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 하베르츠의 4R 맨유전 활약상은 명백하게 아쉬웠다. 수비적 포지셔닝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은 모습을 보였으며 훌륭한 축구 지능으로 팀 공격을 매끄럽게 만들었으나 ‘온더볼’에 굉장히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며 팀 공격에 더 큰 손실을 가져왔다.
이러한 이유로 하베르츠는 5R 아스날과 에버튼의 맞대결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팀의 1.4.3.3 시스템의 선발 LCM로, 즉 팀의 좌측 메짤라로서 하베르츠가 아닌 파비우 비에이라를 선택한 이유는 결국 두 선수의 '온더볼' 능력에 대한 숙련도 차이에 기인해있다.
아스날은 상대적 강자의 입장에서 애버튼과의 경기를 '지배'해야만 했고, 실제로 아스날은 에버튼전 70% 이상의 경기 점유율을 기록하며 경기 흐름을 장악했다. 경기 점유율 뿐만 아니라 xT 기반의 매치 도미넌스를 살펴보더라도 아스날이 경기의 전반적인 주도권을 챙기며 상대 지역에 더 많은 빈도로 접근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경기 양상은 쉽게 예상되었으며 실제 경기 흐름도 예상과 동일하게 흘러갔다. 따라서 에버튼전을 앞둔 아스날은 다른 팀과의 경기에서보다 더 많은 수비 인원을 상대해야했고, 상대 수비 블록을 타파하는 것에 있어서 하베르츠의 영리한 오프더볼 움직임보다는 비에에라의 탁월한 온더볼이 더욱 유용하게 활용될 여지가 컸다고 판단하여 4경기 동안 고수하던 하베르츠 기용 대신 ‘비에이라 선발’이라는 카드를 제시한 것이다.
그렇다면 에버튼을 상대로 선발 출전할 것을 지시받은 비에이라가 직면해야하는 상대의 벽은 너무나도 명확했다. 아스날 합류 이래 계속적으로 지적을 받아왔던 비에이라의 왜소한 체구에서 비롯된 ‘신체적 열세’는 에버튼의 터프하고 파괴력 있는 압둘라예 두쿠레-아마두 오나나-이드리사 게예의 3MF 체제에 의해 크게 노출될 공산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아래의 통계를 보라. 실제로 에버튼의 3MF는 90분당 태클 성공률에서 팀내 상위권에 위치해있으며 90분당 공격 지역 점유율에 관한 지표에서도 3명 모두가 5위 안에 포함되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에버튼의 3MF는 팀의 수비 국면에서 상대의 볼 소유권을 탈취하는 빈도와 그 성공률이 높은 축에 속하며, 이후 상황에서 경기를 이끌어가는 공격적 역할까지의 팀내에서 매우 중요도 높은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르테타 감독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1-4 후방 대형을 제시하여 팬들의 우려를 잠재웠다. 아스날의 1-4 후방 대형은 RCB 살리바가 최후방을 커버하고, LB 진첸코가 인버티드 활용되는 대신 왼쪽 측면에서의 온더볼을 LCB 마갈량이스가 전담하며 LB 진첸코의 부담을 덜어준다. 그리고 위와 같은 좌측 구조에 대해 대해 RB 화이트와 DM 라이스가 각각 대칭된 포지셔닝을 취하는 형식으로 우측 구조를 만들어가면서 1-4 후방 대형이 구축되었다.
이러한 후방 대형은 에버튼의 1.4.4.2 수비 블록을 끌어내기 굉장히 용이한 구조로써 작동했는데, 그 이유는 1-4 대형의 중앙 온더볼을 맡는 2명의 측면 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돌출된 포지셔닝을 취한 LCB-RB에 있다.
LCB 마갈량이스와 RB 화이트가 양쪽 측면에서 볼을 잡을 경우 RW 단주마와 LW 맥닐을 이들을 압박하기 위해 전진했고, 이는 에버튼의 측면 수비 두께가 얇아짐을 의미한다. 이와 더불어 중앙에 포진한 LB 진첸코-DM 라이스는 2ST를 이룬 RCM 게예-ST 베투를 이끌어내며 에버튼의 중앙 수비 블록의 두께를 더욱 얇게 만든다.
