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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14R 인천v광주] 인천과 광주, 승리가 절실한 둘의 전술 변화에 대해

오성윤 2023. 5. 28. 22:28

시즌 초반부, 부진하는 경기력과 전술적인 문제 등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승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비상‘이 걸린 두 팀이 만났다. 인천은 많은 기대감을 안은 채 시즌에 돌입했으나 시즌 전체 단 3승만을 거두는 등 실망스러운 행보를 달리고 있으며, 광주는 이정효 감독의 트렌디하고 이색적인 축구관을 바탕으로 리그에 폭풍우를 불러왔으나 절대적인 승리 횟수를 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초반부만큼의 화력을 내뿜지 못하고 있다.

득점과 승리에 대한 극심한 가뭄을 신속하게 타개할 필요가 있었던 두 팀은 모두 이전과는 다른 게임모델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전반적인 구조는 동일하였으나, 시즌 내내 지적받아왔던 포인트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진 것이다. 결과는 무승부에 그쳤으나, 두 팀 모두 각각의 전술적 답답함을 탈피한 모습이었다.

인천은 볼 전진을 더욱 수월히 가져갔으며, 광주는 울산전 이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압박 체계에 대한 재정비를 통해 우수한 수비 통계를 남겼다. 그렇다면 두 팀이 승리를 위해 변화를 택한 전술적 포인트는 무엇이 있을까?

FCU 디자인팀 설창우님 자체 제작


우선 각 팀의 선발 라인업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두 팀 모두 라인업상 변화가 존재했다.

홈팀 인천은 1.3.4.3 포메이션 바탕의 선수단 구성을 준비했다. 수비라인은 전북전 클린시트를 기록한 바 있는 델브리지-권한진-김동민이 백스리를 구성했다. 중원의 경우 강윤구와 김준엽이 각각 양쪽 측면 윙백으로서 출전하였고, 가장 이상적으로 역할 분배가 이루어졌던 신진호-문지환 라인이 가동되었다. 공격진에는 이명주가 우측 포워드로 배치된 것이 눈에 띄었고, 제르소와 에르난데스가 동시 출전하였다.

원정팀 광주는 1.4.4.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선수단을 구성하였다. 수비진의 안영규-티모가 수비라인에서 합을 맞추었고, 이민기와 두현석이 양쪽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중원은 인천 출신 MF 이강현이 이순민과 함께 책임졌으며, U22 카드로써 선발 출장한 정지훈이 엄지상과 교체되기 전 35분 가량 활약하게 되었다. 공격진의 경우, 무면허 운전 이슈로 연맹 차원의 징계 수순을 밟게 된 산드로를 대신하여 허율이 이름을 올렸다.

인천과 광주의 선발 라인업


인천은 후방 빌드업 시 3-1 후방 대형을 갖추었다. RCM 문지환이 백스리 앞에서 경기를 조율했는데, 이때 LWB 강윤구와 RWB 김준엽은 인천이 후방에서 횡패스를 통해 패스루트를 찾을 때 선택지로써 기능하였다. 인천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거센 압박을 구사하는 광주의 수비전술에 대응하시 위해 후방 빌드업을 주도하는 백스리 라인과 RCM 문지환을 제외한 모든 선수에게 오피더볼에서 볼이 전개된 구역에 따라 계속적으로 규칙성 있는 위치 이동을 지시하였다.

왼쪽 측면의 경우, LWB 강윤구를 중심으로 LCM 신진호-ST 에르난데스가 삼각대형을 만들면서 전개 작업에 참여하였다. 세 선수는 각자의 위치에 얽매이지 않고 서로 유연한 위치 이동 움직임을 가져갔다. 이를 통해 세 선수는 왼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를 끌어당김으로써 의도적으로 4v3 수적 열세를 형성하였고, 이는 반대로 광주의 과밀화로 인천이 볼을 전진시킬 수 있는 공간 창출의 일환으로 작용하였다. 소극적인 볼 투입과 선수간 호흡 문제로 발생한 공간이 적절하게 활용되지 못하였으나 순간적으로 광주의 압박전술을 와해하는 데 부분적으로 성공하였다.

오른쪽 측면의 경우, 선수들의 포지셔닝이 다소 자유분방하게 나타났다. RWB 김준엽는 측면에 고정되고, RW 이명주는 활발히 오른쪽 측면과 하프 스페이스를 오가면서 상대 선수를 피닝하는 데 주로 활용되었다. 이는 LW 제르소에게 자유를 부여하기 위함인데, LW 제르소는 RWB 김준엽-RW 이명주가 각각 LW 정지훈-LB 이민기를 피닝하면서 발생한 광주 수비진 사이 횡적 공간을 파고드는 침투 움직임을 통해 광주 수비에 균열을 야기했다. 또한 RW 이명주와 RWB 김준엽이 온더볼에서의 관여도를 높게 가져가지 않는다는 점에 대한 보완을 위해 RCM 문지환은 볼을 직접 투입하는 등 우측 전개에 가담하였다.

