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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36R 아스날v브라이튼]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 일어난 대참사, 그 전말에 대하여

오성윤 2023. 5. 24. 23:18

EPL 33라운드, ’사실상 결승전‘으로 불린 맨시티와 아스날의 경기에서 아스날은 맨시티에게 4-1로 격파당하며 결과적으로 리그 선두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이로써 아스날은 역대 최장기간 리그 선두를 달렸지만 리그 장기 레이스에서 뒷심을 챙기지 못하고 맨시티에게 승점을 역전 당하면서 트로피는 눈앞에서 확실하게 멀어졌다.

좌절의 여운은 뒤로 하고, 아스날은 다음 시즌을 위해서라도 남은 경기를 알차게 보내 좋은 기류를 이어가야만 했다. 이러한 미약한 동기부여 하에 아스날은 첼시, 뉴캐슬를 차례로 꺾었으나 이번 시즌 최고의 ‘언더독‘ 브라이튼에게 발목을 잡히고 만다. 아스날의 게임모델에 있어서 평균 60%로 리그 내 4위를 차지할 정도의 중요성응 지녔던 점유율이라는 요소를 상당 부분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브라이튼의 수에 당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스날은 왜 브라이튼에게 무너졌고, 브라이튼은 어떻게 아스날을 격침시킬 수 있었을까?

FCU 디자인팀 설창우님 자체 제작


우선 두 팀의 선발 명단 구성에 대해 알아보자. 두 팀 모두 선수 부상과 전술 구현의 측면에서 선발 명단에 약간의 변화가 존재했다.

우선 홈팀 아스날은 1.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역시나 마르티넬리-제주스-사카가 최전방을 구성하였고, 미드진에는 첼시전부터 좋은 기세를 이어온 조르지뉴가 파티를 대신하여 선발 자리를 꿰찼다. 수비진에는 부상 이탈로 인해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진첸코를 대신하여 티어니가 좌측 풀백 자리를 담당했고, 이번 경기와 마찬가지로 티어니가 왼쪽 풀백을 맡았던 31R 웨스트햄전과 달리 인버티드 활용하지 않고 상대 공격진을 전담마크하게끔 역할을 부여하였다.

원정팀 브라이튼은 1.4.2.3.1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경기에 임했다. 수비진의 경우, 카이세도가 다시 한번 우측 풀백 자리에 배치되었으며 덩크의 파트너로써 콜윌이 낙점되었다. 경기 중 활발한 스위칭 플레이를 펼쳤고 경기 중후반부터 자리를 완전히 교체했으나, 시즌 내내 좌측에서 주로 활동 반경을 가져간 미토마가 우측에 배치됐다는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또한 웰백을 대신하여 부상에서 복귀한 퍼거슨이 최전방 공격수로 출격하였다.

아스날과 브라이튼의 라인업


아스날은 과감한 전방압박을 통해 브라이튼을 제압하고자 했다. 상대 선수의 압박을 유도하여 전방에서 수적 동위를 이루고 다이렉트한 패스를 통해 미토마-엔시소의 폭발력으로 상대 수비진영에 균열을 발생시키는 브라이튼의 게임모델을 오히려 역이용하고자 한 것이다.

자신들의 디펜시브 써드 구역에서부터 막대한 리스크를 안은 채 행하는 브라이튼의 후방 빌드업을 높은 구역에서 끊어낸 이후 양질의 득점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의도였다. 아스날은 이를 실현할 수단으로써 전방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가려고 했다. 또한 전방으로의 다이렉트한 패스를 통해 패스 횟수를 적게 가져가면서 공격 시퀀스를 보내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는 브라이튼의 패턴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 전방압박을 펼치는 하이블록과 상대 전방인원을 견제하는 수비라인을 ‘분리’하고자 했다. 따라서 많은 전방압박 인원과 정적인 수비라인을 유지하는 한편, 중원에는 상대적으로 숫자를 적게 배치하였다.

