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K리그 전술분석

[K리그2 19R 안산v부산] 부산이 안산을 무너뜨린 방법, 난해함을 위한 정밀함

오성윤 2023. 7. 3. 21:41

부산은 근 몇년간 겪은 심각한 부진을 딛기 위해 전북 B팀을 이끌던 박진섭 감독을 선임하였고, 2년차에 접어들자 부산은 박진섭 감독의 지휘 하에 전도유망한 어린 선수들을 바탕으로 팀을 재건축하게 체계를 재정비하여 2023 K리그2를 호령하고 있다. 김천상무와 경남FC 등 막강한 경쟁자들이 즐비하나 부산의 상승세는 그들 사이에서도 단연 독보적이다.
 
부산은 시즌 전체적인 관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흐름을 타고 있었으나, 그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19R 승리가 무조건적으로 필요했다. 경쟁자 김천과 경남이 턱 밑까지 숨막히게 추격해왔기에 그들을 따돌릴 수 있는 승점 3점이 절실했고, 17R 김포전과 18R 청주전 모두에서 홈경기 무승부를 거두었기 때문에 승리를 통해 다소 침체되었던 붐위기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만날 상대는 리그 6연패의 여파로 전체 승점 10점에 그치며 13위 천안시티보다 한 단계 위에 랭크되어있는 안산이었다.
 
박진섭 감독은 시즌 전체적인 부진과 더불어 임종헌 감독의 불명예스러운 경질로 인해 어수선해진 안산의 분위기를 최대한 이용하고자 했다. 전술적인 측면에서는 수비 시 양적 우위와 빠른 공수전환으로 승부를 볼 가능성이 높은 안산의 축구를 방해하고, 그들의 오류를 철저히 공략하고자 했다. 그렇다면 박진섭 감독은 안산전 승리를 위해 어떤 카드를 꺼내들었을까?
 

FCU 디자인팀 설창우님 제작


박진섭 감독의 전술전략에 대해 살펴보기에 앞서, 우선 두 팀의 선발 라인업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1.3.4.3 시스템으로 나선 홈팀 안산은 직전 경기인 충남아산전에 비해 선발 명단에 총 다섯 자리에 변화가 있었다. 포메이션도도 백포에서 백스리 기반의 시스템으로 함께 변화했다. GK 이승빈에게 골문을 담당하게 하고, LCB 장준수-CCB 김정호-RCB 고태규로 구성된 백스리 수비라인을 구성했다. 중원은 LWB 김채운과 RWB 이건웅을 양측면 윙백으로 기용하였으며 LCM 김진현-RCM 김재성을 배치했다. 공격진은 U22 카드 LW 강준모와 용병 ST 가브리엘, 그리고 RW 김범수가 포진하였다.
 
반면 원정팀 부산은 1.3.5.2 체제를 바탕으로 경기를 치르고자 했다. GK 구상민이 골문을 지켰으며 RCB 조위제-CCB 이한도-LCB 김상준을 통해 수비라인을 구축했다. 중원은 RWB 최준과 LWB 어정원이 측면에 배치되었고, RCM 최건주-DM 권혁규-LCM 정원진이 포진했다. 공격진은 RS 라마스-LS 프랭클린이 2ST로 나섰다.
 

안산과 부산의 선발 라인업

 
안산을 상대로 주도권을 쥐고 경기 흐름을 주도한 부산은 2-4 후방 대형을 바탕으로 경기를 펼쳐나갔다. RCB 조위제-CCB 이한도가 최후방에서 볼 진행 방향의 결정권을 행사했고, LCB 김상준은 볼의 보다더 효율적인 순환 및 전진을 위해 DM 권혁규와 3선에서 2MF 체제를 구축하였다.
 
부산은 2-4 후방 대형을 형성함으로써 안산의 공격진과 계속적으로 대치했는데, 안산의 전방압박은 부산의 2CB에게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것이 아닌, 부산의 3선 빌드업을 방해하고 저지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따라서 부산은 4v3 수적 우위를 점하면서 후방 빌드업을 전개할 수 있었고, 특히 LW 강준모와 ST 가브리엘이 함께 DM 권혁규를 맨마킹함에 따라 부산의 측면은 더욱 높은 자유도에서 상황을 전개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부산이 후방 빌드업 시 많은 숫자를 배치한 목적은 상대의 전방 인원에 대해 수적 우위를 점함으로써 안정적인 빌드업을 행하는 것보다 상대의 수비라인을 끌어당김으로써 라인과 라인 사이 공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차지하는 것에 비중이 있었다. 따라서 부산은 마치 데 제르비 감독이 이끄는 브라이튼과 같이 의도적으로 볼의 전진을 지양하고 반복적인 횡패스와 백패스를 통해 경기의 템포를 조절함으로써 상대의 압박을 유도하여 패스길을 창출했다.
 

