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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v 도르트문트] 토프묄러 감독의 하이브리드 백스리

오성윤 2023. 11. 4. 22:14

프랑크푸르트의 토프묄러 감독은 프리시즌부터 백스리와 백포를 혼용하는 변화무쌍한 후방 전개를 바탕으로 상대의 수비 체계에 허점을 이끌어내려는 전술적 의도를 계속적으로 드러냈다.
 
시즌 초반에는 전술을 실현하는 데 약간의 어려움을 겪었으나, 경기를 치를수록 토프묄러가 구사하고자 하는 전술적 의도가 더욱 확실하게 나타나는 흐름을 보였다. 비록 3-3 무승부를 거두었으나 지난 도르트문트전도 토프묄러의 색깔이 아주 강하게 드러났다.
 
경기 라인업을 살펴보면, 우선 프랑크푸르트는 1.3.4.3 시스템을 제시했다. 도르트문트전의 키워드인 "전환"을 위해 에빔베를 대신하여 공수, 수공, 좌우 전환에 모두 능한 라르손을 배치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크나우프가 측면 공격수로 배치하여 빠른 수비 전환 태세를 갖출 것을 예고했다.
 
반면 도르트문트는 1.4.2.3.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1.4.3.3 체제를 차용한 지난 뉴캐슬, 브레멘전과 달리 최소 실점을 유지하던 프랑크푸르트의 수비 조직력을 뚫어내기 위해 은메차를 제외하고 공격 자원인 레이나를 포함시키는 등 보다 공격적인 라인업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고자 했다. 
 

프랑크푸르트(위)와 도르트문트(아래)의 선발 라인업 (출처: 티빙)


우선 프랑크푸르트의 전개 국면을 가장 잘 나타낸 첫번째 시퀀스를 살펴보자. 프랑크푸르트는 주로 맨투맨을 통해 자신들의 후방 전개를 저지하는 상대 수비 체계를 역이용했다. 이때 토프묄러가 백포 전환을 하는 이유는 상대 RW / LW을 확실하게 측면에 고정하기 위함이다.
 
아래의 (사진 1)을 본다면, 투타(RCB)가 올라가며 프랑크푸르트의 시스템이 1.3.4.3에서 1.4.1.2.3으로 전환된 상태다. 각각 RB, LB과 같은 역할을 부여받은 투타와 막스(LWB)에게 레이나(LW), 말런(RW)이 고정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로써 프랑크푸르트의 2CB은 후방 지원을 내려온 스키리(RCM)와 함께 3v2 수적 우위에서 후방 빌드업 국면을 풀어나갈 수 있었다. 레이나와 말런은 상대 2SB에 대한 패스 경로를 차단하고자 했기 때문에 중앙에 개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진 1): 프랑크푸르트의 백포 전환은 상대 측면 자원의 중앙 개입을 방해했고, 2CB은 어렵지 않게 스키리에게 볼을 줄 수 있었음

 
아래의 (사진 2)에서 프랑크푸르트는 수적 우위를 활용해 후방 전개를 풀어나왔고, 투타(RCB)가 마치 RB처럼 위치하면서 부타(RWB)는 더 높은 위치에서 활동하고 있음을 확인 가능하다. 한편 도르트문트의 2DM(자비처-외즈찬)는 프랑크푸르트의 2CM(라르손-스키리)를 마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상대 DF-MF 사이 공간의 발생을 의미하고, 해당 공간은 차이비(RW)가 공략했다. 프랑크푸르트의 2DM가 상대 2CM를 묶어 놓았기에 차이비는 더욱 수월히 상대 2CM의 블라인드 사이드가 노출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레이나(LW)는 투타(RCB)에 시선이 집중됐기 때문에 차이비를 신경 쓰지 못했다.
 
즉, 프랑크푸르트는 높은 위치에서 포지셔닝을 취한 부타(RWB)와 차이비(RW)를 통해 상대 LB에 대한 수적 우위를 점하게 된 것이다. 이를 포착한 볼 점유자 코흐(CCB)는 해당 공간으로 볼을 투입한다.
 

(사진 2): 포백 전환으로 높게 위치하게 된 부타를 통해 우측면 수적 우위를 점하게 된 프랑크푸르트


도르트문트의 빠른 수비 전환으로 인해 더 깊은 지역으로의 전진을 불발되었지만, 볼이 적절히 순환함으로써 프랑크푸르트는 수비라인을 올리고 상대 전방 압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상대의 빈틈을 다시 노릴 준비가 된 것이다.
 
상대 수비 블록이 재정비되는 상황에서 프랑크푸르트의 2CM는 상대의 2DM를 문자 그대로 조종하였고, 이에 따라 상대 DF-MF 공간이 발생하였다. 해당 공간은 4FW의 측면으로의 연계 공간으로 기능하였는데, 2CM의 위치 선정으로 상대 2DM의 위치를 이동시켜 4DF의 전진 패스길을 확보한 (사진 3)의 장면이 그 대표적 예시다.
 
한편 상대의 수비 복귀 과정에서 부타는 상대 LW -> RCB, 상대 LDM -> RCM, 상대 LB -> RW에게 명확하게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프리 상태를 맞이한 채 상대 과밀화된 좌측에서의 방향 전환을 기다렸다. (사진 2) 직후 상황에서 자신을 마크하던 자비처(RDM)도 중앙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상대 MF-DF 사이 공간을 활용한 마르무시(CF)의 전환 패스를 프리 상태에서 받을 수 있었다.
 