로우-디펜시브 써드 구역에서부터 후방 빌드업을 펼친 브라이튼은 2-4 후방 대형을 통해 볼을 전진시키고자 했다. RB 카이세도와 LB 에스투피냔은 측면에 넓게 위치했고, 3선을 이룬 RDM 그로스와 LDM 길모어는 횡적으로 좁은 간격을 형성했다. 이는 아스날의 중앙 차단을 통해 브라이튼의 볼 순환을 제한하기 위해 전방압박을 펼치는 하이블록이 위치적으로 특정 하프 스페이스 내지 측면에 편중되게 하기 위함이다. 이로 인해 브라이튼의 2CB는 전진패스 활로 탐색을 수월하게 가져갈 수 있었다.

또한 ST 퍼거슨은 최전방에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LCB 마갈량이스를 끌고 내려왔다. 이를 통해 RW 미토마는 우측 하프 스페이스에서 더욱 자유로워질 수 있었고, 연쇄 효과로써 RB 카이세도에게 브라이튼의 후방 빌드업 전개 시간이 연장될 시 흐름을 전환하기 위한 선택지로써 오버래핑할 충분한 측면 공간이 주어졌다. ST 퍼거슨의 더미 움직임이 효과적으로 기능했을 시, 브라이튼은 측면이 아닌 LW 엔시소와 RW 미토마가 쇄도하는 중앙으로 볼을 배급하기도 했다.

브라이튼의 후방 빌드업 체계


아스날은 브라이튼의 수비진을 직접적으로 압박하지 않았고, ST 제주스-RCM 외데고르-LCM 자카를 통해 하이블록을 구축하여 RDM 그로스-LDM 길모어를 3v2 수적 우위 상황에서 압박하였다. 브라이튼은 GK 스틸이 직접 볼을 몰고 전진하거나 LCB 콜윌이 측면 넓은 공간으로 위치를 이동하는 등 최후방 지역에서부터 아스날의 압박을 유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아스날은 하이블록의 수적 우위를 통해 브라이튼 압박 유도에 대응하더라도 쉽게 볼의 전진을 허용하지 않았다.

측면의 경우 LW 마르티넬리가 RB 카이세도를, RW 사카는 LB 에스투피냔을 맨투맨으로 압박했는데, 이때 LW 마르티넬리와 RW 사카는 측면에 붙어있지 않고 자신이 마크해야하는 선수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중앙 지역으로 전진하는 볼에 대한 협력 수비를 적극적으로 펼쳤다. 이는 특히 수비 국면에서 더더욱 전방과 후방이 분리된 듯한 선수 배치를 보인 아스날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DM 조르지뉴는 AM 맥알리스터를 전담마크했는데, 이는 3선의 좁은 횡적 간격으로 아스날의 하이블록을 특정 지역에서 편중되도록 하여 AM 맥알리스터로의 전진 패스를 더욱 수월하게 한다는 브라이튼의 후방 빌드업 시스템에 대한 대응이다. 브라이튼은 상대적으로 배치된 선수가 적은 아스날의 중원을 AM 맥알리스터의 절묘한 포지셔닝을 통해 공략하고자 했으나, LCM 자카의 빠른 커버 플레이와 DM 조르지뉴의 우수한 전담마크를 통해 브라이튼의 전진을 차단하였다.

제주스가 스틸을 압박했음에도 브라이튼 3선과 수적 동률을 이루는 아스날의 하이 블록, 조르지뉴는 맥알리스터 견제


미들 써드 지역에서 브라이튼은 2-3 후방 대형을 가져갔다. 이때 RB 카이세도가 하프 스페이스 구역을 차지하면서 RDM 그로스는 중원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LW 엔시소와 RW 미토마는 측면에서 상대 풀백을 고정시키고, RDM 그로스와 AM 맥알리스터는 상대 압박 라인 사이에 전진패스를 시도할 수 있는 공간적 여유가 발생하는 하프 스페이스 지역에서 볼을 대기하였다.

반면 아스날은 상대가 볼을 잡고 미들 써드 구역까지 진입했을 시 강한 전방압박을 지양했다. 1.4.4.2 대형을 갖추고 브라이튼의 볼 배급을 어렵게 했으며, 수비블록을 형성할 시 ST 제주스와 LW 마르티넬리가 자리를 바꿔 좌측면에서 볼 탈취에 성공했을 시 ST 제주스가 개인기량으로써 볼을 운반하도록 했다.

