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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데스 30R 바이언v헤르타 BSC] 키미히를 활용한 바이언의 두줄수비 파훼법

오성윤 2023. 5. 6. 22:05

2022/23 시즌 바이언은 챔피언스리그 8강 일정을 앞둔 시점, 리그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도르트문트에게 선두 자리를 탈환당했다는 등의 이유를 명분으로 삼아 레버쿠젠전 전술적 실책과 함께 2-1 패배를 당한 25라운드 경기를 마지막으로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과의 계약 해지를 단행했다.

전술적으로 흔들리고 특히 하위권 팀을 상대로 다실점을 허용하는 등 수비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으나, 챔피언스리그에서만큼은 바르셀로나와 인테르 밀란 등이 포함된 죽음의 조에서 압도적인 1위로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하고 16강 파리 생제르망에게 완승을 거두는 등 좋은 기세를 이어가던 나겔스만 감독을 중요한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앞둔 상황에서 내친 보드진의 선택에 대해 많은 물음표가 던져졌다.

그리고 바이언은 공석이 된 사령탑에 곧바로 첼시 커리어 이후 계속해서 FA 매물로 감독 시장에 놓여있던 토마스 투헬 감독을 앉혔다. 나겔스만 감독과 큰 틀에서의 전술적 색채에서 유사성을 띤 투헬 감독은 기존의 팀 컬러에 자신의 철학을 조화시키면서 데뷔전이 된 데어 클라시커에서 완승을 거두었다. 뒷심을 지키지 못하고 두 골을 허용하는 등 수비적 아쉬움을 노출했으나 고무적인 결과임에는 틀림없었다. 허나 이후 포칼컵과 챔피언스리그에서 연달아 조기 탈락하며 리그 우승컵만을 노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강등권에 놓인 호펜하임에게 무승부를 거두고 마인츠에게도 승점 3점을 헌납하는 등 리그 우승 경쟁에서도 확실한 흐름을 잡지 못했다.

챔피언스리그 일정 포함 4경기 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단기간이지만 침체기를 겪은 바이언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치열하게 리그 우승 경쟁을 벌이던 도르트문트가 30R 보훔과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두게 되면서 바이언이 같은 라운드 헤르타 BSC전 승리할 시 다시 리그 선두를 차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헤르타 BSC는 리그 내 전력이 최약으로 평가받으나 촘촘한 두줄수비로 바이언을 괴롭혔다. 바이언도 헤르타 BSC의 두줄수비를 수월하게 풀어내지 못하였다. 하지만 바이언은 26번을 두드린 끝에 결국 승리를 얻어냈고, 그들이 어떻게 90분 동안 헤르타 BSC의 두줄수비를 파괴하였는가에 관해 ‘키미히’에 초점을 맞추어 알아보고자 한다.

출처: Total Football Analysis


우선 두 팀의 라인업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이언은 1.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최근 폼이 좋은 RCB 파바르와 LCB 더리흐트가 수비라인 듀오로 나섰으며, 양 측면에는 부상 이슈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알폰소 데이비스를 대신하기 위해 LB 칸셀루와 RB 마즈라위가 각각 나섰다. 중원은 이번 경기에서도 역시 RDM 키미히와 LDM 고레츠카가 지켰다. 2선에는 LM 무시알라와 AM 그나브리, 그리고 RM 코망이 구성하였으며 ST 마네가 원톱으로 나섰다. 파바르의 우측 수비 배치 등을 통해 변형 백스리를 구축하기보단 공격력에 강점이 있는 두 풀백을 양 측면에 위치시킴으로써 더욱 지배적인 경기를 펼치려는 투헬 감독의 의지가 내포되어있으며, 확실한 원톱 자원의 부재는 바이언에게 시련을 선사했다.

헤르타 BSC는 촘촘한 1.4.4.2 전형을 바탕으로 선발 명단을 구성했다. 포메이션과 함께 평균 터치 횟수가 30회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수비적인 스탠스를 취함으로써 바이언의 공격 활로를 봉쇄하고 역습을 노리겠다는 의도가 다분했다. LB 자리를 겸할 수 있는 미텔슈타트를 LM으로 기용하고 수비적인 기여도가 높은 RB 케니를 출전시키는 등 특히 측면 수비에 무게를 두었으며, 경기 중 실효를 거두는 데 실패했으나 개인기량이 출중한 RM 루케바키오, LCM 보에티우스 등을 기용하면서 바이언의 뒷공간 또한 공략하고자 했다.

