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K리그 전술분석

<작전명 Lee-Lee, 울산이 인천에게 승리한 비법은?>

오성윤 2021. 8. 31. 23:10

2021년 8월 29일 오후 6시, 울산의 홈그라운드인 울산 문수 겅기장에서 울산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2021 시즌 K리그 28R 경기가 펼쳐졌다.

경기의 결과는 울산의 3:2 승리였다. 울산은 다시 한번 전북과의 승점차를 벌려놓게되며 승리의 축배를 들었다. 반면 인천은 3위 도약에는 실패하게되며 패배의 쓴 잔을 마셨으나, 후반전 2골을 바짝 추격하며 아쉬움은 있으나 후회는 없는 한판승부를 치렀다.

울산이 인천보다 전력상 우위에 있는 팀은 사실이지만, 인천은 울산전을 제외한 최근 11경기에서 단 하나의 패배밖에 내주지 않는 파죽지세의 행보를 보이는 이변의 팀이다. 노련한 수비진과 탄탄한 미드진을 바탕으로 굳센 수비 또한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미루어 보았을 때, 울산이 결과적으로나 경기 과정적으로나 인천을 압도했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인천의 단단한 방패를 뚫은 승리의 주역, 일명 ‘Lee-Lee’의 이동경과 이청용의 영향력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출처: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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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울산이 인천을 저지한 방법


우선, 울산이 인천을 저지한 방법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동경과 이청용이 활약하게 된 결정적 요인은 인천의 공격을 적절하게 막아냈다는 것에서 기인했기 때문이다.

인천은 아길라르를 교체로 투입시킨 이후 중앙 지역에서의 점유율을 최대한 이끌어내고자 꾀했다. 울산은 조성환 감독의 아길라르를 활용한 용병술을 일찍이 무력화시켰다. 바로 아길라르와 정혁에게 거센 압박을 가한 것이었다. 정혁과 아길라르가 인천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매우 요긴한 역할을 전담하고 있었기에 인천은 볼을 전진시키는데에 있어서 곤혹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전반전 울산이 아길라르를 압박한 방식은 정말 영리했다. 전방은 바코가, 후방은 고명진이 순간적으로 달려들며 아길라르를 터치라인 내지 인천의 골문 방향으로 내몰았다. 압박하는 목적을 볼을 직접적으로 탈취하는 것보단 아길라르에게 주어진 패스 길목을 차단하고, 인천의 공세를 전방에서부터 미연에 억제하는 홍명보 감독의 노림수로 보인다.

아길라르를 압박하는 바코와 고명진(출처: K리그)


울산은 인천의 미들지역을 향한 효과적인 압박을 통해 일방적인 경기력을 챙길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이동경과 이청용이 기존의 선발로 나선 선수들과 보인 상응관계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의 투입이 경기에 미친 효과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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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선수들을 살아나게 하다

이동경과 이청용이 투입되지 않은 전반전은 ‘바코’에게 모든 견제가 쏠렸다. 선발 출전한 원두재, 고명진 모두 전진성을 장착하지 않은 채 경기에 나섰으며, 오로지 바코만이 전방에서 드리블로써 상대를 휘젓고 전진 패스도 찔러주어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후반전에 돌입하자마자 이청용이 투입되었다. 이청용의 볼 점유 시간이 늘어나자 인천 선수들의 눈길은 대다수가 이청용에 쏠렸다. 상대의 견제에서 벗어난 바코는 보다더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져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바코의 자유로운 움직임이 부각된 울산의 첫번째 득점 장면을 살펴보자.

아래는 울산의 첫번째 득점 장면이다. 이청용이 측면에서 공의 소유권을 잡고 안쪽으로 치고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서 바코의 움직임이 매우 중요했다. 오프더볼 상황에 놓인 바코가 인천의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들어가는, 이른바 ‘더미런’이라 일컬어지는 좋은 움직임을 가져갔다. 바코가 더미런으로 상대 수비를 교란시킴으로써 이청용의 인사이드 돌파가 용이해졌으며, 이후 상황은 스트라이커 오세훈의 선제 득점 상황으로 직결됐다.

울산의 첫번째 득점 장면(출처: 위와 동일)


곧이어 울산은 이동경을 투입하며 여러가지 효용을 가져갔다. 최근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이동경이 공격적인 롤을 부분적으로 수행하며 이청용의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마치 이청용이 바코에게 향한 집중 견제를 분산시킨 것처럼 말이다.

이청용은 조금 더 낮은 위치에서 울산의 볼 운반을 도왔다. 볼의 운반과 동시에 침투 패스를 찔러주는데에도 성공하며 패스의 전진성을 높인 것이다. 이외에도 전방에서 오는 볼을 받아주고 후방 빌드업을 돕기도 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원두재의 자율성이 확대됐다. 이청용이 후방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자연스럽게 원두재의 공격적•수비적 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아래의 그림처럼, 이청용이 원두재와 함께 투 볼란치와 같은 형태를 형성하며 안정감을 가미했다.

(출처: 위와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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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공간 창출을 용이하게 하다

‘공간 창출을 용이하게 하다’라는 논점은 2번의 연장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이청용과 이동경이 동료의 견제를 덜어주는 동시에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공격•수비적인 롤을 분담하며 경기 운영의 능률을 늘렸다는 것이 가장 결정적인 효과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시를 들어보자면, 아래의 상황처럼, 이청용이 개인 능력으로써 볼을 전방으로 운반하며 수비진에 균열을 불러 일으킨다. 이때를  틈타 이동준이 수비 배후 공간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모습이 수차례 연출됐다. 모든 시선이 이청용에게 집중되어 있었기에 인천도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두 선수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볼컨트롤에 능수능란한 선수가 볼을 운반하였다는 점이 전제로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이 또한 다른 장면을 예시로 설명해보겠다.

이청용과 이동준의 시너지 효과(출처: 위와 동일)


아래의 장면에서 울산은 육안으로 보일 정도의 수적 열세를 맞이했지만, 이동경이 개인 역량으로써 팀이 맞이한 상황을 역전시켰다. 상대가 압박하기 애매한 지역인 라인 사이 공간에서 좋은 위치를 선점하여 자유로운 상태로 패스 선택지를 찾을 수 있었고, 침투하는 이동준에게 창의적인 침투 패스를 연결해주며 양질의 득점찬스를 제공했다.

이동경이 좋은 자리에서 패스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이동준이 시기적절한 침투 패스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모두 상대 집중력을 분산시켰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울산이 인천을 꺾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단순히 이청용과 이동경, 두 선수의 활약뿐만이 아닌 가용할 수 있는 자원 중 최고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침투하는 이동준과 이동경의 창의적인 패스(출처: 위와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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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홍명보 감독은 드디어 방대한 미드필더 자원들 중 최적의 조합을 찾은 듯하다. 원두재와 이청용, 그리고 바코와 이동경이 실질적인 중원 자원으로 분류되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선수들이 절반 이상임에도 보여준 안정적인 공수 밸런스와 압도적인 경기력 방증이다.

시원시원했던 이번 경기와는 다르게 울산은 시즌 중반 경기력적으로 심한 골머리를 앓았다. 패스를 돌리며 공간을 찾으려 시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으며, 스트라이커들의 부진으로 득점의 빈곤에 허덕였다. 그러나 이번 경기를 통해 빈곤의 타파법을 찾는데에 더욱 힘이 실렸을 것이다. 홍명보 감독의 울산이 앞으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