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K리그 전술분석

[K리그 데이터 말말말] 울산의 높은 경기 지배력의 근원지, 김영권

오성윤 2023. 5. 20. 15:41

점유율, 슈팅 횟수 등은 축구 경기를 시청할 때 흔히 만나볼 수 있는 대표적인 ’양적 데이터‘이다. 위와 같은 지표들은 직관적이기에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동시에 경기 중 발생한 영양가 있는 요소들을 포괄하기 어렵다. 즉 ‘양적 데이터’의 해석만을 수반하여 경기의 행방을 논하는 것은 비약에 가깝다는 것이다. 또한 스포츠 데이터 분석에 관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현재의 판도를 감안한다면, 이러한 ‘양적 데이터’보다는 ’양적 데이터‘의 순도와 영향력을 파악하기에 적합한 ’질적 데이터‘의 공급 및 분석이 더욱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추세이며 경기 준비 과정뿐만 아니라 한 시즌 농사를 어떻게 지을 것인가에 대한 분수령인 이적시장에도 적극 활용된다.

K리그를 주관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이러한 축구판의 흐름에 발 맞춰 2020시즌을 기준으로 여러 ‘질적 데이터’를 대중에 공급하는 과정에 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차례대로 활동량, xG와 아디다스 포인트, 선방지수를 제공해왔으며 2023시즌에는 ‘패킹지수’가 그 주인공이다. 패킹지수란 한 선수가 패스 혹은 드리블로 최대 몇 명의 선수를 제쳤는지 알아볼 수 있는 지수로써, ‘더 많은 수비수를 제칠수록 더 플레이 퀄리티를 창출할 수 있다‘라는 개념에 입각하여 해당 액션이 얼마나 상대팀을 위협했는지를 나타낸다.

그리고 울산현대의 주전 수비수이자 국가대표팀의 베테랑으로 활약 중인 김영권은 K리그1 1~10라운드 동안의 패킹지수를 집계한 결과 연맹이 발표한 모든 지표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점한다. 특히 ‘총 패킹지수’ 부문에서는 2위 이용과 200점에 수렴하는 큰 간격을 벌리며 자신의 가치를 더욱 드높였다. 이와 더불어 ‘장거리 패스 패킹지수’ 부문 또한 2위 티모와 적지 않은 횟수 차이를 기록하였다. 우리는 이를 통해 김영권의 우수한 패킹능력을 확인할 수 있으며, 뿐만 아니라 김영권이 울산 축구의 시작점이자 홍명보 감독의 철학에 방점을 찍는 중요한 개인이라는 사실도 함께 파악할 수 있다.

출처: K리그 공식 페이스북


울산은 기본적으로 경기를 운영하고 지배하는 팀이다. 상대의 스타일에 알맞게 유연한 대응 전술을 준비하지만 대체적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쥐고 경기 흐름의 주체가 되는 게임모델 하에서 그들의 축구를 구사한다. 실제 통계 지표에 기반하였을 때, 울산은 리그 내 평균 점유율과 경기당 전체 패스 횟수 부문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공격 지역 점유율과 위협적인 기회 창출 등의 지표에서 모두 상위권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미루어본다면, 울산은 점유 시간 동안의 목표 설정이 확고하며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적절히 이끌어내고 있다는 사실 또한 도출된다. 다시 말해 점유율 그 자체가 목적인 ’점유율을 위한 점유율‘의 오류가 아닌, 양질의 득점 찬스를 획득한다는 목적이 선행하고 이를 실현화시키는 수단으로써 점유율을 활용하는 바람직한 구조로 경기를 풀어나간다는 말이다.

