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FC서울은 2021 시즌 명예 회복을 노리며 야심찬 투자를 감행했다. 박진섭 감독을 새 사령탑에 앉힌 서울은 시즌을 앞두고 나상호 등의 거물 선수들을 영입하며 상위 스플릿 및 우승권 진입을 목표로 삼았다.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지동원 등으로 스쿼드를 보충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치환하려는 악전고투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박진섭 감독의 서울은 강등권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서울의 보드진은 이 역경에 대한 해결책으로 결국 감독 교체를 선택하게 됐다.
서울이 선택한 소방수는 선문대학교 축구부를 이끌고 있던 안익수 감독이었다. 수비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으로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그의 선수를 대하는 방식에 있어서 여러 논란이 있었기에 기대와 우려가 혼재했다.
팬들의 심리는 기대보단 우려 쪽에 힘이 쏠리는 듯 했으나 안익수 감독의 실적은 뛰어났다. 특히 경기 과정적인 측면과 선수들의 심리적인 측면에서 박진섭 감독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소하며 서울을 180도 변화시켰다. 이 글을 통해 안익수 감독이 서울을 변화시킨 전술적 특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기성용의 활용법 변화
안익수가 기성용을 활용하는 방식은 박진섭 체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바로 두 명의 중앙 수비수 사이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라볼피아나’로서 팀의 후방 빌드업을 이끌고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전방으로의 다이렉트 패스를 뿌려주는 등의 중책을 맡게끔 하는 방식이다. 박진섭 감독은 시즌 초반 기성용 효과를 톡톡히 보며 서울의 반등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기성용의 고질적인 기동력 문제와 함께 공격의 템포가 늦어지며 공격, 특히나 득점에 있어서 난항을 거듭했다. 안익수 감독은 이미 박진섭 감독의 실패한 전례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기에 기성용의 활용법에 대해 골머리를 앓았을테지만 공격에서의 효율과 수비에서의 조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해결책을 쉽게 찾아냈다.
바로 기성용의 후방 배치이다. 안익수 감독 부임 전 후방 빌드업 시에만 두 명의 센터백 사이에서 경기를 조율한 기성용이었다면, 안익수 감독 부임 후에는 미드필더보단 수비수에 더 가까운 포지셔닝을 취했다. 아래의
장면처럼 수비형 미드필더 내지 중앙 미드필더의 움직임이 아닌 완전한 중앙 수비수의 움직임을 가져간 것이다. 물론 본업은 미드필더이기에 전진성이 가미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공격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안익수 감독의 수는 제대로 먹혀들어갔다. 일단 기성용이 중앙에서 보인 기동력 문제가 해결됐는데, 기성용이 5백의 중심으로 활동량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 중원에서 견뎌야 할 활동량을 덜은 대신 상대 공격수의 배후 공간 침투에 대해 확실한 커버를 해주며 서울에 또다른 이점을 안겨주기도 했다.

기성용이 수비 라인에서 활동하면서 생기는 중원의 공백은 활동량이 많은 고요한과 백상훈이 한발짝 더 뛰며 보완하기도 했지만, 상대를 측면으로 몰아넣어 중앙으로의 볼 투입을 통제하는 측면 자원들의 조직적 움직임이 있었기에 중원에서의 수적 부담감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또한 상대가 측면에서 볼을 길게 소유할 때 서울은 빠르게 수비 대형을 갖추는 효과도 볼 수 있었다.
이와 동시에 수비적인 안정감도 되찾았다. 일단 서울은 기성용을 후방으로 완전히 내린채 1-5-4-1의 수비 블록을 구축했다. 앞서 설명한 듯이 서울은 측면 수비에 힘을 쓰며 중원으로의 접근에 저항을 불어넣었는데, 이는 짧은 패스를 통한 공격은 어렵게 하며 전방으로의 다이렉트 패스를 통한 공격은 수적인 우위로써 방어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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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후방 다이아몬드의 유기성과 측면
서울은 후방에 공격작업을 돕기 위해 기성용을 중심으로 한 3백과 1~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다이아몬드와 같은 대형을 구축했다. 서울이 형성한 후방 다이아몬드는 제주 유나이티드, 수원FC, 범위를 확장해보자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 등 꽤 많은 구단이 사용하는 대형이다. 공수 전환의 효율성을 이끌어내기 위함이 해당 대형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이 보이는 후방 다이아몬드에 특이점이 있는데, 바로 유기성이다. 바로 3백을 보좌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는 선수 변동이 매우 유동적이다. 양쪽 사이드백인 이태석과 윤종규가 좁혀 들어오며 그 자리를 꿰차기도 하며, 고요한과 팔로세비치가 이 자리를 맡기도 한다.
이러한 유기성은 비단 후방 빌드업의 문제 뿐만이 아니라 공격 작업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특히 측면 공격이 매우 매끄러워졌다. 윤종규가 중원 낮은 위치에 포진하며 고요한, 백상훈 등 미드진의 볼을 운반하는 역할을 대신하고 공격 범위를 넓혀준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수비적인 부담을 덜어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로써 중원의 움직임은 더욱 자유로워졌다.

