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여러 세대에 걸쳐 꾸준히 발전해왔다. 특히 팀의 승리 공식과도 같은 전술에 대한 연구와 고찰은 더욱 활발하고 꾸준하게 행해졌으며 현재에도 전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자의 제자들이 공자의 사상이 담긴 어록을 엮어 ‘논어’를 펴냈듯이, 리누스 미헬스가 처음으로 제안한 ‘토탈 풋볼’이라는 개념을 미헬스의 철학에 영향을 받은 그의 제자들이 체계화시키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며 결국 토탈 풋볼은 현대 축구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토탈 풋볼의 정착과 더불어 각국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제시된 개념들은 이미 셀 수 없을만큼 그 수가 많아졌고, 이 모든 개념이 적절히 조화된 결과물인 현대 축구는 그 어느 때보다 확장된 시각이 요구되고 현존하는 거의 모든 학업 분야를 고려해야하며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공간’과 ‘수싸움’이다. 전술은 공간 창출과 수적 우위를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대로 전술은 어떻게 상대의 공간을 제한하고 수적 열위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해결책 제시에 이용된다.
따라서 현대 축구는 전술적으로 고도화되면 고도화될수록 한 팀이 갖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더 차단될 수밖에 없다. 공간의 효과적 창출은 수적 우위에서 주로 비롯되기에 감독들은 선수 개개인에게 더 많은 것을 주문하는데, 이는 공격 국면과 수비 국면에 있어서 더 많은 선수들이 해당 상황에서 영향력을 펼치는 것이 팀이 공간을 다루는 데 있어서 더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 크게 붐을 일으킨 로버트슨-아놀드 사이드백 라인과 소위 ‘칸셀루 시프트’ 등 풀백을 적극 활용하여 공격 지역에서 다양한 옵션을 창출하는 근래의 전술적 특징은 공간 창출을 위해 사이드백에게도 ‘발밑 능력‘이라는 단어 하나로는 모두 포괄할 수 없을 정도의 기술적 다재다능함이 요구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센터백이 그 주인공이 될 차례가 오고 있다. 어쩌면 이미 왔을지도 모른다.
센터백은 최후의 보루인 골키퍼의 바로 앞선에 위치하여 실점과 바로 직결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공격에 기여하는 정도는 사이드백보다 더 제약이 가해지겠지만, 팀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센터백의 기술적인 다재다능함, 특히 공격 능력은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팀에 몸값이 높고 이름값이 있으며 실력이 정평이 난 선수들이 즐비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핵심 요소는 이른바 빅클럽들이 대체로 지배적인 축구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그 가장 대표적인 클럽 중 하나는 ‘아스날’이다. 아스날은 벵거 감독 사임 이후 암흑기를 보냈지만, 보드진이 아르테타 감독의 4년 계획에 무한한 신뢰를 보낸 끝에 결국 2022/23 시즌 아스날은 리그 우승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확실한 강팀으로 거듭난 아스날은 지배적인 축구를 구사하면서 필연적으로 두줄수비 라인을 형성하는 팀을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공격 지역에서 발생하는 수적 열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르테타 감독은 그라니트 자카를 상대 두줄수비 사이 하프 스페이스 공간을 공략하도록 배치하는 등의 과감한 선택을 했다. 자카뿐만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전체적인 위치 또한 높게 위치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마갈량이스-살리바로 구성된 수비진 또한 더 효율적인 점유 시간을 보내고 역습에 대비하며 라인과 라인 사이 간격 유지하기 위해 상대의 압박 기준점 부근에서 포지셔닝을 가져갔다.
위의 자료는 아스날이 볼 점유 시 주도권을 잡는 공간을 파란색으로 표시했는데, 상대 박스 안 구역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아스날이 아주 주도적으로 경기를 펼쳐나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12라운드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아스날은 경기를 지배하고 압도하는 매우 ‘아스날 다운’ 축구를 구사하겠다는 게임 모델을 여실히 드러냈다. 아스날과 비슷한 결의 축구를 하는 맨시티를 상대로 65%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는 점은 아스날이 구축한 게임 모델의 수준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맨시티는 아스날을 상대로 원래 하던 축구 대신 한 발 물러나 역습 형식을 취함으로써 승리를 쟁취했다.
아스날은 더욱 효과적으로 피치 전 지역을 지배하기 위해 11명의 선수가 모두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 패스워크로써 연결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팀적인 측면에서는 선수 사이 간격의 일정함을 유지해야 했으며 선수 개개인에게는 안정적인 패싱 능력과 공수전환 상황에서의 뛰어난 대처 능력이 요해졌다. 그리고 마갈량이스와 살리바는 위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면서 아스날의 게임 모델 구체화에 방점을 찍었고, 이는 아스날의 리그 선두 등극과 마갈량이스-살리바 수비 듀오의 위상 향상으로 이러졌다.