(사진 3): 수비라인이 올라가고 상대 전방 압박에서 벗어난 상태, 2CM가 상대 2DM를 끌어당기면서 마르무시는 DF-MF 사이 공간 확보

 
이는 벤세바이니(LB)에게 선택이 강제된 상황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동료 2DM가 상대 2CM를 견제하러 전진했기 때문에 빠르게 수비에 복귀하더라도 뒤따라 오는 위치를 점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벤세바이니는 수비진 사이 인터벌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차이비를 우선으로 막았다.
 
이렇게 우측면으로 전환한 이후 프랑크푸르트는 마르무시(CF)에게 끌려갔다가 뒤늦게 내려온 슐로터벡(LCB)의 앞 공간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여 수월하게 슈팅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사진 4): (사진 1~3)의 과정을 통해 상대 PA 근처까지 접근한 상황

 
그렇다면 프랑크푸르트의 또다른 전개 국면을 살펴보자. 이번에는 도르트문트가 프랑크푸르트의 디펜시브 써드 지역에서 강하게 채널링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4DF를 제외한 전원이 프랑크푸르트의 후방 자원을 맨투맨 방어하며 6v6 수적 동위를 이루고 있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한편 프랑크푸르트의 전방 지역, 즉 도르트문트의 수비라인을 살펴보자면 2CB이 마르무시(CF)에게 고정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벤세바이니(LB)는 차이비(RW)와 부타(RWB)를 상대로 2v1의 수적 열세에 놓였다. 이러한 구도를 계속적으로 구축한 프랑크푸르트는 우측면을 목적지 삼아 후방 빌드업을 전개했다.
 

(사진 5): 도르트문트가 프랑크푸르트의 후방 자원을 6v6 수비하는 모습이다. 이때 도르트문트의 좌측 수비는 수적 열세를 겪음

 
볼을 지니고 있었던 프랑크푸르트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상대의 수비 방식을 역이용했다. 도르트문트는 사람을 막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프랑크푸르트는 후방 자원만을 활용해 볼을 전진시키기 어려웠고, 따라서 상대가 비워놓은 측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때 막스(LWB)는 파초(LCB)에게 패스를 다시 내준 이후 중앙으로 들어가 자신을 마크하던 말런(RW)을 유인했고, 파초는 크나우프(LW)가 위치하던 좌측면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선택지'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볼을 점유하는 팀이 그렇지 않은 팀보다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다시 말해, 도르트문트의 맨투맨 수비 방식으로 제한된 패스 루트로 인해 프랑크푸르트는 불리한 상황에 놓였으나, 상대 수비 방식을 역이용해 공간을 만들자 프랑크푸르트는 상대가 더 많은 패스 선택지와 더 넓은 공간을 방어하도록 강제하는 입장을 쥐게 된 것이다.
 

(사진 6): 막스가 말런을 끌고 들어가며 파초는 측면 패스길을 찾았고, 사람을 막고자 한 도르트문트는 결국 공간을 허용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프랑크푸르트는 상대 측면을 돌파하였고, 프랑크푸르트가 빠르게 상대 PA 부근 접근에 성공한 상황에서 상대 수비 블록은 혼선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는 이러한 ‘붕괴된’ 상대 상대 수비 블록의 질서를 이용했다.

공격 인원 중 많은 숫자가 상대 PA 내부로의 쇄도를 목적으로 한 런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때 한 명은 고정적으로 상대 SB의 블라인드 사이드로 쇄도했는데, 이는 (사진 4)와 같이 상대 SB의 시선을 끌어 공간을 발생시키기도 했으며 (사진 5)와 같이 프리 상태의 패스 선택지로서도 작용했다.

또한 막스(LWB)는 백포의 일원으로서 후방 전개에 깊게 참여하나 상대 과밀화 성공 시 곧바로 PA 내부 혹은 부근으로 침투하며, 라르손(LCM) 또한 스키리(RCM)와는 달리 PA 근처로 과감하게 전진하는 등 명확하게 각각의 역할이 설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토프묄러 감독의 강조점을 찾아볼 수 있다.
 

(사진 7): (사진 1~4)와 유사한 패턴을 바탕으로 프랑크푸르트가 공격 전개, 이때 막스는 토프묄러 감독의 공격 전개 원칙을 준수하고자 PA 안으로 쇄도


정리하자면, 토프묄러 감독은 유연한 백포 전환을 통해 더 많은 상대를 더 효율적으로 유인하고자 했으며 이때 수적 우위 / 유인으로 인해 발생한 공간을 경유하여 측면 전환을 시도했고, 이때의 카운터 어택을 더욱 생산성 있게 보내기 위해 PA 내부 침투 인원에 대한 역할을 명확히 설정하는 자신의 철학을 드러냈다.
 
비록 3-3 무승부를 거두었으나 프랑크푸르트는 다시 한번 자신들의 철학을 확고히 드러내며 팀의 상승세를 이어갔고, 팀의 색채를 더욱 분명히 할 수 있었다.
 

출처: WITTERS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영상 출처는 티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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