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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아자르는 어떻게 아스날을 반전시켰나

오성윤 2023. 3. 26. 20:17

4년차에 접어든 아르테타 감독의 지휘 아래에서 벵거 감독 사임 이래 최고의 시즌을 보내던 아스날은 순탄할 것만 같았던 월드컵 브레이크 기간에 예기치 못한 악재를 겪게 된다. 아스날이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인 가브리엘 제주스가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장기 부상 판정을 받은 것이다. 제주스는 2022/23 시즌을 앞둔 여름 이적시장에서 아르테타 감독의 선택을 받으며 진첸코와 함께 아스날에 영입되었고, 둘은 ‘맨시티 듀오’로 불리며 아스날을 리그 선두로 견인하였다.

출처: 프리미어리그 공홈


제주스의 장기 이탈이 확정된 상황에서 월드컵 브레이크 이전에 보였던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가야만 했던 아스날에게 선택지는 제한적이었다. 그간 로테이션 멤버 역할을 수행해온 은케티아가 제주스의 대체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었지만, 아직 어리고 미숙하며 결점이 명백했기에 제주스의 복귀 전까지 은케티아를 완전히 신뢰하는 판단은 아스날에게 있어서 해서는 안될 도박에 가까웠다. 실제로 아스날은 제주스의 대체 선수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은케티아는 선발 기용하였는데, 전술적 임무 수행도와 결정력 측면에서 제주스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모습만을 남겼다.

주앙 펠릭스, 미하일로 무드리크 등이 포워드 영입이 절실했던 아스날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었으나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계속되는 협상 결렬과 영입 좌절로 미궁에 빠진 아스날은 마지막으로 아스날과 함께 축구계의 이슈가 된 브라이튼을 주시했고, 브라이튼의 신임 감독 데 제르비와 출전 시간 문제와 관련하여 마찰이 빚어지는 등 구단과의 불화를 노출한 레안드로 트로사르 영입에 모든 힘을 쏟았다. 토트넘 등 공격 보강이 필요했던 여타 클럽 또한 트로사르 영입전에 참전했으나 최종적으로 아스날이 트로사르를 품에 안게 됐다.

트로사르는 영입 당시 제주스의 부상 기간 동안 그의 공백을 메울 임시 방편 정도로 치부되었으나, 현재 그는 아르테타의 철학에 완전히 녹아들어 주전 선수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결점으로 페이스를 잃고 주춤할 수 있었던 아스날의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트로사르는 아스날의 재도약에 어떤 도움을 주었을까?

출처: 아스날 공홈


트로사르가 제주스를 위협할만한 아스날의 핵심 선수로 분류된 가장 큰 요인은 역설적으로 제주스의 전술적 대체자로서 가장 부합했기 때문이다. 제주스는 아스날로의 이적 이후 득점보다 공격 관여에 더욱 특화된 면모를 남겼다. 전방에서 버텨주는 기둥과도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지만, 후방 빌드업에 참여하는 인원들이 상대의 라인 사이 구역에서 공간을 창출하면 해당 공간 혹은 더욱 아랫선으로 내려와 볼의 순환과 방향 전환에 추진력을 실어주는 공격의 기점 역할을 하는 것이 더욱 주요하다. 더욱 정확하게 하자면 자신의 원래 자리보다 한두 칸 더 낮은 지역에서 전진 패스를 투입한 이후 곧바로 공격 작업에 참여하여 마지막 방점을 찍는 것까지가 제주스의 역할이다.

왼쪽은 제주스의 히트맵, 오른쪽은 트로사르의 히트맵 (출처: soccerment)


위의 히트맵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이, 제주스는 센터서클, 측면, 최전방을 가리지 않는 전방위적인 활동반경을 수반하며 아스날의 유기적인 공격 작업에 있어서 매우 중심적인 부분을 담당한다. 특히 양측면 하프 스페이스 지역에서의 터치 빈도가 잦음을 확인 가능한데, 해당 구역에서 제주스는 마르티넬리-사카라는 아스날의 유능하고 영리한 윙포워드들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전진 패스를 연결해주며 이는 아스날이 보유한 주요 득점 루트의 일환이기도 하다.