이렇게 에버튼의 수비 블록 구성원 10명 중 4~5명을 이끌어내면, ST 은케티아는 드랍된다. 이는 전진 패스를 받는 LCM 비에이라가 상대 MF와 신체적 경합을 치르지 않도록 중원 수적 우위를 만들기 위함이다. ST 은케티아는 마치 '벽'처럼 DM 오나나가 LCM 비에이라에게 향하지 못하도록 그를 고정시켰고, 은케티아 드랍은 상대 RCB 타코우스키까지 묶어두는 효과를 가져왔다. RCM 외데고르는 LDM 두쿠레를, 양 측면 FW는 에버튼의 2SB을 피닝하며 LCM 비에이라의 ‘프리맨‘화를 도왔다.
아스날은 이러한 ‘비에이라 프리맨 만들기‘ 프로세스 하에서 LW 마르티넬리/트로사르와 LCM 비에이라를 통해 RB 영에게 계속적인 2v1 수적 열세를 부여했고, 좌측면 연계 시 한 명의 프리맨을 확보하게 된 아스날은 온더볼에 강점을 보이는 두 선수, LW 마르티넬리/트로사르와 LCM 비에이라를 활용해 PA 내부로의 볼 운반 및 투입 과정을 수월히 가져갔다.
LCM 비에이라의 ‘프리맨화’는 역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LCM 비에이라가 프리맨이 되어 훌륭한 온더볼 능력을 바탕으로 볼을 투입 및 운반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에버튼의 수비 블록의 경향에서부터 아스날이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아래는 에버튼의 1.4.1.4.1 수비 블록을 나타내고 있으며 RW 사카가 상대 측면 선수 2명을 피닝했고, ST 은케티아와 RCM 외데고르는 최전방에서 상대 선수 2CB과 DM 오나나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전형에서 LCM 비에이라는 상대 RB 영과 경합해야 했고, 비에이라는 해당 경합 상황을 피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LCM 비에이라의 움직임은 RB 영의 측면 수비를 저지하기 위한 더미런의 의도를 지녔기 때문이며, 이는 LW 트로사르가 측면 넓은 지역에서 프리맨이 되어 DM 라이스의 전환 패스를 받을 수 있음을 의미했다. LCM 비에이라는 LW이 좌측 하프 스페이스에 위치했을 시, 반대로 자신이 측면으로 가 전환 패스를 받은 후 PA 내부 볼 투입을 주도했다.
이때 RW 단주마는 아스날의 1-4 후방 구조의 전진 패스길을 차단하던 것을 멈추고 수비 위치로 복귀한 이후 볼을 잡은 DM 라이스에게 집중하였기 때문에 아스날의 좌측면 시야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로써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이 아스날은 좌측으로의 방향 전환에 성공했으며 이를 공중에서 차단하지 못한 에버튼의 수비 블록은 아스날의 좌측으로 과밀화됐다.
아래와 같이 5v3의 국면으로 에버튼 수비 블록의 절반 이상이 아스날의 의도대로 한쪽 측면을 향해 몰리면 필연적으로 수비적 균열이 발생하며, 이는 아스날의 오른쪽 측면이 열려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아스날은 이런 식으로 에버튼의 3MF와 직접 경합하고 대치하기보단, 그들의 적극적인 수비 성향을 이용하여 의도적으로 한쪽 측면으로 몰아넣은 이후 반대쪽 측면을 공략하여 상대 골문에 다가가는 방식의 방법론을 제시하였다.
아스날은 이러한 접근법을 통해 PA 내부로 컷백 혹은 크로스를 투입하는 과정에서 11차례의 코너킥 찬스를 획득했고, 여기에서 아스날의 선제골이자 결승골인 트로사르의 득점 상황이 파생되며 결과적으로 비에이라를 선발 투입한 아르테타 감독의 용병술은 성공으로 돌아갔다.
다득점 경기는 아니었으나, 수비 지향적인 팀을 상대로 기분 좋은 승리를 쟁취한 아스날은 토트넘과의 북런던 더비를 잡아내고 본격적인 우승 레이스에 편승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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