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국가대표팀

<한층 강화된 플릭의 방법론>

오성윤 2021. 10. 18. 19:31

서론


한지 플릭 감독은 독일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래 리히텐슈타인, 아르메니아 등 상대적 강팀과 맞붙으며 상당히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했다. 뤼디거를 중심으로 한 3백의 전반적인 라인이 그랬고, 전방에 배치한 공격의 숫자 또한 그랬다.

하지만 플릭이 마주한 이번 예선 상대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독일의 실질적인 경쟁자로 지목된 루마니아와 북마케도니아를 연달아 상대해야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요아림 뢰브 감독 시절 북마케도니아를 상대로 한 패배의 이력이 있어 플릭 감독은 더욱더 선택과 집중을 신중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었다.

다소 위축되고 소극적인 경기력으로 이번 2연전을 보낼 수 있었지만, 플릭 감독의 스탠스는 한결 같았다. 이번에도 같은 패를 내놓은 것이다. 오히려 공격적으로 더 많은 효율을 가미할 수 있는 방법론을 내놓았다. 이번에는 루마니아전을 통해 플릭 감독이 준비한 더욱 강화된 방법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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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풀백과 윙어의 상생 관계

플릭 감독은 역시나 측면을 애용했다. 3선 미드필더 키미히와 고레츠카가 주도하는 양측면 빠른 전환을 통해 공간을 창출하려는 의도였다. 플릭 감독은 이를 위해 백 스리와 투 볼란치를 중심으로한 후방 빌드업 인원과 이들에게서 키패스가 나올 수 있게끔 전방에서 좋은 움직임을 가져갈 공격 인원을 나눴다.

여태까지 치른 5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가져가긴 했지만, 측면에서 공격을 전개할 때 윙어가 고립된 지역에서 많은 선택지를 가져가지 못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플릭 감독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윙백 내지 스토퍼의 지원을 내세웠다. 우측은 요나스 호프만이, 좌측은 틸로 케러가 활발한 오버래핑을 시도하며 각각 세르주 그나브리, 리로이 자네 정도로 치부할 수 있는 파트너에게 더욱 넓은 선택지를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우선 케러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자. 케러의 이러한 전진은 사실 지난 예선전에서도 실험된 바가 있다. 3백이 횡적으로 넓은 간격을 유지하며 쥘레도 그러한 움직임을 가져갔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역시 빈도수와 과감성의 차이다. 플릭 감독이 좌측에서의 수비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왼쪽 스토퍼 케러를 높은 지역까지 올린 이유는 확실하다.

바로 자네에게 공간적 여유를 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자네는 주로 측면에서 공을 잡았을 때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성향을 띠었는데, 이때 자네는 상당히 고립된 공간이 갇히는 형국에 놓이게 된다. 케러는 여기에 2옵션을 가미하여 자네에 대한 상대의 시선을 분산시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자면, 케러를 올림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용이 수비적인 부담감보다 클 수 있었던 이유은 일명 ‘토르난테’로 불리우는 자네의 괄목할만한 수비 가담률을 꼽을 수 있울 것같다. 동료의 수비 가담에 대한 태도도 플릭 감독이 케러의 오버래핑에 확신을 가지는데에 큰 지분을 차지했겠지만, 무리하지 않고 3선 라인에 합류해 때를 노려 적절한 타이밍에 배후 공간으로 쇄도한 케러의 센스 또한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케러의 오버래핑(출처: skyspots 화면 캡쳐)


반대쪽 윙백인 호프만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본래 포지션은 미드필더지만 국가대표팀에서는 윙백으로 변신하는 호프만, 그의 움직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위의 두 장면을 보라.

호프만은 자유분방한 상태, 즉 각각 중앙과 하프 스페이스에서 맞이한 오프더볼 상황에서 우측면으로 쇄도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호프만이 이른바 ‘밀집 수비’을 상대로 한 공간 창출에 갈증을 겪고 있는 플릭 감독에게 자신의 전술적 활용도를 여실히 어필한 장면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호프만의 움직임으로 독일이 가져갈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이 있을까. 플릭 감독은 측면 자원의 컷백 혹은 크로스에 의한 득점을 양산하기 위한 전술적 움직임을 가져가기도 했지만, 동시에 단 한번의 침투와 키패스로 득점을 만들어 내고자 꾀했다. 후방 다이아몬드를 형성하고, 전방에 많은 인원을 배치하여 수적 동위를 이룸과 동시에 복합적이고 복잡한 움직임을 가져간 것도 이를 위해서였다.

