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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이 크랙 없이 이긴 방법 - 후방 자원의 포지셔닝 플레이와 하베르츠의 진가]

오성윤 2023. 9. 29. 22:38

EFL 컵 브렌트포드전, 아스날은 선수 체력 안배 및 부상 관리 차원으로 많은 위치에 선수단 변화를 주었다. 6R 토트넘전과 비교했을 때, 부카요 사카를 대신해서 사고에 주니어가, 제주스를 대신하여 넬슨이 투입되는 등 공격진에서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띄었다. 가브리엘 마르티넬리와 레안드로 트로사르도 부상 이탈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에 아르테타 감독에게는 변화한 선발 라인업만큼의 전술적 조정이 요구되었다.

마르티넬리, 사카 등 개인 기량을 통해 경기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크랙' 자원이 부재한 상황에 대한 아르테타 감독의 대답은 보다 직선적인 후방 빌드업 과정을 가져가는 것이었다. 선발 출전한 리스 넬슨이 이러한 문제를 부분적으로 해소해줄 수 있었으나 주전 자원만큼의 영향력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실전 감각도 부족했기 때문에 아스날의 경기 운영 방식은 기존에 비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사진 1): 오랜만에 선발 기회를 잡은 ESR, 리스 넬슨 (출처: BBC Sport)

 
이때 아스날의 후방 빌드업을 이끌어가는 선수는 GK 램즈데일이다. 이때 아르테타 감독은 GK 램즈데일에게 최근 정확도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롱볼에 대한 부담 대신, 상대 압박이 가해지지 않는 상황에서의 직선적인 전진 패스를 계속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그리고 '드랍'과 같은 유형의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ST 은케티아에게는 GK 램즈데일의 직선 패스 리시버로서의 역할을 부여했다. 

(사진 2)를 보라. 아스날의 후방 대형은 2CB이 GK 램즈데일을 중심으로 하여 넓게 벌리고, 앞선에 DM와 2SB이 위치하며 3-3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때 브렌트포드의 2ST는 아스날의 GK를 중심으로 양측면으로 벌어진 2CB에 대한 압박을 우선적으로 취했고, 이로 인해 GK 램즈데일은 2CB에 대해 서로 간격을 두면서 압박하는 상대 2ST의 사이 공간을 전진 및 볼 배급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브렌트포드의 수비 블록 형태를 살펴보자면, LWB 히키가 RB 화이트를, CM 뇌르고르가 DM 조르지뉴를, RCM 온예카가 LB 키비오르, LCM 야넬트가 LCM 하베르츠를 각각 마크하는 식의 맨투맨 대형을 구축했다. 이때 브렌트포드는 상대 후방 자원의 숫자에 맞춰 RWB 로에르슬레프는 LW 넬슨을 견제하도록 지시함으로써 1.4.4.2 형태의 미들 블록을 구축했다. 
 

(사진 2): 브렌트포드의 2ST가 아스날의 2CB을 압박하면서 GK 램즈데일은 전진 공간 확보

 
(사진 2)와 같은 구조에서 아스날은 ST 은케티아가 내려올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해야 했다. 이를 위해 3-3 구조와 더불어 계속적으로 팀의 후방 빌드업에 관여한 2CM의 포지셔닝 플레이는 상대 선수를 측면으로 밀어낼 필요가 있었다. (사진 2)에서 볼 수 있듯, LB 키비오르는 아스날의 좌측면을 향해 상대 RCM를 끌어당기고 있으며 DM 조르지뉴도 또한 GK 램즈데일의 1차 패스 선택지로서 우측 하프 스페이스를 따라 상대 CM를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상대 MF를 끌어당기는 LCM 하베르츠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 2)에서 하베르츠의 마크맨인 상대 LCM가 ST 은케티아의 존재를 의식하며 자신의 위치를 경기장 중앙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때 하베르츠는 상대 LCM를 끌어당기기 위해 자신이 직접 ST 드랍 공간으로 향했다. 이러한 동작으로 하베르츠는 상대 MF를 측면으로 유인해내는 데 성공했고, (사진 3)에서 볼 수 있듯 ST-GK 간 연결은 성공적이었다.
 
GK 램즈데일의 패스 공간과 ST 은케티아의 드랍 공간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성공하면서 아르테타 감독의 경기 전략이 정상 작동한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아스날 후방 자원들의 포지셔닝 플레이가 진행되는 동안 창출된 브렌트포드 LCM-RCM 사이 공간을 포착한 LCM 하베르츠가 해당 공간을 향해 곧바로 쇄도하며 ST 은케티아가 드랍된 이후 가져갈 수 있는 패스 선택지를 제공함과 더불어 빠른 볼 전진을 추구할 수 있었다.
 

