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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를 붕괴시킨 브라이튼의 측면 접근법

오성윤 2023. 4. 17. 17:35

브라이튼은 2022/23 시즌 프리미어리그 가장 놀라운 팀을 선정한다면 절대 빠질 수 없는 팀이다. 전 리그를 통틀어 보더라도 브라이튼의 반란과 상승세는 아스톤 빌라, 나폴리 등 이번 시즌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여타 팀들과 함께 주목받아야 마땅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일본에서 건너온 크랙, ‘미토마’가 있다. 미토마는 세밀하고 디테일한 드리블을 통한 기회 창출에 굉장히 능한데, 주로 측면에 넓게 위치해있지만 터치라인과 맞닿아있는 박스 내부 공간에서 그의 드리블은 진가를 발휘한다.

미토마의 히트맵을 통해 미토마가 어느 공간에서 터치를 가져가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왼쪽 측면 터치라인 부근에서부터 박스 내부 공간까지의 터치 빈도가 굉장히 잦다. 해당 공간에서의 드리블 성공률이 54%로 높은 편에 속하지는 않으나, 많은 드리블 시도 횟수와 볼 운반을 통해 얼마나 위협적인 기회를 창출했는가에 대한 기대지수인 xT carries 부문에서 잭 그릴리시와 리그 공동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미토마의 생산성이 높으며 팀의 성적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왼쪽 측면과 박스 안 왼쪽 구역에서의 터치 횟수가 많다 (출처: SofaScore)


브라이튼의 데 제르비 감독은 미토마의 생산력을 더욱 증폭시키기 위해 왼쪽 측면에서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에스투피냔을 적극 활용했다. 에스투피냔은 드리블 돌파에 능한 미토마에게 계속해서 상대와의 1v1 구도를 만들어주기 위해 측면에서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는 유동적인 포지셔닝 플레이를 수행했다. 또한 미토마-에스투피냔이 측면에서 상황을 전개할 때 상대가 압박을 가할 시 수적 열세에 처하게 된다는 허점은 브라이튼의 3MF 체제 중 한 명이 제삼자로서 움직임과 패스를 통해 미토마-에스투피냔의 측면 전개에 가담했는데, 첼시전에는 주로 맥알리스터/엔시소가 그 역할을 맡았다.

브라이튼은 후방 빌드업을 통한 볼의 직선적 투입에 굉장히 능한 팀이다. 실제로 맨시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브라이튼은 모든 리그를 통틀어 가장 후방 빌드업을 잘하는 팀“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첼시전 선보인 브라이튼의 후방 빌드업을 바탕으로 한 전방 볼 투입 시스템은 어떤 구조일까?

브라이튼의 후방 빌드업은 GK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기본적으로 브라이튼은 후방 빌드업 시 후방에 많은 숫자를 두는데, 이는 깊은 구역에서 상대의 압박으로 볼의 소유권을 잃었을 시 감수해야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후방 인원들에게 더욱 많은 패스 선택지를 열어줌과 동시에 상대의 전방 압박 시스템을 더욱 깊은 곳으로 끌어들인다는 두가지 목적을 지닌다. 하지만 이 경기 브라이튼은 ‘상대 유인’에 더욱 집중했다. 브라이튼의 후방 빌드업 체계를 파악한 첼시가 브라이튼의 두 MF를 집중적으로 체크하면서 MF들이 가질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해진 것이 그 이유다.

맥알리스터와 카이세도는 패스 선택지 제공을 위해 박스 부근까지 지원 움직임을 가져가며 GK 포함 오각형을 형성했는데, 이때 첼시는 무드릭-엔조-자카리아가 브라이튼의 중원에 진을 침으로써 3v2 수적 우위를 형성하였다. 따라서 브라이튼은 두 MF를 경유하기보단 위의 자료와 같이 측면 등 특정 구역에 의도적으로 빈 공간을 발생시킨 후 그 공간을 활용한 패턴 움직임을 통해 여유 선수를 발생시켰고 그 여유 선수가 볼을 전반으로 방출하도록 했다. 이때 여유 선수는 GK가 될 수도, CB가 될 수도, 혹은 타 포지션의 선수가 될 수도 있다.

루이스 덩크가 측면으로 움직이면서 갤러거를 유인, GK 산체스는 여유 선수가 됨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에스투피냔의 움직임에 집중할 필요가 있는데, CB이 패턴 움직임을 가져간 공간을 비우고 중원에서 상대 선수를 고정시킨 에스투피냔은 순간적으로 언더랩의 양상을 띄는 쇄도 움직임을 가져가는데, 이는 자신을 마킹하던 상대 RM을 끌고 내려옴으로써 상대 CB의 동선에 혼선을 주고 그들 사이에 공간을 창출하는 기능을 한다. 상당히 낮은 지역으로 내려옴으로써 상대 CB을 끌어들인 웰백의 움직임과 서로 상호작용하는데, 웰백은 에스투피냔이 자신을 주시하다가 수비 복귀하는 상대 CB의 혼란을 유발할 수 있도록 하며 에스투피냔은 웰백이 포지셔닝을 낮게 가져가면서 수가 적어진 브라이튼 공격진의 공백을 다시 채워준다.

