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R 브라이튼전을 준비하는 맨유는 크나큰 시련을 맛보았다. 루크 쇼와 라파엘 바란 등의 주전 자원들이 부상으로 선수단에서 이탈하였으며 안토니와 제이든 산초는 축구 외적인 문제로 인해 경기 출전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이는 텐 하흐 감독의 선수단 기용에 관한 선택지가 매우 제한되었음을 의미했다.
맨유는 위의 선수단 문제뿐만 아니라 팀 전체적으로 침체된 분위기, 계속되는 성적 부진 등의 이유로 고통받고 있었기 때문에 브라이튼전 승리가 절실했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라커룸의 공기를 반전시킬 의무가 있었던 텐 하흐 감독은 '중앙 밀집형' 경기 운영을 통해 이를 타개하고자 했다.
텐 하흐 감독이 준비한 ‘중앙 밀집형’ 경기 운영은 현대축구에서 그 의미가 거의 사라졌으나 팀의 경기 성향을 파악하기 가장 쉬운 도구인 '경기 전 포메이션'을 통해서도 명확하게 나타났다. 맨유는 1.4.3.1.2 시스템을 통해 총 4명의 MF 자원을 기용했으며 2ST 체제 활용을 통해 측면 자원의 부족을 극복했고, 이를 통해 중앙 구역에 대한 밀도를 높이려는 맨유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텐 하흐 감독의 중앙 밀집형 경기 운영은 선수단 사정과의 현실적인 타협점인 동시에 브라이튼의 게임모델을 관통하기 위한 최선의 대응책으로써 준비되었다. 남은 선수단의 이점을 증폭시키는 동시에 상대의 축구를 통제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영리한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데제르비 감독 하의 브라이튼은 역시나 후방 빌드업에 강점을 보였고, 이는 브라이튼이 아래의 10회 이상의 패스를 포함하는 하나의 시퀀스를 득점으로 이끌어나가는 능력을 나타내는 ‘BUILD-UP ATTACKS’라는 지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것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텐 하흐 감독은 브라이튼의 후방 빌드업을 방해하기 위해 중앙에 최대한 많은 자원을 배치하여 중앙에 대한 견제를 강화했다.
그렇다면 ‘중앙 밀집형’ 경기 운영을 바탕으로 한 맨유의 후방 빌드업을 살펴보자. 맨유는 우선 이전 경기들과 같이 GK 오나나를 중심으로 2CB을 넓게 벌려 2SB이 높게 올라갈 수 있도록 했고, 넓게 퍼진 2CB의 사이 공간은 DM 카세미루가 차지하며 전방으로의 볼 배급을 담당하도록 했다.
중앙 밀집형 1.4.3.1.2 시스템을 사용한 맨유는 DM 카세미루가 내려가더라도 3명 이상의 MF를 중원에 배치할 수 있었고, 최전방에 포진한 래시포드-호일룬의 2ST 구조는 상대 수비 블록을 중앙으로 밀집시키기에 적합했다. 브라이튼을 중앙 밀집시켜 수적인 우위를 통해 경기 전반적인 분위기를 주도하겠다는 맨유의 의도가 드러났던 것이다.
한편 브라이튼은 맨투맨 형식으로 맨유의 중앙 밀집된 공격 대형을 방어하기 위해 2SB에게 중앙 수비 가담을 지시하면서 수적으로 동등한 위치를 점했다. 하지만 이는 맨유가 활용할 수 있는 측면 공간을 다분히 노출하는 원인으로 작용했고, 이때 RB 달롯과 RST 래시포드는 해당 공간으로 쇄도하면서 브라이튼의 측면을 공략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이 LB 람프티가 RCM 맥토미니를 압박하며 왼쪽 측면에 빈 공간이 생긴 것인데, 이때 RB 달롯을 맨마킹한 브라이튼의 LW 미토마는 RB 달롯의 공간 침투를 제어해야만 했다. 맨유는 이러한 방식으로 LW 미토마에게 수비적 부담을 안겨줌으로써 LW 미토마의 수비 시간을 늘리고 공격적 영향력은 억제하겠다는 경기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맨유는 브라이튼이 볼을 점유할 시에도 맨유는 중앙 밀집형 1.4.3.1.2 시스템을 고수하였고, 많은 숫자의 중앙 자원들을 통해 브라이튼의 후방 빌드업 패스 선택지를 제거하였다. 브라이튼의 2SB은 LCM 에릭센과 RCM 맥토미니가 견제했고, ST 웰백이 내려오는 움직임으로 브라이튼의 후방 빌드업에 새로운 패스 선택지를 제공할 경우에는 LCB 리산드로 마르티네즈가 ST 웰백을 따라 올라가며 이를 저지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LCB 리산드로 마르티네즈가 올라가면서 발생한 수비라인 사이 공간은 브라이튼이 ST 웰백과 AM 랄라나가 브라이튼의 후방 자원들에게 전진 패스 선택지를 제공하라 수 있도록 맨유의 3선에 배치하면서 크게 위협을 받지 않았고, 이로 인해 맨유의 2SB은 최후방에 대한 부담을 덜은 RCB 린델뢰프의 가세로 브라이튼의 측면 전개를 2v1 수적 우위를 통해 방어할 수 있게 되었다.
