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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실드 맨시티의 중원 운영법]

오성윤 2023. 8. 13. 20:24

2023/24 시즌을 앞둔 커뮤니티 실드의 방패는 결국 승부차기 혈투 끝에 아스날의 차지가 되었지만, 먼저 승기를 잡은 쪽은 맨시티였다. 후반전 추가시간에 트로사르의 슈팅이 굴절되면서 동점을 허용했지만, 그에 앞서 77분경 콜 팔머의 선제골로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간 것이다.
 
전반전에는 로드리-마테오 코바치치로 구성된 2DM 시스템으로 아스날의 압박 시스템을 풀어나가고자 했으며 후반전은 보다 더 공격적인 태세를 갖추기 위해 포워드와 미드필더를 동시에 겸할 수 있는 필 포든과 KDB 등의 자원을 투입하였다. 이러한 펩의 교체카드는 전반전의 침체된 분위기를 뒤바꾸는 것에 성공한 듯 보였다.
 

커뮤니티 실드 맨체스터 시티의 미드필더진 (출처:Sofascore)

 
그렇다면 맨시티는 전반전을 어떤 양상으로 중원을 장악하고자 했을까? 역시나 선발 출전한 로드리-코바치치로 구성된  2DM를 살펴보아야 한다.
 
맨시티는 자신들의 2DM 시스템을 하베르츠-외데고르와 더불어 라이스를 전진시켜 압박하고자 한 아스날의 수비 시스템을 역이용하고자 했다. 아스날은 맨시티가 디펜시브 써드에서 볼을 잡아 후방 빌드업을 전개할 경우 맨시티의 2DM를 3v2 수적 우위로 묶어놓았지만, 반대로 맨시티가 라인을 중앙선 부근까지 끌어올릴 경우에는 라이스를 내리고 1.4.4.2 형태의 미들 블록을 구축했다.
 
맨시티는 이때 로드리를 2CB 사이에 배치하고 반대로 코바치치는 아스날의 1.4.4.2 중 2를 이루는 하베르츠-외데고르의 후방에 위치하게끔 하여 2DM가 종적 관계를 형성하도록 했다. 이 종적 관계를 통해 2CB의 넓은 간격을 확보한 맨시티는 LB 아칸지와 RB 워커를 계속해서 높은 위치에 대기시켰다.
 

맨시티가 중앙선 부근까지 전진하자 2DM에 대한 압박보단 자신이 지켜야 할 구역에 대한 방어에 집중하는 라이스

 
맨시티가 LB 아칸지와 RB 워커를 전진하게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는 RW 베르나르두 실바와 LW 그릴리시를 하프 스페이스에 배치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아스날은 RW 베르나르두 실바와 LW 그릴리시에 대한 더욱 강한 견제를 위해 토마스 파티를 수비라인 사이에 위치하도록 주문했으며 높은 지역에서 포지셔닝을 가져가는 LB 아칸지와 RB 워커에게 볼이 전달될 경우 그들을 막기 위해 LW 마르티넬리와 RW 사카에게 수비적 가담을 요구했다.
 
따라서 맨시티는 로드리를 활용해 2CB의 측면 공간을 확보하고, 측면 깊숙한 지역에서 대기하는 LB 아칸지 혹은 RB 워커에게 볼을 투입하여 아스날의 최전방과 중원 사이 간극을 넓혔다. 이렇게 발생한 공간은 2CB 사이로 내려간 로드리와 수직 관계를 이룬 코바치치가 하베르츠-외데고르의 배후로 쇄도함으로써 공략한다.
 
아래의 자료와 같이, 코바치치에게 아스날 선수들의 시선이 쏠리고 LW 마르티넬리가 아직 측면에 남아있는 RB 워커에 대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맨시티는 순간적으로 라인을 끌어올린 스톤스를 활용하여 아스날의 하프 스페이스를 통한 공격 전개를 펼칠 수 있게 됐다.
 

하베르츠-외데고르가 이룬 최전방과 파티-라이스 사이의 공간을 공략한 코바치치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아스날의 최전방-중원 사이 간격을 차지한 코바치치는 프리맨이 되지만 파티-라이스가 곧바로 압박을 취하기에 이는 잠깐의 시간에 불과했고, 따라서 맨시티는 짧은 시간 안에 생산적인 결과물을 내야 했다. 코바치치에 의해 다시 한번 위치상의 변화를 가져가야만 하는 아스날의 중원을 이용해서 말이다.
 
아래 자료를 보면, LB 아칸지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볼을 몰고 전진하면서 상대 RW 사카를 측면으로 끌어냈고, 이를 통해 창출된 아스날의 최전방-중원 사이 공간으로 쇄도하는 코바치치에게 볼을 전달했다. 이후 상황에서 그릴리시와 알바레즈를 따라 내려간 파티-라이스는 볼을 잡은 코바치치에게 시선이 쏠렸으며 몸의 방향도 완전히 코바치치를 향해 있다.
 
이때 파티-라이스의 배후에 있던 알바레즈는 볼을 받기 위한 제스처를 취했고 이를 포착한 코바치치는 지체하지 않고 볼을 투입했다. 라이스가 이를 파악하고 뒤늦게 볼을 커트하려 했으나, 볼이 더 빠르게 투입되었으며 알바레즈는 하프턴 동작을 통해 신체 방향을 상대 골문으로 향하게 한 후 슈팅을 시도했다.
 
