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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가 브라이튼을 압박한 방법+브라이튼은 어떻게 빠져나왔을까?

오성윤 2023. 4. 28. 18:06

현대축구에 대해 논할 때, ‘압박’은 절대 거론되지 않아서는 안될 현대축구의 핵과도 같은 필수적인 개념으로 성장해왔다. 수비 국면에서 선수들의 이동 거리, 간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각 팀에 알맞는 최적의 압박 시스템을 활용하여 상대를 밀어냄으로써 상대 공격 저지뿐만 아니라 더 높은 위치에서 볼을 탈취할수록 더윽 효율적인 공격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렇다면 상대 수비라인에서부터의 압박을 통해 더욱 높은 위치에서 수공 전환 국면을 맞이하고, 이에 따라 더욱 위협적인 찬스를 창출하면 어떻겠냐는 질문에서부터 파생된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이 제시한 압박 시스템인 ‘게겐프레싱’의 등장 이후에는 특히 전방압박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히 일어났다. 이는 직접적인 볼 탈취, 상대 CB의 실수 유발 등 상대 수비라인에서부터의 압박을 통해 볼의 점유 여부와 관계없이 볼의 위치를 상대 진영으로 제한함으로써 상대가 느낄 수 있는 물리적•심리적 압박감을 야기하고자 한 각 팀의 전술적 색채가 더욱 짙어졌음을 의미한다.

FA컵 최다 우승팀 2위로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한 맨유와 이번 시즌 그들이 일으키고 있는 돌풍에 힘입어 FA컵 동화를 써내려가고자 한 브라이튼의 2022/23시즌 FA컵 4강 맞대결은 고도화된 전방압박 체계, 뿐만 아니라 상대의 전방압박에서 유연하게 풀어나올 수 있는 대응책에 대한 연구가 얼마나 활성화되어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출처: FotMob


두 팀의 치열한 장군 멍군에 대해 살펴보기에 앞서, 전방압박과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각각의 팀이 꺼내든 선발 명단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브라이튼은 역시나 표면적인 1.4.2.3.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선발 명단을 구성하였다. 경기 돌입 이후 브라이튼은 볼 점유 상황에서 고정적인 후방 인원 RB 그로스와 상황에 맞게 움직임을 가져가는 LB 에스투피냔에 따라 2-3 대형과 2-4 대형을 오가는 형태로 후방 빌드업을 전개했다. 이번 시즌 상대방을 최대한 깊은 지역까지 유인하여 상대 진영에 최소한의 상대 선수만을 남겨놓은 채 볼을 상대 진영으로 다이렉트하게 투입하여 득점 찬스를 만들겠다는 시즌 전반적인 공격 컨셉을 유지하기 위해 후방 지역에 많은 가용 인원을 배치한 것이다.

또한 볼이 상대 진영으로 투입되었을 시 개인기량을 통해 상대 수비진에 균열을 발생시킬 수 있는 자원인 LM 미토마와 RM 마치를 측면으로 넓게 퍼진 포지셔닝을 가져가도록 했다.

2-3 내지 2-4 대형의 후방 빌드업 대형을 형성한 브라이튼


맨유는 브라이튼의 후방 빌드업 컨셉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써 새로운 전방압박 시스템을 준비했다. 상대가 전방압박을 가할 시 후방 빌드업 컨셉이 더욱 확고해지고 플랜을 실현시키기 더욱 수월해지는 브라이튼의 후방 빌드업 특성을 역이용하여 그들의 후방 빌드업을 철저히 통제하겠다는 텐하흐 감독의 전략이었다.

맨유는 1선의 ST 마시알과 2선에 위치한 세 명의 선수들과 더불어 3선에 배치된 CM 에릭센까지 동원하여 브라이튼의 2-3 내지 2-4 후방 빌드업 대형에 4-1 전방압박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맞대응했다. ST 마시알이 브라이튼의 2CB과 2v1 구도를 이루고, 2선을 이룬 4명의 선수는 2CB에게 패스 선택지를 제공하는 2CM을 둘러싸는 듯한 구조를 만들면서 브라이튼의 후방 빌드업 시스템에 혼선을 유발하겠다는 의도였다. 브라이튼의 2CB간 패스 루트는 2v1의 수적 열세로 완벽히 차단할 수 없었으나, 브라이튼의 2CM에 대한 수적 우위는 확실히 가져감으로써 브라이튼의 볼 투입을 저지하고자 했다.

맨유의 전방압박 조직 밑에서 DM 카세미루는 AM 엔시소를 담당했고, 측면에서는 텐하흐 감독은 드리블 돌파에 능한 LM 미토마에 대비하기 위해 우측 수비 카드로 RB 완비사카를 꺼내들었는데, 결과를 말하자면 RB 완비사카가 LM 미토마의 개인 돌파를 완벽히 봉쇄해내며 텐하흐 감독의 용병술은 성공으로 귀결되었다.

