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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즈전 클린스만호가 답답했던 이유]

오성윤 2023. 9. 9. 23:22

대한민국 대표팀은 9월 A매치를 위해 영국으로 향했고, 영국에서 맞이한 A매치 3연전 첫 상대는 웨일즈였다. 웨일즈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진출한 전력을 지녔으나 전력상으로 우리 대표팀에 비해 한 수 아래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개개인과 팀 성적 등을 고려했을 떄 충분히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상대인 웨일즈에게 답답한 경기를 펼쳤고, 점유율은 지배했으나 슈팅과 같은 주요 지표에서 웨일즈에게 밀리며 실질적인 경기 주도권을 내주었다.
 
그렇다면 웨일즈와의 친선경기에서 우리 대표팀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던,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적 결함은 무엇이었을까?
 

출처: 스카이스포츠

 
우선 클린스만 감독이 추구하고자 했던 웨일즈전 전술적 의도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클린스만은 지난 4경기와 비슷한 게임 모델을 바탕으로 선수단을 운용하였으며 이는 후방 빌드업 국면에서 볼 수 있었던 2-4 후방 대형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래 제시된 자료와 같이, 대표팀은 2CB을 중심으로 하여 LB 이기제와 RB 설영우가 3선에 가담하는 형태로 후방 빌드업 전형을 구축하였다. 또한 여기서 LB 이기제와 RB 설영우가 측면 공격 가담을 위해 자리를 비운다면 LCM 황인범 / RCM 박용우가 유기적으로 측면 공간을 차지하며 2CB의 패스 선택지를 확보하였다.
 

대표팀의 기본적인 2-4 후방 빌드업 대형

 
이러한 2-4 후방 대형을 중심으로, 대표팀은 상술한 SB의 측면 공격 가담을 통해 순간적인 2-3 후방 대형을 형성했다. 이는 SB이 더욱 높은 지역까지 라인을 끌어올린 결과물이며, 대표팀의 답답했던 경기력의 원흉은 이처럼 SB이 올라왔을 떄의 LM / RM의 포지셔닝에 기인해있다.
 
아래의 자료는 RB 설영우가 볼을 잡은 후 전진하여 후방 대형이 2-3으로 변모한 장면이다. RB 설영우가 볼을 잡고 전진을 준비할 때 RM 홍현석은 측면 터치라인, 즉 RB 설영우의 대각선 패스 선택지로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웨일즈의 1.5.4.1 수비 블록은 RM 홍현석과 RB 설영우에 대한 대인방어를 적절히 수행 중이다.
 
RM 홍현석의 측면 포지셔닝으로 RB 설영우는 측면으로 패스할 것이 강제되었다. 이는 측면에서 중앙으로의 전환을 위해 하프 스페이스 점유 및 타격에 더욱 집중했어야 하는 RM 홍현석이 RB 설영우와 같은 구역을 점하였기 때문이며 대표팀의 우측 공격은 하프 스페이스 인원의 부재로 측면 수적 열세에 직면하여 웨일즈의 수비를 용이하게 했다.
 

RM 홍현석의 측면 포지셔닝은 하프 스페이스 인원의 부재를 의미하였고, 패스 선택지가 제한된 대표팀의 우측면 공격은 고립되었다

 
아래의 자료도 마찬가지다. RM 홍현석이 하프 스페이스에서 측면을 향해 변칙적으로 쇄도해 들어갔으나, 웨일즈의 좌측 수비 인원이었던 LB 니코 윌리엄스-LM 네이선 브로드헤드의 적절한 수비적 스위칭을 통해 대표팀의 우측 공격의 전진 방향을 제한 및 고립시키는데 성공했다.
 
또한 2선 자원인 RM 홍현석의 측면 이탈로 인해 대표팀의 2선에 대해 수적인 이점을 가져갈 수 있었던 웨일즈의 백파이브는 스토퍼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LCB 벤 데이비스의 측면 수비 가담을 통해 3v2 수적 우위를 확보하였다. RST 손흥민이 하프 스페이스를 따라 지원을 왔으나 대표팀의 측면 공격은 수적 열세에 의해 백패스를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LM / RM의 측면 지역 점거는 위에 제시한 두가지 사례와 볼 수 있는 것처럼, 하프 스페이스 인원의 부재를 초래하며 RST 손흥민 등이 하프 스페이스를 점유하더라도 웨일즈 수비 블록의 수적 우위에 의해 결국 패스 선택지가 횡적으로 제한되어 백패스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 수비 블록을 효과적으로 파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손흥민이 하프 스페이스를 점유하였으나 웨일즈 수비 블록에 대해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며 더이상 전진해나가지 못한 대표팀

 
그렇다면 클린스만 감독이 추구하고자 했고 추구했어야 하는 가장 이상적인 측면 공격 형태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후반전 나타난 몇차례의 공격 국면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바로 SB의 프리함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2-4 후방 대형의 2CB이 주도적으로 전개 방향을 특정 측면으로 설정한 이후, 상대 수비를 과밀화시켜 SB의 전진 공간을 확보하는 프로세스가 요해졌다. 이와 더불어,대부분의 상황에서 측면 터치라인에 위치한 LM / RM이 오프더볼 시 하프 스페이스를 점유하며 상대 수비 블록을 밀집시킬 필요도 있었다.
 
