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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3 DFB 포칼 결승전 라이프치히v프랑크푸르트] DFB 포칼, 프랑크푸르트는 어떻게 흥했고 어떻게 망했나

오성윤 2023. 6. 7. 18:58

독일 축구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DFB 포칼의 우승 트로피는 '디펜딩 챔피언' 라이프치히가 들어올렸다. 17/18 시즌 이후 5시즌만에 포칼 우승 트로피에 도전한 프랑크푸르트와의 '우승 경험자' 자존심 싸움에서 승리를 거머쥐며 2년 연속으로 팀의 트로피 진열대를 채울 수 있게 됐다.
 
다음 시즌 이탈이 확정된 은쿤쿠-가마다 중 누가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인지, 재계약 체결에 성공한 올모-괴체 중 누가 축포를 쏘아올릴 것인지, 팀의 살이있는 전설 오르반-하세베 중 누가 세레머니를 할 것인지, 이 경기를 끝으로 프랑크푸르트를 떠나는 글라스너 감독의 고별전의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지 등 경기에 흥미로움을 첨가하는 관전포인트들이 많았기에 이 경기의 의미는 포칼이라는 대회의 명성이 가져다주는 영예로움 이외에 이상으로 컸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고, 후반전 집중력이 흔들려 2골을 내리 헌납한 프랑크푸르트는 패자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에서 마지막 경기를 지휘한 글라스너 감독의 대응 전술은 라이프치히에게 충분한 고비를 안겨주었으며 실제로 라이프치히는 힘을 쓰지 못한 채 전반전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글라스너 감독은 어떤 방식으로 라이프치히의 게임플랜을 방해했을까?
 

FCU 디자인팀 설창우님 자체 제작

 
우선 두 팀의 선발 라인업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마르코 로제 감독의 라이프치히는 1.4.2.2.2 시스템을 기반으로 선발 명단을 구성하였다. GK 블라스비히가 수문장으로서 생애 첫 결승 무대를 밟았다. 요슈코 그바르디올의 징계로 LCB 오르반-RCB 클로스터만의 중앙 수비를, LB 할슈텐베르크-RB 헨릭스가 측면 수비를 이뤘다. 중원의 경우, 3선은 광범위한 활동량과 공격적인 운반 능력이 준수한 LDM 아이다라-RDM 라이머가 구축했으며 2선은 테크닉과 종적인 가담 움직임으로 볼의 전진을 도울 수 있는 LAM 올모-RAM 소보슬러이가 포진했다. 최전방은 LS 베르너-RS 은쿤쿠가 투톱을 이뤘다.
 
올리버 글라스너 감독의 프랑크푸르트는 1.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대회 결승인만큼 CCB 하세베가 중앙에서 공격적 기여도가 높은 RCB 투타와 LCB 은디카로 구성된 수비라인을 노련하게 이끌었다. 측면은 공수 능력간 밸런스가 좋은 LWB 막스-RWB 부타가 담당했다. 중원의 경우, 빌드업 시 안정적으로 풀어나가는 운영을 위해 LCM 로데-RCM 소우가 함께 배치되었으며, 최전방은 효율적이고 역동적인 역습을 위해 LW 괴체-ST 무아니-RW 가마다가 위치했다.
 
주도권을 잡는 축구를 선택한 라이프치히는 유기적인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중앙과 측면 모두를 유린하고 타격하겠다는, 실리적인 축구를 구사한 프랑크푸르트는 수비적인 안정감을 바탕으로 공격력을 선보이겠다는 경기 컨셉을 엿볼 수 있었다.

라이프치히와 프랑크푸르트의 선발 라인업

 
라이프치히는 후방 빌드업에 참여하는 양 사이드백의 전진을 지양하고 2DM이 중원에 머무르며 볼을 순환해주는 4-2 후방 대형을 형성했다. 이는 최전방에 3명의 선수를 배치한 프랑크푸르트가 2CB를 상대로 수적 우위를 점하면서 전방압박을 펼칠 시 실수가 나오거나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연속적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후방에 많은 숫자를 배치함으로써 안정적으로 볼을 전개하기 위함이다. 후방 빌드업을 잘 풀어나온 이후 상황에서의 운반은 하프 스페이스를 점유한 LAM 올모와 RAM 소보슬러이에게, 상대 진영으로의 전진은 LS 베르너와 RS 은쿤쿠에게 맡기며 빠른 공격을 꾀했다.
 
