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K리그 전술분석

인천의 두 도사는 공존할 수 있을까

오성윤 2023. 3. 3. 19:24

지난 시즌 일명 ‘조성환 매직’의 효과로 구단 최초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한 인천 유나이티드는 2023 시즌을 앞둔 겨울 이적시장에서 스쿼드 뎁스를 확충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파격적인 계약 조건을 제시하며 ‘K리그 최고의 크랙’ 제르소를 낚아채는데 성공하고 유럽 등지에서 활약한 멀티 플레이어 음포쿠를 FA로 영입하는 등 양과 질을 동시에 챙기는 이적시장 행보를 보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비셀 고베 구단주의 반대로 무산되긴 했으나 ‘파검의 피니셔’ 무고사의 영입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이슈가 되었던 영입은 바로 2022 시즌 포항의 축구도사로 군림하였던 신진호의 입단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당장 지난 시즌에 MVP급 활약을 선보였다는 명성을 생각한다면 다소 저렴한 비용인 2억원만을 지불하고 영입했다는 점은 인천의 성공적인 이적시장 행보에 방점을 찍었으며, 포항 시절 합을 맞춘 바 있는 이명주와 함께 이른바 ‘국대급 중원’을 형성할 것이라는 인천의 새 시즌 플랜은 인천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신진호 (출처: 인천 유나이티드)


그리고 조성환 감독은 경인더비로 시작한 2023 K리그1 개막전부터 신진호-이명주로 구성된 중원 옵션을 꺼내 들었다. 서울의 기성용-팔로세비치 중원 조합과 치열한 중원 싸움을 펼칠 것이라는 대부분의 예상과 다르게 인천의 중원은 맥없이 무너져내렸다. 특히 신진호는 많은 실수를 범하며 기대했던 바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을 보였고, 서울의 선제골의 빌미가 되는 패스미스를 범하며 패배의 원흉이 되기도 하였다. 이명주 또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신진호-이명주 중원 조합은 결과적으로 조성환 감독의 악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신진호-이명주 조합이 경인더비에서 패인으로 작용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는 신진호의 장점을 극대화시키지 못한 조성환 감독의 전술적 패착을 꼽을 수 있다. 조성환 감독이 경인더비를 위해 준비한 컨셉은 확고했다. 바로 ‘중원을 틀어막자’였다. 인천은 서울이 준비한 중원에서의 패스워크를 차단하기 위해 단단한 3백을 중심으로 중앙 블록을 형성하였고, 원톱으로 나선 김보섭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서울의 볼 점유 상황 시 내려 앉는 모습을 보였다. 조성환 감독이 준비한 수비 전략은 경기 초반 서울의 고전을 이끌어내며 성공적으로 먹혀들어가는 것으로 보였으나, 이내 안익수 감독이 선보인 대응 전술은 경기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었다.

인천의 중원 수비 블록과 신진호가 낮은 위치에서 경기를 조율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SofaScore)

인천은 내려 앉은 중원 블록이 서울의 볼을 탈취했을 시 이후 상황에서 빠르게 공격 전환을 가져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신진호-이명주가 다소 낮은 위치인 3백 바로 앞선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움직임을 가져갔기 때문인데, 실제로 인천은 상대 수비진에 균열을 주는 중원에서의 방향 전환 패스의 부재로 인해 제르소의 단독 돌파 이외의 공격 루트를 창출하지 못하는 등 공격에 애를 먹기도 했다. 다시 말해 신진호의 최대 강점인 ‘전환 패스’ 능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원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겠다는 경기의 전체적인 컨셉을 지키기 위해 신진호와 이명주의 기동력을 고려한 둘의 전진을 최소화하고 중원에서의 정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며 공격진의 유기적인 전개를 최대한 이용하여 공격을 풀어나가겠다는 조성환 감독의 계책이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시즌 윙백으로 변신한 김도혁이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약점을 노출하며 서울 공격진의 집중 공략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같은 롤을 가진 두 선수를 함께 배치하는 것보다는 윙백에 지난 시즌 준수환 활약을 펼친 민경현 선수를 배치하고 김도혁과 같이 폭넓은 활동량을 지닌 선수를 둘 중 한 선수의 짝으로 세운다면 중원에서 더욱 효율적인 전개를 펼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울은 우측에 위치한 김도혁을 집중 공략하였고, 인천은 제르소가 위치한 좌측면에 공격이 밀집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SofaScore)


인천의 중원이 서울에 압도당했던 데에는 안익수 감독의 대응 전술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에도 있다. 서울은 인천의 중원 블록에 대응하여 수비라인을 더욱 높게 가져감으로써 중원 수싸움에서 수적 동위를 이루었는데, 이는 인천의 공격 전개를 압박하고 차단하는 데 굉장히 효과적인 접근법이었다. 황의조-박동진 투톱은 인천이 후방 빌드업을 전개할 때는 3백에 계속해서 전방 압박을 가했으며, 중원에는 팔로세비치를 중심으로 공격의 기준점이 되는 신진호에게 순간적으로 여러 선수가 동시에 압박을 가하며 신진호의 실수를 유도했다. 결과적으로 이 전술적 대응은 서울의 선제골로 이어지는 신진호의 패스미스를 유발하며 승리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인더비에서의 신진호는 인천 중원에 탈압박 후 전진 패스를 투입하는 등 인천 중원에 창의성을 불어넣기 보다는 빌드업을 보좌하고 3백의 후방 빌드업을 도와주는 등 안정성을 추구하는 모습이 강했다. 이는 서울이 자신과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신진호를 끈질기게 괴롭히면서 인천이 고전함에 따라 첫경기만에 실패로 끝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신진호는 포항에서보다 더욱 낮은 위치에서 더욱 정적인 움직임을 가져가야 하는 역할을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최다인 4회의 키패스를 기록했다. 이는 신진호의 경기력은 기대에 비해 아쉬웠으나 그럼에도 그의 창의성은 인천의 공격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해석할 수 있다. 노장 활용에 강점을 가졌으며 피드백에 능한 조성환 감독이 경인더비에서의 좌절을 토대로 선수의 위치를 조정하는 등 더욱 발전된 전술을 들고 온다면 노련함과 기술로 무장한 신진호의 대활약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누누이 언급한 부분이지만 1라운드에서 볼 수 있었던 신진호의 경기력은 냉정하게 최악에 가까웠다. 팀적인 플레이 자체가 잘 풀리지 않았기에 신진호 개인이 능력을 선보일 기회가 없기도 했지만, 개인 역량으로 중원을 장악함으로써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는 역할을 바로 신진호가 수행했어야 하기에 경인더비 패배에 관해 신진호에게 큰 책임이 따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했다. 상술했듯이 스탯으로나마 신진호의 폼은 아직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시즌 겨울 이적시장의 가장 뜨거운 화두인 신진호, 조성환 감독과 최고의 콤비네이션을 뽐내며 다시 한번 인천의 돌풍을 주도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Futball Creater United 이사 오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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