위에 제시된 트로사르가 아스날로 소속팀을 변경한 시점을 기준으로 측정한 히트맵에서 파악할 수 있듯이 트로사르 또한 양측면의 윙어들과 유연하게 스위칭하고 상당히 낮은 지역까지 내려와 연계함으로써 팀 공격에 깊게 관여한다는 점에서 제주스와 유사한 롤을 수행한다. 특히 아르테타 감독이 진첸코를 인버티드 풀백으로 활용하여 중앙 지역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고 이로 인해 공백이 발생한 측면 패스 옵션은 주로 왼쪽 하프 스페이스에 위치한 자카가 순간적으로 왼쪽 측면에서 포지셔닝을 가져가 후방 빌드업 시 패스 선택지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었을 때, 트로사르가 자카의 지원 움직임으로 상대의 견제로부터 자유로워진 공간을 공략한다. 이러한 패턴 플레이는 전방 스위칭 플레이에 유기성을 더해준다는 이점으로 이어져 아스날의 강점으로 분류되는 마르티넬리-사카 측면 라인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효과를 이끌어낸다.

7번은 진첸코, 6번은 자카, 10번은 트로사르를 나타낸다. 왼쪽 측면에서의 순차적인 포지셔닝 변화로 인한 측면 활용의 용이성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트로사르와 제주스의 근본적인 포지션을 비교해본다면 둘이 아스날의 최전방으로 출격했을 시 팀 전술에 기여하는 바는 명백히 다르다. 제주스는 최전방 세 자리를 모두 겸할 수 있으나 그간 정통 스트라이커에 더욱 근접한 행보를 보인 반면 트로사르는 브라이튼에서 여러 자리를 소화하면서 측면 혹은 중원 지역에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에 대한 숙련도가 높기에 둘이 선호하는 플레이스타일과 친숙도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물론 큰 틀에서의 역할은 동일하지만 말이다.

마르티넬리의 동선은 둘의 스타일 차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다. 마르티넬리는 아르테타 체제에서 ‘반댓발 윙어’로서 측면 공격수의 주요 임무 중 하나인 득점이라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최대한 상대 포스트와 가깝게 좁혀 들어와야 하는 상황에 있는데, 제주스와의 연계 상황에서 마르티넬리의 쇄도 방향은 다소 직선적인 성향이 짙었다. 하지만 트로사르와 합을 맞춘 경기에서 마르티넬리는 더욱 중앙지향적인 쇄도의 방향성과 함께 돌파 시 주변 동료, 즉 트로사르를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이 더욱 극대화된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위의 자료는 아스날의 주요 찬스 메이킹 지역을 나타내는 지표인데, 트로사르의 합류 이후 접어들어오는 플레이에 대해 자율성을 부여받는 효과를 본 마르티넬리가 아스날이 공격 국면에서 가장 양질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측면 하프 스페이스 지역에서 트로사르와 유연한 연계를 펼치고 순간 가속도를 활용한 공간 쇄도를 통해 직접적으로 상대의 골문을 타격하는 등 마르티넬리의 공격 영향력이 실로 커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아스날의 공격 효율성 증대에 기여하기도 했다. 실제로 마르티넬리는 시즌 중반부 슬럼프 겪으며 팬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었지만, 여름 이적시장을 거친 이후 26R 본머스전 한 경기를 제외한다면 ‘최전방 공격수’ 트로사르와 함께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모두 득점포를 가동했다.