이렇게 경기를 장관하고 템포를 조절하려는 울산의 게임모델을 실현시키는 중요한 요소인 전력적인 측면을 극복하기 위해 울산은 필연적으로 대부분의 리그 경기를 다소 소극적이고 수비적인 성향의 팀과 치르게 된다. 대전하나, 광주 등 체계적인 압박전술을 바탕으로 울산의 경기 운영을 방해하는 팀도 분명 존재하나, 극소량이더라도 자신들의 축구에 수비적 스탠스를 가미한 채 경기를 준비하는 팀이 대다수다. 패킹패스가 지니는 ‘패스와 드리블을 통한 탈압박‘이라는 패킹의 기본 개념을 되새겼을 때, 앞서 제시한 김영권 패킹능력은 수단적인 성질을 띠는 점유율이라는 가치의 완성도를 위해 갖춰져야할 수비라인부터의 패스워크를 더욱 효율적이게 만들며 활성화시킬 수도 있다. 패스 옵션 확장 등의 기여를 통해 말이다.

후방에서의 패킹패스를 통해 상대의 두줄수비를 무력화시키는 김영권은 우수한 볼 컨트롤 능력을 적극 활용하여 울산의 볼 순환을 더욱 유동적으로 만드는데, 이 떠한 주목받아 마땅하다. 화려한 기술을 보유하여 상대를 탈압박한다고 보는 것은 어려우나 ‘패스를 통한 탈압박’에 매우 능하다. 두줄수비를 형성하여 울산의 수많은 2선 자원들에게 공간을 허용하지 않고자 하는 상대의 의도를 후방에서 김영권 중심의 빌드업을 통해 상대를 끌어들임으로써 상대의 압박체계를 전방에서부터 붕괴시키는 것이다. 돋보이는 전진성을 통해 상대의 압박 기준점까지 진입하여 그들을 끌어들이고 빈 공간에 위치한 동료를 활용하는 플레이는 울산의 시퀀스에서 김영권이 담당하는 주요 역할이다.

전진을 통해 상대 ST와 LM의 압박을 유도하는 김영권. 상대 압박 유도 및 시야 확보로 최소 두가지 이상의 패스길 확보.


하지만 단순히 김영권의 개인의 능력만으로 상대의 두줄수비를 이끌고 공간 창출을 견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성공하더라도 동료들의 적절한 움직임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김영권의 모든 액션은 무용지물이 된다. 홍명보 감독은 김영권의 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변형 백스리를 기반으로 공간 창출에 특화된 빌드업 구조를 마련하였다. 함께 변형 백스리를 구성한 RDM 박용우와 RCB 김기희의 패싱능력은 리그 상위권에 속하며 변형 백스리의 전방을 방어하고 후방 다이아몬드의 꼭짓점을 담당하는 LDM 이규성 또한 조율능력을 통해 울산의 게임 모델을 완성시킨 주역 중 한 명으로 활약 중이나 역시나 LCB 김영권이 위치한 좌측면에서 울산의 공격은 활발하게 일어난다.

우선 수비라인의 횡적 간격은 넓게 유지한다. 상대 공격진의 전방압박을 더욱 쉽게 풀어내기 위함이다. 상대의 압박거리를 연장시키면서 횡패스 시도를 통해 효과적으로 탈압박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르는 리스크는 LDM 이규성의 후방 빌드업 보조를 통해 수비라인의 넓은 횡적 간격에 대한 안정성 확보를 통해 무마하며, RDM 박용우가 백스리의 중앙이 아닌 3선으로 위치를 이동하여 볼의 투입 및 운반을 돕기도 한다. 울산은 위와 같이 과감한 후방 인원 운용을 통해 상대 수비 대형에 균열을 주는 효과도 거두었다. 반면 더욱 높은 지역까지 진입했을 시에는 상대의 더욱 거세진 압박 강도에 대비하기 위해 수비라인간 간격을 좁게 가져가며 전환을 위해 RB 설영우가 종적으로 활발하게 활용된다.