프리맨이 된 산체스가 미토마에게 직접 연결, 에스투피냔의 움직임을 통해 상대 수비 혼선 발생


이렇게 볼을 방출하는데 성공한 브라이튼의 후방 빌드업 시스템은 라인을 끌어올리고 2-3 대형을 형성한다. 간헐적으로 에스투피냔이 가담하여 2-4의 구조를 만들기도 한다. 이 구조에서 파스칼 그로스는 후방 빌드업 시 윙백의 자리에 주로 포진하기 때문에 윙백의 역할도 겸하는데, 이는 브라이튼이 전개 상황에서 원활한 측면 전환을 취하시 위해서다.

브라이튼은 이러한 매커니즘을 바탕으로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브라이튼은 첼시가 RM으로 나선 풀리식을 내림으로써 구축한 플랫한 5백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 공간에 총 3명의 선수를 배치함으로써 5백 중 4명과 상대 MF의 전진을 저지했고, 에스투피냔과 미토마는 각각 상대 RM과 CM을 묶었다. 경기 중 둘은 스위칭을 통해 유기적으로 위치를 이동하기도 한다.

브라이튼은 첼시의 플랫한 5백 시스템에서 풀백이 전진을 지양한다는 점을 공략하여 측면 쇄도하는 그로스에게 볼을 연결했고 미토마와 에스투피냔의 포지셔닝으로 왼쪽 측면에 편중된 상대의 수비 진형을 반대쪽으로 흔들었다. 반대 전환으로 상대 수비의 시선과 신체 방향은 반전되었으며 5백 시스템에 잠시 균열이 일어났는데, 그 과정에서 미토마가 박스 안 쇄도를 통해 상대의 수비에 더욱 혼란을 주었고, 이에 따라 맥알리스터와 에스투피냔은 박스 부근 레드존에서 프리맨이 될 수 있다는 효과 또한 가질 수 있었다. 브라이튼은 첼시의 정적인 최후방 수비 라인 체계를 동적으로 만듦으로써 수적으로는 열세에 처했을지라도 상대 수비 시스템의 붕괴 등 상황적인 유리함을 도출해냄으로써 득점을 만들었다.

그로스가 측면 쇄도, 브라이튼의 선수들은 각자 첼시 선수들을 고정시키다가 순간적인 움직임을 통해 상황적 유리함 이끌어냄


미토마-에스투피냔-맥알리스터/엔시소의 조합을 이루어진 삼각편대가 포진해있는 경기장 절반 좌측면을 터치라인과 맞닿는 측면, 하프 스페이스에 해당하는 구역, 그리고 가장 경기장 중앙에 가까운 구역으로 삼등분했을 때, 포지셔닝 플레이를 통해 이 세 구역을 활용하는 패턴 움직임이 철저하다.

측면 좁은 공간에서의 드리블 돌파에 강점이 있는 미토마는 터치라인 근처, 에스투피냔은 하프 스페이스에 주로 위치하였으며 엔시소는 많은 활동량으로 횡적으로 왼쪽 측면에서 중앙에 이른 지역을 활발히 오가면서 두 선수와 패스워크를 이어나갈뿐 아니라 공간을 찾아다니면서 후방에서의 다이렉트 패스를 받아 측면으로 연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맥알리스터는 엔시소가 좌측면에서 더욱 영향력을 키워나감에 따라 3선에서 경기를 조율 및 관망하면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었고, 더욱 자유로워지며 순간적인 레드존 쇄도 등 공격적인 수싸움에 직접적으로 가담이 가능했다.

위의 예시 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엔시소는 하프 스페이스에서 볼의 순환을 도왔으며 역동적인 플레이스타일 통해 상대 수비를 끌었고, 맥알리스터는 엔시소가 창출한 공간으로 침투해들어가면서 공격적 수적우위 형성과 직접 상대 골문을 타격할 수 있는 위치선정을 동시에 이뤄낼 수 있었다. 해당 국면에서 맥알리스터가 상대 레드존을 점유할 수 있도록 상대 수비를 피닝한 웰백과 마치의 포지셔닝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엔시소의 투입으로 맥알리스터가 전방 공격에 더욱 잦게 개입할 수 있었고, 이의 연쇄 작용으로 웰백은 더욱 자율적으로 더미 움직임을 가져감으로써 브라이튼의 공간 창출을 더욱 수월하게 만들었다.

엔시소의 연계를 위한 포지셔닝과 이에 따른 맥알리스터가 침투할 수 있는 공간 발생


브라이튼은 첼시를 상대로 자신들이 정말 잘하는 축구를 구사했다. 후방 빌드업 국면에서 전개 국면에 이르기까지 첼시를 지배했다. 찰로바를 RB로 배치하여 미토마를 견제하려 했던 램파드 감독의 의도를 오히려 첼시 수비진을 좌측면에 밀집시킴으로써 우측면에 발생한 공간을 활용해 공격 찬스를 만드는 등 역이용하는 등 데 제르비 감독이 견고한 전술적 기반을 토대로 첼시를 통제했다고 할 수 있다.

첼시를 꺾고 아스톤 빌라에 이어 7위에 안착한 브라이튼이 과연 데 제르베 체제 하에서 결코 쉽지 않은 잔여 일정을 앞두고 있다. 맨시티, 아스날, 맨유, 아스톤 빌라와 맞붙게 될 브라이튼은 과연 다크호스로서 경쟁자들의 발목을 잡을 것인지 혹은 전력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승점을 헌납하여 다음 시즌 재기를 노리게 될 것인지 그 미래가 주목되는 바이다.

출처: 브라이튼 공식 홈페이지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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