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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리그 1차전 로마v레버쿠젠] 무리뉴가 레버쿠젠을 제압한 방법

오성윤 2023. 5. 22. 00:11

2022/23 유로파리그 준결승, 레알 마드리드 시절 사제지간을 형성한 조세 무리뉴와 사비 알론소가 각자의 팀을 이끌고 동등한 위치에서 혈투를 벌였다. 레알 소시에다드 B팀의 지휘봉을 잡은 바 있는 사비 알론소는 헤라르도 세오아네 감독의 후임으로 레버쿠젠에 부임하여 팀의 반등을 견인하는 등 이번 시즌 가장 유망한 감독 중 한 명으로 거론되었으며 팀의 유럽대항전 준결승 진출을 도왔으나, 결국 풍부한 토너먼트 경험과 확고한 수비 전술을 바탕으로 노련한 경기 운영을 펼친 ‘스승’ 무리뉴 감독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부임 당시만 해도 좋은 흐름의 작년 시즌에 비했을 때 심각한 부진세를 겪은 선수단과 새 시즌에 접어들며 재정돈되지 않은 팀 색채를 보이며 하위권에 내려앉아있던 팀을 유럽대항전 티켓 경쟁권에 안착시킨 사비 알론소 감독은 어떤 접근법을 보였으며, 젊은 감독의 패기를 상쇄한 무리뉴 감독의 대응책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FCU 디자인팀 설창우님 자체 제작


레버쿠젠은 1.3.4.3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대형을 형성했다. RWB 프림퐁과 LWB 바커르의 직선적인 공격적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한 레버쿠젠은 3-2 대형을 바탕으로 후방 빌드업을 전개하였다. ST 흘로젝은 볼의 전개 방향에 맞춰 좌우로 오가면서 많은 숫자를 바탕으로 레버쿠젠의 공격을 방어하고자 한 로마의 수비 대형의 움직임을 이끌어냄으로써 공간을 발생시켰다. LW 비르츠와 RW 디아비는 상대 하프 스페이스 구역에 위치하면서 다소 정적인 포지셔닝을 가져간 RDM 팔라시오스와 LDM 안드리히 혹은 백스리의 다이렉트 패스를 받아 팀의 공수전환을 주도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볼을 받아 운반 및 투입하는 능력이 뛰어난 LW 비르츠는 중앙지향적인 움직임을 보였고 반면 RW 디아비는 중앙에 대한 관여도를 높였으나 측면에서 RWB 프림퐁과 합을 맞추는 빈도를 잦게 가져갔는데, 이로 인해 우측 공격은 세밀하고 좌측 공격은 직선적으로 파고드는 데 능한 LWB 바커의 전진성을 통해 볼을 전진시켰다.

레버쿠젠은 디펜시브 써드에서 볼을 전개할 경우 백스리의 넓은 간격을 추구했다. 레버쿠젠의 백스리를 압박한 상대 2ST에게 시공간적 여유를 벌기 위함이다. 이렇게 상대의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난 채로 볼을 잡은 레버쿠젠의 수비진은 3선 혹은 양 윙백에게 볼을 전달하기도 했으나, 라인과 라인 사이 간격을 넓게 유지한 레버쿠젠의 선수 대형으로 인해 수비라인 간격에 문제가 발생한 로마의 상황을 이용하여 전방으로 볼을 한 번에 연결하기도 했다. ST 흘로젝은 측면으로 빠지면서 공격에 참여했으나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반면 미들 써드 내지 하이-디펜시브 써드 구역에서 볼을 전개할 시에는 로마의 압박 강도가 더욱 거세졌기 때문에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볼을 전진시키고자 했다. 이러한 전술적 기조는 로마의 수비 체계에 의해 선수들이 볼 선환 및 전진에 어려움을 겪자 전체적인 무게중심 자체가 낮아지는 문제로 연계되기도 했다.

레버쿠젠의 후방 빌드업 시스템


로마는 1.3.5.2 시스템에 기반하여 견고한 수비대형으로 대응했다. 우선 전방에서는 체계적인 맨투맨 디펜스를 통해 레버쿠젠의 후방 빌드업을 적극적으로 방해하고자 했다. 레버쿠젠의 주요 공격 기점인 RWB 프림퐁과 LWB 바커르를 각각 LWB 스피나촐라와 RWB 첼릭이 맨마킹하였고, AM 펠레그리니와 RDM 보베는 레버쿠젠의 2DM 체계를 각각 압박함으로써 후방에서부터 안정적으로 풀어나가려는 레버쿠젠의 중앙 패스 선택지를 찰저히 제한했다. 이렇게 3선에 대한 패스 선택지를 차단한 로마는 LS 에이브러햄과 RS 벨로티를 활용하여 레버쿠젠의 백스리와 3v2 수적 열세 상황에서 대치시킴으로써 계속적인 압박을 통해 공격 방향을 의도대로 유도하였다. 2ST가 상대의 전개 방향을 측면으로 국한짓는 데 성공했을 때, 유도한 측면에 위치한 LS/RS와 AM 펠레그리니/RDM 보베는 중앙 패스길을 차단하면서 측면에서 볼을 점유하는 상대 선수를 협력 수비한다.