바이언과 헤르타 BSC의 라인업


바이언은 2CB와 RDM 키미히에게 후방 운영을 전담시킨 1.2.3.5 또는 1.2.2.6 시스템을 바탕으로 수비적 수적 우위를 통해 바이언의 공격을 압도하고자 한 헤르타 BSC의 수비 전술에 전방에 최대한 많은 숫자를 배치하되 공격 인원들에게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적은 숫자로 운용되는 후방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하는 방식으로 빌드업을 전개했다. 좌측면은 LM 무시알라와 LB 칸셀루가, 우측면은 RM 코망과 RB 마즈라위가 위치해있으며 2선 자원들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상대 포켓 공간에서 포지셔닝을 가져갔다. 상대 수비 인원을 고정시킴으로써 동료 선수들의 후방 빌드업을 돕기 위함이다. 그리고 RDM 키미히가 공격의 시발점이 되었는데, 헤르타 BSC는 바이언의 전진을 차단하기 위해 좁은 간격을 유지하는 2ST에게 RDM 키미히 압박을 주문했다.

바이언 또한 계속적으로 2ST의 저항을 받는 RDM 키미히의 과부화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우선 RDM 키미히가 상대 2ST의 압박에 갇혀있는 경우, 바이언은 LB 칸셀루와 RB 마즈라위를 적극 활용했다. RDM 키미히와 함께 3선에서 2-3 후방 대형을 형성함으로써 2CB에게 더욱 다양한 패스 선택지를 제공한 것이다.

하지만 LB 칸셀루와 RB 마즈라위가 후방에 위치할 시, 바이언은 상대 포켓 공간에서 활용될 선수가 부족해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에 바이언은 2CB을 통해 한쪽 측면으로 볼이 전개되면 다른 측면의 사이드백은 공격에 가담함으로써 상대 수비 블록과 수적 동위를 이루려고 하는 오프더볼 움직임를 가져갔다. RDM 키미히가 빌드업 과정에 관여하지 않는 경우 측면에서의 수적 열세 상황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기보단 큰 폭의 방향전환을 통해 상대 수비라인를 흔드는 공격 전술을 행할 시 연계 인원을 늘려 볼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다.

예컨대 RB 마즈라위가 위치해있는 오른쪽 측면으로 볼이 전달되면 측면에 붙어있던 LM 무시알라는 상대 포켓 공간으로 들어가고 2-3 후방 대형을 구성하던 LB 칸셀루는 LM 무시알라의 측면 포지셔닝을 대신하기 위해 측면 터치라인으로 이동한다.

위의 움직임을 통해 우측으로 쏠린 헤르타 BSC 수비 블록의 좌측면에서 수적 동위 내지 우위를 형성하게 된 바이언은 우측에서 볼을 잡은 RM 코망 등을 통해 좌측으로 한번에 전환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이 주어진 좌측면에서 공격을 전개할 수 있도록 한다. 이때 2선 자원들은 더미 움직임을 통해 RM 코망이 전환 패스를 보낼 시공간적 여유를 마련해주며, 바이언은 이러한 전환 국면의 반복을 통해 바이언은 헤르타 BSC의 수비라인에 균열을 만들었다.

RDM 키미히가 상대 2ST에게 갇혀있을 시 바이언의 방향전환 시스템


측면 인원만으로 헤르타 BSC의 두줄수비 블록을 파괴하는 데 한계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바이언은 2CB의 라인을 한 칸 낮춤으로써 RDM 키미히에게 공간을 제공하여 그를 거쳐 전반적인 빌드업 과정을 전개하고자 했다.

양 측면에 프리맨으로서 활약 가능한 측면 자원을 배치하여 그들을 통해 반대전환 및 개인돌파를 행한다는 기본적인 틀 자체는 동일하였으나, RDM 키미히를 통해 중앙 지역을 더 많이 거친다는 점에서 분명 차이점이 존재했다. 그리고 이때 바이언은 RDM 키미히가 중앙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로 또다시 측면을 활용했다.

수비블록의 ‘좌우 단절’을 유도한 것이다. ST 마네가 LM 무시알라와 LB 칸셀루간 측면 연계 플레이에 참여하기 위해 상대 수비진을 끌고 감으로써 의도적으로 측면 4v3 수적 열세 상황을 발생시키면 그때 RDM 키미히는 상대 수비 블록 사이에 발생한 간극을 활용함으로써 바이언의 방향 전황 및 볼 투입을 더욱 원활하게 만들 수 있다.

RDM 키미히에게 공간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상대 수비 블록이 빠르게 간극을 채울 시, 바이언은 좌측에서 우측으로 향하는 큰 폭의 방향전환을 통해 측면에 넓게 벌려 위치해있는 RM 코망의 아이솔레이션를 유도할 수 있게 된다. 상대 포켓 공간에 대기하는 AM 그나브리와 LDM 고레츠카는 박스 안으로 쇄도함으로써 후속 상황에서 RM 코망이 볼을 투입했을 시 득점 확률을 높인다.

키미히가 2ST의 압박 체계에서 벗어나는 과정


실제로 RDM 키미히는 바이언의 빌드업 시스템 하에서 경기에서 두번째로 많은 횟수인 143 터치를 기록하면서 바이언 공격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였고, 특히 긴패스 부문에서 높은 정확성을 보이는 등 바이언의 구조적 완성에 기여하였다.