반면 프랑크푸르트는 라이프치히의 예상과 다른 전방압박 시스템을 준비했다. 최전방에 배치된 3명이 수비라인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는 대신, 2CB이 택할 수 있는 패스 선택지를 모두 막음으로써 볼의 전진을 제어하는 스탠스의 수비 전술로 대응한 것이다. 주로 왼쪽부터 RW 가마다-LW 괴체-ST 무아니 순서대로 최전방 압박기준선을 구성하였으며 LCM 로데-RCM 소우는 최전방 쓰리톱과 함께 미들블록을 형성하여 라이프치히의 2DM에 대한 대인방어를 강화했다.
 
양 측면에 위치한 ST 무아니와 RW 가마다는 각각 LB 할슈텐베르크와 RB 헨릭스에 대한 2CB의 패스 경로를 차단하였으며 LW 괴체는 이들과 종적으로 같은 라인을 유지하지 않고 움푹 파인 듯한 포지셔닝을 가져갔는데, 프랑크푸르트의 최전방은 이러한 대형을 유지하면서 상대의 전개 방향으로 하나의 유기체처럼 동시에 위치 변화를 가져갔다. 이에 고전한 라이프치히는 마땅한 패스경로를 찾지 못하여 횡패스를 반복하였고, 프랑크푸르트는 이를 이용하기 위해 윙백을 적극 활용하였다. 
 

라이프치히의 후빙 빌드업 체계와 프랑크푸르트의 압박 시스템(헨릭스 2->39)

 
바로 윙백에게 '점프'를 지시한 것이다. 라이프치히 수비라인의 횡패스 유도에 성공했을 때, 그들의 전개 방향이 전환될 때마다 LWB 막스와 RWB 부타가 적절한 타이밍에 올라와 번갈아서 압박수비를 펼쳤다. 또한 LCM 로데가 공격적인 포지셔닝을 취함으로써 최전방에 수를 더해주는 경우도 빈번했기에 RWB 부타와 LWB 막스는 점프 이후 전방에 머무르지 않고 빠르게 수비 복귀하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오른쪽 측면에서 RWB 부타가 LB 할슈텐베르크에게 압박을 가하는 경우, 프랑크푸르트는 1.3.3.4 대형을 구축했다. RWB 부타의 압박으로 상대의 수비라인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으나 볼의 소유권을 탈취한 것은 아니기에 중원에서 맨투맨 형식의 수비 대형을 갖췄다. 이는 LCM 로데는 라이프치히의 2DM을 숫자적으로 압도하기 위해 높은 위치로 올라가 상대의 패스 경로를 제한하는 최전방 3명을 도왔기 때문인데, LCM 로데의 전방압박 가담으로 인해 널널해진 중원은 LWB 막스가 채웠다. LWB 막스는 RAM 소보슬러이를 맨마킹하였고 RCM 소우는 LAM 올모를 맨마킹하는 방식으로 상대의 패스 옵션을 하나하나씩 줄여나갔다.
 
RWB 부타는 파울을 범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등 적극적인 압박을 펼쳤고, 이와 더불어 최전방 3명의 간격 유지가 적절히 이루어지면서 프랑크푸르트는 오른쪽 측면 수비를 성공적으로 가져갔다. RWB 부타가 압박을 가할 시, LCM 로데의 압박 가담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최전방 3명은 기존에 취하던 '패스 길목을 막자'라는 스탠스와 달리 상대 수비수가 볼 컨트롤을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직접적인 저항을 불어넣기도 했다.

라이프치히가 측면으로 풀어나온다면 LCM 로데가 측면으로 위치 이동을 가져간 최전방 3명과 삼각형을 이루면서 전진 활로를 봉쇄하였기에 LCM 로데의 가담은 프랑크푸르트가 라이프치히를 막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써 작용했다.
 
한편 왼쪽 측면은 LWB 막스의 중앙지향적 포지셔닝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많은 공간이 발생했다. 
 

