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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은 울산의 무엇을 못하게 했을까+홍명보의 김기동 타개책

오성윤 2023. 4. 26. 21:01

시즌 첫 ‘동해안 더비’가 펼쳐졌다. 리그 유일무이 무패팀 포항 스틸러스와 개막 이후 연승가도를 달렸지만 7라운드 대전전 뜻밖의 패배로 잠시 재정비 시간을 거친 울산현대의 유서 깊은 더비 매치였다. 두 팀 모두 라이벌간 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단기적인 효과인 선수단 내 사기 증진을 위해, 뿐만 아니라 이 경기를 치르는 궁극적인 이유인 리그 우승 또한 달성하기 위해 그 의미가 남다른 ‘동해안 더비’에서의 승리가 절실했고, 비록 2-2 무승부로 두 팀의 승부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두 팀의 전술대결은 실로 흥미로웠다.

출처: FotMob


올시즌 내내 1-4-2-3-1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울산은 이번 경기 역시 동일한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4-2-3-1 대형을 취하는 듯 보였으나, RB 설영우와 LB 이명재가 터치라인 부근 깊고 높은 지역에서 포지셔닝을 가져가면 LCB 김영권과 RCB 정승현이 후방에서 넓게 벌리고 그 사이로 DM 박용우가 들어가며 백스리를 형성했다. DM 이규성은 백스리 바로 앞 3선에서 후방 빌드업의 구심점으로서 중원에서의 조율 및 전진패스뿐만 아니라 좌측과 우측을 오가며 측면 전개를 돕는 역할도 담당했는데, 양측면 전개 과정에 모두 관여해야 하는 DM 이규성의 과부화를 방지하기 위해 LCB 김영권이 3선에 위치한 DM 이규성과 동일 선상까지 위치를 끌어올려 측면에 치우쳐진 2-2 후방 빌드업 대형을 형성함으로써 왼쪽 측면 전개를 도왔다. 이를 통해 DM 이규성은 더욱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었다.

울산의 기본 대형. 3-1-6과 같은 대형을 만들었다.


RB 설영우와 LB 이명재는 양쪽 측면 높은 구역을 담당하였는데, 이 둘의 높은 포지셔닝으로 하프 스페이스 구역에서 자유롭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울산의 2선 자원들은 더욱 유기적인 움직임을 가져갔다.

특히 LM 루빅손과 AM 바코의 스위칭 움직임이 가장 활발했다. 둘은 경기 내내 지속적으로 자리를 옮기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둘의 위치에 따라 울산의 공격 패턴은 조금씩 달라졌다. 우선 LM 루빅손이 왼쪽 측면, AM 바코가 오른쪽 측면에 위치할 경우 울산은 왼쪽 측면에서 세밀한 패스워크를 통해 상황을 풀어가고자 했다. 이러한 국면에서 ST 주민규는 왼쪽 측면으로의 수적 가세와 상대 수비 혼선 유도를 목적으로 낮은 지역까지 내려오는데, AM 바코는 주민규가 비워둔 상대 포켓 구역으로 쇄도함으로써 RM 엄원상과 함께 울산이 측면 작업에서 풀어나온 후 방향 전환에 성공하거나 크로스가 올라왔을 시 발생 가능한 득점 찬스를 위해 대기한다.

바코가 중앙 쇄도 움직임을 가져감으로써 CB 하창래는 고정되고 박스 부근에서 울산 공격진과 포항 수비진 사이 3v2 구도가 펼쳐지는데, 위와 같은 상황에서 LM 루빅손은 여유 선수로서 그의 능력을 발휘한다. 이는 LCB 김영권의 높은 위치선정과도 결부되는 울산의 노림수이다. LCB 김영권이 높은 지역으로 볼을 운반하면서 RM 김인성은 LCB 김영권에게 유도되었고 이때 자유로워진 LB 이명재은 RB 박승욱을 끌어당겼다. LCB 김영권의 과감한 위치선정은 4-4-2 전형으로 RB 박승욱이 LM 루빅손을, RM 김인성이 LB 이명재를 맨투맨하는 포항의 수비 조직의 균열로 귀결된 것이다.

울산은 박스 내부 선수 배치를 통해 상대를 고정시키고 측면에서는 상대 선수와의 1v1 구도를 형성하였고, 이를 통해 LM 루빅손을 자유롭게 만들어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LM 루빅손을 활용하여 측면 지배력을 높여가고자 했다.

LCB 김영권을 중심으로 하여 LM 바코에게 공간을 만드는 울산의 패턴 플레이


AM 바코는 울산이 우측으로 볼을 전개할 때 오른쪽 측면에서 플레이하기도 했다. RB 설영우와 RM 엄원상이 주로 점유하는 오른쪽 측면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두 선수와 연계를 가져갔는데, 이때 두 선수는 움직임을 통해 공간을 창출했다.

