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개축 잡담소

[오성윤의 개축 잡담소 4-1편]-우리가 축구를 보는 이유

오성윤 2021. 4. 6. 23:01

오늘 치러진 전북과 포항의 8R 첫경기, 작년까지만 해도 포항 유니폼을 입고 뛴 일류첸코가 오늘은 전북의 유니폼을 입고 친정팀 포항에게 멀티골을 작렬하면서 패배를 선사했다. 모두가 경기 결과와 선수 개인의 활약도에 집중했지만, 이번 경기는 관중들과 선수 사이에서 나온 따뜻함에 더 집중해서 경기를 관전할 필요가 있었다.

일류첸코는 2020 시즌 포항에서 리그 19골 6도움을 기록하며 포항의 ACL 진출과 리그 최다 득점팀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달 수 있도록 도운 일등공신이다. 2020시즌의활약을 바탕으로 2021 시즌 전북에 전격 입단하게 되었는데, 사실 포항팬들은 일류첸코가 남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꽤 컸을 것이다.

일류첸코가 디펜딩 챔피언 전북으로 떠난지 몇달 후, 8R만에 일류첸코는 친정팀 포항의 골문을 겨냥하게 됐다. 포항팬들과 일류첸코 둘다 마음이 아팠을테지만, 둘은 서로를 존중하는, 말그대로 스포츠 정신을 보여주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일류첸코는 정교한 슛으로 두골이나 작렬시켰지만, 친정팀 포항을 존중하겠다는 상징성을 담은, 일명 ‘노세레머니’를 선사했다. 이에 대한 보답인지는 몰라도 포항팬들은 ‘포항의 영광 일류첸코! 더 높이 날아올라라!’라는 문구를 담은 걸개를 준비했고, 이는 일류첸코의 창창한 앞날을 응원하며 경기장 내에서 훈훈하고도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백승호 사건, 박정빈 사건 등 어떻게 보면 축구적인 측면에서 은인이나 마찬가지인 친정팀에 대한 존중을 표하지 않는 사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차갑고 무거운 기류가 흐르는 K리그에서 포항팬들과 일류첸코의 훈훈함은 냉철해지고 예민해진 K리그, 더 나아가서 현대사회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표역할을 하며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개축잡담소 #일류첸코 #포항스틸러스 #4_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