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계약 해지 이후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새 지휘봉을 역임하도록 하며 체제를 전환한 토트넘은 1R 브렌트포드전 불만족스러운 경기력과 무승부라는 아쉬운 결과의 대가로 손흥민 활용법 등에 대한 전술적인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첫 공식 경기부터 고비를 겪으며 셀틱 시절과는 다른 환경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였으나 바로 다음 경기인 2R 맨유전 반전을 거두게 된다. 이 경기 포스테코글루는 역시 맨유의 대응전술에 고전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곧바로 해결책을 마련해 상황을 타개했다.
그렇다면 맨유는 어떻게 토트넘의 고전을 이끌어냈으며, 토트넘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방법론을 제시했을까?
이 경기 토트넘의 후방 빌드업 컨셉은 지난 브렌트포드전과 유사했다. LB 우도기-RB 포로를 이른바 인버티드 활용하여 하프 스페이스에 배치한 후 GK 비카리오 포함 1-2-1-2 형태와 같은 후방 대형을 구축하는 것이다. 선수 기용적인 측면에서 포로가 에메르송을 대신하여 RB으로, 스킵을 대신하여 파페 사르가 RDM로 출전했다.
1R 브렌트포드전도 이와 같이 LB 우도기와 RB 에메르송을 인버티드 활용하여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사용하는 1.4.2.3.1 시스템의 LDM인 비수마와 함께 후방 빌드업을 이끌어나가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브렌트포드의 전방 압박과 수비라인을 뚫어내는 데 효과적이지 않았고,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맨유전의 경우 RB 포로를 기용하여 측면 유기성을 더했다.
선수 기용을 달리함으로써 후방 빌드업 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했으나 맨유가 3FW와 2MF를 통해 중앙에 밀집되어있는 경향이 강한 토트넘의 후방 대형을 5v6 구도로 맨투맨 압박하자 전진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맨유의 5명을 동원한 전방 압박 체제를 뚫어내더라도 맨유 수비진의 전진에 의해 금방 볼 소유권을 헌납하였다.
토트넘은 후방 빌드업 국면 시 후방 대형과 전방 대기 인원 사이 연결고리 역할을 AM 매디슨과 RDM 파페 사르에게 맡기면서 더욱 유연한 볼 운반을 위한 변수를 창출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맨유는 RDM 카세미루를 과감히 전진시켜 필드 플레이어 6v6 구도로 전방 압박을 수행했고, 측면에 대한 패스 옵션이 빈약했던 토트넘의 볼 투입 방식은 단순화되며 볼 소유권을 쉽게 맨유에게 넘겼다.
맨유는 토트넘의 측면 옵션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토트넘의 중원에 투입된 볼을 탈취하는 데 성공했을 경우, LW 가르나초-RW 안토니가 측면 넓은 공간에 위치하게 하여 선수들이 특정 구역에 집중적으로 분포해있는 토트넘의 후방 대형의 약점을 공략하여 기회를 창출했다.
실제로 맨유는 이러한 패턴을 활용하여 토트넘보다 우세한 고지를 점하며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약 3배 가량 차이나는 전반전 xG값과 3회의 빅찬스 창출, 그리고 2배 더 많은 슈팅 횟수까지 거의 대부분의 지표에서 토트넘을 압도했다. 하지만 주어진 찬스를 LW 가르나초의 판단적인 실수로 결정적 기회까지 연계해나가지 못하고, ST 래시포드가 2차례에 걸쳐 빅찬스 미스를 기록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패인으로 작용했다.
맨유가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자 토트넘의 반격이 시작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기존의 중앙 밀집적인 후방 대형을 볼 탈취 이후 방향 전환을 통해 붕괴시키고자 한 맨유의 전략을 역이용하기 위해 선수 배치에 변화를 주었다. 2CB의 최후방 구조와 2-3 후방 대형은 변함없었지만, 후방 대형에 참여하지 않는 한 명의 MF를 활용하여 중앙 밀집적인 토트넘의 후방 대형을 압박하기 위해 함께 중앙 밀집된 맨유의 측면 빈 공간을 공략했다.