부산의 후방 빌드업 시 시스템 개략도

 
부산은 2-4 후방 대형을 활용하여 볼의 전진에 비해 템포의 조절을 강조하는 전술 컨셉을 구현하고 결과적으로 상대 진영에 자신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발생시키기 위해 몇가지 장치들을 준비했다. 이 장치들은 볼의 위치, 선수간의 간격, 숫자적 환경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부산은 주로 중앙에서 볼을 순환시켜 상대의 압박을 유인한 이후 측면에 프리맨을 창출하고, 그 프리맨에게 볼을 전달하여 공격 국면을 풀어나가고자 했다. 이는 아래의 장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LWB 어정원-LCB 김상준-DM 권혁규-RWB 최준으로 이루어진 부산의 3선 라인이 상대의 4MF로 구성된 미들라인의 상승을 유도하였고, 2-4 후방 대형이 상대에 비해 우위에 있는 숫자적 배경을 활용하여 볼을 측면에 위치한 LWB 어정원에게 배급함과 동시에 자유로운 상황을 창출하였다.
 
부산은 계속적으로 측면에 프리맨을 창출하고, 이로 인해 수비체계에 일시적인 혼돈이 발생한 안산의 어수선함을 최대로 이용했다. 그리고 아래의 장면은 부산이 2-4 후방 라인을 통해 프리맨을 창출하는 것에 성공했을 시, 볼이 후방에 머무를 때 엄격히 분리되어있던 후방 인원과 전방 인원이 순간적으로 연결됨을 보여준다.
 
이는 볼을 점유하고 있는 LWB 어정원에게 여러가지 선택지를 부여함과 동시에, 안산 수비진의 위치 선정에 혼란을 부가했다. 2-4 후방 라인의 적절한 유도로 상대의 수비라인과 미들라인 사이 공간이 발생했고, 해당 공간을 RS 라마스와 LCM 정원진이 차지함으로써 LWB 어정원에게 추가적인 옵션을 제공했다. 반면 안산의 수비진은 RS 라마스와 LCM 정원진의 라인과 라인 사이 공간 차지로 인해 그들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있는 볼에 대해 시선과 동작이 고정되었고, 결국 상대 PA 내부로 쇄도 움직임을 취한 RCM 최건주와 LS 프랭클린은 2v2 수적 동위에서 경합을 펼칠 수 있었다.
 

프리맨이 된 LWB 어정원에게 RS 라마스-LCM 정원진 or LS 프랭클린-RCM 최건주라는 두가지 옵션이 주어짐

 
측면에서 세밀하게 전개하여 볼을 PA 내부로 투입시키는 것이 아닌, 단순히 측면을 거쳐 상대 PA 안으로 볼을 공급하고 투입하는 것을 최종적인 목적으로 설정한 부산은 측면에서 볼이 전개될 경우 볼을 점유한 선수에게 가용 가능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오프더볼을 통해 상대의 측면 과밀화를 유도했다.
 
아래의 상황이 그 단적인 예시이다. 해당 장면에 앞서, LWB 어정원이 볼을 잡아 RS 라마스에게 볼을 전달한 후 RS 라마스가 측면 터치라인에서 포지셔닝을 가져간 LCM 정원진에게 볼을 연결했다. 이때 RS 라마스는 상대 수비라인과 미들라인 사이 공간으로 쇄도해들어감으로써 상대 선수 한명을 묶었고, LWB 어정원도 오버래핑의 움직임을 취함으로써 LCM 정원진에 대한 상대의 견제를 저지할 수 있었다.
 
두 선수의 오프더볼로 인해 LCM 정원진은 측면 2v3 과밀화 상황에서 상대 PA 안으로 자유롭게 볼을 투입할 수 있었고, LS 프랭클린과 RCM 최건주의 PA 쇄도는 또다시 2v2 수적 동위 상황을 창출했다. 동료 선수의 오프더볼이 상대적으로 적게 포진한 상대 수비에 혼란을 가하기 위해 볼을 점유한 선수에 대한 하나의 선택지로서 작용한 것이 아닌, 볼을 점유한 선수가 확실한 목적에 달성하고 이를 위해 상대 수비를 저지하고 밀어내는 하나의 '벽'으로서 기능한 것이다.
 

상대 진영으로 더욱 파고들고자 하는 오프더볼로 LCM 정원진의 자유로운 볼 투입 상황 창출

 
앞서 설명한 RS 라마스의 라인과 라인 사이 움직임은 부산의 공격 전개에 있어서 굉장히 주요한 요소로 역할했다. 이러한 계속적으로 전방에 머무르지 않고 3선의 후방 빌드업을 지원하기 위해 움직임을 가져간 RS 라마스의 오프더볼은 특히 RCM 최건주의 측면 쇄도와 결합되면서 더욱 효과적으로 기능하였다.
 
