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9

아스날 간단 결산 - 맨시티의 그림자에 가려진 비운의 천재

아스날은 지난 22/23 시즌과 마찬가지로 표면 상의 1.4.3.3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전체 시즌을 보냈다. 영입 당시와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많은 의심을 받았던 카이 하베르츠는 미켈 아르테타 감독의 굳은 신뢰에 보답하듯 최전방에서 꾸준한 활약을 선보이며 당당히 시즌 베스트 11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좌측 윙포워드의 경우, 서로 다른 무기를 지니고 있는 가브리엘 마르티넬리-레안드로 트로사르-가브리엘 제주스 세 선수가 주로 경쟁을 펼쳤다. 셋 중 마르티넬리가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부여받았고, 트로사르는 반 시즌만에 10개의 도움이나 기록했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이번 시즌은 득점력이 만개하며 조커는 물론 선발 기회도 수차례 부여받아 마르티넬리의 입지를 위협했다. 중원은 시즌 초반 발생한 토마스 파티의 ..

[TOT v MCI] 토트넘 골킥 빌드업 디테일 : 문제점 및 제안점

토트넘은 맨시티의 체계적인 전방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골킥 시 디테일 한 가지를 준비했다. 바로 오른쪽 센터백으로 배치된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골라인으로 뒷걸음질을 치며 GK보다 낮은 위치에 포지셔닝을 취함으로써 전개 상황에 참여하는 것이다. GK를 대신해 골킥을 전개한 라두 드라구신과도 자연스럽게 비대칭적인 좌우 구조를 형성했다. 그렇다면 로메로는 골킥 시 왜 이러한 움직임을 취했던 것이며, 해당 디테일에서 볼 수 있었던 문제점을 알아보자. 다음은 토트넘의 골킥 시작 장면이다. GK 비카리오를 대신해 LCB 드라구신이 골 에어리어 가장자리에서 골킥을 준비 중이다. 이는 드라구신 / 로메로가 아닌 비카리오가 볼을 잡은 상태에 경기장 전체에 대한 180° 시야를 확보한 채로 양측면을 모두 선택지로 활용하며 상..

[본머스 v 노팅엄] 지역수비 대형 인터벌을 이용한 본머스 코너킥 공격

본머스의 코너킥을 통한 선제 득점 장면을 살펴보기에 앞서, 우선 본머스의 코너킥 수비 형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예로써 아스날을 상대로 한 노팅엄의 코너킥 수비 대형을 들 수 있는데, 5명의 대인방어 인원과 4+1 형태의 지역방어 대형을 구축한 모습이다. Rest-offense 설정, 상대의 코너킥 공격 대형에 따라 수비 숫자 및 역할 분배가 달라지기도 하나, 기본적으로 대인방어 5인과 지역방어 5인을 바탕으로 코너킥 수비 대형을 구축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역방어 인원 중 2인은 종적으로 나란히 배치되어 니어 포스트를 지키고, 다른 2인은 6야드 선상에 서서 파포스트와 문전 앞을 수비한다. 나머지 1인은 니어포스트로 짧게 오는 볼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니어 인원 중 가장 볼에 가깝게 위치하나, 견..

[아우크스부르크의 대응 전술과 바이언의 김민재 중심 패턴 플레이]

분데스리가 2R, 지난 2022/23 시즌 하위권에 머물렀던 아우크스부르크를 상대하게 된 바이에른 뮌헨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되었다. 실제로 바이언은 해당 경기 3-1 승리를 거두었지만, 아우크스부르크의 철저한 대응 전략에 고전하며 대승에 가까운 경기 결과와는 달리 다소 불안정한 경기 내용을 남겼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상대적 약자의 입장에서 수비에 치중하지 않고 엔리코 마센 감독의 철학이 가득 함유된 자신들만의 축구를 구사하면서 바이언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자 했다. 이는 전반전 초중반까지 성공적으로 작용했으나, 우두오카이의 불운한 자책골 헌납 이후 경기 판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렇다면 바이언의 고전을 이끌어 낸 아우크스부르크의 경기 전략과 끝내 경기 결과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든 바이언의 접근법은 무엇이었..

