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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를 묶은 AC밀란의 수비론은 무엇일까

오성윤 2023. 4. 23. 18:23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다시’ 역사를 쓰는 팀 밀란과 ‘새로운’ 역사를 쓰는 팀 나폴리의 맞대결 승자는 결국 큰 대회 경험 측면에서 우세함을 점한 밀란이 승리를 거두면서 오랜만에 챔피언스리그 4강 무대에 밟을 들이게 되었다. 비록 나폴리와의 상대 전적과 나폴리의 다소 침체된 최근의 분위기라는 또다른 경기장 외적인 요소의 영향이 나폴리의 탈락 및 밀란의 승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지만, 그럼에도 밀란이 경험자의 입장에서 노련하게 토너먼트를 풀어나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시즌 가장 핫한 두 명인 ‘흐비차’와 ‘오시멘’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나폴리의 공격 작업에 대한 밀란 피올리 감독의 접근법이 굉장히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나폴리의 중앙 접근에 대한 방어 및 소수의 인원만을 활용한 효율적인 공격을 경기 컨셉으로 하여 나폴리의 공세를 막아낸 것이다.

2차전 경기 xG와 xT를 비교함으로써 경기 양상 및 두 팀의 경기 운영 방식을 살펴볼 수 있는데, 현저히 높고 압도적인 xT를 텅해 2차전 대략 7:3의 점유율을 가져가며 경기 운영의 주체가 된 나폴리의 경기 지배력을 살펴볼 수 있다. 이는 나폴리가 계속해서 밀란 진영에 대한 전진을 시도하고 위협적인 찬스를 창출하려고 했음을 의미한다. 반면 xG 측면에서는 극초반과 극후반을 제외하면 밀란에 비해 우위를 점하지 못했으며, 밀란이 선제 득점을 했음을 감안하더라도 나폴리의 xG 증가분은 좀처럼 증가할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즉 나폴리는 상대 골문을 직접적으로 타격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성공률은 극히 낮았다는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

밀란에 비해 현저히 낮은 나폴리의 xG와 나폴리의 경기 지배력을 엿볼 수 있는 xT 흐름 (출처: 트위터 @DatoBHJ)


나폴리는 흐비차를 통해 경기를 풀어나가고자 했다. 흐비차의 볼 운반 능력 및 드리블 돌파 능력을 활용하여 측면을 활성화시킴과 동시에 상대 수비진을 측면으로 이끌어내고, 이에 대한 연쇄 효과로써 나폴리가 흐비차에게 대부분의 공격 전개를 맡긴 궁극적 이유인 상대 박스 안 공간 창출이라는 최종 단계로의 도달을 위함이다. 실제로 흐비차는 2차전 18회의 드리블 돌파 시도를 기록하였고, 패스맵에서도 볼 수 있듯 나폴리가 행하는 패스 전개의 정방향은 흐비차가 위치한 왼쪽 측면임을 알 수 있다.

공격 시 측면의 흐비차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 나폴리는 원활한 공격 작업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오시멘’을 필요로 했다. 흐비차가 어떤 방식으로든 상대 수비를 이끌어냈을 때 다음 상황에서 흐비차가 박스 안으로 볼을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데, 오시멘이 이러한 플레이에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1차전 나폴리는 흐비차와 함께 전방에서 연계해나갈 수 있는 오시멘의 부재와 그 대안인 ’엘마스 제로톱‘가 실패로 돌아가며 공격의 답답함을 해소하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2차전, 부상에서부터 선발 복귀한 오시멘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나폴리가 공격을 풀어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무엇일까?

나폴리의 패스맵. 공격 시 흐비차에게 많은 볼이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밀란이 수공 전환 국면에서 차지할 수 있는 이점을 일부 포기하면서 수비 지역에 대부분의 선수를 배치했기 때문이다. LM 흐비차의 박스로의 접근을 억제하기 위해 측면수비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측면수비를 위해 LM 흐비차에게 끌려가는 RB 칼라브리아의 블라인드 사이드에 발생하는 박스 내부 공간을 깊게 내려선 DM 크루니치/토날리에게 지역 방어는 수비시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이러한 수비 전술로 밀란은 최대 5백에서 6백까지 형성하였는데, 결과적으로 나폴리가 밀란의 수비벽을 돌파하지 못하면서 피올리 감독의 ‘수비적 수적우위’를 추구하는 수비 전술이 딱 맞아떨어졌다.

