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 25

아스날 간단 결산 - 맨시티의 그림자에 가려진 비운의 천재

아스날은 지난 22/23 시즌과 마찬가지로 표면 상의 1.4.3.3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전체 시즌을 보냈다. 영입 당시와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많은 의심을 받았던 카이 하베르츠는 미켈 아르테타 감독의 굳은 신뢰에 보답하듯 최전방에서 꾸준한 활약을 선보이며 당당히 시즌 베스트 11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좌측 윙포워드의 경우, 서로 다른 무기를 지니고 있는 가브리엘 마르티넬리-레안드로 트로사르-가브리엘 제주스 세 선수가 주로 경쟁을 펼쳤다. 셋 중 마르티넬리가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부여받았고, 트로사르는 반 시즌만에 10개의 도움이나 기록했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이번 시즌은 득점력이 만개하며 조커는 물론 선발 기회도 수차례 부여받아 마르티넬리의 입지를 위협했다. 중원은 시즌 초반 발생한 토마스 파티의 ..

[아스날v번리] 아스날의 번리전 코너킥 키, '니어+GK 스크린'

이번 시즌도 아스날은 니콜라 조베르 코치의 철저한 분석 시스템 하에서 매우 다채로운 세트피스 패턴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코너킥을 시도하는 경우, 파 포스트를 향한 명확한 코너킥 패턴을 바탕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코너킥 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팀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면 A매치 브레이크 돌입 직전 치러진 12R 번리전, 아스날은 파 포스트가 아닌 니어 포스트에 집중하여 상대 골문을 겨냥했다. 실제로 이 경기 아스날은 잘 정립된 세트피스 규칙을 바탕으로 두 골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한 아스날의 코너킥 컨셉은 바로 '스크린'이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수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공격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면서 원초적인 전술적 행위인 '스크린', 과연 아스날은 어떻게 스크린을..

[포항 스틸러스v전북 현대] 집중도의 차이를 극한으로 이끌어 내는 ‘스로인’ 상황

결국 축구는 90+@분의 싸움입니다. 최근 2022 카타르 월드컵을 기점으로 추가시간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교체 선수를 제하더라도 전체 한 경기를 소화해야만 하는 최소 7명의 선수는 90분, 아니 100분 이상의 경기 시간 동안 경기 상황에 대한 집중도를 보일 것을 요구받습니다. 인플레이 상황만을 따진다면 60분 남짓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현대인들의 현격히 저하된 집중력에 비해 너무나도 긴 90분이라는 경기 시간에 대한 의문도 존재하지만, 아직 경기 시간에 대한 규정은 변할 생각이 없기에 결국 이 시간 동안 집중력을 놓지 않고 정상적인 플레이를 소화해내는 팀이 승리를 쟁취할 확률이 크다는 것입니다. 코너킥, 프리킥, 패널티킥과 함께 세트피스 상황으로 불리는 ‘스로인’ 상황도 마..

[아스날 v 셰필드] 아스날의 23/24 시즌 세트피스, 6야드 밀집으로 인한 파포스트 공간의 극대화

이번 2023/24 시즌 아스날의 세트피스는 꽤나 뚜렷한 형태를 띠며, 명확한 전술적 의도에 비례하게 단순히 득점이 아니더라도 위협적 상황을 잦게 연출한다. 6야드에 선수들을 밀집시켜 상대 과밀화를 만든 뒤, 상대에 비해 신체적 우위에 놓인 선수들이 배치된 파포스트 공간을 창출하는 방식이고, 4R 맨유전 라이스의 역전골 장면에서 이와 유사한 형태가 나타났다. 아래의 (사진 1)을 살펴보면, 필드 플레이어 10명을 모두 동원해 진을 치는 상대 지역•대인 방어를 타개하기 위해 6야드 지역, 그 중 니어 포스트에 해당하는 구역에 선수들을 밀집시킨 후 파 포스트에 2v2 수적 동위에 놓인 라이스가 슈팅을 시도할 수 있었다. 셰필드전에도 이러한 세트피스 전략이 명확하게 나타났다. 그 중 대표적인 두가지 시퀀스를 ..

[아스날 v 셰필드] 아스날이 외데고르 없이 2CM를 활용해 상대 수비 블록을 무너뜨린 방법

새 시즌 아르테타 감독은 명확한 플랜 A에 반해 다소 빈약한 모습을 드러낸 플랜 B에 대한 실험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 시즌 아스날이 2위에 그친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개선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다. 약 38%의 평균 점유율을 기록하고 80%에 육박하는 경기 시간을 미들 써드 이하에서 보내는 셰필드는 미들 블록 또는 로우 블록을 세워 아스날의 전개를 틀어막고자 했고, 이와 정반대로 약 6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80%의 시간을 미들 써드 이상에서 보내는 아스날은 이를 뚫어야만 했다. 이는 경기의 ‘지배자’와 ‘수비자’가 명확하게 나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 유력함을 암시했고, 실제로 아스날이 67%의 경기 점유율을 가져가며 7:3의 한 쪽으로 중심이 기울어진 경기 형태를 보였다. 아스날은..