후방에서는 견고한 백스리와 DM 마티치를 바탕으로 존 디펜스를 취했다. 후방에서의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 공격진의 공간적 여유를 최소화했다. 이를 통해 상대의 측면 돌파를 허용하더라도 박스 안 수적 우위로써 볼의 투입을 즉시 차단하는 형태의 수비 장면이 적지 않게 나타났다. 상대의 전개 국면 시 빠르게 1.5.3.2 전형을 갖추도록 하는 선수들의 수비 가담 속도도 돋보였다.

맨투맨 디펜스 기반 로마의 압박 체계


로마의 공격 지역 진출을 위해 거칠 수 있는 활로가 차단된 레버쿠젠은 로마의 수비대형에 균열을 주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RCB 탑소바의 전진성과 볼 컨트롤 능력을 활용하였다. RCB 탑소바에게 수비라인에서부터 드리블을 통해 3선 구성원인 LDM 안드리히-RDM 팔라시오스와 중원라인을 형성하도록 한 것이다. 이때 ST 흘로젝은 볼의 흐름에 따라 우측으로 이동함으로써 상대 수비블록의 과밀화를 유도해냈다.

움직임이 적었으며 정적으로 운영되었던 2DM 시스템과 전진을 지양한 백스리로 구성된 기존 3-2 후방 대형에서 후방 빌드업을 펼쳤을 시와 달리 RCB 탑소바가 볼을 몰고 전진함으로써 RWB 프림퐁과 LWB 바커르는 볼을 받으러가는 움직임에 대한 부담을 덜고 더욱 높은 공간을 점유할 수 있게 되었으며, 상대 수비블록의 측면 과밀화 유도를 통해 LB, LWB로도 활약이 가능하다는 유연성을 보유한 LCB 인카피에는 좌측에 발생하는 공간을 차지한 후 자신의 공격 능력을 통해 해당 공간을 공략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LDM 안드리히-RDM 팔라시오스가 AM 펠리그리니-RDM 보베와 2v2 수적 동률을 이룰 경우 높은 공간에 위치하며 패스 선택지로써 기능하기도 했다.

우측면에서 3선 라인 형성한 레버쿠젠. 측면으로 과밀화 된 상대가 허용한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인카피에가 달려옴.


RCB 탑소바의 공격적 활용은 횡적으로 좁은 간격을 유지함에 따라 상대의 맨투맨 디펜스를 통한 패스길 차단을 더욱 용이하게 했다는 레버쿠젠의 문제점 해소에 기여하기도 했다. RCB 탑소바가 반복적으로 우측면 빌드업에 대한 지원 빈도를 늘리자 LDM 안드리히와 RDM 팔라시오스가 간격을 더욱 넓혀 각각 다른 구역에서 역할을 분화할 수 있었다. LDM 안드리히가 좌측면에서, RDM 팔라시오스가 중앙에서 볼의 배급을 도왔으며 RCB 탑소바는 우측면에서 볼을 전방으로 연결하였다. 볼의 순환이 원활해지고 상대의 압박에서 벗어남에 따라 패스 선택지 및 폭이 확장되자 RWB 프림퐁과 LW 비르츠, RW 디아비가 모두 높은 구역에 위치하면서 볼의 투입을 기다릴 수 있었다.

레버쿠젠의 후방 빌드업 시스템에 순간적으로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자 로마가 전방에 형성한 2-2 하이 블록에도 균열이 발생했다. 아래의 장면에서, 레버쿠젠의 2DM을 맨투맨 방어한 AM 펠레그리니-RDM 보베의 간격이 더욱 멀어졌으며 이로 인해 RDM 팔라시오스는 순간적으로 프리맨이 되었다. 이는 DM 마티치의 압박 움직임을 유도함으로써 로마의 수비블록을 구성하는 인원을 줄이는 효과를 낳았다.

탑소바의 전진으로 서로간의 간격을 넓힌 레버쿠젠의 3선. 공간이 많이 발생한 모습


로마는 다섯 명의 유닛으로 운영된 백파이브의 수적 이점을 최대로 이용하였다. 순간적으로 튀어나감으로써 상대 공격진을 압박하여 볼을 탈취하는 능력이 출중한 CCB 크리스탄테와 RCB 만치니에가 각각 ST 흘로젝과 RW 디아비가 볼을 받으러 내려갈 시 함께 올라가면서 두 선수의 동작이 후방을 향하도록 제한했다. 이렇게 수비진 중 한 명이 수비라인에서 벗어나더라도 네 명의 유닛으로 상대의 공격에 대처가 가능했던 로마는 볼이 투입되더라도 안정적으로 대응이 가능했으며, 아래 장면과 같이 RW 디아비와 RWB 프림퐁에 대한 맨투맨으로 유연하게 측면 수비 대처를 함으로써 위협적 찬스를 거의 내주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CCB/RCB의 공격적 기용은 공격 국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RCB 만치니에게서 더욱 그러한 경향을 보였는데, 더미 움직임을 통해 상대 선수를 끌고 올라가거나 오른쪽 측면 지역에서 볼을 배급하는 등 RWB 첼릭에게 자유를 부여하고자 한 로마의 게임모델에 적합한 플레이를 보였다. 오른쪽 측면만이 아니라 중앙에도 숫자를 더해줌으로써 로마가 인-포제션 국면에 놓여있을 시 더욱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볼을 받으러 가는 ST 흘로젝을 저지하는 CCB 크리스탄테