전반적으로 라인을 높게 가져가는 후방 빌드업 대형을 통해 울산은 전방에 더 많은 숫자를 배치할 수 있게 된다. 수비라인의 넓은 간격 형성과 LCB 김영권의 측면지향적 포지셔닝으로 수비적인 역할에서 어느정도 벗어나게 된 LB 이명재가 그 대표 사례다. LB 이명재는 사실상 측면 공격수와 같이 활용되는데, 이는 울산에게 두가지 이점을 제공한다. 우선 LCB 김영권의 활용 구역이 더욱 확장된다. LB 이명재가 상대 RM과 RM를 고정기키면서 LCB 김영권에게 더 많은 공간이 발생하는데, 이때 LCB 김영권은 상대 진영으로 진출한다.

이명재의 마치 윙어와 같은 포지셔닝으로 넓은 공간을 얻은 김영권


‘미끼’ 이명재를 통해 더욱더 높은 지점에서 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 LCB 김영권의 패스를 전방에 횡적으로 포진하여 대기하고 있는 울산의 2선 자원들을 향해 투입한다. 이때 2선 자원들은 대부분 상대의 최종 수비라인 사이로 들어가 상대를 누름으로써 볼의 전진을 의식하여 후방에 대한 인지가 어려워진 상대 중원라인과의 간격을 벌려 상대 포켓 공간에 틈을 발생시킨다. 최전방에 배치된 2선 자원들은 연속적으로 일사분란한 스위칭 움직임을 통해 상대가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하지 못하도록 혼선을 야기한다.

이렇게 발생한 공간은 주로 바코가 활용한다. 울산은 온더볼 상황에 놓여있을 때 강점을 발휘하는 바코가 패스를 받을 충분한 공간을 열어줌으로써 더욱 효율적으로 상대의 밀집 대형을 파훼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ST 주민규/마틴 아담이 내려와서 전방에서 쇄도를 준비하는 동료들에게 볼을 연계하는 패턴도 존재하며, 왼쪽 측면을 중심으로 상대의 과밀화를 유도한 후 오프더볼 상황에서의 공간 침투 및 활용에 능한 루빅손에게 볼을 연결하여 득점을 노리는 시퀀스도 적지 않게 보여진다.

라인 사이 포켓 공간을 공략하는 바코


김영권의 패킹능력은 울산의 단기적인 플랜과 장기적인 플랜 모두에 이점을 부여한다. 단기적으로는 경기장 내에서의 필요 이상으로 긴 빌드업 과정을 수반하지 않아도 상대 진영으로의 불 운반 및 투입이 비교적 수월한 시퀀스를 버낼 수 있게 되었다. 상대 진영에 공간을 발생시키기 위해 횡패스를 시도하는 과정이 울산의 빌드업 과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은 불변하지만, 상대적인 전진패스의 정도의 증가분 또한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장기적으로는 울산의 훈련 시스템과 결부된다. 우선 상대 진영으로 볼을 보내는 방법론에 대한 고찰보단 ‘전방에서 어떻게 풀어나갈까’에 대한 전술적 토대를 견고히 할 시간적 여유가 발생한다. 이것의 결과로써 상술한 앞전의 울산 공격 패턴이 탄생한 것이다.

김영권에서부터 시작하는 울산의 시퀀스에서 파생된 또다른 기록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영권과 함께 후방 작업을 펼치는 이규성이 총 패킹지수에서 5위에, 설영우가 파이널 써드 패킹 지수에서 2위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후자의 경우, 단 4명의 유닛으로 후방 빌드업을 전개하는 울산의 시스템이 설영우의 파이널 써드 지역 볼 터치 횟수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사료된다. 이렇듯 김영권의 패킹능력은 동료들의 능력을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이러한 지원을 팀의 좋은 공격 찬스로 살려내는 동료 선수들의 능력과 이 모든 것들의 구조적 기반을 마련한 홍명보 감독에 대한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올시즌 더욱 완성된 게임모델을 바탕으로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울산이 앞으로 자신들의 축구를 어떻게 더욱 발전시킬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골닷컴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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