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타 19

[아스날 v 셰필드] 아스날의 23/24 시즌 세트피스, 6야드 밀집으로 인한 파포스트 공간의 극대화

이번 2023/24 시즌 아스날의 세트피스는 꽤나 뚜렷한 형태를 띠며, 명확한 전술적 의도에 비례하게 단순히 득점이 아니더라도 위협적 상황을 잦게 연출한다. 6야드에 선수들을 밀집시켜 상대 과밀화를 만든 뒤, 상대에 비해 신체적 우위에 놓인 선수들이 배치된 파포스트 공간을 창출하는 방식이고, 4R 맨유전 라이스의 역전골 장면에서 이와 유사한 형태가 나타났다. 아래의 (사진 1)을 살펴보면, 필드 플레이어 10명을 모두 동원해 진을 치는 상대 지역•대인 방어를 타개하기 위해 6야드 지역, 그 중 니어 포스트에 해당하는 구역에 선수들을 밀집시킨 후 파 포스트에 2v2 수적 동위에 놓인 라이스가 슈팅을 시도할 수 있었다. 셰필드전에도 이러한 세트피스 전략이 명확하게 나타났다. 그 중 대표적인 두가지 시퀀스를 ..

[아스날 v 셰필드] 아스날이 외데고르 없이 2CM를 활용해 상대 수비 블록을 무너뜨린 방법

새 시즌 아르테타 감독은 명확한 플랜 A에 반해 다소 빈약한 모습을 드러낸 플랜 B에 대한 실험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 시즌 아스날이 2위에 그친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개선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다. 약 38%의 평균 점유율을 기록하고 80%에 육박하는 경기 시간을 미들 써드 이하에서 보내는 셰필드는 미들 블록 또는 로우 블록을 세워 아스날의 전개를 틀어막고자 했고, 이와 정반대로 약 6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80%의 시간을 미들 써드 이상에서 보내는 아스날은 이를 뚫어야만 했다. 이는 경기의 ‘지배자’와 ‘수비자’가 명확하게 나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 유력함을 암시했고, 실제로 아스날이 67%의 경기 점유율을 가져가며 7:3의 한 쪽으로 중심이 기울어진 경기 형태를 보였다. 아스날은..

[세비야 v 아스날] 라이스의 가치, 팀에 공통의 목적을 부여하는 ‘전술적 리더’

* 글을 보고 오시면 이해가 빠릅니다. 자신이 파악한 주변 상황을 볼 소유자인 토미야스에게 공유하는 장면이다. 마르티넬리가 아스날의 후방 전개 상황에서 좌측 활로를 열어준 후, 토미야스가 순간적으로 상대 FW-MF 사이로 쇄도하였다. 상대 1.4.4.2 미들 블록은 이미 붕괴된 상황이고, 최후방에서 볼이 돌 때 주변 상황을 미리 파악해 둔 라이스는 우측 터치라인에서 1on1을 준비하는 사카를 가리키며 토미야스에게 큰 폭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볼을 잡기 전후 모두 시간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여유가 있었던 토미야스는 마르티넬리에게 패스를 받기 전부터 우측면의 상황을 파악했으나, 라이스의 지시 덕분에 자신의 시야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자신의 목적을 명확히 할 수 있었다. 라이스의 지시는 토미야스만..

[세비야 v 아스날] 골킥 처리자의 순간적 변화, 준비된 전술? 혹은 즉흥적 판단?

아스날의 골킥 상황, GK 라야가 직접 킥을 처리하려 했으나 잘 갖춰진 상대 전방 대형은 3MF에 대한 패스 경로를 차단하였다. 상대 RCF는 DM 및 LCM를 차단하고 있으며 상대 LCF도 DM을 견제하는 동시에 RCM로의 패스 경로를 차단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라야가 2CB에게 패스를 보낼 시, 2CF가 MF 및 SB을 차단하면서 아스날 기준 좌측으로의 채널링을 건다면 볼을 전진시키기에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라야는 섣불리 볼을 처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라야가 취한 행동은 바로 2CB을 통해 볼을 처리하는 것. 마땅한 패스 경로가 보이지 않자 LCB 마갈량이스에게 볼을 맡겼고, 라야는 마갈량이스에게 볼을 받아 상황을 전개했다. 순간적으로 골킥의 처리자를 바꾼 것이다. 골..

[세비야 v 아스날] 데클란 라이스, 강제된 상황에서 최적의 선택을 해내는 선수

거액의 이적료를 바탕으로 아스날에 합류한 데클란 라이스는 여러 매체와 팬들 너 나 할 것 없이 호평일색이다. 소위 ‘돈값’을 적절히 해내며 매경기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라이스의 전술적 가치도 또한 대단하다. 감히 아스날의 게임모델에 대해 가장 이해도가 높은 선수라고 칭하더라도 전혀 과언이 아닐 정도다. 볼 소유 여부와 선수 위치에 상관없이 항상 최적의 선택을 해내기 때문이다. 아스날은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 시간을 자신들의 것으로써 생산적으로 보내고 싶어하고, 따라서 낮은 지역에서부터 상대 수비와 대치한다. 그리고 이는 아스날이 거의 대부분의 인-포제션 국면에서 상대 수비에게 선택지가 ’강제‘당하는 상황에 잦게 부닥침을 의미한다. 아르테타 감독은 이를 개인의 능력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풀어나가..