이 상황은 디아스의 전진에 의해 시작되었기에 2DM의 수직적 위치 관계에 의한 맨시티의 공격 시퀀스라고 할 수 없지만, SB의 전진과 이를 통해 상대 라인 사이 공간을 확보하고, 이때 발생하는 상대 움직임을 역이용하여 또다시 상대 라인 사이 공간을 공략한다는 맨시티의 공격 기조를 엿볼 수 있었다. 
 

코바치치를 향해 시선이 집중된 파티-라이스와 그들의 배후에서 볼을 받는 알바레즈

 
하지만 전반전 선보인 맨시티의 접근법은 큰 효과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훌리안 알바레즈 등을 통한 하프 스페이스 및 상대 라인 사이 공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PA 및 레드존에 대한 공략이 부실했기 때문을 가장 주요한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촘촘하게 자리를 잡은 아스날의 수비 블록을 결과적으로 뚫어낼 수 없었던 것이다.
 
통계를 보더라도, 전반전 맨시티는 6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으나 아스날에 비해 슈팅 숫자가 부족했으며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오히려 아스날이 더 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고 할 수 있다.
 

출처: Sofascore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맨시티는 후반 60분 경에 KDB와 포든, 팔머를 교체 투입하였다. 그리고 이들을 활용해 맨시티가 형성한 새로운 대형은 2-2에서 2-3으로 변환하는 형태를 보였다. 기본적으로 디아스와 스톤스/워커가 2CB를 이루며 로드리와 베르나르두 실바가 2MF를 이루었고, 나머지 선수들은 불규칙적이고 순간적인 움직임을 통해 아스날의 1.4.4.2 수비 대형에 큰 혼란을 주었다.
 
2CB와 2MF를 제외한 선수들 중 2선에 포진한 선수들이 2MF에 가담하여 아스날의 수비 시 2ST 체제와 2v2로 대치하는 구도를 3v2 수적 우위로 변화시키거나, 아스날의 수비 시 2ST 체제를 패킹하였을 경우 아스날의 중원에 대한 수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도록 상황에 맞게 순간적인 움직임을 취한 것이다.
 
아래 자료에서 맨시티의 2CB는 스톤스의 왼쪽 측면 공격 가담으로 인해 로드리-디아스로 구성되었고, 볼은 아스날의 수비 시 2ST 체제를 통과한 상태다. 이 상황에서 KDB-포든이 내려와서 디아스의 볼을 받아주었고, 아스날의 2MF에 대해 KDB-포든-베르나르두 실바 3MF는 3v2 수적 우위를 이뤘다. 그 결과로써, 파티는 KDB를 주시하다가 배후 침투하는 포든을 놓쳤고 결과적으로 위협적인 장면을 허용했다.
 

순간적으로 중원에 가담한 포든-KDB에 2v1 수적 열세로 맞서는 파티

 
맨시티 2선 자원들의 불규칙적인 중원 가담의 또다른 예시는 맨시티의 선제골 시퀀스다. 아래 사진 자료를 보라. 맨시티는 디펜시브 써드에서 후방 빌드업을 전개 중이고, 디아스와 오르테가가 2CB와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전반전과 다르게 변한 맨시티의 후방 대형에 아스날의 전방 압박 시스템도 변화한 것을 알 수 있다.
 
디펜시브 써드에서도 맨시티는 2CB와 2MF를 통해 후방 빌드업을 전개했고, 이와 함께 맨시티 2선 자원들의 지원 움직임도 동반되었으며 해당 상황에서는 포든이 볼을 받기 위해 내려갔다. 그리고 내려오는 포든에 대한 디아스의 패스 활로를 제공하기 위해 베르나르두 실바가 자신의 마크맨인 사카를 끌고 측면으로 빠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디펜시브 써드에서도 2CB와 2MF로 구성된 후방 대형을 운영하는 맨시티

 
디아스의 패스를 연결받은 포든을 저지하기 위해 파티는 끌려갈 수밖에 없었고, 포든이 하프턴 동작을 통해 파티의 압박에서 벗어남에 따라 맨시티는 6v5 수적 우위에서 공격 시퀀스를 보냈다. 2선 자원인 포든의 순간적인 움직임에 따라 맨시티의 후방 대형은 아스날의 전방 압박에 대해 6v5 수적 우위를, 맨시티의 전방 대기 인원들도 또한 6v5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맨시티의 전반전 접근법은 냉정하게 성공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후반전 2선 자원을 대거 투입함으로써 그들에게 간헐적으로 볼에 대한 지원 움직임을 요구하고, 아스날 선수들이 자신들에게 끌려가면서 허용한 공간을 야금야금 차지해 나갔고 이는 천금 같은 선제골로 이어졌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아스날의 손을 들어주었다. 굴절에 의한 불운한 자책골, 그리고 연이은 승부차기 실축까지 발생하면서 시즌 돌입 이전 우승의 기쁨을 맞이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다. 하지만 맨시티는 이대로 좌절하지 않는다. 커뮤니티 실드를 교본 삼아 앞으로의 시즌을 펼쳐나갈 맨시티의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맨체스터 시티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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