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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의 결함 분석>

오성윤 2021. 12. 23. 23:41

서론


RB 라이프치히는 2020/21 시즌 준우승을 차지했고, 또다시 뮌헨의 독주 체제를 위협했다. 해당 시즌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며 본격적인 전성기에 돌입하는 것으로 보였으나, 머지않아 팀의 하향세의 주범이 되는 장애물이 등장했다. 팀의 중심인 자비처와 우파메카노, 그리고 팀의 상승세를 이끈 나겔스만이 뮌헨 이적을 택한 것이다. 라이프치히는 레드불 잘츠부르크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제시 마치를 나겔스만의 대체자로 낙점하며 재정비를 꾀했다.

그러나 제시 마치의 라이프치히는 쉽게 폼을 끌어올리지 못했고, 5승 3무 6패라는 아쉬운 성적을 남긴채 제시 마치는 팀을 떠나게 되었다. 라이프치히는 또다시 새로운 지도자를 물색해야 했고, 최종적으로 나겔스만과 비슷한 배경의 비선출 지도자 ‘도미니코 테데스코’를 선임하였다. 테데스코는 위기의 라이프치히를 이끌고 3경기에서 1승 1무 1패를 거뒀다.

팀의 안좋은 분위기와 테데스코 감독의 부임 기간을 감안한다면 결코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다. 그러나 전술적으로 몇가지 결함이 있었으며 이에 따른 파훼법과 대응법도 일찍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테데스코 감독이 해결해야할 문제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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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직력 문제


일단 조직력이 완전히 갖추어지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이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라이프치히는 새로운 감독 체제에 돌입한 지 1개월도 채 되지 않았을 뿐더러,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번 시즌 나겔스만을 비롯함 팀의 주축 선수들을 떠나보내는 전례 없는 대혼돈의 시기를 겪고 있으니까 말이다.

조직력이 100% 상태로 끌어올려지지 않았더라도, 라이프치히는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 점유율을 늘려가며 수차례에 걸친 방향 전환과 미드필더들의 전진 패스를 통해 득점에 최적화된 상황을 만들기 위한 기회를 엿보겠다는 확고한 컨셉을 잡고 상대를 압도하는 공격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이 컨셉의 산출물이 아직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공격이 아닌 수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빌레펠트전이다. 라이프치히는 빌레펠트를 상대로 경기 내내 주도권을 쥐고 골문을 수차례 두드렸다. 소위 ‘반코트’ 경기를 펼쳤던 라이프치히의 선제 득점이 예상되었지만, 먼저 웃은건 빌레펠트였다. 인터셉트 후 간결한 역습 전개로 선제골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후 상대의 패스 미스를 살려 손쉽게 추가골을 기록했다. 반면 라이프치히는 전반전 자랑한 압도적인 경기력이 무색할 정도로 쉽게 골을 헌납했다.

그렇다면 라이프치히가 이토록 쉽게 실점을 허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수비 라인이 중앙선에 머무르는 모습이 화면에 자주 비춰질 정도로 팀의 전체적인 라인이 높은 팀이다. 공격의 중심을 높고 깊은 지역에 위치할 수 있도록 최대한 상대 골문에 근접한 위치까지 라인을 끌어올린 후 여러 패스를 통해 상대를 흔들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함인데, 이는 공격 국면에서는 수적 동위 내지 우위를 점하기에 적합하지만, 수비 국면에서는 수비 라인이 상대적으로 허술하며 수적으로도 열세에 놓일 수 있다는 수비적으로 큰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위의 그림을 보라. 상대 공격 작업 차단에 성공한 빌레펠트가 수비수의 전진 패스를 통해 라이프치히의 수비라인과 직접적으로 맞닥뜨리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된 장면이다. 라이프치히는 상대를 저지할 수 있는 최종 방어선만을 남겨두었기에 볼 탈취 목적으로 함부로 상대를 향해 전진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러한 급작스러운 가운데 당황을 면치 못했던 수비진은 빈 공간을 향해 쇄도하는 상대 선수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쇄도하는 상대 선수를 완전히 놓침(출처:분데스리가 공식 유튜브 화면 캡쳐)


이 장면이 시사하는 바는 비단 라인을 높게 가져갔을 때의 리스크에 그치지 않는다. 공에 집중하다보니 오프더볼 상황에서 빈 공간으로 침투하는 선수를 놓친다는 문제점 또한 드러내고 있다. 아래 제시된 두번째 실점 장면도 같은 이유이다. 오쿠가와의 침투가 워낙 영리하기도 했지만, 오쿠가와에 대한 견제와 마크 또한 소홀했다. 뿐만 아니라 이 장면이 수비진 사이 호흡 미스에서 파생됐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 후반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수비진의 집중력 저하 문제도 차츰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로 보인다.