[첼시v 아스날] 상대 수비 블록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진첸코의 진가

첼시는 아스날의 후방 빌드업을 방해하기 위해 1.4.4.2 구조의 수비라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선수를 동원하여 전방 압박을 가했다. 아스날은 이에 대해 진첸코-라이스-조르지뉴를 모두 기용하였고, 이들의 역할을 명확히 하며 상대 압박에서 탈출하고자 했다. 조르지뉴는 3선에서 벗어나지 않고 후방의 전반적인 조율을, 라이스는 조르지뉴를 돕는 동시에 진첸코의 인버티드 롤로 인해 우측에 비해 빈약해진 좌측 공격에 계속적으로 가담하였고, 진첸코는 이 둘을 이어주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이러한 체계에서 진첸코는 조르지뉴/라이스를 도와 경기를 조율하기도 했지만, 동료 3선진이 전진 패스를 보낼 수 있는 명확한 패스 옵션을 창출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이때 진첸코는 상대의 '사이 공간'을 - 라인과 라인, 선..

[첼시 v 아스날] 라야가 최근 불안한 이유

라야는 램즈데일을 제치고 주전 골키퍼로써 자리잡는 듯 했다. 라야의 롱킥과 공격적 성향은 아스날에 게임 모델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으나, 최근 들어 자신의 장점인 온더볼에서 불안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듯 라야가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자신이 볼을 직접 소유하는 상황에서 불안함을 지속적으로 노출하는 이유는 선수 특유의 ‘장전’하는 듯한 롱킥 준비 동작에서 비롯된다. 라야는 전방으로의 롱킥을 준비할 때 볼을 자신의 앞을 컨트롤 한 이후 충분한 디딤발을 바탕으로 힘을 실는 준비 동작을 갖는데, 이것이 상대에게 공략의 여지를 줄뿐만 아니라 아스날의 게임 모델과도 부분적으로 상충된다는 것이다. 브렌트포드 시절에는 뛰어난 체격 조건을 바탕으로 한 공중 경합에 특화된 ‘아이반 토니’라는 명확한 타켓맨이 있었으나, ..

[펩이 추구한 LB 전진 - ‘인지'하는 것과 '수행'하는 것의 괴리를 공략하라]

*로드리 없이 상대 미들 블록을 괴롭힌 방법 - 맨체스터 시티의 후방 구조와 MF 수적 우위 맨체스터 시티는 퇴장 징계로 인해 로드리 기용이 불가했고, 이에 대해 베르나르두 실바를 3선 배치하는 파격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며 중원 조합을 개편했다. 이때 후방에서의 볼 조율 및 운반에 능한 베르나르두 실바와 코바치치가 3-1 / 2-2 후방 대형을 구축하며 2선에 더욱 많은 선수가 위치할 수 있게 됐다. 포든-알바레즈-루이스가 구성한 2선은 좁은 간격을 유지함으로써 상대 수비 블록에 대해 부분적 수적 우위를 점하고자 했다. 전방 대형을 이루며 3선 자원들에게 시선이 고정된 상대 CF-RCM-RW의 뒤를 커버하는 상대 2MF를 상대로 3v2의 수적 우위 상황을 계속적으로 발생시킨 것이다. 이때 상대 LW은 터치..

[아르테타가 랑스의 압박 특성을 이용한 방법 - MF 블라인드 사이드의 최대 활용]

아스날이 속한 B조는 상대적으로 쉬운 조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모두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고, 조별 예선 2라운드 상대인 랑스는 아스날을 잡아내며 예상보다 일찍 아스날의 향후 일정에 차질을 주었다. 랑스는 짜임새 있는 압박 체계를 통해 아스날을 경기 내내 괴롭혔으며 아스날은 경기 전반을 지배했으나 랑스의 저항을 계속적으로 극복해내야만 했다. 랑스는 조직적 압박을 통해 결과적으로 (사진 1)에서 볼 수 있듯 경기의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랑스는 특히 상대가 볼을 소유할 경우 적당한 서로간 간격을 구축하여 아스날이 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공간 모두를 차단하려는 의도를 가졌으며 미들써드에 비해 파이널 써드와 디펜시브 써드에서 더욱 그러한 경향을 보였다. 반면 자기 진영에 속한 미들써드, 즉 경기장을 4등분..

[아스날이 크랙 없이 이긴 방법 - 후방 자원의 포지셔닝 플레이와 하베르츠의 진가]

EFL 컵 브렌트포드전, 아스날은 선수 체력 안배 및 부상 관리 차원으로 많은 위치에 선수단 변화를 주었다. 6R 토트넘전과 비교했을 때, 부카요 사카를 대신해서 사고에 주니어가, 제주스를 대신하여 넬슨이 투입되는 등 공격진에서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띄었다. 가브리엘 마르티넬리와 레안드로 트로사르도 부상 이탈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에 아르테타 감독에게는 변화한 선발 라인업만큼의 전술적 조정이 요구되었다. 마르티넬리, 사카 등 개인 기량을 통해 경기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크랙' 자원이 부재한 상황에 대한 아르테타 감독의 대답은 보다 직선적인 후방 빌드업 과정을 가져가는 것이었다. 선발 출전한 리스 넬슨이 이러한 문제를 부분적으로 해소해줄 수 있었으나 주전 자원만큼의 영향력을 기대하기 어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