인천의 후방 빌드업 시스템과 광주의 압박 전개


광주는 위와 같은 인천의 후방 빌드업 체계에 대응하기 위해 수비적으로 두가지 전술적 포인트를 선보였다.

첫번째는 ’2ST 체제의 유기적 형성‘이다. 광주는 압박인원의 수비 동선을 최소화함으로써 효율적으로 전방압박을 전개했다. 인천의 전진을 저지하기 위해 광주는 인천 후방 빌드업의 구심점이 되는 RCM 문지환을 2ST가 압박하고, LW 정지훈-RW 아사니가 각각 RWB 김준엽-LWB 강윤구를 견제하는 양상을 띠었다. 시즌 내내 후방 빌드업 국면에서 볼을 전진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은 인천의 취약점을 철저히 공략한 것이다.

광주는 기본적으로 2ST가 RCM 문지환에게 향하는 패스를 차단하는 전방압박을 바탕으로 1.4.4.2 두줄수비 형태를 유지하다가 인천의 볼이 측면으로 전개됐을 시 LW-RW 자리에 위치한 선수들이 해당 측면으로 점프하는 수비 방식을 선보였다. LS 허율을 제외한 나머지 세 선수들은 수비 국면에서의 자신들의 위치에 따라 유동적으로 각 위치에서 수비임무를 수행하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인천이 볼 운반의 방향을 후방 지역으로 설정하게끔 유도한 광주는 LCM 이순민 혹은 RCM 이강현에게 다시 한번 점프를 주문함으로써 5~6명의 선수로 인천을 압박한다.

아사니가 최전방에, 이희균이 자신의 위치선정에 따라 우측면에서 수비대형을 구축함.


두번째는 ‘횡적 전진의 차단’이다. 다시 말해, 광주는 백스리보다 한 칸 더 위에 배치된 LWB 강윤구 또는 RWB 김준엽을 통해 전진 및 상대 유도를 꾀하는 인천의 빌드업 패턴을 양측면에 위치한 수비 인원의 압박 동작을 통해 차단하고자 했다.

아래의 장면에서 볼 수 있듯, 우측면에서 수비임무를 수행하던 RW 아사니는 우측면에서부터 횡패스를 받은 이후 좌측면에 위치한 LWB 강윤구를 바라본 LCB 델브리지의 신체 방향 및 시선을 중앙으로 몰아넣었는데, 이때 LWB 강윤구를 향한 패스길을 차단하면서 측면에서 안쪽으로 돌아들어오는 압박 동선이 주요한 역할을 하였다.

좌측면을 바라본 델브리지를 압박을 통해 중앙으로 몰아넣는 아사니


인천은 더욱 높은 위치에서 볼을 투입하기 위해 후방 빌드업 시 전반적으로 3-1 대형을 유지했으나, 광주의 강도 높은 압박전술에 대한 효과적인 타개를 위해 RCM 문지환을 내려 백포를 형성하고 볼을 받아주기 위해 ST 에르난데스/LW 제르소가 번갈아 중앙으로 들어오면서 변칙적으로 4-1 후방 대형을 형성했다. RCM 문지환은 상대의 압박을 피하기만 하는 것이 아닌, 플랫한 포백 대형에서 볼을 받고 3선으로 치고 올라가거나 타 선수에게 패스 이후 오프더볼에서 3선으로 올라가 볼을 받는 방식으로 상대 압박을 유도한 후 공간 패스를 시도하였다.

수비라인이 플랫하다는 점에서 RCM 문지환 외 수비진에 대한 활용이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면서 후방 빌드업 패턴의 단순화 및 라인 사이 공간 유지 실패 등의 구조적 오류가 발견되기도 하였으나, 중앙 전개가 활성화되면서 하프 스페이스에 대한 공략이 더욱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상대 압박을 피하기 위해 수비라인 사이에서 볼을 전개하는 문지환, 문지환을 돕기 위해 내려오는 에르난데스


아래의 장면과 같이 ST 에르난데스/LW 제르소 등 전방 대기 인원이 내려와 볼을 받아주면 중원 유닛이 하프 스페이스 공간을 따라 올라가거나 전방 대기 인원의 지원 움직임으로 발생하는 공간에 대한 전진패스로 상대의 압박 라인을 파괴하는 패턴이 잦게 일어난 것이다.

비록 득점에는 어려움을 겪었으나, LW 제르소와 ST 에르난데스 등 역동성을 바탕으로 한 탈압박에 능한 자원들이 아랫선에서 연계 이후 빠르게 공격에 가담하고, LCM 신진호와 RW 이명주 등이 높은 구역으로 쇄도해들어가면서 양질의 득점 찬스를 창출하는 것에 주력하게끔 한 인천의 공격 패턴은 광주의 거센 중원 압박을 풀어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제르소가 내려와 볼을 받아주고, 이명주와 김준엽이 전진.


