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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미 움직임으로 수적 우위 만들기]

오성윤 2023. 8. 16. 23:05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자신의 수석 코치였던 미켈 아르테타가 아스날의 감독으로 떠난 것에 이어, 다시 한번 자신의 제자를 상대팀 감독으로서 상대해야만 했다. 1R부터 맨시티를 상대한 이 감독과 펩은 '사제지간'이었던 만큼 아르테타와의 맞대결 못지않게 펩에게 많은 감정의 교차가 일어났을 것이다.
 
펩이 '감독 대 감독'으로서 재회하게 된 제자는 바로 번리의 빈센트 콤파니 감독이다. 둘은 지난 2022/23 시즌 FA컵에서 대결한 바 있으나 이번 시즌에는 서로 대등한 1부 구단의 자격으로 경기를 치르게 됐다. 펩과의 돈독한 사이이기 전에 한 팀의 매니저로서 자신의 사명을 다해야만 했던 콤파니는 필사적으로 펩을 괴롭혔다.
 

 
승격팀과 디펜딩 챔피언의 만남이었으나 콤파니는 물러서지 않았고, 오히려 맨시티의 전방압박으로써 맨시티의 후방 빌드업을 방해했다. 도전자의 입장으로서 보다더 수월한 생존 경쟁을 위해 빠르게 첫 승을 챙기고자 번리가 취한 전방압박의 시스템은 이러하다.
 
수비라인의 5명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을 상대 진영에 배치한 이후 맨투맨의 형식을 취하는 전방압박 시스템을 가져감으로써 맨시티의 후방 빌드업을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볼을 탈취하고자 했다. 아래의 장면과 같이, 번리의 선수들은 맨시티의 후방 빌드업 시스템에 수적으로 동위 혹은 우위를 점하면서 볼의 순환이 원활하게 일어나지 못하도록 제어했다.
 
번리는 또한 맨시티의 후방 빌드업을 더욱 효과적인 방법으로 통제하기 위해 1.5.4.1 시스템 중 RCM의 자리에 위치한 산데르 베르게에게 맨시티의 후방 빌드업에 고정적으로 참여하는 로드리에 대한 지속적인 맨투맨을 지시하였다. 이에 따라 번리가 볼을 탈취했을 경우 베르게가 최전방에서 역습 국면에 참여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상대진영에서 맨투맨 전방압박을 통해 7v7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번리, 16번 산데르 베르게는 로드리를 1v1로 괴롭히고 있다.

  
번리는 맨시티의 2선 자원들이 라인 상승 및 상대 진영 공략을 위해 볼을 받으러가는 움직임을 취할 시, 백5의 LCB 혹은 RCB의 전진으로 이를 억제했다. CB의 전진을 통해 번리는 맨시티의 하프 스페이스 공간 점유 및 활용을 최대한 저지하고자 했다.
 
아래의 자료에서 CB의 전진의 대표적인 움직임을 엿볼 수 있다. 후방에서 변형 백스리를 구축한 로드리는 볼을 받아주기 위해 내려오는 훌리안 알바레즈를 향해 전진 패스를 넣어주었으나, 이에 대해 번리의 RCB 알다킬이 빠르게 프레싱을 취해주면서 알바레즈는 앞을 보지 못하고 후방으로 볼을 내어줄 것을 강제당했다.  
 

RCB 알다킬이 전진을 통해 훌리안 알바레즈의 공간 점유 및 활용을 저지한다.

 
맨시티는 번리의 전방압박을 능동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몇가지 대응법을 준비하였다. 25분경 KDB가 부상 재발로 인해 그라운드에서 이탈하였으나, 번리의 숫자 싸움을 정면 돌파할 수 있는 몇 가지 접근법을 시행하여 활로를 찾아냈다.
 
맨시티는 상대 진영에 절반 이상의 선수를 투입하여 수적 우위를 가져가고자 한 번리의 수비법에 대해 GK 에데르송을 후방 빌드업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킴으로써 타개하였다. 10v10의 싸움에서 11v10의 싸움으로 상황을 반전시킨 맨시티는 패스 시 맞이하는 프리함과 이에 따른 더욱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공격을 펼쳐나갔다.
 
아래 자료와 같이, 번리는 맨시티의 디펜시브 써드에서 상대 후방 빌드업 참여 인원과 6v6의 수적 동위를 이루고 있었으나 GK 에데르송에게 압박할 시 발생할 수 있는 대형 붕괴와 수적 열세를 방지하기 위해 GK 에데르송을 프리하게 두었고, 이는 맨시티의 기회로 작용했다.
 

프리맨 GK 에데르송

 
번리의 선수단 절반은 맨시티 진영에 포진해있었고, 이는 반대로 생각한다면 번리의 코트에는 적은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GK 에데르송은 프리맨으로서 상대 압박에 구애받지 않고 더욱 여유로운 패스 동작과 넓어진 시야를 바탕으로 상대 선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에 중장거리 패스를 한 번에 투입하였다.
 