레버쿠젠은 선수에 대한 패스 선택지를 제한하는 로마의 수비 전술에 고전하였고, 이에 맞물려 선수 부족으로 인한 공간의 비효율벅 활용이라는 문제에 직면했다. 이는 레버쿠젠의 2DM 시스템에 2v2 수적 동위를 통해 맞대응한 로마의 압박에서 탈출하기 위해 우측은 RCB 탑소바가, 좌측은 LW 비르츠가 3선에 합류하는 움직임에서부터 출발한다. 아래의 장면에서 볼 수 있듯, 왼쪽 측면에서 후방 빌드업을 도운 LW 비르츠는 아직 우측 공격에 대한 지원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했으며 ST 흘로젝 또한 하프 스페이스로의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RWB 프림퐁에게 패스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측면으로 위치를 변경한 RW 디아비는 LCB 이바녜즈의 맨마킹을 통해 패스 선택이 어려워졌으며, 결국 레버쿠젠은 볼을 후퇴시켜야만 하는 결과를 맞이했다.

이바녜즈에 의해 패스 선택지를 잃은 프림퐁과 하프 스페이스에 대한 공략의 부재


많은 숫자로 수비 국면을 취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공격 시 참여인원이 적어질 수밖에 없었던 로마는 다소 직선적인 공격 패턴을 구사하였다. 터치라인을 따라 높게 올라가서 볼을 기다리는 RWB 첼릭과 LWB 스피나촐라를 활용하기 위함인데, 이를 위해 우선 DM 마티치를 중심으로 RDM 보베와 AM 펠레그리니를 후방에서 넓게 활용하여 3-3 후방 대형을 형성한다. RWB 첼릭과 LWB 스피나촐라는 측면에서 3MF 혹은 RCB 만치니가 배급하는 볼을 받고 공격을 펼친다.

아래의 그림은 RDM 보베가 미들 써드의 우측면에서 볼을 RWB 첼릭이 대기하고 있는 전방으로 공급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통해 직선적인 접근법을 통해 양쪽 윙백의 공격 능력을 극대화하려는 로마의 의도뿐만 아니라 2ST의 활용법도 살펴볼 수 있다. 해당 장면과 같이 LS 에이브러햄이 상대 수비를 끌고 내려오고, 이때 발생하는 공간은 RWB 첼릭이 활용하며 RS 벨로티는 쇄도 움직임을 통해 가세하는 활용법이 나타났다. 반대로 RWB 첼릭/LWB 스피나촐라가 상대를 끌어당기고 그때 발생하는 공간으로 RDM 보베/AM 펠레그리니가 침투하는 패턴도 보여졌는데, 로마는 이러한 패턴을 통해 선제골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측면 쇄도하는 첼릭에게 롱패스를 보내는 보베.


’스승의 배려‘란 없었다. 물론 경기 종료 이후 두 감독간 오간 훈훈한 코멘트로 사제지간의 두 감독이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경기장 안 무리뉴의 축구는 냉정했다. 상대적으로 공간을 많이 노출하는 팀에 강점을 보인 레버쿠젠의 특징을 이용하여 1,2차전 모두 두줄수비를 통해 공간을 아예 내주지 않았으며 특히 2차전 오직 승리만을 위해 선보인 무리뉴의 수비전술은 레버쿠젠 선수들에게 곤욕을 안겨주었다. 오죽하면 2차전 선발 출전한 미드필더 케렘 데미르바이가 경기 후 “AS로마는 경기를 역겹게 만들었다”는 인터뷰를 남겼을 정도다.

하지만 분명 무리뉴 감독의 1차전 공격전술은 레버쿠젠에 있어서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에이브러햄의 압도적인 제공권을 바탕으로 직선적인 축구를 펼쳤으며, ‘전사’ 벨로티의 부지런한 움직임과 양측면 윙백 및 미드진의 공간 활용 능력은 레버쿠젠의 수비대형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리그 7위에 위치하여 챔피언스리그 티켓과는 다소 멀어진 로마는 같은 리그의 유벤투스를 꺾고 올라온 ‘유로파의 제왕’ 세비야와 결승전을 치르게 되었다. ’유로파의 세비야’와 ‘유럽대항전 결승전의 무리뉴‘, 과연 결승전에서 둘 중 어느 쪽의 징크스가 먼저 깨지게 될까?

출처: CNN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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