아래의 데이터 시각화 자료는 아스날의 주요 전진패스 구역을 나타낸다. 즉, 어느 위치에서 공의 전진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아스날의 전진 패스 구역은 주로 후방 지역에 포진해있고, 그 중심에 있는 마갈량이스-살리바 수비라인은 굉장히 높은 전진패스 비율을 선보인다. 실제로 둘의 파이널 써드로의 볼 투입 횟수는 각각 122회, 111회로 맨시티의 네이선 아케 정도를 제외하면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한 센터백이 없다. 실제로 윌리엄 살리바는 26R 본머스전 수비진 중 최다인, 무려 20회에 달하는 공격 지역으로의 패스를 성공시켰다.
마갈량이스-살리바는 리그 최상위권에 속하는 전체 평균 1060회의 미들써드 구역 터치를 기록하는 등 위험 지혁에서의 볼 소유 시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90%를 넘나드는 패스 성공률은 물론이고 상대진영으로 보내는 패스의 정확도가 평균 85%에 육박한다. 이는 맨체스터 시티 다음으로 높은 지수이며, 아스날이 라인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안정적인 후방 빌드업을 가져갈 수 있었던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아스날의 게임 모델에서는 11명의 전체가 유기적인 움직임과 선수 개개인의 다재다능함을 통해 상황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마갈량이스-살리바의 전술적 역할은 패싱 능력에서 끝이 아니다. 순간적인 공격성 플레이를 통해 동료 선수들에게 수적 우위를 만들어주고 상대의 공간 제한에 대한 변수를 창출하는 것 또한 마갈량이스-살리바가 경기 내에서 해내야만 하는 임무 중 하나다.
우리는 그들이 파이널 써드로의 볼 운반을 몇 회 기록했느냐에 대한 지표를 통해 그들의 공격 관여도를 살펴볼 수 있다. 두 선수 모두 상위권을 점할 수 있을 정도의 파이널 써드로의 볼 운반 횟수를 기록했는데, 특히 둘 중 더욱더 볼 운반에 적극적인 마갈량이스는 30회의 파이널 써드 볼 운반을 기록했다. 이는 후벵 디아스, 네이선 아케, 크리스티안 로메로 등 해당 지표에서 상위권을 다투는 선수들의 운반 횟수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이다. 아스날의 수비 국면에서 가끔씩 볼 수 있는 마갈량이스의 뛰어난 기동성과 높은 경합 성공률을 바탕으로 순간적으로 뛰어들어가 상대의 볼을 탈취한 이후 탄력을 받아 상대 위험지역까지 볼을 끌고 올라가는 드리블은 그의 전진 드리블 능력을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상술했던 전진 패스나 패스의 정확성 등은 xGC와 xGB를 통해 마갈량이스-살리바의 공격 관여도가 어느 정도인지 더욱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xGC, 즉 xGChain은 슈팅 혹은 득점으로 이어진 상황에서의 xG를 그 슈팅 혹은 득점의 전 과정에서 패스 등의 방식으로 해당 시퀀스에 관여한 선수에게 똑같이 분배하는 지표이다. xGB, 즉 xGBuildup은 이러한 과정에서 형평성을 고려해 그 득점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선수들에게 xG를 분배하지 않는 지표이다. xG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표이나 두 지표 역시 각 선수의 빌드업 관여도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xGC와 xGB는 한 선수를 평가할 때 맹신해서는 안되는 통계이다.
하지만 우리는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마갈량이스와 살리바의 공격 관여도를 xGC와 xGB의 힘을 빌려 어느정도 설명할 수 있다. 계속해서 설명했듯이 마갈량이스-살리바는 아스날의 후방 빌드업 및 후속 공격 작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둘의 xGC와 xGB 값이 후벵 디아스 정도를 제한다면 리그 최정상급의 수치를 기록한다는 사실은 마갈량이스-살리바로 구성된 수비진의 높은 공격 관여도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정리하자면, 마갈량이스-살리바 수비진은 높은 라인을 유지함과 동시에 준수한 공격 센스로 아스날의 공격 작업의 시작점이 된다
아스날의 상승세에 힘입어 그 주역이었던 사카, 마르티넬리, 외데고르 등 공격 지역에서 리그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은 많은 축구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아르테타 휘하에서 선수 개개인이 최대의 폼을 발휘한 것도 한 몫 하지만, 최대의 폼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고의 환경을 설계한 아르테타, 그리고 그 아르테타의 플랜에 방점을 찍은 마갈량이스-살리바의 센터백 라인의 영리한 플레이가 뒷받쳐줬기 때문에 아스날의 공격진이 비로소 완성된 게임 모델 속에서 최상의 폼으로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마갈량이스-살리바 수비진은 현대 축구의 최전선에 서 있는 펩 과르디올라의 제자, 아니 이젠 라이벌로서 경쟁하게된 아르테타 감독이 구축한 가장 현대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5대 리그 최고의 수비 듀오 중 하나로 우쭉 서 있으며, 현재가 아닌 역대 반열에 들기 위해 도약을 준비 중에 있다.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Futball Creater United 이사 오성윤
페이스북 ‘K리그 크리에이터 연합’ 부관리자 오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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