측면에 많은 수비 숫자를 둔 포항의 수비 대형을 돌파하기 보단 RM 엄원상만이 LB 심상민를 묶기 위해 측면에서 대기하고 AM 바코에게 볼을 연결하는데, 이때 RB 설영우는 계속해서 측면을 두드리지 않고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 구역으로 이동한다. 이러한 RB 설영우의 움직임은 상대 CM 오베르당/신광훈을 끌어당기는데, 이때 포항은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 구역에 공간을 내주게 되며 울산은 그 공간을 활용하여 방향 전환 또는 중원으로의 볼 투입을 이뤄낸다.

RB 설영우와 RM 엄원상을 지원하는 AM 바코


울산은 AM 바코가 왼쪽 측면, LM 루빅손이 오른쪽 측면으로 위치를 변경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LM 루빅손의 공간 활용 능력을 극대화시키고자 했다. LM 루빅손이 여유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오른쪽 측면 공간을 만든 것이다. 이 경우 울산은 역시나 선수 배치에 변화를 주었다.

우선 DM 박용우가 백스리의 중심이 아닌 3선으로서 경기를 조율했다. 또한 DM 이규성은 울산이 후방 다이아몬드를 형성했을 때 자신을 간헐적으로 압박한 DM 오베르당/신광훈을 끌어내기 위해 측면으로 치우쳐진 포지셔닝을 가져가는데, 이로써 울산은 후방에서 포항의 2ST를 상대로 3v2 수적 우위를 점하게 된다. 이때 ST 주민규는 상대적으로 DM 이규성의 후방 빌드업 관여도가 낮아진 울산의 중원을 채우기 위해 RB 박승욱을 끌고 중원으로 내려오는데, 동시에 바코는 ST 주민규가 비운 상대 포켓 공간을 꿰차고 RM 엄원상은 LB 심상민을 끌고 바코와 함께 상대의 양쪽 하프 스페이스 구역을 점유한다.

위와 같은 환경이 조성되었을 때 LM 루빅손은 DM 오베르당을 묶은 DM 이규성의 포지셔닝, LM 김승대를 고정시킨 RB 설영우의 위치선정에 힘입어 또다시 상대의 맨투맨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상황을 순간적으로 맞이하게 되며, 오프더볼 상황과 온더볼 상황 모두에서 포항을 위협할 수 있는 요소로 기능하게 된다.

ST 주민규의 중원 가담과 DM 이규성의 피닝, 이후 상황에서 2선 자원들의 유기적 움직임으로 프리맨이 된 LM 루빅손


울산의 다양한 패턴 플레이로 빈 공간을 공략당한 포항은 각각의 상황에 즉각적인 피드백을 통해 적절하게 대처하는 흐름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실제로 포항은 울산에게 경기 주도권을 내주었지만 울산보다 더 많은 결정적 찬스를 생산하고 유효슈팅 부문에서도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등 굉장히 효율적으로 경기를 펼쳐나갔다. 울산에게 많은 기회를 내주긴 했으나 대부분 위협적이지 않았으며, 안정적인 수비와 적절한 압박 타이밍을 통해 울산의 전개를 계속해서 방해했다. 이 과정에서 볼 탈취에 성공하여 빠르게 역습으로 이어가 득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점유율과 패스 횟수의 차이를 감안한다면 슈팅 횟수는 전혀 밀리지 않으며 결정적 찬스는 오히려 더 많이 생산한 포항 (출처: FotMob)


따라서 포항은 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 수비적인 태세를 갖추었고, 4-2-3-1 포메이션를 꺼내들었으나 실제 경기에서는 AM 고영준이 ST 제카와 함께 2ST 체제를 이루면서 4-4-2 두줄수비 블록을 구축했다. 포항은 또한 전체적인 라인을 내렸지만 울산의 전진을 최대한 방해하고자 했다. 이는 AM 고영준이 라인을 올리며 2ST 체제를 형성한 이유이기도 한데, AM 고영준과 ST 제카가 2v3으로 울산의 백스리를 견제했으며 DM 오베르당/신광훈이 번갈아가며 3선에서 볼을 공급하는 DM 이규성을 압박했다.

위와 같은 수비 시스템을 통해 포항은 울산의 중앙지역 진출을 최대한 저지할 수 있었고, 측면으로 몰아넣은 후 박스 안에 많은 인원을 배치해 울산의 슈팅 시도를 어렵게 했다.

포항의 4-4-2 수비 대형. DM 오베르당/신광훈은 번갈아 DM 이규성 압박


포항은 컴팩트한 수비 시스템을 통한 볼 탈취 이후 적은 인원으로 공격을 전개해나갔고, 그 과정에서 ‘제카’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바로 울산의 ST 주민규와 같이 DM 신광훈/오베르당이 볼을 점유할 때 중원 싸움에 가세하는 움직임을 가져간 것이다. 이때 포항은 어떤 패스 형태로든 제카를 향해 볼을 방출하는데, 세밀한 패스워크를 통해 볼을 전진시키기보단 ST 제카의 탄탄한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한 연계 능력을 활용하여 볼을 전방으로 보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상대 포켓 구역으로 투입된 볼은 AM 고영준이 잡는데, 이때 AM 고영준은 개인능력을 통해 상대 포켓 구역에서 위협적인 찬스를 창출한다. 이러한 패턴으로 추가골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AM 고영준은 사실상 전방에 국한되어 프리롤을 부여받은 것이다. 중원 싸움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보단 전방에서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통해 찬스를 만들어냈다. LB 심상민과 LM 김승대를 통해 왼쪽 측면에서 패스워크를 통해 상대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상황에서 AM 고영준은 순간적으로 약속된 하프 스페이스 침투 움직임을 가져가며 선제골을 만들어낸 것이 그 단적인 예다.