LWB 막스가 RAM 소보슬러이를, RCM 소우가 LAM 올모를 맨마킹하고 RWB 부타가 적극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모습

 
왼쪽 측면에서 LWB 막스가 RB 헨릭스에게 압박을 가할 때는 LCB 은디카의 커버 플레이가 주요했다. 오른쪽 측면은 LS 베르너가 중앙에서 뒷공간 침투를 노리기보단 측면에서 볼을 기다렸기에 RWB 부타가 측면지향적인 포지셔닝을 가져갔고, RCM 소우와 LCM 로데는 각각 LAM 올모와 RAM 소보슬러이에 대한 맨투맨 압박에 집중했기에 중앙에 많은 공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때 LCB 은디카가 중앙으로 올라감으로써 상대의 볼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플레이는 LCB 은디카와 CCB 하세베 사이 발생하는 뒷공간에 대한 리스크를 수반하였으며, 대체적으로 촘촘한 수비를 통해 상대의 백패스 혹은 롱패스를 유도하였으나, RAM 소보슬러이나 RDM 라이머에게 볼이 연결됐을 시 그 공간으로 쇄도하는 RS 은쿤쿠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내주는 등 허점을 보였다.
 

LCB 은디카가 중앙으로 올라와 상대 롱볼을 끊어내는 모습

 
프랑크푸르트는 라이프치히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압박전술을 통해 볼을 탈취하여 높은 지역에서 빠르고 역동적인 공격을 펼치고자 했으나 볼을 탈취한 이후 곧바로 공격 상황으로의 연계가 어렵다면 무리하지 않고 수비라인으로 볼을 뺸 후 다시 만들어가고자 했는데, 이때 프랑크푸르트의 전개 국면은 크게 두가지 전개 양상을 띠었다.
 
4-2 미들블록을 형성하여 프랑크푸르트의 2CM을 압박한 라이프치히의 수비전술로 인해 중앙 선택지가 제한된 프랑크푸르트는 라이프치히의 의도대로 측면으로 획일화된 공격 국면을 보냈으나, 이를 역이용하여 LWB 막스와 RWB 부타를 터치라인 부근 높은 지역에 위치시킴으로써 라이프치히의 미들 블록을 횡적으로 흔들었다.
 
또한 중원을 거친 전개를 일부 포기하고 최전방 3명이 2선으로 내려와 LWB 막스나 RWB 부타의 대각선 패스를 받도록 지시하였는데, 프랑크푸르트는 LWB 막스에 의해 순간적으로 수비 대형에 균열이 일어나는 라이프치히의 최후방과 3선 사이 공간을 활용하여 전진 드리블을 행할 수 있었다. 이때 빠른 전진이 요해졌기에 역동적인 동시에 섬세한 드리블을 통한 돌파에 능한 ST 무아니가 주로 볼을 받으러 지원 움직임을 가져갔다.
 

LWB 막스에게 시선이 쏠린 라이프치히, 그리고 볼을 받으러 온 ST 무아니

 
3CB들의 다이렉트 패스를 통한 전진을 꾀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최전방에 포진한 3명 중 2명이 동원되는데, 주로 LW 괴체와 RW 가마다가 이 역할을 맡았다. 한 명은 상대 미들블록이 지키고 있는 중원에 가세하여 팀의 수적 불리를 덜었고, 다른 한 명은 2선을 횡적으로 누비면서 3CB가 다이렉트 패스를 전달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를 모색한다. 한편 ST 무아니는 전방에서 침투할 수 있는 공간에서 대기한다.
 
아래 장면에서 볼 수 있듯, RWB 부타와 LWB 막스는 측면에 위치해있으면서 상대 미들블록이 중원만을 지키지 못하도록 위협했고, LCM 로데와 RCM 소우, 그리고 RW 가마다는 볼을 받으러 내려온 LW 괴체를 의식하여 그에게 공간을 내주기 위해 상대를 고정시켰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LW 괴체는 CCB 하세베에게 패스를 공급받을 수 있었으며 LW 괴체에게 볼이 전달되자마자 RW 가마다는 전방 침투를 가져갔다.
 