아래는 인버티드 활용된 RB 포로와 AM 매디슨, 그리고 LDM 비수마가 2-3 후방 대형의 3MF를 구성하고 있는데, 이들을 맨마킹하는 맨유의 전방 압박 체제가 토트넘의 우측면에 공간을 노출하자 RDM 파페 사르가 내려와 볼을 연결받고 전진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지원 움직임을 취하는 선수가 내려오는 방향에 대해 약간의 변주가 가미되었으며, 특히 RB 포로의 전진성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맨유의 전방 압박 조직을 역이용하여 측면을 통해 볼 운반에 성공했을 시, 토트넘은 갑작스럽게 자기진영에서 수비진형을 갖춰야 하는 맨유의 수비 블록을 볼이 있는 측면으로 밀집시킬 수 있게 된다. 아래의 사진 자료와 같이 오른쪽으로 볼이 운반되었을 때는 LW 손흥민이 상대 수비와 넓은 공간을 바탕으로 1v1 구도를 맞이하게 된다.
넓은 공간에서 상대 수비 1명을 두고 온더볼을 맞이한 손흥민은 동일한 측면에서 공격 국면을 주도하는 LB 우도기의 언더래핑 등을 통해 측면에서 여러 패스 옵션을 동시에 획득할 수 있게 되고, 이러한 상황이 계속적으로 연출되며 LW 손흥민은 4회의 키패스와 1회의 기회 창출을 기록할 수 있었다.
다음 장면과 같이 LW 손흥민은 RB 완비사카를, LB 우도기는 언더래핑을 통해 RCB 바란을 자신에게 고정시켰고, 이와 더불어 ST 히샬리송이 자신의 마크맨인 LCB 리산드로 마르티네즈를 RCB 바란의 시선이 향하는 반대 방향으로 끌고 가면서 RDM 파페 사르에게 침투 공간을 마련했다.
이처럼 토트넘은 전방으로 볼을 투입하는 것에 성공한다면 자신을 맨마킹하는 선수들을 유도하여 한 명의 프리맨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형식의 공격 패턴을 계속적으로 시도하며 맨유를 위협하였고, 이러한 토트넘의 공격 시퀀스의 중심이 된 손흥민은 슈팅은 적었으나 공간에 대한 패스를 잘 투입해주면서 자신의 역할을 완벽히 소화했다.
ST 히샬리송의 경기 활약상은 충분히 실망스러웠고, 따라서 후반 70분 페리시치의 투입과 함께 교체 아웃되었으나 그의 맨유전 활용법에 대해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ST 히샬리송이 오프더볼을 통해 자신의 마크맨인 LCB 리산드로 마르티네즈를 철저히 이용했기 때문이다.
왼쪽의 사진 자료에서 ST 히샬리송은 LCB 리산드로 마르티네즈의 전진을 이끌어냈으며 이와 함꼐 RDM 파페 사르의 하프 스페이스에서의 움직임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며 RW 쿨루셉스키에게 횡, 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발생했다. 오른쪽 사진 자료의 경우, LW 손흥민이 좌측면에서 RB 완비사카와 1on1을 통해 동료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ST 히샬리송이 LCB 리산드로 마르티네즈를 우측으로 끌고 갔고, 이에 따라 AM 매디슨은 중앙에 공간을 얻었다.
이와 같이 ST 히샬리송의 오프더볼은 의도적이었든 비의도적이었든 LCB 리산드로 마르티네즈를 적절하게 이용했고, 이에 따라 토트넘은 공간을 더욱 수월하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ST 히샬리송의 경기력적 기여는 온더볼에서의 생산적인 플레이로 이어가지 못했으며, 2R 맨유전을 통해 ST 히샬리송의 경기력 회복이 시급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체 아웃된 ST 히샬리송을 대신하여 ST 역할을 맡은 손흥민의 두번째 골장면에서의 활약상이 ST 히샬리송이 앞으로 자신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참고할 좋은 교보재가 될 수 있다. 단순히 오프더볼로 상대 수비수를 유인했을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볼 터치를 경기에 영향을 끼치며 토트넘이 더욱 효율적으로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왔기 때문이다.