마르티넬리-트로사르/제주스가 배치된 왼쪽 하프 스페이스와 사카-외데고르가 위치한 오른쪽 파이널 서드 지역에서 강점을 보이는 아스날 (출처: theanalyst)


27R 풀럼전은 트로사르의 경기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경기 사례이다. 그의 전술적 역할만을 언급했지만 트로사르의 개인 기량은 상대 수비진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매우 적합한 무기다. 아르테타 감독은 트로사르 영입 초기에 아직 팀에 완전히 융화되지 않은 그를 후반전에 교체 투입시켜 크랙으로서의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해당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골키퍼를 포함한 풀럼의 수비진 여섯명이 모두 트로사르를 주시하고 있는데, 이는 곧 트로시르 외 선수, 즉 스위칭을 통해 중앙에서 포지셔닝을 가져간 마르티넬리의 공간 침투 기회로 해석된다. 이 장면에서 마르티넬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팀 림의 뒷공간으로 침투하였고 마르티넬리의 쇄도를 인지하지 못한 팀 림과 안토니 로빈슨은 두 선수 사이 애매한 공간을 내주며 마르티넬리의 헤더 추가골을 허용했다.

득점으로 이어진 마르티넬리의 헤더 슈팅은 xG와 달리 공의 굴절이나 궤적 등의 환경적인 요소를 고려한 기대 득점 지표인 xGOT가 0.96이라는 사실상 득점이라고 하더라도 무방한 값으로 산출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개인 기량으로 상대 수비진의 시선을 집중시킴으로써 상대 수비진의 사이 공간에 대한 인지에 혼돈을 주고 섬세한 크로스로 마르티넬리가 슈팅하기에 편안한 상황을 창출해낸 트로사르의 능력을 엿볼 수 있으며, 마르티넬리가 박스 내부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트로사르의 전술적 활용도 또한 확인 가능하다.

출처: SPOTV NOW


트로사르는 아스날의 전진 방식에 다채로움을 추가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위의 자료에서 볼 수 있듯 아스날은 피치 위 모든 지역에서 xT carries, 즉 볼 운반에 의한 상대 위험지역에서의 기회 창출 빈도가 높음을 파악할 수 있다. 트로사르는 xT carries와 함께 활용되는 기대위협 지표인 xT passes, 즉 패스에 의한 기회 창출 부문에 있어서 외데고르와 리그 상위권에 위치한다. 이는 주로 오른쪽 측면 지역에서 공격을 풀어나가는 사카-외데고르의 관계와 같이 왼쪽 측면의 트로사르-마르티넬리, 그리고 자카까지 포함한다면 더욱 세밀하고 세부적인 공격 지역 부분 전술 수행에 용이성을 가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으며 마르티넬리와의 연계 플레이에서 강점을 드러낸다는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출처: StatsBomb


22R 아스날은 새로 개편된 션 다이치 감독의 에버튼의 첫 출범 희생양이 되었고, 이 경기를 기점으로 아스날은 부진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서 우승 경쟁에서 점점 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아스날은 맨시티와의 승점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 자신들의 페이스를 회복했고, 아스날이 정상 궤도를 되찾을 수 있게 한 공신은 사카도, 외데고르도 아닌 영입생 트로사르였다. 트로사르 개인의 능력도 출중했지만, 팀 스피릿을 살리고 마르티넬리 등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동료 선수들의 폼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더욱 좋은 평가를 내려 마땅하다.

트로사르는 ‘제주스의 임시 방편’으로 팀에 합세했으나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주전급 그 이상의 자원으로 도약했다. 트로사르가 좋은 기세를 이어가며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시점에 제주스는 부상을 털고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본격적으로 둘의 주전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두 선수 모두 최전방 공격수라는 같은 포지션에서 비슷한 롤을 수행할 것으로 사료되나 둘이 팀에 가져다 줄 수 있는 이점은 분명 다르다. 과연 아르테타 감독은 후반기 에이스를 자처한 트로사르와 전반기 아스날의 돌풍을 이끈 주약 제주스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혹은 둘을 동시 기용한다면 어떻게 공존시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며 EPL 잔여 시즌 팬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이지 않을까.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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