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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T v MCI] 토트넘 골킥 빌드업 디테일 : 문제점 및 제안점

오성윤 2024. 5. 21. 21:38

토트넘은 맨시티의 체계적인 전방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골킥 시 디테일 한 가지를 준비했다. 바로 오른쪽 센터백으로 배치된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골라인으로 뒷걸음질을 치며 GK보다 낮은 위치에 포지셔닝을 취함으로써 전개 상황에 참여하는 것이다. GK를 대신해 골킥을 전개한 라두 드라구신과도 자연스럽게 비대칭적인 좌우 구조를 형성했다.
 
그렇다면 로메로는 골킥 시 왜 이러한 움직임을 취했던 것이며, 해당 디테일에서 볼 수 있었던 문제점을 알아보자.
 

 
다음은 토트넘의 골킥 시작 장면이다. GK 비카리오를 대신해 LCB 드라구신이 골 에어리어 가장자리에서 골킥을 준비 중이다. 이는 드라구신 / 로메로가 아닌 비카리오가 볼을 잡은 상태에 경기장 전체에 대한 180° 시야를 확보한 채로 양측면을 모두 선택지로 활용하며 상대 압박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한편 로메로는 드라구신과 같은 수평라인에 위치하다가 골킥을 준비하는 시점에 뒷걸음질을 치며 골라인과 가깝게 1차 포지셔닝을 취했다. 이를 통해 로메로는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압박을 준비하는 CF 홀란과의 간격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었다.
 
비카리오가 많은 옵션을 바탕으로 후방 빌드업을 전개할 수 있었지만, 맨시티의 전방압박 퀄리티가 이를 상쇄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에 이를 의식하여 더 많은 공간을 확보했다. 골킥이 볼이 한 차례 처리되어 상황이 해제되어야 상대가 패널티 에어리어 내부로 진입할 수 있는 세트피스라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뒷걸음질을 통해 홀란과의 거리를 확보하는 로메로

 
다음은 골킥이 처리된 이후 맨시티가 전방 압박을 시작한 상황이다. 하프라인 너머에 위치한 6인을 바탕으로 전방압박을 가했고, 홀란의 곡선 형태 압박 움직임을 시작으로 좌측에서 우측으로의 채널링을 시작했다. 반대발을 써야 하는 드라구신과 익숙하지 않은 위치에 선발된 LB 반더벤을 공략하기 위함이다.
 
토트넘은 비카리오를 포함해 총 8인이 후방 빌드업에 가담하며 수적우위를 점하고자 했다. 반면 맨시티는 홀란이 로메로, AMF 데브라위너가 DMF 벤탄쿠르를 배후에 두며 이들에 대한 패스 옵션을 차단하는 동시에 전방압박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수적열세를 극복하고자 했다.
 
로메로의 뒷걸음질은 이러한 맨시티의 압박 국면에 부담을 줄 수 있었다. 홀란은 로메로에 대한 전환 옵션을 차단하면서 비카리오를 압박했기 때문에 골라인에 위치한 로메로를 향해 보다 많은 공간을 커버해야 했고, 이렇게 길어진 홀란의 수비 동선은 압박 시 투톱을 형성한 더브라위너와의 인터벌을 과도하게 노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맨시티의 전방압박 체계와 확대된 홀란의 커버 공간

 
더브라위너는 홀란이 토트넘의 전개 방향을 우측으로 몰아가는 데 성공하는 즉시 드라구신을 압박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홀란과의 인터벌이 벌어지자 배후의 벤탄쿠르를 완전히 체크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고, 이를 인지한 후 핸드 제스쳐를 통해 동료에게 벤탄쿠르를 주시할 것을 요구했다.
 