브라이튼은 아스날의 두줄수비를 상대로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공간을 창출하였다. 이를 위해 전반적인 대형 자체에 변화를 주었는데, 우선 LB 에스투피냔이 측면으로 이동하여 RB 화이트의 맨마킹을 유도하고 AM 맥알리스터는 왼쪽 측면 공격을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 자리를 한 칸 아래로 옮겨 3선 구성에 참여한다. 이로써 LW 엔시소는 중앙으로 접어 들어가는 움직임을 통해 상대 포켓공간을 더욱 효과적으로 점유할 수 있게 된다.

브라이튼의 2-3 운영과 아스날의 수비블록


위와 같은 패턴 플레이에 실패하거나 마땅한 공간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브라이튼은 GK 스틸에게로의 백패스를 통해 시퀀스를 ‘재시작’하였다. 다시 말해 브라이튼은 백패스를 통해 종적, 횡적 방향을 전환함으로써 브라이튼의 측면 전개에 의해 특정 구역에 과밀화가 된 아스날의 수비블록에 선수단 간격 유지 실패라는 전술적 균열을 안겨준 것이다. 브라이튼은 이러한 매커니즘을 통해 아스날의 압박을 느슨하게 만들었으며, 빠른 전개를 통해 정돈되지 않은 아스날의 수비블록을 타격한다는 발전된 상황으로 연계해 나가기도 했다.

아래의 장면에서 브라이튼은 측면 패턴 플레이를 통해 공간을 창출해내는 데 실패했다. 이때 볼을 소유한 LB 에스투피냔은 마다하지 않고 GK 스틸에게 백패스를 내주었고, LB 에스트피냔의 과감한 백패스 선택에 의해 아스날이 허용한 중앙 공간으로 RB 카이세도가 곧바로 쇄도하여 볼을 받아 운반하였다. AM 맥알리스터와 RDM 그로스는 백패스가 이뤄진 상황에서 함께 2선을 구성하며 상대 피닝을 유도했고, 이는 RB 카이세도의 공간 활용을 더욱 용이하게 했다.

백패스를 통한 전환으로 중앙 공간 점유한 카이세도. 맥알리스터와 그로스는 높은 구역에서 상대 피닝.


마르티넬리의 부상 교체 아웃으로 트로사르가 LW를 전담한 아스날은 후반전 LW 트로사르의 중원 관여도를 높이고 더욱 공격적인 스탠스를 갖추기 위해 측면에서 파괴적인 온더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넬슨을 투입하였다.

넬슨이 좌측 수비 가담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면서 LB 티어니는 LCB 마갈량이스와 함께 ST 퍼거슨을 수비할 수 있었던 반면, 중원을 담당하였던 DM 조르지뉴-LCM 자카가 동시에 교체 아웃되면서 아스날은 중앙에 대한 수적 배치와 수비적 무게감이 약화되었다.

중원에 배치되었던 자카-조르지뉴를 빼고 파티-넬슨을 투입 (출처: Fotmob)


브라이튼은 아스날이 노출한 구조적 약점을 놓치지 않았다. 브라이튼의 전개 국면에서 ST 퍼거슨은 LCB 마갈량이스를 끌고 중원 가담하였던 전반전 움직임과 달리, 전방에 머무르며 LCB 마갈량이스와 LB 티어니를 반대로 묶어놓았고, 이때 LDM 길모어의 자리로 보직을 변경한 AM 맥알리스터를 대신해 상대 지역에서 움직임을 가져간 ST 웰백과 RDM 그로스는 반복적인 중앙 쇄도 움직임을 통해 아스날의 중원 빈 공간을 활용했다.

