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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9R 인천v울산] 홈 인천을 잡은 울산의 전략은 무엇일까

오성윤 2023. 5. 1. 20:52

울산은 2023시즌 개막전을 시작으로 초반 6연승을 달렸다. 클린시트 횟수에서 다소 아쉬운 면모를 드러냈으나, 더욱 완성된 홍명보 감독의 게임모델 하에서 대부분의 경기를 어렵지 않게 풀어나가는 울산의 경기력과 득점력은 무적함대를 연상시켰고, 그들은 성공적으로 시즌 초반 승점 쌓기에 착수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7라운드 대전과의 경기, 울산은 예기치 못한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이민성 감독이 준비한 울산 맞춤 압박 전술에 완전히 패배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음 라운드 치러진 시즌 첫 동해안 더비 결과도 무승부에 그치며 파죽지세의 울산에세 시즌 초반부터 위기가 찾아오는 듯 싶었다.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은 달랐다. 주중 경기 선수단 체력 안배를 위해 로테이션을 가동했음에도 자신들을 홈으로 불러들인 인천에게 승리를 거두었다. 까다로운 인천 원정이었음에도 울산은 홍명보 감독의 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통해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홍명보 감독은 인천을 상대로 어떠한 전술을 선보였을까?

출처: 한국프로축구연맹


우선 두 팀의 라인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울산의 경우 1.4.2.3.1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선발 명단을 구성했다. 라볼피아나 역할을 수행하면서 홍명보 감독의 변형 백스리 전술의 구심점이 되어준 박용우에게 휴식이 주어졌기에 울산의 경기 돌입 후 대형 변화는 LB 이명재와 RB 설영우가 측면으로 넓게 벌리고 DM 이규성이 3선에서 후방 빌드업을 조율하는 양상으로 이뤄졌다. DM 보야니치는 DM 이규성의 대각선 지역에서 볼을 운반하거나 측면 전개 시 쇄도를 통해 전방에 숫자를 더해주었고, AM 아타루와 LM 바코는 상호간 스위칭 플레이를 바탕으로 울산의 공격을 지휘했다.

인천은 1.3.4.3 기반의 선수단 구성을 준비했다. 인천 또한 주말 경기를 대비하여 약간의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시즌 내내 인천의 후방 플레이메이커 롤을 수행하던 신진호를 대신하여 CM 여름이 나섰고, 수비라인 또한 CB 권한진과 LCB 오반석이 선발 출전했다. LCB 오반석은 울산전 CB 권한진과 RCB 김연수에 비해 전반적으로 높고 비대칭적인 포지셔닝을 유지했는데, 이는 인천의 강점은 왼쪽 측면 활성화를 위해 측면 터치라인 높은 구역에서 주요 활동반경을 가져가는 LWB 민경현에게로의 용이한 볼 전달과 패스 차단 시 LCB 오반석의 수월한 스토퍼 역할 수행이 요해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인천은 LM 김도혁이 경기 내내 RB 설영우를 끌어당기는 왼쪽 하프 스페이스로 들어오는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LWB 민경현에게 공간을 제공했다.

인천과 울산의 경기 돌입 후 선수 배치


인천의 후방 빌드업 국면에서 울산은 ST 마틴 아담과 AM 아타루, LM 바코를 활용하여 인천의 백스리를 압박하였고, DM 보야니치는 인천의 후방 빌드업에서 핵을 담당하는 CM 여름을 견제했다. 이때 ST 마틴 아담과 AM 아타루는 볼 위치에 따라 라인을 한 칸 내려 각각 CM 여름과 CM 이동수를 마크하기도 했다. 또한 RM 강윤구는 LWB 민경현을, LB 이명재는 하프 라인 부근까지 올라와 RWB 김준엽을 압박했다. 울산은 후방에서부터 점진적으로 만들어가는 인천의 후방 빌드업 국면을 방해하고자 높은 위치에서부터 맨투맨으로 인천을 묶었다.

