. 신진호, 권완규, 송민규 등 리그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도 팀에서 활약하고 있어 눈을 즐겁게 해준다. 리그 초반에는 일류첸코와 팔로세비치의 이적과 선수진의 부상과 폼 저하라는 악재가 겹쳐 공격을 풀어나가는 거 조차도 힘들어했으나, 리그가 진행되며 선수들의 폼도 거진 다 올라왔다. 크베시치는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고, 임상협도 포항에 온 후 진짜 자신을 찾았다고 인터뷰를 했을 정도로 자타공인이 인정하는 포항의 에이스이다. 이수빈 또한 출전 시간을 점점 늘려가며 우리가 아는 ‘진짜’ 이수빈의 모습을 서서히 보이고 있다. 강상우와 송민규는 말할 것도 없고, ..

[오성윤의 개축잠담소 18편]-K리그 최고의 드리블러

K리그 최고의 드리블러를 꼽자면 바코와 송민규를 꼽겠다. 두 선수 모두 드리블에 능하지만, 드리블의 느낌이 다르다. 송민규는 드리블 중 탈압박을 중점으로 둔다면, 바코는 팬들이 흔히 생각하는 공을 잡고 앞으로 전진하는 드리블을 중점으로 두며 팀의 플레이메이커이자 드리블러의 역할을 자처한다. 오늘은 송민규보다도 바코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어 보겠다. K리그에는 여러 드리블러가 있다. 사실 윙어의 대부분을 드리블러라고 칭해도 무리가 아니다. 수많은 드리블러가 있음에도 굳이 바코를 꼽은 이유는 그가 효율적이면서 매우 위협적인 드리블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사실 바코는 드리블을 많이 시도하는 유형의 공격수가 아니다. 오히려 감각적인 패스와 천부적인 센스를 통해 울산 공격의 윤활유와 같은 플레이를 펼친다. 서두에서..

[오성윤의 개축잠담소 17편]-불안해지는 인천의 거취

지난 5일 김천 상무 합격자들의 명단이 공개됐다. 고승범, 박지수 등 총 12명이 6월 21일 입소를 하게 되었는데, 이 중 무려 3명이 인천의 선수이다. 잉여 자원 정도의 선수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만, 인천의 핵심이라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닌 지언학, 문지환, 그리고 정동윤이기에 인천 구단은 명단을 살펴보고나서 불안감을 감추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문지환은 이번 시즌 수비형 미들필더로서 자신의 능력을 120% 보여주며 만점활약을 펼치고 있다. 저번 시즌 많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기에 이번 시즌의 활약이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정동윤은 본래 왼쪽 윙백 자리를 소화하지만, 부상으로 이탈한 오반석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3경기 동안 3백의 한 축을 담당하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언학 또한 아직..

[오성윤의 개축잠담소 17편]-창은 방패를 뚫지 못했다

창은 이번에도 방패를 뚫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저번 경기의 수모를 갚을 설욕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북은 저번 맞대결과 같은 루트로 제주에게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이번 라운드의 무승부는 두 팀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다. 전북은 최종 난관인 제주를 뚫지 못하며 3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리그 챔피언이 되기 위한 여정을 가로막는 걸림돌에 부닥치게 되었다. 반면 제주는 6경기 연속 무패행진이라는 영예를 누리게 되었다. 이번 경기를 통해 더욱 절실히 느낀 점은 ‘드디어 나타난 현대가 더비의 새로운 대항마’이다. 서울, 포항, 수원 등이 현대가 2강 체제가 들어선 이후 항상 도전해왔다. 몇몇 도전은 성공했으나, 일시적이었다. 그러나 제주는 다르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제주의 남기일 감독은 ‘짠물 수비’가 아닌 ..

[오성윤의 개축잠담소 16편]-마! 이게 1부 리그다!

수원FC는 1부 리그 승격 후 절치부심하고 16시즌의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폭풍 영입을 하며 1부 구단에 버금가는 초호화 군단을 꾸렸다. 수원FC의 폭풍 영입에 따른 팬들의 기대감도 컸지만 그만한 우려도 함께 따라왔다. 박지성이 있던 시절의 QPR처럼 되면 어떡하냐는 우려였다. 이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수원FC는 1부의 쓴맛을 톡톡히 보며 현재 리그 12위, 즉 꼴찌에 자리잡고 있다. 오늘은 그 이유를 살펴보려고 한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수원FC의 폭풍영입을 두고 항상 거론되던 논제가 있었으니, 바로 조직력이다. 많이 영입한 만큼 변화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함께 승격한 제주는 2부 시절부터 1부 리그급의 스쿼드를 꾸리며 여기에 조직력까지 가미했지만, 수원FC는 변화가 갑작스럽게 찾아와 그럴 ..

[오성윤의 개축잠담소 15편]-지역과 함께한다는 것

팬들과 구단의 소통은 이제 안 해서는 안될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구단들은 팬들과 소통할 효과적이고 대중적인 방법을 찾아야만 했고, SNS를 적극 활용하여 구단 운영의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팬들과의 관계를 이전보다 더욱더 끈끈하게 만들었다. 연고지와의 소통 또한 팬들 개개인과의 소통 못지않게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구단들은 연고지와의 소통을 위해 지역 사회에 봉사하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케팅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제주 유나이티드의 동백꽃 패치이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제주 4·3 희생자 추모 상징인 동백꽃을 유니폼에 달고 도민의 아픔을 함께한다는 취지로 4월 한 달 동안 유니폼에 동백꽃 패치를 달았다. 이에 주민규 선수도 득점포를 터트린 후 세레머니로 추모를..

[오성윤의 개축잠담소 14편]-무너져내리는 명가 재건의 꿈

FC서울은 명가 재건의 꿈을 이루기 위해 코로나 19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하며 박진섭 감독에게 미래를 걸었다. 박진섭 감독은 시즌 개막 전 서울의 과감한 투자에 힘입어 나상호, 팔로세비치 등 수준급 선수들을 영입하며 스쿼드의 양과 질을 불렸다. 시즌 전 꾸린 양질의 선수들을 바탕으로 광주에서의 우당탕탕 축구 대신 패스로 간결하게 공격을 풀어나가는 축구를 구사했고, 구단의 신임에 부응하는 듯 시즌 초반 정말 막강한 모습을 보이며 저번 시즌과는 상반된 기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뿐이었다. 6라운드에 펼쳐진 슈퍼매치 승리를 끝으로 단 한 번의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라운드가 진행되면서 약점이 더욱 확실하게 노출되고 있지만, 저번 시즌 광주에서 엄청난 성적을 거둔 박진섭 감독이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