[세비야 v 아스날] 라이스의 가치, 팀에 공통의 목적을 부여하는 ‘전술적 리더’

* 글을 보고 오시면 이해가 빠릅니다. 자신이 파악한 주변 상황을 볼 소유자인 토미야스에게 공유하는 장면이다. 마르티넬리가 아스날의 후방 전개 상황에서 좌측 활로를 열어준 후, 토미야스가 순간적으로 상대 FW-MF 사이로 쇄도하였다. 상대 1.4.4.2 미들 블록은 이미 붕괴된 상황이고, 최후방에서 볼이 돌 때 주변 상황을 미리 파악해 둔 라이스는 우측 터치라인에서 1on1을 준비하는 사카를 가리키며 토미야스에게 큰 폭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볼을 잡기 전후 모두 시간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여유가 있었던 토미야스는 마르티넬리에게 패스를 받기 전부터 우측면의 상황을 파악했으나, 라이스의 지시 덕분에 자신의 시야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자신의 목적을 명확히 할 수 있었다. 라이스의 지시는 토미야스만..

[세비야 v 아스날] 골킥 처리자의 순간적 변화, 준비된 전술? 혹은 즉흥적 판단?

아스날의 골킥 상황, GK 라야가 직접 킥을 처리하려 했으나 잘 갖춰진 상대 전방 대형은 3MF에 대한 패스 경로를 차단하였다. 상대 RCF는 DM 및 LCM를 차단하고 있으며 상대 LCF도 DM을 견제하는 동시에 RCM로의 패스 경로를 차단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라야가 2CB에게 패스를 보낼 시, 2CF가 MF 및 SB을 차단하면서 아스날 기준 좌측으로의 채널링을 건다면 볼을 전진시키기에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라야는 섣불리 볼을 처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라야가 취한 행동은 바로 2CB을 통해 볼을 처리하는 것. 마땅한 패스 경로가 보이지 않자 LCB 마갈량이스에게 볼을 맡겼고, 라야는 마갈량이스에게 볼을 받아 상황을 전개했다. 순간적으로 골킥의 처리자를 바꾼 것이다. 골..

[세비야 v 아스날] 데클란 라이스, 강제된 상황에서 최적의 선택을 해내는 선수

거액의 이적료를 바탕으로 아스날에 합류한 데클란 라이스는 여러 매체와 팬들 너 나 할 것 없이 호평일색이다. 소위 ‘돈값’을 적절히 해내며 매경기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라이스의 전술적 가치도 또한 대단하다. 감히 아스날의 게임모델에 대해 가장 이해도가 높은 선수라고 칭하더라도 전혀 과언이 아닐 정도다. 볼 소유 여부와 선수 위치에 상관없이 항상 최적의 선택을 해내기 때문이다. 아스날은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 시간을 자신들의 것으로써 생산적으로 보내고 싶어하고, 따라서 낮은 지역에서부터 상대 수비와 대치한다. 그리고 이는 아스날이 거의 대부분의 인-포제션 국면에서 상대 수비에게 선택지가 ’강제‘당하는 상황에 잦게 부닥침을 의미한다. 아르테타 감독은 이를 개인의 능력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풀어나가..

[첼시v 아스날] 상대 수비 블록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진첸코의 진가

첼시는 아스날의 후방 빌드업을 방해하기 위해 1.4.4.2 구조의 수비라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선수를 동원하여 전방 압박을 가했다. 아스날은 이에 대해 진첸코-라이스-조르지뉴를 모두 기용하였고, 이들의 역할을 명확히 하며 상대 압박에서 탈출하고자 했다. 조르지뉴는 3선에서 벗어나지 않고 후방의 전반적인 조율을, 라이스는 조르지뉴를 돕는 동시에 진첸코의 인버티드 롤로 인해 우측에 비해 빈약해진 좌측 공격에 계속적으로 가담하였고, 진첸코는 이 둘을 이어주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이러한 체계에서 진첸코는 조르지뉴/라이스를 도와 경기를 조율하기도 했지만, 동료 3선진이 전진 패스를 보낼 수 있는 명확한 패스 옵션을 창출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이때 진첸코는 상대의 '사이 공간'을 - 라인과 라인, 선..

[첼시 v 아스날] 라야가 최근 불안한 이유

라야는 램즈데일을 제치고 주전 골키퍼로써 자리잡는 듯 했다. 라야의 롱킥과 공격적 성향은 아스날에 게임 모델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으나, 최근 들어 자신의 장점인 온더볼에서 불안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듯 라야가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자신이 볼을 직접 소유하는 상황에서 불안함을 지속적으로 노출하는 이유는 선수 특유의 ‘장전’하는 듯한 롱킥 준비 동작에서 비롯된다. 라야는 전방으로의 롱킥을 준비할 때 볼을 자신의 앞을 컨트롤 한 이후 충분한 디딤발을 바탕으로 힘을 실는 준비 동작을 갖는데, 이것이 상대에게 공략의 여지를 줄뿐만 아니라 아스날의 게임 모델과도 부분적으로 상충된다는 것이다. 브렌트포드 시절에는 뛰어난 체격 조건을 바탕으로 한 공중 경합에 특화된 ‘아이반 토니’라는 명확한 타켓맨이 있었으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