아래의 장면에서 그 이유를 찾아보자면, 안산의 전방 인원과 부산의 후방 인원이 치열한 경합을 펼친 이후 발생한 세컨볼을 RS 라마스가 잡은 상황에서 RCM 최건주는 즉시 측면을 향해 침투해 들어가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이를 통해 RS 라마스의 전방에서 그를 견제하던 상대 선수가 RCM 최건주에게 끌려가면서 RS 라마스는 자신의 측면에서 볼을 향해 달려오는 상대 선수와 1v1 상황을 맞이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RS 라마스는 전방에 대해 더욱 넓은 시야를 통해 패스를 공급할 수 있었고, 해당 시퀀스는 RCM 최건주를 향한 RS 라마스의 전진 패스와 PA 내부 2v2 상황을 맞이한 LCM 정원진의 득점으로 귀결되었다. 이번에는 RS 라마스의 오프더볼이 직접적으로 활용되면서 측면 프리맨을 창출한 것이다. RS 라마스가 상대 진영에 있을 때는 정적인 프리맨을 만들어 볼 투입을 더욱 용이하게 하였고, 자기 진영에 머무를 시에는 쇄도하는 선수를 프리맨으로 만들어 역습을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었다.
 

RCM 최건주와 RS 라마스의 오프더볼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모습

 
다음은 선수의 횡적 비대칭 활용이다. 부산의 2WB은 계속적으로 서로 비대칭적인 포지셔닝을 가져갔으며 둘 모두 중앙으로 좁혀 들어옴으로써 2CM과 2ST의 후방 관여를 통해 측면에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예를 들면 LWB 어정원과 RWB 최준의 배치를 비대칭적으로 가져가고, 하프 스페이스 공간과 측면 공간 점유에 대한 자유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RS 라마스와 RCM 최건주의 자율성을 최대로 활용하여 공간을 창출하고자 한 것인데, 이를 위해 역시나 RS 라마스와 RCM 최건주의 후방 빌드업에 대한 지원 움직임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아래 상황에서 이를 엿볼 수 있는데, RWB 최준이 터치라인에 위치해있는 한편 LWB 어정원은 경기장 중원에서 볼을 점유 중인 RCB 조위제의 패스 선택지 중 하나로서 위치하고 있다. 이때 RCM 최건주는 오른쪽 측면으로 위치를 변경하여 볼을 잡고, RCM 최건주가 볼을 잡자 RWB 최준은 곧바로 오버래핑 움직임을 시도한다. 이는 LWB 김채운과 LCB 장준수를 자신에게 고정시켜 2v1을 만듦으로써 부산의 3선이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가게끔 하기 위함이다.
 

LWB 어정원과 RWB 최준의 비대칭적 배치

 
볼이 CCB 이한도를 거쳐 RCM 최건주에게 도달한 상황에서 부산은 우선 LW 강준모의 수비 위치를 CCB 이한도로 고정되게 함으로써 3선에서 수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상황을 만들어갈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안산의 LCM 김진현과 2v1 수적 우위에서 공격을 전개하게 된 최건주는 더욱 유리한 조건을 맞이함과 동시에 팀적인 시각에서 안산의 전방 인원과 후방 인원 사이 공간을 더욱 넓게 활용할 수 있었다.
 
이처럼 부산은 상대 진영에서 연속적인 방향 전환을 통해 상대 수비라인의 붕괴를 야기하여 공간을 창출하지 않았고, 오히려 후방 빌드업을 통해 상대를 유인하고 특정 구역에서 수적 우위를 점함으로써 중앙에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에 따라 볼을 점유한 선수는 더욱 유리한 조건에서 상대 PA 내부에 볼을 투입할 수 있었으며 더욱 이상적인 경우에는 상대 라인과 라인 사이 공간에 프리하게 포진해있는 동료들을 활용한다는 선택지도 얻을 수 있었다.
 

오버래핑하는 RWB 최준, RCM 최건주는 LCM 김진현 상대로 2v1 수적 우위 점함


부산은 고정적이고 정밀한 후방 대형을 통해 상대를 유인하였고, 반면 후방 대형을 이루는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공간 점유 및 쇄도를 허용하여 정비되지 않은 안산의 수비라인에 효과적으로 혼란을 부여했다. 그들의 라인을 철저히 분리한 이후에는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볼을 투입하여 자신들이 만들어낸 안산의 구조적 오류를 공략했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축구와 안산의 취약점 및 경기 운영법 사이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 효율적인 접근법을 도출해내고, 더 나아가 긍정적인 경기 결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반면 후반전에 돌입하고나서 부산은 안산의 공격적인 전방압박에 다소 고전하는 기색을 보였다. 측면에서 한 명 이상의 프리맨을 창출함으로써 볼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안산의 전방압박에 빈번히 볼 탈취를 허용했다. 그 결과로써, 부산은 안산에게 후반전 주도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으며 그들의 추격골까지 허용했다. 따라서 부산은 2-4 후방 대형에서 후방 빌드업을 통해 상대를 유인하는 과정에서 보다더 체계적인 방법으로 압박을 풀어나갈 필요가 있었다.

출처: 부산 아이파크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블로그 오성윤의 축구방 - FutbalCreatorOH 관리자
페이스북 페이지 K리그 크리에이터 연합 부관리자
페이스북 Futball Creator United 소속 크리에이터

오 성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