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대표팀

<아쉬운 경기력, 그러나 수확은 있었다>

오성윤 2021. 7. 14. 19:24

2021년 7월 13일 화요일 오후 7:30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올림픽 대표팀 평가전이 펼쳐졌다. 결과는 2:2 무승부로 끝났다.

한국 대표팀의 김학범 감독은 경기전 올림픽 본선무대 첫경기인 뉴질랜드전이 불과 열흘도 남지 않았기에 모든 패를 까지 않고 전력 노출을 최소화하겠다는 인터뷰를 남겼다. 김학범 감독은 이동준 원톱을 시험하고 와일드 카드를 아껴두며 언행일치를 시켰다.

한국은 초반부터 아르헨티나의 패스 플레이에 끌려다니며 주도권을 내준 기색이 역력했다. 설상가상으로 습하고 무더운 날씨까지 겹쳐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결국 전반 11분만에 막알리스테르에게 드리블과 마무리 슈팅을 허용하며 선제 실점을 내주었다. 이후에도 아르헨티나에게 3선 라인 공간을 내주며 중거리 슈팅을 허락했지만 빠른 수비 전환을 통해 오밀조밀한 두줄 수비 라인을 형성하고 빡빡한 지역 방어를 시행하며 박스 안 진입을 불허했다.

태극전사들도 반격을 준비했다. 우측으로 공을 전개하면서 엄원상의 빠른 스피드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엄원상은 아르헨티나의 수비진을 스피드로 압도하며 측면에서 위협적인 장면들을 가져갔으나 이후 과정에서 원활하지 못했다. 이동준도 뒷공간을 찾아 그림같은 침투를 시도하며 아르헨티나의 골문을 두들겼다.

한국은 거센 압박에서 해결책을 발견했다. 아르헨티나의 수비 과정부터 강하게 압박하며 패스미스와 인터셉트를 유도했고 결국 이동경의 환상적인 중거리골로 파생됐다.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고 나서도 김학범은 경기 내내 지향하던 스피드를 살린 공격을 주문했다. 엄원상이 단독 돌파로 수비진들을 따돌리고 득점과 매우 근접한 찬스를 창출해냈으나 아쉬운 결정력을 선보였다.

강호 아르헨티나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있던 찰나, 발렌수엘라가 패널티 박스 오른쪽 끄트머리에서 환상적인 감아차기로 골망을 갈랐다. 많고 많던 찬스가 대부분 중거리로 허비되며 공격에 장애를 겪은 아르헨티나는 발렌수엘라의 개인기량만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이로써 대표팀은 팀의 수준이 높은 팀은 개인의 역량으로 상황을 종결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학범 감독이 원하던 바였으며 남미, 유럽 대륙의 강호들과 치루는 소중한 경기에서만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기도 하다.

대표팀은 다소 허무하게 무너지며 동기부여를 상실할 수도 있었으나 오히려 독심을 품고 더 거세게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좋은 찬스가 찾아왔으나 호흡에서 문제가 발발하고 킥을 준비할 때 힘조절에 실패하며 씁쓸한 패배를 맛보는 듯 했다. 영웅은 난세에 등장하는 법. 경기 종료를 단 1분 남겨놓고 엄원상이 코너킥 혼전 상황에서 발생한 데드볼을 감각적인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처리하며 입이 떡 벌어지는 동점골을 터뜨렸다.

몸 상태를 완벽하게 끌어올리지 못한 상태에서, 그리고 패를 일부 감춘 상태에서 강호 아르헨티나에게 무승부라는 호성적을 거두었다.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아니하였으나 수확은 뚜렷했다고 판단된다. 바로 ‘올림픽 무대에서는 뛰어난 선수 한명이 경기의 판도를 뒤집어 놓을 수 있다.’와 온 국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목놓아 외친 ‘우리도 할 수 있다’를 내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올림픽 무대 진입 전 변수로 인한 멘탈 와해를 방지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고, 자신감을 최대치로 증폭시킨 진귀한 경험이다.

선수단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워보였고 특히 호흡에서 무너지며 조직력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이와 같이 경기력적으로 내부적인 문제를 드러냈지만 김 감독이 그동안 전반적으로 큰 변동이 없는 선수진을 운용해왔던 과거를 더듬자면 크게 걱정과 염려가 없다. 물론 O-24와 U-24의 융화, 황의조를 접목시킨 새로운 공격 루트 등 아직까지 실전에서 적용시키지 못한 숙제가 남아있다. 김학범 감독은 마지막 시험대가 될 프랑스전에서 모든 숙제를 해결하고 올림픽에 돌입할 필요가 있다.

출처: KF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