호프만은 이러한 플릭 감독의 전술적 의도를 실현시키기 위한 일환이었다고 생각한다. 위 장면에 제시되어 있다시피 호프만은 순간적인 움직임을 통해 상대의 시선을 끌었는데, 이는 공격의 혈을 뚫기 위해 패스길을 탐색하는 그나브리에게 시•공간적 여유를 제공하고 그나브리의 침투 패스를 받을 선수의 배후 공간 침투를 용이하게 했다.

플릭 감독이 많고 많은 자원 중 호프만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그의 저돌성 때문이 아니다. 호프만이 플릭 감독 부임 이래 꾸준히 기용되는 이유에는 미드필더 출신으로서의 공간 이해도와 그의 영리한 움직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호프만의 움직임(출처: skysports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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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선의 활성화


서술했듯이 독일은 기본적으로 2명의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뛰어난 경기 조율 능력과 패싱 능력으로 중앙에서 사령관 역할을 맡았는데, 이들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키미히의 경우, 지난 예선전보다 더욱 잦은 빈도로 수적 우위를 만들기 위해 공격에 직접적으로 가담했다. 예를 들어, 그나브리와의 스위칭을 통해 위와 같은 포지셔닝을 취하면서 상대 선수들의 혼란을 야기하였고, 호프만과 부분 전술을 실행하면서 그 공간으로 침투를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 예선전과 다른 점은 비단 전진의 횟수 차이뿐만 아니라 가담의 정도에도 확연한 차이가 났다. 지난 경기들보다 더욱 직접적으로 공격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키미히의 공격적인 포지셔닝(출처: skysports 화면 캡쳐 )


고레츠카는 중앙에서 힘을 실어주었다. 상대는 주로 1-5-4-1 내지 1-4-4-2 형태로 수비 국면을 맞이했는데, 고레츠카는 최후방 수비 라인과 3선의 사이 공간에 위치하면서 상대의 견고한 라인을 파괴하려는 동작을 가져갔다. 이는 전방에서의 공격 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위 상황처럼 베르너보다 한칸 뒤에 머물러 있으면서 베르너를 목표로 한 다이렉트 패스를 받기 위해 달려다가 순간적으로 공을 흘려주며 패스가 베르너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왔고, 이후 빠르게 베르너와 2:1 패스를 주고 받은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파란색: 패스, 초록색: 움직임 (출처: skysports 화면 캡쳐)


또한, 둘은 합작하여 최소한의 인원으로 최대의 효율을 이끌어 냈다. 독일이 자신의 진영에서 공을 잡은 상황, 루마니아는 거센 압박을 가했다. 뤼디거는 압박을 풀어내기 위한 맞대응으로 호프만이 위치해있는 좌측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에 고레츠카는 우측 터치라인 부근으로 이동하면서 상대를 고정시켰고, 여기서 발생된 공간으로 키미히가 공을 받으려는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단 두 명의 인원으로 공수 전환을 성공시켰다.

두 선수는 방향 전환과 공수 전환의 대부분을 담당하며말그대로 중원의 살림꾼, 사령관의 면모를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 두 선수가 독일이 공격을 전개할 때 활발히 작용하며 효율성을 높여주는 이유에는 역시 바이에른 뮌헨 시절 플릭 감독과 합을 맞추어 봤던 경험이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파란색:패스, 검은색:움직임(출처:skysports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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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적 동위를 만들기 위한 노력


플릭 감독은 더 강한 상대를 더 거세게 밀어붙이기 위해 일단 수적으로 동등함을 형성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더욱 효과적인 공격을 위해 앞서 설명했듯이 키미히와 고레츠카를 앞선에 배치시켰다.

3선 미드필더 두명이 모두 전진해있을 시 파생되는 공백은 쥘레와 케러가 메꾸었는데, 이때 뤼디거는 혼자 후방에 머물렀다. 상대가 깊게 내려앉아 있을지라도 수비벽이 허술하다면 패스 플레이에 의해 무너지기 십상인데, 플릭은 전방에서의 체계적인 압박을 통해 이를 방지하고자 했다.

상대가 후방에서 공을 점유할 때, 사네를 비롯한 4명의 공격진이 동시다발적으로 맨투맨 압박을 한 것이다. 이러한 체계적 압박 덕분에 상대의 롱볼을 유도할 수 있었으며, 상대 원톱을 향해 뿌려진 킥은 뤼디거가 제공권 싸움에서 승리를 가져가며 독일의 소유로 되돌아갔다.

독일의 움직임 개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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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이번 예선을 통해 플릭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극대화함으로써 더욱 강화된 방법론을 준비했고, 새 방법론의 실험은 가히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강팀들을 상대로 얼마나 경쟁력 있고 견고한 경기력을 선보일지가 플릭 감독의 숙제이자 우리가 유심히 지켜봐야할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