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국가대표팀

[브라이튼의 2CB과 현대적 수비수에 대한 고찰]

오성윤 2023. 9. 16. 14:39

지난 글을 통해 잉글랜드가 스코틀랜드의 수비 대형에 대응하였는지 알아보았다. 잉글랜드는 상대의 압박을 유도하여 수비 대형에 균열을 주는 접근법을 통해 스코틀랜드의 중원 대형과 수비라인 사이 공간을 창출했다.
 
이러한 전술적 색체는 데제르비 감독이 이끄는 브라이튼이 자주 보여주었던 바가 있으며, 따라서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브라이튼 소속의 루이스 덩크를 RCB으로 출전시켜 브라이튼의 전술 포인트를 일부 표방하였다.
 
RCB 덩크는 익숙한 환경에서 역시나 자신의 역할을 잘 소화해냈는데, 그렇다면 RCB 덩크가 어떻게 상대를 유도하는지, 그 과정에 대해 스코틀랜드전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출처: 게티이미지

 
볼 관리 능력은 현대 축구를 누비는 CB들에게 더이상 메리트가 아닌 필수 덕목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덩크는 이러한 현대 축구가 CB들에게 요구하는 온더볼 능력이 더이상 볼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운반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조율'의 영역까지 확장될 것을 암시했다.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인텐시티 런, 즉 공격 가담과 수비 복귀 동선에 대한 훈련이 체계화되고 이에 따라 10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하나의 상황에서 팀으로써 대응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비 블록, 그 중에서도 가장 빈번히 나타나는 미들 블록의 밀도가 높아지는 추세에서 볼을 소유하는 팀이 지니는 전술적 양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상대 수비 블록이 형성되기 전에, 즉 10명의 상대 선수가 빠르게 대형을 구축하여 팀으로써 대응하기 전에 속공을 통해 균열을 야기하거나, 이미 만들어진 상대 미들 블록을 유도 과정을 통해 틈을 발생시켜 공략하거나. 이 중 후자의 선지에서 CB들의 '조율' 능력은 유용하게 활용될 공산이 크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참가국 32개국의 미들 블록 체계. 이 중 미들 블록을 구축한 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모로코는 촘촘하고 체계적인 미들 블록 운용으로 4강 신화를 썼다.

 
그렇다면 아래의 사진을 보라. 스코틀랜드는 1.5.4.1 / 1.5.3.2 형태의 미들 블록을 상대 3선에 직접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위치에 구축하여 잉글랜드의 후방 빌드업 패스 선택지를 차단하였고, RCB 덩크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해당 자리에서의 전진 드리블이나 전진 패스가 아닌, 자신의 위치 자체를 후방으로 끌어내리는 선택을 했다.
 
스코틀랜드전 잉글랜드는 2SB를 통해 상대 5DF 중 2WB에게 수비 부담을 주어 2선 자원들의 침투 공간을 창출했다. 하지만 RB 워커는 이러한 전술적 배경이 나오기 위한 전제 조건인 스코틀랜드 미들 블록의 전진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자 볼을 무리하게 전진시키지 않고 RDM 필립스에게 연결하였고, RDM 필립스는 RCB 덩크에게 백패스를 보냈다.
 
분명 RDM 필립스의 백패스가 RCB 덩크에게 정확하게 연결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RCB 덩크는 RDM 필립스의 백패스를 충분히 받을 수 있었으나 의도적으로 신체 방향을 틀어 자신의 위치 자체에 변화를 주었다. 이는 스코틀래드의 3-2 중원 대형이 상대 수비라인을 압박하도록 유도되는 트리거로 작동하였고, 잉글랜드는 스코틀랜드의 수비라인 앞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RDM 필립스의 백패스를 의도적으로 흘려 상대 압박을 유도했다.

 
RCB 덩크는 상대 미들 블록이 충분히 올라오지 않아 팀의 게임모델이 정상 작동할 수 없게 될 경우, 위와 같이 자신의 볼 리시브 액션을 통해 상대의 압박을 유도하였다. 그렇다면 상대의 미들 블록이 충분히 전진했을 시, RCB 덩크는 상대 대형의 배치 양상이 자신들의 전술적 의도와 알맞게 떨어지도록 하기 위해 발바닥으로 볼을 '찍는' 방법을 취했다.
 
이는 브라이튼에서 자주 선보였으며, 상대 유인을 알리는 덩크만의 신호이자 일종의 도발이다. RCB 덩크는 아래의 상황에서 볼을 찍음으로써 볼과의 거리를 최소화하였고, 이와 동시에 볼을 앞으로 치는 것이 아닌 고정된 볼의 뒷공간으로 자신이 물러남으로써 상대가 전방 압박을 통해 공간을 제한했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패스 선택지에 대한 리스크를 제거했다.
 
이러한 RCB 덩크의 '조율'은 성공적이었다. 상대 3-2 중원 대형을 중앙 밀집시켰기 때문이다. 이로써 RB 워커는 상대 중원 대형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진 상황에서 상대 LWB과 오프더볼 1v1 대치를 할 수 있게 됐고, 동시에 수비라인과 중원 대형 사이 공간이 명백하게 발생하며 스코틀랜드 수비진은 과부하를 겪게 되었다.
 

볼을 찍음으로써 볼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상대 중원 대형에 변화를 주는 루이스 덩크


덩크는 위와 같은 여러 액션을 통해 “자신을 고정”시켜 상대를 이끌어냈다. 그렇다면 이번 2023/24 시즌 본격적으로 많은 출전시간을 부여받게 된 덩크의 CB 파트너인 얀 폴 판 헤케는 “상대를 고정”시켜 경기 조율에 도움을 주는 CB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래의 자료를 보라. 브라이튼의 후방 2CB이 뉴캐슬의 1ST에게 수적 우위를 점해 RCB 판 헤케가 프리맨이 되자 그는 곧바로 볼을 이끌고 전진하였고, 여기서 브라이튼의 우측에 포진한 3MF에 대한 패스 선택지를 차단하고자 한 뉴캐슬의 중원 대형은 전진하는 RCB 판 헤케를 저지하기 위해 압박에 나섰다.

이는 브라이튼의 우측 3MF가 상대 중원 대형의 견제에서부터 자유로워졌음을 뜻하며, 결국 뉴캐슬은 중원 대형과 수비라인 사이 공간을 허용하였다. 그리고 브라이튼은 이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ST 퍼거슨을 드랍시켜 상대 중원 대형과 수비라인 사이 공간에서 수적 우위를 창출했다.

고정된 상대의 중원 대형을 향해 전진하는 판 헤케, 이는 상대 중원 대형의 균열을 이끌어냈고 브라이튼의 패턴 플레이는 성공적으로 작동함.


브라이튼의 2CB은 상대를 효과적으로 끌어들여 팀이 더욱 효율적으로 상대 수비 블록을 무너뜨릴 수 있도록 하며, 이는 두 선수 모두 패스로써 상대를 ‘패킹’한다는 개념에 대한 이해도와 실행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또한 2CB의 온더볼 다재다능함은 결국 데제르비 감독이 전술적으로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지며 더욱 수월하게 상대 대응 전술을 준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위의 내용을 모두 종합해보았을 때, 이번 시즌도 브라이튼의 축구는 밝게 빛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서서히 체급을 올리고 있는 브라이튼은 과연 이번 시즌을 통해 강팀의 반열에 등극할 수 있을까?

출처: 게티이미지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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