(사진 3): 아스날 후방 자원들의 포지셔닝 플레이를 통해 브렌트포드 LCM-RCM 사이 공간이 발생했고, 이 공간을 통해 은케티아-하베르츠는 연계 및 전진

 
(사진 4~5)도 (사진 2~3)에서 드러난 아스날의 후방 전개 과정과 일맥상통한다. (사진 4)에서 하베르츠는 자신의 마크맨이 LCM가 아닌 RCB으로 바뀌자 순간적으로 전진하면서 ST 은케티아의 드랍 공간을 확보했고, ST 은케티아 드랍으로 발생한 최전방 공백을 채웠다. 이와 더불어 브렌트포드 2ST는 아스날 2CB에게, CM는 DM에게, RCM는 LB에게 유도되어 중앙에 대한 선수 밀도가 작아졌음을 확인 가능하다.
 

(사진 4): (사진 1)과 대체적으로 비슷한 구도이나 하베르츠의 마크맨이 RCB으로 바뀜

 
ST 은케티아가 드랍되면서 GK 램즈데일의 직선 패스가 정확히 배달되었으나, 이후 볼을 전진시킬 수 있는 경로로서의 패스 선택지는 마땅하지 않다. 따라서 은케티아는 급하게 볼을 전진시키기보단 LCB 마갈량이스에게 백패스를 보내 마크맨을 자기 진영으로 더욱 끌이고자 했다. 은케티아의 의도대로 아스날 후방 자원에 대한 맨투맨을 담당한 브렌트포드 수비 인원들이 전진하자, GK 램즈데일은 롱볼을 통해 볼을 상대 진영으로 투입했다.
 
이는 ST 은케티아의 드랍으로 인해 발생한 상대 수비라인-미들라인 사이 공간을 공략하기 위함이다. 전방 쇄도한 LCM 하베르츠와 LW 넬슨이 해당 공간을 점거하고 있었고, LCM 하베르츠가 공중 경합을 펼치면 LW 넬슨과 ST 은케티아가 세컨볼을 차지하는 방식으로 해당 시퀀스는 진행되었다. 이처럼 하베르츠-은케티아는 각각 볼 리시버와 공간 창출자의 역할을 번갈아 수행하면서 GK의 다이렉트 패스를 배급받았다.
 

(사진 5): 은케티아 드랍이 성공적으로 시도되었으나 이후 패스 선택지가 마땅하지 않았고, 전방 쇄도한 하베르츠를 통해 볼 전진 시도함

 
(사진 6)도 그 단적인 예시다. (사진 6)에서 브렌트포드의 LCM는 아스날 RCM을, RCM는 DM를 마크 중이며 LCM 하베르츠는 CM 뇌르고르의 맨투맨 대상이 되었다. 이때 ST 은케티아는 상대 LCM-CM 사이 공간이 발생하자 곧바로 드랍되었고, 이를 빠르게 눈치챈 CM 뇌르고르는 중앙으로 자신의 위치를 이동시켰다. 하지만 은케티아-하베르츠의 유동적 역할 변환으로 아스날의 후방 전개는 다시 한번 전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상대 CM의 중앙으로 향하는 움직임을 확인한 LCM 하베르츠는 CM의 움직임에 대해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았고, 어느정도 서로 간의 거리가 발생하자 상대 CM의 블라인드 사이드를 거쳐 GK 램즈데일의 볼을 받기 위한 움직임을 가져간 것이다. (사진 4~5)의 후속 상황과 같이 LCM 하베르츠가 공간 창출자일뿐만 아니라 볼 리시버로서도 역할한 장면이다.
 

(사진 6): 상대 CM가 드랍되는 은케티아에게 향하자 자신이 직접 볼 리시버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하베르츠

 
아스날은 EFL 컵 브렌트포드전을 통해 ESR, 넬슨 등 출전시간이 부족한 자원에 대한 능력 점검뿐만 아니라 이번 시즌 선수 활용 및 기량적 측면에 있어서 비판을 받은 램즈데일과 하베르츠의 문제를 부분적으로 해소했다. 연령별 수준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인 사고에 주니어의 기량도 엿볼 수 있었다.
 
아르테타 감독은 과연 브렌트포드전을 통해 제시된 또다른 전술 체제를 앞으로의 일정에서 활용할 것인가?
 

(사진 7): 출처: 아스날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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