RW 베르나르두 실바는 더브라위너와 마찬가지로 토트넘의 전개 방향이 우측으로 유도된다면 그 즉시 반더벤을 압박하려 했기 때문에 거리가 있었던 벤탄쿠르로 마크맨을 옮겨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CMF 코바치치는 투톱의 인터벌이 벌어짐에 따라 마크맨인 CMF 호이비에르에게로의 패스길이 열리면서 호이비에르에 대한 수비를 우선시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맨시티의 수비적 에러가 맞물리면서 프리맨이 된 벤탄쿠르는 비카리오의 패스를 받아주기 위한 적절한 포지셔닝을 취했다. 전진 패스를 받은 후에는 맨시티의 압박 방향의 반대에 위치한 로메로에게 삼자패스를 연결해 주었다.
 

투톱의 인터벌이 벌어지며 맨시티의 수비적 에러가 발생하였고, 이를 통해 벤탄쿠르는 프리맨이 되었다.

 
토트넘은 위의 과정을 통해 맨시티의 압박을 역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직후 상황에서 로메로는 우측면에서의 수적우위를 살리지 못했고, 반대로 빠르게 압박 방향을 바꿔 재압박한 맨시티는 수적우위를 바탕으로 압박국면을 전개할 수 있었다.
 
홀란의 압박 동선과 더브라위너의 위치 선정으로 인해 비카리오에 대한 전환 옵션이 완전히 차단되었고, 토트넘의 후방 자원들은 맨시티 선수들과 전원 1v1에 놓였으며 로드리가 좌측 3선 구역에 대한 커버를 담당하며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다.
 
CB -> GK로의 골킥 처리, 로메로의 포지셔닝을 통한 상대 인터벌 확보 등 여러 장치를 준비하여 맨시티의 전방압박을 역이용하려 했으나, 오히려 맨시티가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주며 이는 실패로 돌아갔다.
 

로메로를 활용해 방향을 전환하였으나 오히려 수적열세에 처한 토트넘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로메로의 1차 포지셔닝은 맨시티의 수비적 에러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고, 이는 맨시티의 압박을 풀어낸 뒤 수적우위를 창출하는 긍정적 결과로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토트넘이 반대 측면에서의 수적우위를 살리지 못한 이유는 로메로의 2차 움직임에 기인한다. 비카리오와 벤탄쿠르를 거쳐 로메로에게 삼자패스가 전달될 때 홀란보다 낮은 위치에서 볼을 받은 후 온더볼을 가져갔기 떄문에 홀란의 재압박을 쉽게 허용한 것이다. 이로 인해 로메로의 바디 포지션이 제한되며 우측면에 갇히게 됐다.   
 
따라서 로메로는 홀란의 시선이 비카리오에게 고정되었음을 이용해 그의 블라인드 사이드로 치고 나가며 삼자패스를 이어 받아야 했다. 오프더볼을 통해 상대 1선 라인(홀란)을 돌파할 수 있으며, 볼을 받았을 때의 가속도를 고려한다면 3v2의 수적우위에서 로메로에게 주어진 앞 공간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메로의 위치선정에 대한 필자의 제안

 
다음은 후반전에 나온 토트넘의 또다른 골킥 상황이다. 이번에도 드라구신이 골킥을 처리하기 위해 골 에어리어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고, 로메로는 골라인까지 뒷걸음질을 치며 홀란과의 거리를 확보했다. 
 

골킥을 준비하는 드라구신, 골라인까지 뒷걸음질 치는 로메로

 
드라구신에서 비카리오로 골킥이 처리된 장면이다. 맨시티는 이번에도 하프라인 너머에 6인을 배치하여 (1-3-2)의 압박대형을 바탕으로 전방압박을 시도했다. 하지만 좌측에서 우측으로 압박했던 전반전과 달리 압박 방향이 우측에서 좌측으로 변화했고, 이에 따라 홀란이 아닌 더브라위너가 압박의 시작점이 되었다.
 
이는 좌측에서 우측으로 전방압박 시 앞전의 시퀀스와 같이 투톱의 인터벌이 벌어질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로메로와 달리 드라구신은 비카리오와 같은 선상에 위치했기 때문에 더브라위너가 곡선을 그리며 비카리오를 압박하기 수월했다. 실바가 마크맨을 옮길 때까지 배후의 호이비에르를 차단하기에도 용이했다.
 
