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K리그 전술분석

[포항 스틸러스v전북 현대] 집중도의 차이를 극한으로 이끌어 내는 ‘스로인’ 상황

오성윤 2023. 11. 11. 20:10

결국 축구는 90+@분의 싸움입니다. 최근 2022 카타르 월드컵을 기점으로 추가시간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교체 선수를 제하더라도 전체 한 경기를 소화해야만 하는 최소 7명의 선수는 90분, 아니 100분 이상의 경기 시간 동안 경기 상황에 대한 집중도를 보일 것을 요구받습니다.

인플레이 상황만을 따진다면 60분 남짓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현대인들의 현격히 저하된 집중력에 비해 너무나도 긴 90분이라는 경기 시간에 대한 의문도 존재하지만, 아직 경기 시간에 대한 규정은 변할 생각이 없기에 결국 이 시간 동안 집중력을 놓지 않고 정상적인 플레이를 소화해내는 팀이 승리를 쟁취할 확률이 크다는 것입니다.
 

더욱 철저해진 경기 추가시간 시스템 (출처: 게티 이미지)

 
코너킥, 프리킥, 패널티킥과 함께 세트피스 상황으로 불리는 ‘스로인’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볼이 나간 이후 발이 아닌 손으로 볼을 잡아 동료 선수에게 전달한다는, 즉 아웃 오브 플레이에서 인 플레이 국면으로 넘어간다는 개념의 상황에서 집중력을 유지하는 팀은 그렇지 않은 팀에 비해 승리에 가까워지는 조건에 다다를 확률이 큽니다.

그리고 FA컵 결승전,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맞대결에서 그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진 1)과 (사진 4)에서 전북 현대는 포항 스틸러스의 공격을 저지해낸 후 볼을 터치라인 밖으로 내보냈고, 그 이후 상황에서 빠르게 수비 블록을 구축하지 못한 모습입니다.
 

01
차례대로 (사진 1), (사진 4)

 
(사진 2)와 (사진 4)의 김종우와 신광훈이 그렇듯, 포항의 선수단은 이를 빠르게 인지한 이후 인플레이 상황 전환을 통해 기존의 전술 패턴을 실현하고자 적절한 움직임을 취했습니다. 예를 들어 (사진 2)의 김종우는 자신에 대한 맨투맨이 취해지지 않자 곧바로 수적 우위 형성을 위해 볼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습니다.

이후에는 상대 미들라인의 압박 및 대형이 정렬되지 않고 공간을 노출하자, 해당 공간을 철저히 이용했습니다. 이때 아웃 오브 플레이 시간 동안 적절한 수비 위치를 찾아가지 못한 전북 현대의 수비 블록은 이미 인플레이 상황으로 대형, 마인드, 움직임 등 거의 모든 것을 전환한 포항 스틸러스에 의해 혼돈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진 2)

 
위에 제시된 (사진 2)의 다음 상황에서 김종우는 상대 MF의 압박을 받지 않은 채 프리 상황에서 상대 수비 블록을 앞에 두고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다시 말해 상대 선수가 자유로운 상태에 놓인 김종우를 압박하기 위해 전진해야함을 의미했고, 이때 상대 수비 블록은 또다시 포항의 공격 패턴에 의해 선택이 강제되며 필연적으로 공간을 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때 포항은 전방 5명의 선수를 바탕으로 상대 수비라인에게 각각 한 명의 맨투맨을 붙이도록 강요하고, 이때 김종우가 프리 상태에서 전진하며 상대의 압박을 유도했습니다. 그리고 이때 발생하는 하프 공간을 통해 공격 상황을 발전시켰는데, 이는 포항이 경기 내내 유도하던 공격 상황과 일치합니다. 아웃 오브 플레이 -> 인플레이 상황 전환이 유기적으로 잘 일어났다는 의미입니다.
 

(사진 3)

 
한편 (사진 4)의 다음 상황에서 신광훈은 중원에서 대기하던 한찬희에게 볼을 전달했고, 한찬희는 상대 MF의 압박에서 벗어난 프리 상황을 맞이합니다. 한찬희가 프리 상태에 놓임에 따라 상대 MF는 전진할 수밖에 없고, 상대 수비라인의 시선은 한찬희에게 고정됩니다.
 
한찬희는 후방에서부터 올라오면서 상대 골문 앞에 놓인 15명의 선수가 어떤 대형을 구축하고 있는지 완벽히 파악한 상태였고, 고영준(AM)이 상대 수비라인 사이로 들어가 김승대(RW)와 함께 형성한 2v2 구도를 적극 이용했습니다. 정렬되지 않은 상대 수비는 프리 상태의 선수에게서 정확하게 배달된 볼을 수비하는 것에 있어 혼란을 겪었고, 반면 포항은 쉽게 PA 안 접근에 성공했습니다.

전방 5레인을 모두 활용해 상대 수비라인에 부담을 주고, 이때 발생하는 수적 동위 혹은 순간적인 수적 우위를 통해 공간을 이용한 것입니다. (사진 3)에서 볼 수 있었던 포항 스틸러스의 전술적 추구점과 또다시 일치합니다.
 

(사진 5)


두 상황 모두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90+@분의 시간 동안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모두 활용하기 위해 빠른 인플레이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상대의 약점을 철저히 이용한 후 자신들의 기존 인플레이 상황 시의 패턴을 이식하여 하나의 ’전술‘로서 활용했습니다. 이는 (사진 6)의 아스날의 플레이에서도 나타납니다.

이렇듯 스로인 상황도 선수 한 명이 필연적으로 그라운드 위에서 제외되어야 하기 때문에 의도와는 달리 점유팀이 불리한 상황으로 간주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볼을 소유하고 점유한다는 것은 상대보다 더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음을 더욱 명백히 하며 이는 인위적일지라도 집중력의 차이를 이끌어 내기 때문에 잘 활용한다면 순식간에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습니다.

아래 제시한 세가지 사례가 모두 준비된 전술 요인에서 비롯된 것인지, 혹은 즉흥적인 움직임에서 시작된 것인지 알 방도가 없습니다. 하지만 카메라에 비춰진 것만을 미루어봤을 때 우리는 각 상황을 주도한 선수들이 준비된 전술 패턴을 다시 만들어가고자, 그리고 상대 약점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를 계속해서 궁리하는 선수들의 집중력과 승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볼 수 있습니다.

위닝 멘탈리티, 선진적인 마인드. 이것이 결과든 과정이든 더욱 바람직한 무언가를 이끌어 내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차이라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사진 6)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영상 출처는 SPOTV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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