마땅한 패스 경로가 보이지 않을 때 프랑크푸르트의 3CB는 롱볼을 통해 상황을 타개하기도 했는데, 이때 ST 무아니가 직접 경합하지 않고 LW 괴체나 RW 가마다가 대신 경합한 후 그 세컨볼을 무아니가 받아 공격을 이어나가는 방식으로 공격이 전개되었다. 
 

CCB 하세베에게 볼을 연결받는 LW 괴체와 곧바로 쇄도하는 RW 가마다

 
위와 같은 게임모델을 통해 전반전 프랑크푸르트는 라이프치히가 구사하고자 한 축구를 성공적으로 제어했으나, LAM 올모와 RAM 소보슬러이에게 취하던 맨투맨이 느슨해지고 전체적인 수비 집중력이 저하되면서 라이프치히의 진입을 쉽게 허용하였고, 결국 어수선한 수비 대형 속에서 라이프치히에게 득점을 헌납하였다. 아래의 장면도 마찬가지로, RAM 소보슬러이에게 집중해야했던 RCM 소우가 볼에 집중하게 되면서 상대의 2선 자원들에게 많은 공간을 열어주었다.
 
전반전에 승부를 내지 못한 것도 패배의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높은 지역에서 빠르고 효율적인 공격을 가져간 것은 훌륭한 접근법으로 사료되나, 결국 많지 않은 기회 속에서 방점을 찍지 못하였고 이는 프랑크푸르트의 성급함을 초래했다. 득점이 급급했던 프랑크푸르트는 후반전 로데를 빼고 린스트룀을 투입하였으며 하세베를 뺴고 보레를 투입하였는데, 이로 인해 중앙 전개에 애를 먹으면서 결과적으로 악수가 되었다.
 

소보슬러이를 놓치는 소우

 
LS 베르너를 빼고 ST 포울센을 투입한 용병술이 맞아 떨어지면서 라이프치히의 전술 변화가 효과적으로 작용한 것도 있는데, LS 포울센의 투입으로 전방으로의 다이렉트 연결이 가능해진 라이프치히는 RS 은쿤쿠의 측면 가담이 더욱 활성화되었고, LAM 올모와 RAM 소보슬러이는 서로 스위칭 플레이를 가져가며 상대 윙백을 고정시켰다.

이로써 RWB 부타와 LWB 막스의 압박을 피할 수 있게 된 라이프치히는 RB 헨릭스를 더욱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비대칭적인 백포라인을 구축하였고, LB 할슈텐베르크-LCB 오르반-RCB 클로스터만이 상대 최전방에 3v3으로 대응하는 대신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는 플레이에 능숙한 RB 헨릭스가 RDM 라이머와 오른쪽 측면에서 RCM 소우에게 2v1 수적 우위를 점한 채 연속적인 스위칭 플레이를 가져갈 수 있었다.

RB 헨릭스와 RDM 라이머의 공격 기여도가 높아지고, RS 은쿤쿠의 플레이메이킹 빈도가 잦아지면서 전반전 상대의 맨투맨 압박으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LAM 올모와 RAM 소보슬러이가 더욱 자유롭게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게 되는 연쇄 효과도 발생했다.


'디펜딩 챔피언' 라이프치히의 진격은 막을 수 없었다. 전반전은 고전했으나 후반전은 유려한 공격자원을 바탕으로 프랑크푸르트를 계속적으로 뚜들겼고, 결국 은쿤쿠의 개인기량이 빛을 발하면서 라이프치히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겨주었다. 후방에서 안정적으로 볼을 배급하고 운반한 라이머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반면 프랑크푸르트는 유로파 리그의 꿈을 접게 되었다. 리그 7위로 마무리하며 DFB 포칼의 결과에 상관없이 유럽 대항전에 나갈 수 있었지만, 22/23 시즌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아봤기에 컨퍼러스 리그에 만족할 수 없었던 프랑크푸르트는 포칼에 모든 것을 걸었으나 전력적 열세가 발목을 잡았다.
 
독일 축구의 최정상에서 시즌의 마지막을 보낸 둘은 과연 다음 시즌에도 독일 축구 최고의 팀으로서 군림할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Arne Dedert/dpa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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