ST로 활약하게 된 손흥민은 AM 매디슨이 볼을 잡자 곧바로 내려와 월패스를 주고 받았고 이는 RCB 바란의 전진을 이끌어냈다. 이후 상황에서 AM 매디슨이 LW 페리시치에게 한번에 전환하자 RB 달롯는 측면을 향할 수밖에 없었고, 손흥민과 매디슨이 패스를 주고 받는 사이 침투를 시도하던 벤 데이비스는 RCB 바란과 RB 달롯 사이 공간을 활용해 득점을 만들어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적 철학에 변함이 있지 않는 한, 히샬리송은 아래와 같은 움직임과 실질적 온더볼 플레이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야만 한다.
AM 매디슨도 ST 히샬리송과 같이 상대 선수를 끌어내어 공간을 만들어내는 토트넘의 공격 패턴에 활용되었다. 토트넘의 1-2-1-2 내지 2-3 후방 대형에 직접 가담하여 후방 빌드업을 풀어나가는 움직임도 자주 보였으나, RB 포로 / RDM 파페 사르를 활용한 측면을 통한 볼 운반이 활성화됨에 따라 ST 히샬리송과 전방에 대기하다가 볼을 받는 움직임을 더욱 자주 보였다.
그 단적인 예시로써 아래의 사진 자료를 제시할 수 있다. 아래에서 AM 매디슨은 ST 히샬리송과 동일 선상에서 머물다가 전방으로 투입된 볼을 리시브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맨유의 전방 압박 대형과 수비라인 사이 공간으로 내려갔고, 이에 따라 ST 히샬리송은 침투 공간을 얻었으며 맨유의 전반적인 선수 대형은 균열이 일어났다.
이는 AM 매디슨의 탈압박 능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술적 움직임으로 보이며, 빈틈이 발생한 수비라인을 정비하기 위해 맨유 선수들이 후퇴하고 토트넘 선수들의 공격 가담 시간을 버는 효과를 낳았다. 그리고 이러한 공격 시퀀스는 오른쪽 측면으로의 방향 전환으로 이어졌고, LW 손흥민-LB 우도기처럼 RW 쿨루셉스키-RB 포로도 측면 2v2 구도를 맞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더래핑 움직임은 ST 히샬리송과 스위칭한 LW 손흥민이 담당했고, RW 쿨루셉스키와 RB 포로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여러 패스 옵션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아래의 사진 자료도도 AM 매디슨의 지원 움직임에 RB 완비사카가 유인되었고, RB 완비사카가 LW 손흥민에 대한 맨마킹이 허술함을 눈치채고 수비라인으로 복귀했으나 이미 쇄도하고 있는 LW 손흥민이 볼을 받을 공간이 발생하며 토트넘에게 공격 기회를 허용했기 때문에 AM 매디슨을 활용한 토트넘 공격 패턴의 예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브렌트포드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경기가 전개되는 듯 했으나, 맨유의 수비전술에 적절히 대응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경기 중 피드백의 효력은 대단했다. 상대 수비전술의 약점을 분석하여 이용하고, 심지어 약점을 노출하도록 계속적으로 유도했으니 말이다.
반면 맨유는 스스로 자멸했다고 할 수 있다. 전반 초중반 맨유는 3차례에 걸친 결정적 득점 기회를 얻었음에도 적절히 살려내지 못하며 결국 최악의 결과를 마주해야만 했다.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어줄 수 있는 자원인 라스무스 호일룬의 복귀 전과 후 전술에 대한 텐 하흐 감독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희비가 엇갈린 둘의 행보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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