맨유의 1-4 전방 압박 대형


브라이튼은 ST 웰백을 활용하여 브라이튼을 중앙으로 가두는 듯한 전방압박 시스템을 통해 상대 진영에수 역으로 수적 우위 상황을 조성하는 맨유의 압박 체계에 대한 즉각적인 대처 움직임을 취했다. 리그에서도 전방에 머무르지 않고 경기장 전방위적으로 활동반경을 가져가며 볼의 순환 및 연계를 돕는 ST 웰백에게 더욱 낮은 위치까지로의 움직임을 지시한 것이다. 텐하흐 감독은 브라이튼의 자유로운 볼 전진 상황을 견제하기 위해 CB 쇼에게 ST 웰백에 대한 맨투맨을 지시했다.

CB 쇼의 밀착 마크로 완전히 자유로운 상황은 아니었으나, 브라이튼은 ST 웰백의 지원 움직임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패스길을 제공받으면서 맨유 선수들에게 더욱 복잡한 압박 동선을 강요했는데, 이는 맨유의 압박 시스템에 혼선을 불러일으켰고 브라이튼은 이점을 얻을 수 있었다.

ST 웰백의 지원 움직임과 CB 쇼의 밀착 마크


브라이튼이 의도한 바인 브라이튼의 2CB 모두를 향한 상대의 2v2 압박 움직임을 통해 2CM 중 한 명이 공간을 얻게 되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게된 것이다. ST 웰백의 지원 움직임과 더불어 LB 에스투피냔의 공격적 포지셔닝 등 여러 구역에서의 동시다발적이고 복합적인 대형 파괴 움직임이 시작되자 AM 브루노 페르난데스(이하 브페)는 ST 마시알과 함께 브라이튼의 2CB에 대한 압박을 간헐적으로 가했고, 압박이 가해지는 상황에서의 여유로운 전진 패스에 능한 브라이튼의 2CB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CM 카이세도/맥알리스터에게 패스를 내주었다. 이를 통해 브라이튼은 중원에서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게 됐다.

RB 그로스와 LB 에스투피냔의 공격적 포지셔닝 또한 맨유의 압박 체계에 혼선을 불러일으켰다. 맨유의 전방압박 조직이 브라이튼의 중원 차단에 집중할 때 빌드업에 관여하기보단 높은 구역으로 올라간 것이다. 이때 LM 미토마와 RM 마치는 안으로 들어오는 움직임으로 각각 RB 완비사카와 LB 달롯을 끌어들이며 RB 그로스와 LB 에스투피냔이 패스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을 창출했다.

CB 덩크에게 끌려가는 AM 브페와 LB/RB를 활용한 볼 전진


브라이튼은 후방 빌드업 국면에서 GK을 적극 활용하여 수적인 우세를 점하고 그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패스 선택지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더욱 깊은 지역에서의 후방 빌드업 또한 시도했다.

브라이튼은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GK 산체스를 중심으로 후방 다이아몬드를 형성했는데, 브라이튼이 형성한 후방 다이아몬드의 구조는 이러하다. 2CB 덩크와 웹스터는 골키퍼와 거의 수평에 가까운 구역으로 이동하고 CM 카이세도는 레드존 내에서도 박스 바로 앞에 가까운 지역을 향해 지원 움직임을 가져갔다. 그리고 이때 GK 산체스를 제외한 모든 후방 다이아몬드의 구성원들은 각각 최소 한 명의 맨투맨을 감당하게 된다.

이는 브라이튼이 높은 라인을 유지하며 후방 빌드업을 전개할 시 2CB에게 2명의 맨투맨을 유인해 중원에 대기하는 2CM 중 한 명에게 공간을 내주었던 상황과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더욱 깊은 지역에서 더욱 많은 숫자의 상대를 상대로 후방 빌드업을 전개시켜나가야 한다는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한다. 하지만 그만큼 더욱 많은 숫자의 상대 선수를 유인할 수 있으며 실제로 RB 그로스가 CM 카이세도가 후방 다이아몬드 형성 과정에서 상대 선수를 끌고 가며 비워둔 중앙 공간을 꿰차며 더욱 수월하게 전개 국면을 풀어나가는 등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낳았다.

CM 카이세도에게 끌려가는 CM 에릭센과 그로 인해 공간을 얻은 RB 그로스


브라이튼은 이처럼 선수들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움직임으로 맨유 수비 대형에 계속해서 균열을 발생시켰고, 맨유의 양쪽 풀백 자원은 LM 미토마/RM 마치에 대한 아이솔레이션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었다. 브라이튼의 LB/RB에게 지속적으로 공간을 노출하기도 한 맨유는 각각의 선수에게 ‘맨투맨’을 주문함으로써 상대 패턴 움직임에 따른 수비대형 붕괴를 최소화시키고자 했다.