침투하는 오쿠가와를 완전히 놓침(출처: 위와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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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밀집 수비에 대한 대응


라이프치히는 상대적으로 선수들 간의 간격이 넓은 묀헨글라드바흐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중앙에 수비 블록을 형성하며 마음먹고 경기 내내 수비적인 태세를 유지한 빌레펠트와 맞대결에서는 표면적으로는 상대를 압도하는 듯 했으나 득점에 어려움을 겪으며 상당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는 라이프치히의 공격 컨셉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라이프치히는 나겔스만도 라이프치히 부임 시절 요긴하게 활용한 레프트 윙백 ‘앙헬리뇨’를 적극 활용해 박스 안으로 공을 투입한다. 투입 과정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파악해보자면 소보슬러이 등 좌측면에 함께 배정된 파트너와 협동해 소규모의 공격 작업을 통해 충분한 공간을 확보한 후 크로스 혹은 컷백, 더 나아가서 슈팅으로 공격 기회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침투하는 헨릭스에게 한번에 올려주는 앙헬리뇨(출처: 위와 동일)
앙헬리뇨의 더미런과 공간을 확보한 소보슬러이(출처: 위와 동일)


당연한 소리이지만 라이프치히의 접근법은 오직 측면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앞서 설명한 접근법의 뿌리가 되는 중앙 공격 전개 방식의 중심은 바로 ‘케빈 캄플’이다. 캄플은 종적 간격이 넓은 최후방과 3선, 3선과 2선 사이에 위치하며 선수의 장점인 넓은 활동반경과 뛰어난 패스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브릿지 역할을 소화한다.

캄플보다 한칸 더 높은 위치에 포진해 있는 2선 미드필더 ‘에밀 포르스베리’ 또한 라이프치히의 공격 전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수비 국면과 공격 국면을 막론하고 안드레 실바와 은쿤쿠로 구성된 공격진과 함께 상대 진영에 머물러 공격을 높은 지역에서 시작할 수 있게끔 함으로써 공격의 템포를 높이고 효율적으로 상대 박스 안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뿐만 아니라 2선에서의 전반적인 플레이케이킹을 전담한다.

패스길을 찾는 캄플(출처: 위와 동일)


빌레펠트는 이에 대한 확실한 대응책을 가지고 나왔다. 라이프치히의 공격이 시작하고 공이 가장 오래 머무는 지점이라 할 수 있는 허리 라인을 꽁꽁 묶어버린 것이다. 빌레펠트는 투톱과 양쪽 미드필더들을 활용해 하나의 라인을 형성했고, 3~4명의 선수들로 구성된 이 라인은 3선과 2선 사이 공간을 방어했다. 캄플에게 의존하여 공을 공격 진영으로 투입•배급하던 라이프치히는 중앙에서 공격을 펼치기 어려워졌으며, 자연스럽게 측면 위주로 공격을 전개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의 두줄 수비를 상대하게 된 라이프치히는 제대로된 공격은 커녕 박스 안 진입도 쉽지 않았고, 결국 경기에 패배하게 된다.

이에 덧붙여, 중앙에서 경기를 조율하고 경기를 만들어나가는 플레이로 라이프치히에 많은 도움을 준 포르스베리의 부재도 라이프치히가 공격을 풀어나가는데 어려움을 겪은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상대의 대응 전술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전술적으로 완패를 당한 이 경기는 테데스코가 팀에 부임한 지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지만, 파훼법이 등장한 지금 시점에서 빠르게 보완 전술과 플랜 B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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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크랙의 부재


마지막은 크랙의 부재이다. 제시 마치의 라이프치히는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은쿤쿠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챔피언스리그 맨시티전에는 팀이 쓰러져가는 가운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군계일학의 활약을 펼쳤고, 리그에서만 총 12개의 공격포인트를 쌓으며 제시 마치호의 황태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감독 교체 이후 은쿤쿠는 잘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연히 줄어들은 것이다. 역할과 그에 따른 위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감독 교체 이전에는 3-4-2-1의 ‘2’ 자리에서 포르스베리와 함께 상대 골문을 향해 공을 잡으며 플레이메이킹을 했다. 물론 순간적으로 침투해 들어가며 상대를 등진 상황을 만들기도 했지만, 이후 다시 공을 받으러 내려와 밀고 들어가는 동작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자세를 만들어냈다.

반면 테데스코 하에서는 3-4-1-2의 ‘2’, 즉 최전방 자리에서 캄플의 볼 배급을 돕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최전방에서, 즉 상대를 등진 상태에서 공을 받아주기 위한 움직임을 가져가다 보니 자신이 좋아하는 자세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이전에 보여주었던 크랙의 면모와 기술적으로 완벽한 모습은 더이상 살펴볼 수 없었다. 오히려 상대 뒷공간을 파헤쳐 침투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테데스코 체제에서의 은쿤쿠(유튜브 ‘tvN SPORTS ‘화면 캡쳐)
제시 마치 체제에서의 은쿤쿠(출처: 위와 동일)


캄플이라는 공격의 발원지는 마련해두었지만, 이를 극대화시켜줄 선수가 없으니 공격이 매끄럽지 못하고 오히려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앙헬리뇨의 실력은 빅리그에서 이미 검증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선택지가 제한되고 상대 골문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기 어려운 측면에서 공격의 짐을 모두 짊어지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은쿤쿠와 같은 크랙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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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최근 3경기에서 찾아본 라이프치히의 문제점에 대한 나의 생각은 여기까지다. 지도자 교육 프로그램에서 나겔스만을 제치고 수석 졸업을 차지한 유능한 지도자인만큼 이 상황을 유동적으로 타개하여 라이프치히를 정상 궤도에 안착시켰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지금까지 제 사견이었으며,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피드백을 채워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Futball Creater United 이사 오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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