ST 제카가 한 칸 내려와 볼 연계, AM 고영준은 상대 포켓 구역에서 개인 능력을 발휘하거나 하프 스페이스 침투 시도


상술한 공격 패턴을 시도하는 도중 볼을 탈취당한 경우 또는 울산 선수가 울산 지역에서 볼을 잡았을 경우 포항의 전방압박 전술 또한 울산을 괴롭히기에 충분했다.

위 제시된 자료와 같이, 포항의 공격진 세 명은 측면에서 볼을 잡은 LB 이명재와 LB 이명재를 도와줄 수 있는 LCB 김영권과 DM 박용우를 즉각적으로 전방 압박하면서 LB 이명재의 패스 루트를 제한했다. ST 제카는 잠재적 패스 선택지인 RCB 정승현을 마크했으며 DM 오베르당은 RB 설영우를 견제했는데, DM 오베르당의 견제로 인해 울산은 탈압박 이후 방향전환에 성공한 상황에서 볼을 전진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1v1로 울산 선수들을 압박하는 포항의 전방 압박


포항은 울산이 지공 상황에서 시도한 측면 패턴 플레이에 대해서도 유연하게 대처했다. LCB 김영권을 활용하여 수적 동위 또는 우위를 점한 후 측면에 공간을 창출하는 울산의 패턴 플레이에 대한 보완책인데, 그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바로 포백을 밀집시킴으로써 박스 내부 인원을 늘리고, LM 김승대와 RM 김인성을 마치 풀백과 같이 운용한 것이다. 특히 성실한 수비가담으로 DM 이규성-LB 이명재-LM 루빅손-LCB 김영권의 유기적인 스위칭 및 패스워크를 통해 궁극적으로 왼쪽 측면 공간을 창출하고자 한 울산의 측면 공격을 차단한 RM 김인성의 활약은 돋보였다. RM 김인성이 LB 이명재를, LM 김승대가 RB 설영우를 각각 마크함으로써 포항은 더욱 촘촘하고 밀집된 중앙 수비 블록을 형성할 수 있었다.

울산의 측면 공격 시스템과 RM 김인성의 수비 가담


포항의 단순하지만 확실한 수비 조직으로 울산의 공격은 찬스를 만들어내기에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였으나, 울산은 DM 박용우 대신 DM 이청용을 투입시킴으로써 경기를 다시 풀어나가고자 했다.

DM 이청용의 볼 운반 능력 및 탈압박 능력을 적극 활용한 것인데, 횡적으로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며 좌우측 전개 작업에 모두 관여한 DM 이청용은 측면에서 상대 선수들을 유인하면서 포항의 측면 과밀화를 유도했다. LM 루빅손, AM 바코 등은 이청용과 함께 측면에 위치하면서 패스워크를 통해 상대 선수들을 끌어당겼고, 그 결과 최대 6v3의 수적 열세 상황까지 만들어낼 수 있었다.

또한 DM 이청용의 투입으로 양측면에서의 빌드업 관여도가 낮아진 LB 이명재와 RB 설영우는 중앙으로의 움직임을 취했으며 박스 안으로 침투하며 ST 주민규-RM 엄원상과 함께 박스 안에서 3v2 수적 우위를 점하면서 박스 내부로의 볼 투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을 시 울산이 더 유리한 고점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DM 이청용을 통해 포항의 측면 과밀화 유도 및 박스 내부 수적 우위


이외에도 위 자료와 같이 DM 이규성을 직접 침투시켜 공간을 만드는 등 포항의 수비 블록을 뚫기 위해 울산은 많은 패턴 플레이를 시도했다.


상대 맞춤 전술에 일가견이 있는 김기동 감독은 동해안 더비에서도 역시나 그의 역량을 마음껏 뽐냈다. 상당히 수비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듯 했지만 압박 타이밍을 적절하게 가져가며 ‘공격적인 수비’를 실현시켰고, 이는 경기 내내 울산을 괴롭히는 효과로 나타났다. 수비라인간 간격 유지와 유연한 수비 대응 또한 적절히 해냈고, 그 결과 까다로운 울산 원정길에서 귀중한 승점 1점을 챙기면서 김기동 감독의 대응 전술은 오늘도 진가를 발휘했다.

2023시즌을 기점으로 자신의 철학을 더욱 완성도 있게 가다듬은 홍명보 감독 또한 김기동 감독 못지 않은 대응 전술을 펼쳤다. 포항의 수비 형태에 따라 울산의 공격 패턴도 유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전술가의 면모를 보였고, 특히 변형 백스리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이 잡힌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홈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았으나 내용적으로 포항에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인 홍명보 감독의 울산이었다.

출처: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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