그 결과로, 아래의 장면과 같이 프리맨이 된 SB이 하프 스페이스에 위치한 2명 혹은 그 이상의 선수를 바라보며 여러 패스 선택지를 가져갈 수 있다. 또한 LM / RM이 하프 스페이스 선점에 의해 상대의 측면 수비 가담이 느려지며, 측면 수비에 가담하더라도 SB에게 상대의 시선이 고정되며 하프 스페이스에 위치한 선수들이 더 넓은 공간을 가져갈 수 있다는 이점을 지녔다. 
 

비교적 넓은 공간을 바탕으로 측면 공격을 주도하는 설영우, 설영우에게 상대의 시선이 끌리며 홍현석과 손흥민은 충분한 공간을 확보함

 
또다른 예시 장면을 보라. RB 설영우는 프리한 상황에서 측면 공격을 위해 전진하고 있고, RB 설영우의 패스 선택지는 상대 스트롱 사이드에 두가지, 상대 위크 사이드에 두가지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분명 수적으로 상대 백파이브에 대해 5v4 열세의 상황이지만, 중앙 및 PA 내부 진입에 관한 수많은 접근법을 확보했다.
 
또한, 아래에 상황에서 웨일즈의 모든 수비 인원은 RB 설영우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상대 배후 공간 및 수비라인 사이 공간의 발생을 야기하였다. LM / RM의 하프 스페이스 점유에서부터 시작된 SB의 프리함 확보가 결국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적 이상향인 '2선 극대화'를 촉진한 것이다.
 
이러한 공격 시퀀스가 더욱 높은 빈도로 연출되었다면, 경기의 결과는 바뀌지 않더라도 경기력적인 답답함은 해소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웨일즈의 수비 블록도 대표팀의 공격 전력에 빠르게 적응할 것이기 때문에 아래의 이상적 공격 구도에 계속적으로 변수를 창출해야만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말이다. 
 

설영우에게 웨일즈 수비 블록이 쏠리며 상대 수비라인 사이 공간에서 공간을 확보한 2선 자원들

 
대표팀은 전개 국면 시 측면 자원들의 포지셔닝으로 인해 전개 국면 시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뿐만 아니라 수비적으로도 11개의 슈팅을 허용할만큼 안정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였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은 바로 클린스만 감독의 '2선 극대화' 추구에 기인해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상술한 바와 같이 대표팀의 화려한 2선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재성-황인범-손흥민-홍현석으로 구성된 2선을 구축하였고, 이는 대표팀의 수비 시 1.4.1.4.1 대형에도 영향을 주었다.
 
LCM 황인범은 후방 빌드업 가담을 위해 3선과 2선을 오갔으나 수비 시 2선에 합류하여 1.4.1.4.1 대형 구축을 도왔다. 이러한 수비 대형은 상대 후방 빌드업을 억제하기에 최적화된 미들 블록으로서의 모습을 보였지만, 웨일즈의 대응 전술에 의해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대표팀의 1.4.1.4.1 수비 대형이 상대 후방 빌드업을 억제하는 모습

 
전방 4-1 대형의 좁은 폭이 웨일즈의 측면 전개를 원활하게 했다는 점과 더불어, 3선에 대한 대부분의 수비를 담당해야했던 RDM 박용우의 과부하가 수비 불안정의 가장 큰 이유이다. 다시 말해, 웨일즈는 계속해서 RDM 박용우에게 수비 부담을 가하며 대표팀의 3선을 공략했다.
 
아래의 자료를 보라. 웨일즈는 LB 니코 윌리엄스와 RB 코너 로버츠를 모두 높은 지역에 배치함으로써 LM 네이선 브로드헤드와 RM 해리 윌슨이 더욱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경기장을 전방위적으로 활보한 ST 브래넌 존슨을 마크하던 RDM 박용우에게 수적 열세를 안겨주었다.
 

RB 코너 로버츠의 전진으로 RM 해리 윌슨이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상대의 3선 진입을 허용함

 
아래의 자료에서도 웨일즈는 RM 해리 윌슨과 LM 네이선 브로드헤드가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RDM 박용우는 지원 움직임을 펼친 ST 브래넌 존슨을 따라 움직이지 않고 3선을 지켰으나, 대표팀의 3선에는 상대 LM와 RM이 위치하고 있었다.
 
이는 RDM 박용우에게 2v1 수적 부담을 안겨주었고, 결국 3선 수적 열세로 인해 결정적 득점 찬스를 상대에게 헌납하였다. 전방 4-1 대형이 실속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으며 하나의 수비 블록으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위기다.
 

상대 LM-RM을 2v1로 상대해야만 했던 박용우

 
대표팀은 전개 국면과 수비 국면에서 모두 문제점을 드러냈다. 두 문제점 모두 클린스만의 '2선 극대화'라는 전술적 이상향의 일환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대표팀의 최대 장점인 2선을 극대화한다는 목적 자체는 좋지만, 이를 위한 세부적인 요소들이 모순적은 장면을 연출하며 결국 무기력한 모습만을 드러냈다.
 
대표팀은 경기 전체적으로 '원팀'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스스로를 제한했고 유동적으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이러한 축구를 반복하며 5전 3무 2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긴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력적으로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과연 대표팀은 사우디아라비아전을 통해 클린스만 체제 첫 승을 신고할 수 있을까?
 

출처: 스카이스포츠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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