이를 통해 맨시티는 아래의 상황과 같이 전개 국면에서 맞이한 6v6의 구도에서 순간적으로 공격진과 상대 수비진의 2v2 구도의 공격 국면으로 국면 전환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표면적으로는 수적 동위의 대등한 관계로 비춰지지만, ST 홀란드의 피지컬적 우위와 이것이 상대 수비에 대해 가져다줄 심리적 요인들을 고려한다면 맨시티가 근소하게라도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GK 에데르송의 킥으로 2v2 구도의 공격 국면을 맞이한 맨시티

 
GK 에데르송의 후방 빌드업 개입으로 인해 디펜시브 써드에서 맨시티가 수적 우위를 가져갔다는 점과 더불어, 필 포든의 '더미 움직임'으로 통용될 수 있는 또다른 결정적 요인의 힘을 입어 맨시티는 'GK 에데르송의 중장거리 패스 -> 전방의 ST 홀란을 활용한 실질적 수적 우위'의 패턴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아래 상황에서 맨시티는 GK 에데르송을 포함하여 후방 3v3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외의 후방 인원들도 역시 번리의 맨투맨 전방 압박의 표적이 되어 맨시티는 수적 동위를 점하며 후방 빌드업을 진행한다. 여기서 2선에 분포하던 필 포든은 후방의 맨시티 선수들을 바라보는 번리의 전방 압박 인원의 블라인드 사이드에서 공간을 향해 달려간다. 
 

후방 3v3 구도와 필 포든의 상대 블라인드 사이드 공략

 
필 포든의 움직임은 상대 LCB 바이어의 뒤늦은 커버 움직임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고, 포든과 바이어의 배후에서 전진을 준비하고 있던 ST 홀란에게 볼이 연결되자 곧바로 상대 수비와의 1v1 구도에서 우세함을 유지하면서 생산적인 공격 국면을 창출했다. 
 

포든에게 유도된 LCB 바이어와 1v1 구도에서 또다시 우세함을 점하는 ST 홀란

 
GK 에데르송의 후방 빌드업 가담이 없는 경우, 인버티드 활용된 LB 리코 루이스의 더미 움직임이 맨시티가 측면으로 횡패스를 전환하여 볼을 순환시키는 프로세스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예시로써 아래의 자료를 살펴보자.
 
맨시티는 베르나르두 실바와 카일 워커를 각각 좌측과 우측에 배치한 이후 2CB과 로드리를 통해 후방 빌드업을 전개 중이다. 인버티드 풀백으로서 좌측 하프 스페이스에 위치해 있던 LB 리코 루이스는 베르나르두 실바와 훌리안 알바레즈의 위치를 확인한 이후 상대 RW 콜레오쇼를 끌고 중앙으로 들어갔고, 이를 통해 로드리에게 패스 선택지를 제공함과 동시에 좌측 터치라인 부근에 위치한 베르나르두 실바에게 프리함까지 함께 제공할 수 있었다.
 

리코 루이스가 하프 스페이스에서 RW 콜레오쇼를 끌고 중앙으로 움직임으로써 프리맨이 된 베르나르두 실바

 
위와 같은 LB 리코 루이스의 움직임을 통해 베르나르두 실바는 공간을 확보하여 좌측 측면에서 아이솔레이션의 상황을 맞이하여 볼을 운반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아래 자료와 같은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 상황에서도 베르나르두 실바는 좌측면에 위치해 있으며 볼은 포든이 점유하고 있는 상태다.
 
볼을 점유하고 있는 포든은 훌리안 알바레즈의 월패스를 통해 상대 PA에 쉽게 접근하였고, 이와 동시에 LB 리코 루이스는 베르나르두 실바의 쇄도 움직임을 살핀 이후 빠르게 중앙 쇄도하여 상대 RWB 코너 로버츠를 유인했다. 이로써 맨시티는 상대 수비 블록을 응집시킴으로써 베르나르두 실바의 쇄도 공간 확보와 상대 스트롱 사이드에서의 보다 더 쉬운 볼투입이라는 효과를 얻었다.
 

더미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 블록을 중앙으로 응집시키는 LB 리코 루이스

 
아래의 움직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LB 리코 루이스는 상대를 끌고 가는 더미런을 통해 상대 하이 블록과 수비라인 사이 공간을 철저하게 이용한 맨시티의 경기 컨셉을 더욱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
 
상대 선수를 끌고 전진함으로써 ST 홀란이 1v1로 GK 에데르송의 롱패스에 대해 경합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준 것이며, 이는 맨시티가 공격 국면을 4v4 수적 동위의 상태에서 보낼 수 있도록 한 시발점으로 기능했다.
 

상대 선수를 끌고 전진함으로써 ST 홀란이 1v1로 GK 에데르송의 롱패스에 대해 경합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리코 루이스

 
콤파니의 맨시티 대응법은 실로 흥미로웠으며, 동시에 효과적이었다. 비단 맨시티의 고전을 이끌어냈을뿐만 아니라, 볼을 탈취하고 역습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생산적인 결과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전력 차이를 고려해 보았을 때, 승격팀이라고는 전혀 믿지 못할 만큼의 훌륭한 경기력을 선사했다.
 
하지만 콤파니의 머리 위에는 펩이 있었고, 맨시티는 결과적으로 3점차 승리로 디펜딩 챔피언의 건재함을 증명했다. KDB 없이 성취한 결과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시즌의 영광을 이어가기 위해 한층 더 발전한 맨시티의 행보와 더불어 콤파니 감독 하에서 프리미어리그에 자리 잡아가는 번리의 정착기를 관심 있게 지켜보아도 좋을 것 같다.
 

출처: 맨시티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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