그렇다면 미드진의 다채로운 움직임으로부터 서울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측면 삼각대형이다. 아래의 예시처럼, 터치라인 부근에 이태석, 상대 수비 사이에 나상호, 그리고 이들을 받쳐주는 위치에 고요한이 위치하여 삼각대형을 만들었다. 이러한 기하학적 모형은 삼각대형을 이룬 이들의 역량을 통해 적은 인원으로도 상대의 종적인 라인 또는 횡적인 간격 사이 균열을 야기할 수 있었기에 굉장히 효율적인 공격 접근 방식이었다.
이러한 대형 구축은 3백의 왼쪽 스토퍼로서 오스마르를 기용하며 이태석의 오버래핑에 대한 기회비용, 즉 좌측 수비 불안정화를 해결하고, 매끄러운 3자 플레이를 위해 왼쪽 높은 지역까지 올라간 고요한의 빈자리에는 윤종규가 대신 자리하게 하며 수비적인 안정감을 취할 수 있게한 안익수 감독의 능수능란한 선수 기용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이태석이 좁혀들어오며 윤종규와 함께 중원에 힘을 보탤 시에도 효율적인 측면 공격을 전개할 수 있다.
이태석이 좁혀들어오는 움직임을 가져갈 때 순간적으로 서울은 중원의 숫자가 많아지는데, 이때 상대의 중앙 견제는 더욱 심화된다. 이태석의 움직임에 의해 상대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린 틈을 타, 나상호는 아래의 장면처럼 측면 빈공간으로 뒷공간 침투를 시도하거나 넓은 공간에서 플레이메이킹을 준비한다.

3.압박의 체계화
FC서울 공식 유튜브에 안익수 감독이 선수들에게 체력 훈련을 지시하며 체력을 강조하는 영상이 업로드된 바 있다. 이 체력 단련의 목적은 역시나 압박이었다. 그렇다면 안익수 감독이 준비한 전방 압박의 대형과 구조에 대해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1-4-1-4-1 내지 1-4-5-1의 대형으로 상대의 지공 상황을 맞이했다. 4명의 미드필더가 꽤나 높은 위치에서 압박과 견제를 가하였는데, 이 라인이 뚫리게 된다면 최후방 수비 라인과 상대의 공격진이 바로 맞닥뜨리게 되는 위험한 상황에 돌입하기에서울은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었다.

서울이 제시한 대책은 바로 ‘기성용의 활용법’ 부분에서 언급한 바 있는 측면으로 몰아넣는 수비이다. 안익수 감독은 이를 위해 꽤 과감한 수를 두었다. 전방 압박 인원을 5명으로 늘리며 상대와의 수적 동위를 이루려한 것이다. 서울의 과감한 수싸움과 거센 압박에 의해 상대는 후방 인원을 많이 둘 수밖에 없게 됐다.
상대 미드진의 일부를 중잉선 아래로 유인하는데에 성공한 서울은 아래 제시된 장면처럼 압박 인원 사이를 촘촘하게 하고 선수 한명당 상대팀 선수 한명을 마크하는 맨투맨 압박 방식을 취했다. 중앙의 라인은 헐거우니 패스 경로는 측면에만 내주겠다는 안익수 감독의 계략이다.
결과적으로 서울은 상대를 측면 좁은 공간으로 몰아넣으며 공을 어렵지 않게 탈취할 수 있게 된다.

결론
지금까지의 행보를 미루어 보았을 때 서울의 감독교체는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기를 거듭할수록 상대가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는 계속해서 쌓이고 있기 때문에 전술에 대한 파훼법이 머지않아 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따라서 벌써부터 안심하긴 이르다.
그러나 근 몇경기의 전술적 특징, 그리고 완전히 변한 선수들의 심리 상태 등을 고려해보았을 때 서울을 수렁에서 꺼내기 위해 노력한 안익수 감독의 준비성이 눈에 띄게 느껴진다. 때문에 안익수 감독의 전술적 유연성과 위기 관리 능력을 믿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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