LM 흐비차에게 끌려가는 RB 칼라브리아와 이 상황에서 발생하는 박스 안 빈공간을 커버하는 DM 크루니치


밀란은 비단 LM 흐비차 발생시키는 공간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LM 흐비차에 대한 수비 또한 확실하게 가져감으로써 나폴리의 왼쪽 측면 공격을 더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바로 LM 흐비차가 볼을 소유할 시 그에게 2v1 수적 우위 상황을 만들면서 돌파 공간을 협소하게 만드는 것이다. 고정된 수비 인원인 RB 칼라브리아와 CB 키예르/RM 브라힘이 주로 측면수비에 관여하면서 흐비차를 대인방어했는데, 이때 CB 키예르가 끌려나갈 시 발생하는 공간은 DM 크루니치/토날리가 유동적인 움직임을 통해 커버하는 모습을 보였다. RM 로사노/폴리타노에게도 동일한 수비 방식이 적용되었으며, 주로 LB 테오와 AM 베나세르/LM 레앙이 측면수비에 참여했다.

측면 2v1 대인방어를 기조로 하는 밀란의 수비전술


나폴리는 이에 대해 RB 디 로렌조를 활용하여 대응 움직임을 가져갔다. 언더래핑 움직임을 통해 RM 로사노에게 공간을 열어주고자 했지만 즉각적으로 3v2 상황을 만든 후 DM 크루니치를 통해 수비라인를 견고히 하는 밀란의 완벽한 대응에 따라 RB 디 로렌조의 언더래핑 혹은 오버래핑 움직임은 성공적으로 먹혀들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RB 디 로렌조가 언더래핑이 아닌 아예 중앙으로 가세해버리면서 밀란의 수비 조직에 균열이 발생했다. 이는 나폴리의 중앙 점유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위의 자료에서 볼 수 있듯 RB 디 로렌조가 상대 포켓 공간, 상대 수비 조직의 라인 사이 공간으로 침투함으로써 상대의 두줄수비 시스템이 중앙 지역에 과밀화되는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RB 디 로렌조의 중앙 침투 움직임에 유도된 LM 레앙과 LB 테오의 수비 지역 움직임으로 인해 RM 로사노는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을 차지하게 됐는데, RB 디 로렌조는 동료 CM이 시도하는 방향 전환의 용이성을 높일 수 있는 다리 역할을 수행하며 공간에 대해 침투하는 RM 로사노에게 볼을 연결하기도 한다.

RB 디 로렌조의 오프더볼 움직임으로 인해 중앙 과밀화되는 밀란과 공간을 얻은 RM 로사노


RB 디 로렌조의 안으로 좁혀들어오는 움직임에 의해 수비진에 균열이 생긴 밀란의 수비진은 이외의 상황에서도 흔들리기 시작했고, 피올리 감독은 흔들리는 수비 전술을 가다듬고 다시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피드백을 거친 피올리 감독은 후반전 중반 교체를 가져간 이후 개편된 최전방 ST 레앙-AM 베나세르-RM 브라힘을 통해 나폴리의 중앙 접근을 제한했다. 중앙에는 나폴리가 포켓 공간에 MF 선수들을 많이 배치하지 않는다는 특성을 인지해 DM 토날리/크루니치만을 배치하며 선수단의 비효율적 포지셔닝을 최소화했으며, 나폴리에 대한 중앙 제한에 성공한 밀란은 LM 오리기를 박스 안에서 상대 RM 로사노를 견제하게끔 하였다. 이는 결국 밀란의 수비전술에 의해 측면으로 몰아진 나폴리가 박스 안으로 크로스로 올릴 때 밀란이 박스 안 많은 숫자 배치를 통한 6v2 내지 6v3 수적 우위를 가져감으로써 나폴리의 슈팅을 방지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나폴리가 측면으로 볼을 전달했을 시 ST 레앙은 밀란의 유연한 역습 전개를 위해 최전방에서 대기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나폴리를 측면으로 몰아넣은 후 박스 안 수적 우위를 점하는 밀란