뿐만 아니라 바이언이 헤르타 BSC의 수비 블록 사이 간극을 발생시켰을 때 그 공간에서의 얼리 크로스 시도 횟수도 적지 않음을 확인 가능하며, 이 과정에서 두 개의 어시스트 포함 11회의 키패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RDM 키미히는 방향전환에 있어서 굉장히 탁월한 면모를 드러냈고 이는 바이언이 헤르타 BSC의 수비 블록을 붕괴시키는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서 기능했다.

헤르타 BSC전 키미히의 스탯 (출처: SofaScore)


RDM 키미히는 그의 높은 패스 성공률과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바이언의 경기 지배력과 그 순도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그의 또다른 장점인 ‘공간에 대한 드리블’을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자칫하면 그저 겉핡기 식의 패스 전개로 그칠 수 있는 바이언의 U자 빌드업의 기울기를 더욱 평탄하게 만듦으로써 공간 창출의 효율성을 더욱 증대시킨 것이다. 다시 말해 ‘좌측에서 중앙을 거쳐 우측’ 혹은 ‘우측에서 중앙을 거쳐 좌측’으로 통일되는 바이언의 공격 전술을 더욱 높은 구역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간에 대한 드리블’은 문자 그대로 자신의 전방에 존재하는 공간을 공격하는 행위의 드리블을 뜻한다. ‘공간에 대한 드리블’은 상대 수비 시선이 볼을 가지고 드리블을 취하는 선수에게 집중되어 그들의 수비 전형이 밀집된다는 장점을 가지는데, RDM 키미히는 2ST의 압박에서 동떨어진 공간에 위치해있는 경우 의도적으로 2ST와 자신의 사이 공간을 향해 횡적•종적 전진함으로써 헤르타 BSC의 수비블록을 경직되게 만들었다. 이러한 RDM 키미히의 움직임은 측면에서 아이솔레이션 상황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RM 코망/LB 칸셀루에게 상대 빈 공간을 자유롭게 파고들 수 있는 시공간적 여유를 부여한다.

LDM 고레츠카의 위치 선정은 RDM 키미히의 전진 움직임의 전제로서 존재한다. 상대가 RDM 키미히의 공간에 대한 드리블을 예측하고 적절한 대형을 마련했을 때 RDM 키미히의 패스 선택지로서 RDM 키미히와 동일 선상 혹은 더 깊은 지역에서 백스리를 추구함르로써 최대한 본인의 주요적인 임무에만 집중할 수 있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LDM 고레츠카는 키미히가 바로 뒤에 대기하는 2CB에게 공을 넘겨주었을 시 전진하는 수비를 펼치는 상대에게 볼을 탈취당할 리스크를 줄임과 동시에 2CB에게 공을 넘기더라도 고레츠카를 거쳐감으로써 상대 수비의 전진 방향을 바꿀 수 있기에 더욱 안정적인 후방 빌드업이 가능해진다. 이때 RB 마즈라위는 인버티드 활용되어 LDM 고레츠카의 롤을 대신한다.

파이널 써드에서 공간에 대한 드리블을 시도하는 키미히와 평탄한 U자 빌드업 패턴


바이언은 경기 내내 키미히를 중심으로 헤르타 BSC의 수비블록을 흔들었고, 하지만 확실한 원톱의 부재로 박스 안에서의 볼 간수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공격진들의 결정력 문제로 스코어를 벌리는 데 빈번히 실패했다.

그럼에도 키미히는 전세계를 통틀어도 비견될 자가 없는 자신의 경기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바이언의 공간 탐색 과정에 여유를 불어넣었다. 또한 자신에게 공간이 주어졌을 시 그가 선보인 특유의 찍어 올리는 롱패스는 바이언의 선제골을 만들어냈으며, 상대의 거센 압박에도 불구하고 공간으로 쇄도하는 동료 선수에 대한 빠른 파악 및 정확한 패스 판단은 격차를 더욱 벌리는 추가골을 이끌어냈다.

키미히의 개인 능력을 증폭시키고자 한 투헬 감독의 여러 장치들도 인상깊었다. 양쪽 윙어와 사이드백의 유동적인 스위칭 움직임과 함께 상대의 측면 과밀화를 유도하려는 그의 선수 운용 철학은 단연 두드러졌으며, 수비적인 불안정함을 해소하기 위해 고레츠카에게 오프더볼 시 여러 움직임을 지시한 그의 보완책은 바이언이 다소 공격적인 경기 운영 속에서도 확실한 안정감을 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바이언은 이제 4경기만을 앞두고 있다. 최근의 기세와 상대할 팀들을 감안하면 절대 쉽지 않은 일정을 치러야 하는 바이언이 과연 도르트문트와의 승점 경쟁에서 승리하여 11시즌 연속 마이스터샬레를 들어올리는 영예를 안을 것인지, 혹은 불안정함을 개선하지 못하고 도르트문트에게 10년만의 리그 우승을 내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골닷컴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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