아래와 같이 맨시티는 토트넘의 우측을 완전히 차단하며 의도대로 압박 국면을 보낼 수 있었다.
 

전반전과 달라진 맨시티의 후반전 전방압박 구조

 
하지만 유일하게 달라지지 않은 점은 로메로-홀란 사이의 간격이다. 로메로는 골라인 위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홀란의 패널티 에어리어에서 출발하여 압박을 가하는 동안 상황을 전개할 충분한 시간과 공간을 벌 수 있었다.
 
또한 RB 포로가 우측면을 비우고 중앙~하프 스페이스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홀란의 배후 인원이 우측면 빈 공간으로 빠져나가 패스 옵션이 될 수 있었다. 홀란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안에서 밖이 아닌 밖에서 안으로 압박 동선을 가져가며 로메로의 측면 패스 각도를 제거했다.
 
로메로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홀란은 측면 각을, 더브라위너는 비카리오를 모두 차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2선과의 종적 인터벌이 발생하며 투톱의 배후에 위치한 호이비에르를 향한 대각 패스 옵션이 발생했다. 벤탄쿠르는 이를 인지한 후 자신의 마커를 끌고 3선에서 빠져나옴으로써 호이비에르에게 공간을 제공했다.
 

투톱과 2선의 종적 인터벌이 발생하며 호이비에르에 대한 대각 패스 각도가 열렸다.

 
하지만 볼을 받은 직후 호이비에르의 판단이 아쉬웠다. 홀란이 안에서 밖으로 로메로를 유도할 것으로 대비해 전방에서 내려와 우측면을 점유한 CF 사르에게 원터치 횡패스를 전달한 것이다. 직접 점프해 사르를 압박한 LCB 아칸지에 의해 호이비에르의 패스는 끊겼고, 볼이 더브라위너에게 연결되며 토트넘은 위협적인 슈팅을 허용했다.
 
그렇다면 호이비에르는 어떠한 판단을 가져가야 했을까? 마크맨이 붙어있는 사르가 아닌, 무려 8명이 끌려나온 맨시티의 포켓으로 볼을 배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빠른 스피드와 1on1 능력으로 상대 뒷공간을 공략할 수 있는 RW 존슨을 향했다면 보다 위협적인 공격 장면이 창출되었을 것이다.
 
맨시티와 달리 전방에서 버텨줄 수 있는 공격수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 MF-DF 사이 공간이 넓었기 때문에 해당 공간을 향해 볼을 배급했다면 상대 수비라인 사이 공간을 활용해 경합 및 돌파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호이비에르 또한 상대의 종적 인터벌이 벌어졌기 때문에 원터치 패스보단 해당 공간에서 적절한 바디 포지션 설정 후 패스의 정확성을 높였다면 밀고 나오는 상대 압박라인에게 더 큰 리스크를 부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호이비에르의 판단에 대한 필자의 제안

 
첫번째 골킥 시퀀스의 경우 상대 압박의 배후 공간에 대한 공략을 적절하게 가져갔으나 압박을 풀어나온 후의 공간 활용 디테일이 아쉬웠다. 두번째 시퀀스의 경우도 상황 인지 및 그에 따른 판단 오류를 범하며 국면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지 못했다.
 
필자의 제안에 따른다면 로메로와 호이비에르 모두 보다 과감하고 공격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따라서 이는 제안의 의도와는 반대로 파워풀한 맨시티 선수들에게 좋은 압박~역습 찬스를 제공하는 꼴이 되어 토트넘에게 득이 아닌 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리스크는 언제나 감수해야 하기 마련이다. 23/24 시즌의 게임모델을 미루어 본다면 토트넘은 수비적인 선택에 의한 기회비용이 아닌 공격적인 선택에 의한 기회비용을 지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1시즌 동안 토트넘을 지도하며 좋은 모습도 보였으나 여러 비판점과 한계를 남긴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러한 디테일을 보완한다면 분명 더 완성도 높은 팀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출처 : kget.com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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