전후반 내내 밀란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수행한 LM 레앙은 밀란이 수비적인 축구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레앙을 통해 상대 진영으로의 빠른 볼의 운반이 가능해지면서 공격에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시퀀스를 만들어냄으로써 상황을 계속 순환시켜 나폴리는 공격 진형을 다시 갖추는 데 시간을 할애해야하는 반면 밀란은 다시 수비라인을 원상복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위의 자료와 같이 왼쪽으로의 볼 전진에 성공한 LM 레앙은 RB 디 로렌조-CM 로보트카-RM 로사노 세 선수를 유인했는데, 이때 LB 테오는 오버래핑이나 언더래핑 따위의 움직임을 통해 레앙을 돕지 않고 중앙으로 이동한다. 이를 통해 LM 레앙은 측면에 고립되지만 AM 베나세르-ST 지루-RM 브라힘 나폴리의 최종 수비라인과 최고의 경우 3v3 수적 동위를 가져갈 수 있게 한다. 낮은 위치에서 LM 레앙에게 볼을 공급하는 선수를 고려한다면 전방 인원이 감소하므로 보통 3v2 열세를 맞이하는 편이다.

또한 왼쪽 하프 스페이스에서 쇄도하는 AM 베나세르는 LM 레앙이 끌어당긴 세 선수의 블라인드 사이드에 발생한 공간을 점유할 수 있게 되며, 중앙 움직임을 가져간 LB 테오는 공수전환 상황에서 빠르게 수비 대형을 갖추기 위해 공격 인원과 어느 정도 간격을 유지한 수비라인과 최후방 수비라인을 방어할 1차 저지선 및 레앙에게 왼쪽 측면을 맡기는 밀란의 공격 시스템에서 중앙으로 전환됐을 시 수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LM을 통한 상대 선수 유도, 그리고 그때 발생하는 공간 활용이라는 큰 틀에서의 공격 컨셉이 나폴리와 일맥상통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수비라인이 낮은 밀란의 특성상 역습 상황이 여러차례 연출되었기에 레앙의 개인 능력을 통한 박스 안으로의 접근하는 양상의 공격 패턴도 적지 않았으며, 이를 통해 PK를 획득해내기도 했다.

레앙을 통한 밀란의 공격


밀란은 측면을 활성화하고자 한 나폴리의 공격 전술을 역이용했다. 공격적 숫자 배치를 포기하고 수비적으로 많은 숫자를 두고 흐비차와 로사노를 측면에 가둠으로써 나폴리의 공격 루트를 획일화시킨 것이다. 이는 1차전 오시멘 부재의 영향으로 중앙 지역과 우측면에서의 점유 시간과 영향력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을 안고 2차전에 돌입한 나폴리를 다시 한번 같은 미궁에 빠뜨리고자 한 피올리 감독의 전술적 판단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폴리는 오른쪽 측면에서의 점유 시간 및 영향력 측면에서는 개선된 모습이었으나 역시나 중앙 지역 공략에는 아쉬움을 남겼다.

피올리 감독은 또한 ‘레앙’이라는 카드를 활용하여 경기 내내 낮은 라인을 유지하며 수비적인 스탠스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소 의존적이지만 확실하고 빠른 공격 전술을 통해 경기의 흐름이 나폴리에게 완전히 넘어가지 않도록 상황을 순환시켰다. 부상, 카드 트러블 등으로 선수단에 변동이 발생해 조직력과 전력이 다소 약화된 경향이 있는 나폴리의 팀적인 상황이 적절하게 맞물리면서 피올리 감독의 공격 전술은 결국 중요한 순간마다 나폴리의 허를 찌르게 되는 결과로 귀착되었다.

완벽한 전술 승리를 가져간 피올리 감독과 경험적 측면의 우세함으로 리그 선두 나폴리를 꺾고 챔피언스리그 4강 무대에 안착하는 영예를 누리게 된 밀란, 과연 챔피언스리그에서 기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밀란의 챔피언스리그 도전기에는 ‘유서 깊은 명가의 재건’이라는 아주 흥미로운 부제 또한 따라붙기 때문에 그들의 미래가 더욱 주목된다.

출처: 세리에A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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