반면 광주는 2-4 대형으로 후방 빌드업을 전개하였다. RB 두현석-LB 이민기가 3선에서 2CM을 도왔고, LS 허율은 전방에서 상대 수비라인과 대치하며 전방에서 볼을 대기한 한편 RS 이희균은 전방에 머무르지 않고 중원 싸움에 가담하면서 전방과 후방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했다. 이때 2CM과 2SB은 계속적으로 로테이션을 가져갔는데, 상황에 따라 2CM이 측면으로 빠져 경기를 조율하고 2SB이 중앙에서 볼을 받고 볼을 운반하는 등의 유기적인 3선 위치 변화가 발생했다.

인천은 수비 국면에서 1.5.3.2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LW 제르소-ST 에르난데스만이 광주의 후방 빌드업을 방해하였고, 중원라인과 수비라인은 최대한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정적인 수비 운영을 통해 광주의 공격을 저지하고자 했다. 이때 광주는 2WB이 전진하지 않고 백파이브 대형을 고수하는 인천의 플랫한 수비라인 특징을 활용하여 볼을 전진시켰다.

2-4 대형 바탕의 후방 빌드업을 전개한 광주.


광주의 중원을 통제하고자 한 인천의 전술적 의도를 타개하려하지 않고, 오히려 공격의 무게중심을 측면에 설정함으로써 인천의 미들블록을 볼이 전개된 측면으로 쏠리게 한 것이다. 이를 위해 LCM 이순민과 RCM 이강현은 각 측면에 위치하면서 빌드업을 주도하였다. LB 이민기와 RB 두현석은 한 선수는 볼이 전개된 측면으로, 한 선수는 중원에 가담하면서 인천의 미들블록을 더욱 효과적으로 유인했는데, 이는 상술한 2CM-2SB간 유기적인 로테이션의 궁극적 목적지라고 할 수 있다.

인천은 순간적으로 측면에 많은 숫자를 배치하면서 무게중심을 이동시킨 광주에게 대응하기 위해 2WB이 점프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오프더볼에 놓인 광주 선수들은 이때 발생한 시간적 여유를 활용한 상대 수비라인을 누르는 더미 움직임을 통해 볼의 전진 및 전개를 더욱 수월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인천의 미들블록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 광주는 측면에서 큰 폭의 방향전환을 시도한다. 방향전환에 성공한 후 LW 정지훈/RW 아사니는 상대 수비와 1v1 아이솔레이션에 돌입하는데, 아래의 장면에서 볼 수 있듯 하프 스페이스에 발생한 넓은 공간을 활용한다는 선택지를 가져갈 수 있게 된다. 중앙에 가담한 RB 두현석/LB 이민기는 빠르게 쇄도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하프 스페이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다. RW 아사니/LW 정지훈은 동료 선수들의 적극적인 쇄도 움직임을 통해 직접적인 하프 스페이스 활용 혹은 쇄도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가 끌려가면서 발생한 공간에 대한 활용이라는 두가지 옵션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

방향전환 이후 상대 윙백과 1v1 맞이한 아사니, 그리고 하프 스페이스 공간이 창출된 모습


인천은 또다시 딜레마에 빠졌다. 접근법 자체는 긍정적으로 작용하였으나 마무리가 전혀 되지 않는 모습이었으며, 결국 이번에도 세트피스에 의존하면서 가까스로 승점 1점을 획득했다. 그리고 이의 근본적 원인으로 사료되는 수비라인의 정적인 운영과 선수간 간격 문제 등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시 말해 비효율적 경기 운영으로 숫자적으로 우세한 상황을 만들지 못하면서 내용적으로 좋았던 접근법이 매끄럽게 작동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광주 역시 이정효 감독의 유연한 대처에 기인한 상대 맞춤 전술을 제시하였다. 비록 추가 득점이 터지지는 않았으나, 선제득점 이후 효율적인 운영으로 인천을 고전시키는 데 성공하였으며 수비적으로도 상당히 안정적인 형태를 갖추었다. 하지만 여전히 ‘뒷심 부족’이라는 고질병에 대한 해답은 찾지 못하였다. 또다시 후반전 집중력 문제로 인해 승점 드랍을 면치 못한 것이다. 원정 경기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후반전 중후반부 가장 많은 실점을 허용한 팀’이라는 불명예를 떨쳐내지 못했기에 상당한 아쉬움이 남는다.

승리를 쟁취하는 데 실패했으나 결과에 대한 희망을 남긴 인천과 광주, 두 팀은 과연 빠르게 무승행진의 고리를 끊어내고 반등을 이룩할 수 있을까.

출처: 한국프로축구연맹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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