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K리그 전술분석

안익수가 선보인 황의조의 새로운 활용법

오성윤 2023. 4. 9. 19:26

2023 K리그를 앞둔 겨울이적시장, FC서울은 그간의 성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였다. 임상협, 권완규 등 경험 많은 베테랑 영입에 매진하였고, 이시영, 박수일 등 활용가치가 높은 FA 상태의 젊은 선수들을 수혈하였으며, 윌리안과 호삼을 영입하면서 아시아 쿼터를 포함한 모든 용병 쿼터를 채우는 등 활발한 이적시장을 보냈다. 올림피아코스에서의 치욕을 씻고 K리그에 복귀하여 재도약을 꾀한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 황의조 또한 그 일환이었다.

쉽게 폼을 끌어올리지 못한 황의조의 K리그 도전기는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유럽 무대 경험을 토대로 경기 중 남다른 공격 센스를 선보이긴 했으나 공격포인트 생산에 있어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FC서울 안익수 감독 또한 고민이 많았다. 3개월이라는 짧은 임대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승점을 쌓기 위해 황의조의 경기력을 향상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황의조의 활용법에 대해 긴 시간의 고찰을 마친 안익수 감독은 과감히 그동안 황의조의 ‘결정력’에 초점을 맞추었던 전술을 수정하는 작업에 돌입했고, 대신 황의조의 ‘공격 관여도‘를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전술로의 개편을 단행했다.

출처: FC서울


이는 전술적 전환점을 맞이한 6라운드 대구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은 그동안 추구해 온 후방 빌드업 스타일을 기조로 삼되, 안익수 감독의 주요 비판점이었던 일류첸코-황의조 혹은 박동진-황의조로 구성된 투톱 체제 대신 팔로세비치를 투톱 중 한 자리에 배치함으로써 중원에서 유리한 고점을 취하겠다는 라인업 상 변화를 주어 대구를 효과적으로 간파하고자 했다. 다시 말해 팔로세비치와 더불어 오스마르-기성용이라는 빌드업 국면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자원을 중원 지역에 동시 기용한 것이다. 세 선수는 주로 우측에 편향된 후방 공간에 자리 잡아 주도적으로 빌드업 국면을 전개해나갔다. 이는 강력한 미드필더진을 보유한 서울에 대응하기 위해 구축한 대구의 2-3 형태의 전방 수비블록의 분열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수년간 백스리 기반의 역습 축구를 구사한 대구는 서울의 유인책에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이른 실점에도 불구하고 볼이 압박 기준점을 넘을 때까지 각자의 구역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으면서 서울이 공간을 창출하지 못한 채 역으로 자신들의 공간에 갇히게끔 진형을 유지했다. 또한 대구는 서울이 대구를 유인하기 위해 많은 중원 자원을 배치함으로써 형성한 후방의 3-3 라인을 견제하기 위해 간헐적으로 1-4 형태 블록으로의 유동적인 변환 움직임을 가져갔고, 중원의 이진용과 박세진이 1-4 형태의 전방 수비블록 형성을 위해 번갈아 에드가와 투톱을 형성했다. 또한 2-3 전방 수비블록과 최후방 수비라인과의 간격을 넓게 가져가면서 서울이 측면 전개에 성공했을 시 대기하고 있던 수비진이 이에 빠르게 대응해 최대한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 했다.

서울이 형성한 3-3 후방 빌드업 라인 견제를 위해 전방 수비블록에 유연하게 변화를 준 대구

서울은 대구의 유연하지만 고정적인 전방 수비블록을 파훼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후방 빌드업 작업을 주도한 기성용-오스마르-팔로세비치는 패스 전개를 통해 대구의 압박 기준점을 쉽게 돌파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대구의 순간적인 전방압박에 의해 볼을 탈취 당하면서 위협적인 장면을 내주기도 했다. 비록 대구의 완벽한 대응 전술로 지공 상황에서의 전개 작업은 원활하지 못했으나, 홈 이점과 더불어 세트피스 상황에서 운적인 요소가 작용하면서 전반전 3점차라는 큰 점수 격차를 내는 데 성공한 서울은 후반전 자신들이 계획하고 준비한 축구를 완벽히 구현했다.