맨유는 맨투맨을 바탕으로 브라이튼의 후방 빌드업 인원을 압박하며 브라이튼의 볼 순환 및 전진을 통제하는 데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맨유는 계속적으로 AM 랄라나를 놓치고 있었으며 맨유의 사소한 실수는 그들의 수비 국면에 역화를 일으켰다.
브라이튼은 맨유의 중앙 밀집형 수비 블록을 타개하기 위해 맨유의 구역별 수비 전술을 역이용했다. 텐 하흐 감독은 브라이튼이 GK 스틸에게 볼을 보냈을 경우 1.4.3.1.2 형태의 수비 블록 모두가 아닌 1-2 형태의 전방 대형만 올라가도록 지시했는데, 브라이튼을 이를 파악하여 계속적으로 전방 대형이 남은 수비 인원과 거리를 벌리도록 강제하고자 했다.
따라서 브라이튼은 패스 선택지가 마땅치 않을 시 의도적으로 GK 스틸에게 백패스 후 이를 압박하러 따라온 맨유의 1-2 전방 대형을 상대로 디펜시브 써드 5v3 수적 우위를 점했다. 맨유는 브라이튼이 GK 스틸에게 백패스를 보낼 경우, 1-2 전방 대형 중 RST 래시포드는 RCB 판 헤케에 대한 패스 루트를 차단하며 GK 스틸을 입박하였고, LST 호일룬은 LCB 덩크를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압박하며 브라이튼을 우측면으로 몰고 갔다.
브라이튼은 맨유의 의도대로 우측면에서 고립되었으나, 이는 역으로 브라이튼의 약속된 후방 전개의 트리거로 작용했다. 상대 전방 대형을 끌어내는 것에 성공하자 브라이튼은 맨유가 놓친 AM 랄라나의 드랍을 통해 새로운 패스 선택지를 창출했고, 맨유의 1-2 전방 대형이 특정 측면으로 쏠린 것을 이용해 LCB 덩크 -> AM 랄라나 -> RDM 그로스 순서의 패스 전개로 맨유의 우측면을 공략한 것이다.
그리고 이때 브라이튼은 AM 랄라나에게 두 가지 이상의 패스 선택지를 부여하고자 했다. GK 스틸을 중심으로 좌측을 향해 넓게 퍼져있던 LCB 덩크가 볼을 잡는다면 LST 호일룬은 LCB 덩크를 압박하러 따라갔는데, 이때 LDM 다후드는 LST 호일룬의 배후 공간을 따라 빠르게 움직여 볼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면서 AM 랄라나가 RDM 그로스 혹은 자신에게 패스를 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선택지를 제공했다.
이처럼 LDM 다후드의 상대 블라인드 사이드에 ‘숨는’ 오프더볼 액션은 DM 카세미루를 끌고 드랍된 AM 랄라나에게 백패스 선택지를 마련해 주기 위한 의도가 내포되어 있으며, 이를 인지한 AM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LDM 다후드의 볼 소유를 차단하기 위해 브라이튼의 좌측면으로 유도되면서 RDM 그로스는 더욱 확실한 프리맨이 되었다.
후방 전개 국면에 깊게 참여하기보단 프리맨이 되기 위해 우측면 포지셔닝을 취하는 것에 집중한 RDM 그로스는 우측면의 넓은 공간을 활용하였고, RDM 그로스가 우측면에서의 뛰어난 볼 관리 및 배급 능력을 바탕으로 'RB'의 역할을 대신 담당하자 브라이튼은 대부분의 전개 국면에서 RB 벨트만을 높게 배치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이는 맨유의 왼쪽 측면에 많은 숫자의 브라이튼 공격 자원이 배치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하며, RW 아딩그라-ST 웰백이 하프 스페이스에서 더욱 유기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음을 의미했다. 둘은 RB 벨트만의 가세로 인해 LCB 리산드로 마르티네즈-LB 레길론을 상대로 상대로 3v2 수적 우위를 점하며 PA 안으로의 볼 투입 과정을 수월히 가져갔으며 이는 선제골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텐 하흐 감독의 상대에 대한, 그리고 현 상황에 대한 대응 전술은 실패로 돌아갔다. 원래의 의도대로 상대의 후방 빌드업을 방해하는 작업에서 실효를 거두기도 했지만, 브라이튼의 대응책에 의해 측면 공간을 노출하며 대실점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기 때문이다. 빅 찬스 생산도 단 1회에 그쳤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참패를 당하며 리그 13위로 추락한 맨유는 과연 6R 번리전 승리를 통해 비상할 수 있을 것인가? 뉴캐슬과 맨유라는 강적을 차례대로 잡아내며 5위에 등극한 브라이튼은 과연 이번 시즌을 토대로 강팀의 반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인가?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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