인천은 이를 역이용하고자 했는데, 인천 공격의 시발점이자 울산 전방 압박의 중심지가 되는 CM 여름의 오프더볼 움직임이 주요했다. 주로 우측에서 볼을 잡고 있는 RCB 김연수에게 다가감으로써 자신을 마크하고 있는 DM 보야니치를 끌어당기고, RCB 김연수가 CM 여름의 대각선상에 위치하고 있던 CM 이동수에게 볼을 연결할 수 있는 패스길을 확보했다. CM 이동수에게 볼을 연결함으로써 방향 전환에 성공한 인천은 왼쪽 측면을 따라 빠르게 올라가는 LWB 민경현에게 볼을 전달하고, 이는 인천이 후방 빌드업 국면에서 전개 국면으로의 전환에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CM 여름을 활용하여 CM 이동수에게 공간 제공, 이후 LWB 민경현에게 볼 연결


LCB 오반석이 볼을 잡는 경우, 인천은 왼쪽 측면을 공격의 정방향으로 삼는만큼 세밀한 패스워크를 통해 좌측 공격을 풀어나가고자 했다. 그리고 울산 또한 인천의 측면 공격에 대비한 수비 전술을 철저히 준비했다.

우선 인천은 좌측면에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LM 김도혁의 오프더볼 움직임을 활용했다. RCB 김연수가 볼을 점유할 시 우측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인천의 전개 국면에서 왼쪽 하프 스페이스로 들어오는 움직임을 취했던 것과 달리, 오히려 측면으로 빠지거나 전방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통해 상대 선수를 끌어당겼다. LM 김도혁의 오프더볼로 인해 발생한 공간을 향해 ST 천성훈 또는 CM 이동수가 순간적으로 연계 움직임을 가져갔다.

울산은 중앙 지역을 비워두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LM 김도혁으로부터 발생한 공간‘을 방어하고자 했다. 끌어당겨진 DM 이규성과 LCB 김영권, LM 바코, LB 이명재를 제외한 6명의 선수가 해당 공간으로 달려들어감으로써 인천을 왼쪽으로 고립시켰다. 당연한 선수들의 수비 움직임으로 보일 수 있으나, 왼쪽 측면에서의 전개에는 강점이 있으나 중앙 혹은 우측으로의 전환에는 구조적인 약점이 있는 인천의 특성을 잘 이용한 홍명보 감독의 계책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반대로 인천의 숙제로 남을 구조적 문제이다.

인천이 공략하고자 한 공간을 집중 견제하는 울산


인천은 울산의 수비 전술에 의해 볼을 탈취당한 이후 밀집된 선수 구성을 바탕으로 울산을 몰아넣는데, 이와 같은 공수전환 국면에서 인천은 또다시 문제점을 노출한다. 우측 공간에 대한 수비 강화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울산이 방향전환에 성공한 후 역습을 취하는 경우에 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왼쪽 측면 활성화를 위해 좌측에 배치된 많은 인원들이 측면 과밀화에 갇혀 수비 상황에서 빠르게 복귀하지 못하고, 이후 상대의 자유로운 역습을 허용한다는 구조적 문제는 인천의 숙제로 남았다.

울산의 방향전환 후 카운터어택에 대비하지 못하는 인천


인천의 우측 프레싱 국면에서 울산이 풀어나오는 과정 또한 흥미롭다.

인천은 울산의 2CB와 2DM을 인천의 쓰리톱과 더불어 CM 이동수의 전진 배치를 통해 맨마킹을 활용한 전방압박을 구현했다. 인천이 CM 신진호와 CM 문지환으로 미들라인을 구성했을 시 CM 문지환에게 낮은 지역과 높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수비적인 임무를 부여하는 최근의 역할 분담에 강한 전방 압박으로 울산을 몰아넣은 대전의 대응 전술을 적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울산은 CM 이동수의 전진으로 인해 생긴 공간으로 ST 마틴 아담과 LM 바코가 전진할 것을 지시했다. 그럼으로써 RCB 김연수는 2v1 수적 열세 상황에 놓였고, 울산은 볼이 끊기더라도 정돈되지 않은 상태의 인천 수비진을 상대로 전개 국면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인천의 맨투맨 전방압박에 대한 울산의 타개법


인천은 후반전 LM 제르소와 RM 에르난데스 투입을 통해 반전을 꾀했다. 전반전 인천은 신체조건이 뛰어난 ST 천성훈을 향한 롱볼로써 볼을 방출했다면, 후반전 ST 김보섭 원톱 체제로 개편된 인천은 롱볼은 지양하되 발기술이 좋은 세 명의 포워드에게 그라운드 패스를 연결하고자 했다.

