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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최근 성적이 좋은 이유

오성윤 2023. 2. 27. 01:21

2022 카타르 월드컵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메시와 호날두의 라스트 댄스, 모로코 등 언더독의 반란 등 축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흥미를 가질만한 요소가 여럿 발생했고, 이는 엄청난 화제성을 불러 모았다. 이러한 화제성에 힘입어 월드컵은 많은 선수가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고 자신의 가치를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무대가 되었다. 실제로 엔조 페르난데스는 월드컵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빅클럽 이적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고, 니클라스 퓔크룩은 독일의 새로운 득점원으로 급부상하였다.

이번 월드컵에서 새 역사를 써 내려간 태극전사들 또한 이른바 ‘월드컵 수혜’를 톡톡히 챙겨갔다. 이강인은 대표팀과 호흡을 맞춘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음에도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는 등 자신이 국가대표팀의 미래임을 입증하였고, 조규성 또한 K리그에서 보여준 득점 감각을 월드컵에서 그대로 발휘하며 유럽진출에 더욱 가까워졌다. 이 외에 오현규, 나상호 등도 이번 월드컵에서 많은 것을 챙겨갔지만, 월드컵 이후 각성하여 한국 선수 중 가장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이재성은 가히 월드컵의 최고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마인츠에서 활약하는 미드필더 이재성 (출처: 중앙일보)


그렇다면 이재성이 월드컵 브레이크 이후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이재성의 플레이스타일에 대해 파악할 필요가 있는데, 이재성은 주로 어떤 공간에 위치해있다고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넓은 활동반경을 장점으로 삼는다.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체력 소모가 수반되는데, 마인츠의 보 스벤손 감독은 이재성의 산소탱크가 가지고 있는 이점을 최대한 부각시킴과 동시에 이재성이 매 경기 90분 내외를 소화할 시 발생 우려가 있는 체력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50~70분 정도에 이재성을 빼주며 이재성 집중 관리에 매진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재성은 전반전에서 후반전 초중반 정도만을 뛰는데, 이때 다른 선수보다 많은 거리를 뛰어다니며 초반부터 상대를 누르고 기세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며 이러한 심리적 측면에서의 영향력뿐만 아니라 라인과 라인 사이로 끊임없이 움직임을 가져가고 간결한 패스워크를 통해 볼의 순환을 더욱 원활하게 하는 윤활유 역할 또한 수행한다. 이러한 연유로 이재성은 왼쪽 측면에 한해 전방위적으로 움직이는 포지셔닝을 가져가며 출전 시간도 긴 편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공격포인트를 양산해내기에 적합한 환경에 있지는 않다.

이재성이 주로 왼쪽 측면과 하프 스페이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냄을 알 수 있다 (출처: SofaScore)


하지만 월드컵 이후 이재성의 폼이 더욱 곤두서기 시작하면서 공격포인트 생산 측면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실제 스탯을 살펴보자면 5골로 2023년 분데스리가 최다 득점자 등극과 22/23 시즌 공격포인트 10개 달성 등 굉장한 생산성으로 팀에 기여하고 있다. 그 이유는 역시나 ‘활동량‘에 있는데, 활동량에 기인한 이재성의 득점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는 바로 ‘위치적 이점’이다. 이재성의 골을 보면 대부분 혼전 상황에서 발생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때 이뤄지는 세컨볼 경합에서의 승리가 득점으로 이어졌다. 스탯을 살펴보아도 55%에 달하는 그라운드 경합 성공률을 기록하며 해당 부문 팀 내 최상위권에 속해있다. 이에 대해서는 집중력 등 선수 개인의 정신적 차원에서의 노력 또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겠지만, 그의 플레이스타일과 활동량을 기반으로 한 위치적 유리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상술한 바 있듯이 이재성은 활동반경이 넓다. 이 때문에 역습 상황 시에 다른 선수들과 같은 선상에서 달리면서 박스 안에 자리 잡고 있기보단 박스 밖에서부터 한 템포 늦게 달려 들어가는 모습을 자주 연출하는데, 이때 보여주는 공격 가담 움직임이 상대 수비진의 시선에서 벗어나 슈팅하기에 프리한 상황을 창출하거나 박스 부근에 발생하는 세컨볼 상황에서 우위를 점하기에 유리한 동작을 취할 때 이점으로 작용한다. 이재성의 낮은 위치에서부터 보여주는 폭넓은 활동량에서 파생된 뒤늦은 쇄도 상황과 세컨볼에 대한 집념이 이재성의 득점을 만든 것이다.

뒤늦게 공격가담하는 이재성, 수비진의 견제에서 자유롭다(출처: tvN SPORTS 공식 유튜브)


두번째 유형은 ‘전방압박’이다. 경기 초반부터 상대를 압도하고 실수를 유도해내기 위해 스벤손 감독이 이재성에게 주문하는 거센 전방압박에서도 골이 파생되었음을 확인 가능하다. 이는 특히 월드컵 브레이크 이후 이재성의 압박 성공률과 그 순도가 증가함에 따라 경기 초반 전방압박과 이른 득점을 통해 기세를 잡고 다득점 경기를 점차 늘려가려는 스벤손 감독의 플랜이 더욱 효과적으로 먹혀들어가고 있다.

실제로 마인츠는 월드컵 브레이크 이후 20~30분 사이에 선제골을 만들어내는 빈도가 높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선제골을 넣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리드를 지키면서 다득점 경기로 이끌어나가는 데에도 능숙함을 보이고 있다. 월드컵 브레이크 이후 긍정적인 행보를 달리고 있는 마인츠는 현재 8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는데, 여기에는 이른 시간부터 헌신적인 전방 압박을 통해 결정적 기회를 창출하는 이재성의 기여도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재성의 압박이 성공한 상황, 이후 골로 연결되었다 (출처: tvN SPORTS 공식 유튜브)


올 시즌의 이재성은 마인츠의 빠른 공수전환의 중심이 되는 키패스를 뿌려주고 가끔은 화려한 개인기로 중계진의 감탄을 이끌어내기도 하며 최근에는 헤더에 있어서 굉장히 감각적이고 예리하다.

이러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애초에 골이나 도움이 아닌 마지막 공격을 풀어나가는 열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에 절대 스탯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설명했듯 월드컵 브레이크 이후부터는 스탯적인 부분에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이는 자신의 최대 장점인 활동량을 통해 팀의 득점 시간을 이르게 함으로써 출전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어 공격포인트 생산이 어렵다는 불리함을 스스로 보완하는 최근의 분위기로 이어진다.

이는 팀의 입장에서도, 선수 개인의 입장에서도, 팬의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마인츠가 최근 유로파 리그 진출 티켓을 노릴 수 있는 위치까지 반등한 만큼, 꼭 팀 성적과 개인 성적을 모두 잡아 올 시즌을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



Futball Creater United 이사 오성윤
페이스북 ‘K리그 크리에이터 연합’ 부관리자 오성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