거의 모든 선수가 브라이튼 선수들에 대한 대인방어를 취하면서 맨유는 4-1 전방압박 대형을 횡적으로 넓게 펼쳤다. 상대 RB/LB에 대한 근접 마크에서 약점을 계속해서 노출했기 때문에  측면을 묶어버리겠다는 의도였다. 또한 ST 마시알은 맨유의 철저한 맨투맨으로 2CM에게로의 패스길 탐색에 어려움을 겪은 브라이튼의 2CB를 괴롭혔고, ST 마시알은 2v1 수적 열세 상황이었음에도 CB 덩크와 웹스터의 패스길이 완전히 차단되다보니 브라이튼은 맨유의 전방압박을 풀어나어는 데 곤욕을 치렀다.

경기 중 개편된 맨유의 맨투맨 기반 전방압박 시스템


3선에서 패스를 풀어나갈 길이 사라진 브라이튼은 단순하지만 확실한 대응책을 준비했다. LB 에스투피냔과 RB 그로스에게 다시 한번 공격적 임무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때 AM 엔시소의 역할은 중요하다. DM 카세미루에게 1v1로 묶여있던 AM 엔시소는 의도적으로 맨유의 전방압박 라인으로 달려들며 CB 덩크에게 협소한 패스길을 제공하였고, 이 더미 움직임에 RM 안토니가 끌려가며 LB 에스투피냔은 자유로운 상황을 맞이했다. 2CB의 패스 옵션이 더욱 제한되고 그만큼 어려운 패스가 강제됐기에 패스 성공률 또한 낮아질 수밖에 없었으나, CM 맥알리스터에게 공간을 만들어주었던 이전의 후방 빌드업 양상과 유사한 구조적 특징을 가져가며 어떠한 방식으로든 상대 진영으로 볼을 방출하는 데 성공한 브라이튼이었다.

AM 엔시소의 움직임으로 프리해진 LB 에스투피냔


그리고 맨유는 또다시 대응했다.

AM 엔시소의 관여로 중원에서 수적 열세를 맞이해 공간을 열어주었기에 이번에는 전방에서의 수적 우위보다 CM 에릭센을 낮게 배치함으로써 중원 3v2 수적 우위에 집중하였다. 또한 숫자가 줄어들은 맨유의 전방압박 시스템은 브라이튼의 후방 빌드업을 더욱 중앙으로 몰아넣었다. ST 마시알은 CB 덩크가 볼을 잡았을 때 CB 웹스터로의 횡패스길을 차단하면서 덩크를 압박하는 움직임으로 덩크의 횡패스길을 좌측으로 국한지었으며 RM 안토니와 AM 브페 또한 볼 탈취를 위한 압박 동작보다도 브라이튼의 후방 빌드업 인원을 더욱 안으로 몰아넣었으며 이는 2CM의 동선에 혼선을 주는 등 브라이튼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브라이튼의 후방 빌드업을 중앙으로 제한시키려는 움직임


경기 흐름 속에서의 xT값, 즉 온더볼 상황에서 얼마나 상대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느냐를 다루는 지표인 매치 모맨텀에서 브라이튼은 우위를 점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점유율 측면에서 61:39로 맨유보다 더 많은 시간 볼의 소유권을 행사했으며, 이에 따라 맨유에 비해 2배 가량 많은 패스횟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다이렉트 패스에 대한 시도가 많다는 브라이튼의 특징을 감안한다면 매치 브라이튼 쪽으로 치우쳐진 매치 모맨텀은 십분 이해가 간다.

브라이튼이 통계적으로 더욱 많은 위협지역 볼 투입을 시도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맨유가 졸전을 펼쳤다는 의미는 아니다. 볼 점유 상황에서의 체계적 패턴 플레이를 통해 경기를 지배하기보단 전방압박 시스템으로 상대를 통제하려한 텐하흐 감독의 의중을 고려한다면, 또한 해당 경기 15회의 슈팅 중 6회의 유효슈팅을 기록하면서 15회의 슈팅 중 5회의 유효슈팅을 기록한 브라이튼보다 근소하게나마 순도높은 공격을 펼쳤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맨유 또한 확고한 경기 컨셉으로 좋은 경기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출처: FotMob

맨유는 전방압박을, 브라이튼은 그에 대한 새로운 후방 빌드업 개편안을 제시하며 서로 장군멍군을 이어나갔고, 결국 정규시간 안에 승부를 내지 못했다. 이는 그만큼 서로 FA컵 결승 진출을 위해 치열한 지략대결을 펼쳤다는 방증이다. 승부차기 접전으로 이어진 경기의 행방은 결국 솔리 마치의 실축으로 맨유가 승리를 거머쥐게 되었지만, 브라이튼은 뛰어난 전술전략으로 FA컵의 위엄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으며 맨유 또한 FA컵 결승 진출팀으로서의 자격을 한껏 뽐냈다.

출처: 스카이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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