위의 장면은 그 단적인 예시다. 이 장면에서 서울은 오른쪽 측면에서의 후방 빌드업 작업을 통해 성급해진 대구의 선수들과 높아진 대구의 전방 수비블록을 특정 구역으로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하나의 유기체를 이룬 대구의 전방 수비블록을 한쪽 측면으로 유인함으로써 오른쪽 측면 과밀화 상황을 발생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대구는 반대쪽 측면에 많은 공간을 노출하게 되었고, 서울은 골키퍼를 거치면서 대구의 빈 공간을 공략하였다.

대구의 전방 수비블록을 유인하는 데 성공한 서울 (출처: 쿠팡플레이)


그리고 이 과정에서 황의조는 ’링커‘ 역할을 수행했다. 서울이 대구의 블록을 유인하는 후방 빌드업을 펼치는 동안 최전방에서 나상호와 함께 상대 수비를 붙잡고 있다가 순간적으로 중앙으로 내려와 또다시 대구 선수들의 밀집을 유발한 것이다. 이는 연계와 볼 소유에 능한 황의조의 개인 능력을 적극 활용한 안익수 감독의 전술적 선택인데, 서울은 황의조를 경유하여 대구의 빈 공간을 향해 쇄도하는 이태석의 아이솔레이션 상황을 창출할 수 있었다. 이는 가히 성공적인 후방 빌드업 작업과 황의조의 순간적인 연계 움직임을 통해 오른쪽 측면과 중앙 지역에서는 대구의 선수 과밀화를, 이의 후속 효과로써 왼쪽 측면에서는 이태석의 아이솔레이션을 발생시킴으로써 모든 구역을 의도대로 활용한 서울의 완벽한 공격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링커로서의 임무를 다한 황의조, 이태석은 자유로운 상황을 맞이했다 (출처: 쿠팡플레이)


황의조는 측면에 배치되기도 했다. 서울이 수비 국면에서 상대의 볼을 탈취하고 역습 국면을 맞이했을 때 황의조는 전방이 아닌 측면에 치우친 포지셔닝을 가져갔다. 이는 상술한 바 있는 황의조의 볼 간수 능력을 통해 동료 선수가 중앙으로 쇄도할 시간을 벌어주려는 의도이다. 황의조가 특유의 템포는 늦추되 흐름은 끊지 않는 드리블을 시도함으로써 동료 선수는 공격 지역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되며, 황의조 또한 쇄도 움직임을 마친 동료 선수들에게 상대 수비진의 시선이 분산됨에 따라 자유로운 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

역습이 지연되어 상대 수비가 두줄수비 진형을 모두가 가다듬어 지공 국면으로 상황이 전환되었을 경우에는 위의 장면과 같이 상대 진영에서의 패턴 플레이에 참여함으로써 상대 수비를 끌어내 동료 선수가 공을 잡을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하기도 한다.

패턴 플레이에 참여한 황의조와 상대 블라인드 사이드에서 패스를 받는 나상호 (출처: 쿠팡플레이)


이 경기 황의조는 23개의 패스 중 22개의 패스를 성공하면서 96%에 육박하는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고, 그 중 절반을 차지하는 11개의 패스는 모두 공격 지역에서의 패스였으며 전부 성공했다. 서울에게 운적인 요소가 따르면서 더 수월하게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와 같은 황의조의 경기 기록은 서울이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황의조의 영향력이 얼마나 지대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다. 비록 이 경기 황의조는 필드골을 성공시키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기록적인 부분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었기에 FC서울과 대표팀 모드에게 고무적이지 않을 수 없다. 과연 한때 ‘대표팀의 황태자’로 불린 황의조가 소속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그 흐름을 대표팀에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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