첼시를 붕괴시킨 브라이튼의 측면 접근법

브라이튼은 2022/23 시즌 프리미어리그 가장 놀라운 팀을 선정한다면 절대 빠질 수 없는 팀이다. 전 리그를 통틀어 보더라도 브라이튼의 반란과 상승세는 아스톤 빌라, 나폴리 등 이번 시즌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여타 팀들과 함께 주목받아야 마땅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일본에서 건너온 크랙, ‘미토마’가 있다. 미토마는 세밀하고 디테일한 드리블을 통한 기회 창출에 굉장히 능한데, 주로 측면에 넓게 위치해있지만 터치라인과 맞닿아있는 박스 내부 공간에서 그의 드리블은 진가를 발휘한다. 미토마의 히트맵을 통해 미토마가 어느 공간에서 터치를 가져가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왼쪽 측면 터치라인 부근에서부터 박스 내부 공간까지의 터치 빈도가 굉장히 잦다. 해당 공간에서의 드리블 성공률이 54%로 높은 편에..

펩이 맨시티의 수적 우위를 만든 방법

21세기 축구 전술 혁명의 중심이 된 두 혁명가, 펩 과르디올라와 토마스 투헬이 각각 맨시티와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으로서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지략 대결을 펼쳤다. 투헬은 리그에서 다소 부진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챔스 토너먼트에서만큼은 파리 생제르망을 제압하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간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의 대체자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트레블’이라는 구단의 궁극적 목표에 부응해야 한다는, 펩은 맨시티의 지휘봉을 잡은 이래 감독 커리어의 유일한 오점으로 평가 받는 챔스 징크스를 극복해내야 한다는 각각의 부담을 짊어진 채 경기에 돌입했다. 에티하드 스타디움 원정길에 나선 바이언은 맨시티의 측면을 공략하고자 했다. 빌드업 국면에서 바이언은 알폰소 데이비스를 왼쪽 측면 높은 지점에 배치하고 파바르를 후방 빌드..

인천이 부진하는 근본적인 이유

기대와 실망의 상관관계는 미묘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라는 말이 있듯이, 무언가에 대해 기대감을 가짐으로써 단기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소모될 삶의 원동력을 충전할 수 있지만, 반대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도출됐을 시 느끼게 되는 실망감은 기대감과 동일한, 혹은 더 큰 정도로 되돌아온다. 특히 특정 대상에 대한 기대감이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높아졌을 경우 실망감이 더욱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스포츠에 대입해본다면, K리그1의 인천 유나이티드를 단적인 예시로써 꼽을 수 있다. ‘생존왕‘이라는 다소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고 다닌 인천은 2020 시즌 조성환 감독 부임 이래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그동안 어딘가 문제점이 존재했던 스쿼드에 대대적인 개편을 가져갔고, 조성환 ..

비운의 천재가 몰락한 왕가를 재건한 방법

2018 러시아 월드컵, 로베르토 마르티네즈 감독의 벨기에는 ‘황금세대’라는 칭호를 받은 채 월드컵 조별리그 일정을 시작했다. 한 층 높아진 기대감은 부담감이라는 역효과로 작용할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브라질, 잉글랜드를 꺾고 3위라는 아주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이다. 역대로 보면 다소 빈약할 수 있지만, 당시 벨기에는 가장 경쟁력 있는 한 팀으로 성장해 당당히 피파랭킹 1위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4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또다시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된 벨기에의 선발 라인업에 변화는 거의 없었다. 평균 나이 34살의 노장 베르통언-알더베이럴트로 구성된 수비라인이 여전히 벨기에의 최후방을 보호했으며, 주장 아자르와 해결사 루카쿠는 2018년의 모습을 완전히 상실했다..

<라이프치히의 결함 분석>

서론 RB 라이프치히는 2020/21 시즌 준우승을 차지했고, 또다시 뮌헨의 독주 체제를 위협했다. 해당 시즌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며 본격적인 전성기에 돌입하는 것으로 보였으나, 머지않아 팀의 하향세의 주범이 되는 장애물이 등장했다. 팀의 중심인 자비처와 우파메카노, 그리고 팀의 상승세를 이끈 나겔스만이 뮌헨 이적을 택한 것이다. 라이프치히는 레드불 잘츠부르크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제시 마치를 나겔스만의 대체자로 낙점하며 재정비를 꾀했다. 그러나 제시 마치의 라이프치히는 쉽게 폼을 끌어올리지 못했고, 5승 3무 6패라는 아쉬운 성적을 남긴채 제시 마치는 팀을 떠나게 되었다. 라이프치히는 또다시 새로운 지도자를 물색해야 했고, 최종적으로 나겔스만과 비슷한 배경의 비선출 지도자 ‘도미니코 테데스코’를 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