그렇다면 ‘크랙’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LM 제르소와 플레이메이킹과 키패스에 능한 RM 에르난데스의 투입 이후 울산의 대응은 어땠을까?

우선 울산은 미들블록을 형성했다. 미들블록은 전방 쓰리톱과 DM 보야니치, 그리고 아타루를 대신해 교체투입한 AM 이청용으로 구성되어있다. 울산이 구축한 오각형 모양의 미들블록은 두 가지 목적을 가진다. 첫번째는 울산이 미들블록을 구축함으로써 수적 열세에 놓은 인천의 중원 라인에 대한 패스루트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이다. 전반전과 달리 인천의 백스리에 대한 압박을 줄이고 중원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였다. 두번째 목적은 바로 한 칸 더 윗선의 쓰리톱을 향한 패스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전반전 오프더볼 움직임으로 공간을 창출하는 데 집중한 LM 김도혁을 대체해 들어온 온더볼 상황에서 강점을 드러내는 LM 제르소와 주로 머리를 활용하던 ST 천성훈을 대신해 투입된 RM 에르난데스에게 볼이 연결됐을 시 위협적인 장면이 더욱 잦은 빈도로 연출될 공산이 컸기에 울산은 두 선수에 대한 패스 연결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썼으며 수비국면에서 DM 이규성에게 LM 제르소를 마크하라는 임무를 부여하기도 했다.

미들블록 형성한 울산


울산의 미들블록을 활용한 수비전술로 패스길 탐색에 어려움을 겪은 인천은 쓰리톱에 대한 압박 분산 및 볼의 원활한 순환를 위해 RM 에르난데스의 위치를 조정하여 1.3.3.4 형태의 새로운 선수 배치 움직임을 가져갔다. RM 에르난데스는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통해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였고, 순간적으로 박스를 향해 쇄도하는 LM 제르소와 ST 김보섭에게 전진패스를 찔러주었다. RM 에르난데스뿐만 아니라 ST 김보섭도 중원에 가담하면서 1.3.3.4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고자 했다.

중원 가담한 RM 에르난데스와 전방 쇄도하는 LM 제르소 & ST 김보섭


마지막으로, 홍명보 감독의 미드필더 운용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울산은 AM 아타루를 대신하여 AM 이청용을 투입한 이후 중원의 절대적인 숫자는 동일하게 가져갔지만, AM 이청용을 낮게 위치시킴으로써 각각의 구역에 따른 상대적인 숫자에 변동을 주었고, 이를 통해 인천이 주로 후방 빌드업 및 전개 국면을 풀어나가는 지역에서의 수적 우위를 챙길 수 있었다.

CM 이동수-CM 여름으로 구성된 인천의 미들라인보다 한 명 더 많은 미드필더 숫자를 통해 선수 활용에 있어서 여유를 챙길 수 있었으며, AM 이청용은 LB 이명재와 함께 RM 에르난데스를 수적 우위인 상태에서 맨 마킹하였고 DM 이규성은 후방 빌드업 등에 대한 부담에서 보다더 자유로운 상태에서 LM 제르소를 맨 마킹할 수 있었고, 이는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인천의 핵심 선수를 봉쇄한 울산의 승리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LB 이명재와 에르난데스를 묶는 AM 이청용, DM 이규성은 제르소 마크


울산은 자신들이 잘하는 축구를 100% 구현해내기보다, 왼쪽 측면에서 강하지만 반대로 왼쪽 측면이 과밀화 됐을 시 반대 측면를 활용하여 풀어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인천의 약점을 공략하였으며 이를 통해 많은 득점으로 연계해나가는 데 실패했으나 인천을 괴롭혔으며, 결과적으로 원정길에서 승점을 획득해냈다. 반면 인천은 울산의 수비전술에 대한 파훼법을 준비했으나 GK 조현우의 신들린 선방, 전반전 노출한 패스미스/터치미스 등 기본적인 실수들, 그리고 운적인 요소 또한 작용하여 좋은 경기를 펼쳤으나 아쉬운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

시즌을 거듭하면서 더욱 유연성을 더해가고 있는 두 감독, 비록 위치는 다르지만 각자 설정한 목표치에 도달하기 위해 더욱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보겠다.

출처: 한국프로축구연맹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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