반면 아스날은 공수전환 국면에서 전문 MF로서 중원 수비를 담당한 DM 파티는 ST 웰백과 RDM 그로스에게 계속해서 공간을 내주는 곤욕을 치렀으며, 세번째 득점도 결국 ST 웰백이 DM 파티가 비워둔 공간으로 쇄도하는 ST 운다브에게로의 볼 연결에 성공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아스날의 빈 중앙 공간으로 쇄도하는 그로스


아스날의 후방 빌드업 국면에서도 마찬가지로 브라이튼은 저항을 가했다. 넬슨의 좌측면에 위치하자 중앙 전개에 대한 개입을 늘린 LW 트로사르는 RCM 외데고르와 함께 플레이메이킹을 도왔는데, 이때 브라이튼은 RDM 그로스에게 LW 트로사르를 압박하도록 했으며 ST 웰백의 투입으로 최전방에 두 명을 운용하게 된 브라이튼은 2ST 체제를 통해 DM 파티에 대한 패스길을 차단했다. 전반전 아스날이 행했던 것처럼, 브라이튼 또한 아스날의 빌드업 국면을 4-2 형태의 하이블록을 구축함으로써 더욱 제한한 것이다.

선제 실점을 허용한 아스날의 성급한 심리를 이용한 것이기도 한데, 주도권을 잡고 급하게 볼을 투입하여 전개 국면을 빠르게 펼쳐나가고자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후방 숫자 배치를 적게 가져가고 선수간 간격을 넓게 벌린 아스날의 대형을 수적 우위로써 이용했다. 그리고 이는 LW 트로사르 전진패스를 차단한 RDM 그로스의 압박에서부터 비롯된 아스날의 두번째 실점 상황과 직결되는 브라이튼의 전술적 요소이다.

트로사르를 견제하는 그로스.


전반전 아스날이 구조적 오류를 범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골고루 된 선수 배치‘ 덕분이었다. 아스날은 탈압박 못지 않게 압박 전술도 체계적으로 갖춰져있는 브라이튼에게 후방 수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후방에 많은 숫자를 두었다. 이러한 후방 빌드업 기조 하에서 GK 램즈데일은 적극 활용되었고, LCB 콜윌의 전담마크를 받은 RCM 외데고르는 디펜시브 써드 지역까지 자신의 마크맨을 끌고 내려왔다.

아스날은 마치 브라이튼의 축구를 표방하는 것처럼 상대 선수의 압박을 유도하였고, 정면을 바라봐 킥을 처리하기에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한 GK 램즈데일의 롱킥을 활용하여 전방에 대기하는 LW 트로사르-ST 제주스-RW 사카에게 다이렉트하게 볼을 연결하였다. 이때 RW 사카는 중앙으로 들어와 공중볼 경합을 펼치는 ST 제주스의 세컨볼을 받거나, RW 사카가 상대 하이블록과 수비라인 사이 벌어진 공간으로 내려와 GK 램즈데일의 그라운드를 가로지르는 전진패스를 받는 등 효율적으로 볼을 전진시켰다.

선제 실점 이후 만회골이 절실했던 아스날의 심리는 위와 같이 브라이튼의 압박을 벗겨낼 수 있는 후방 빌드업 과정을 거치지 못했고, 오히려 역이용 당하면서 추가실점을 헌납한 것이다.

콜윌을 끌고 내려온 외데고르, 롱킥 준비하는 램즈데일


아스날은 자신들의 축구를 온전히 구사하는 것이 아닌, ’브라이튼의 축구를 최대한 제한하라‘에 초점을 맞춘 전술적 기반 하에서 전반전을 잘 치렀다. 하지만 주어진 찬스를 득점으로 치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통계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도, 아스날은 PA 내 슈팅을 11회나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유효슈팅, xG 등 공격의 유효성을 나타내는 지표에서 모두 뒤쳐졌다.

‘결정력 부족’ 문제는 대량 실점으로도 연계된다. 리드를 내준 상황에서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하자 더욱 성급해졌고, 이것이 결국 구조적 결함을 낳으면서 브라이튼에게 추가득점의 여지를 제공한 것이다. 결국 ’뒷심 부족‘이라는 그들의 고질병이 이 경기에서도 드러난 것이다. 동기부여가 사실상 없다고 간주해도 무방한 상황에서 3-0 참사는 위닝 멘탈리티가 장착된 아스날 선수단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더욱 심각한 문제 상황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서론에서 언급했듯 다음 시즌을 위한 연습장으로 잔여 일정을 알차게 보내야 하는 아스날은 과연 그들에게 주어진 난관을 극복하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출처: Mint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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