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개축 잡담소

[오성윤의 개축잠담소 13편]-돌고돌아 결국 유망주였다

오성윤 2021. 4. 21. 00:57

포항은 지난 시즌 1588과 함께 영광을 누렸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고, 짧디짧은 1년이라는 시간을 끝으로 그들의 화려한 동행은 막을 내렸다. 그리고 포항은 이제 1588을 잊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로 공격진을 구성해야만 했다. 포항은 고공 폭격기 일류첸코와 왼발의 마법사 팔로세비치가 떠난 자리를 각각 장신 공격수 타쉬와 킬패스의 달인 크베시치로 메꾸었지만, 이들이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타쉬와 크베시치가 경기장 내외에서 폼을 끌어올리는 동안 기존의 선수들과 신진호, 신광훈 등 후방을 담당하는 베테랑들은 제 몫 이상을 해주어야 했지만, 마음 먹은 만큼 쉽지가 않았다. 6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 빠지기도 했고, 공격적으로 너무나도 안 풀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후방에서 볼을 돌리며 고전하는 포항이었지만, 해결책은 상당히 가까운 곳에 있었고, 관습처럼 내려오던 방법이었다. 바로 포항에서 나고 자란, 포항의 로컬 보이들을 기용하는 것이었다. 벵거의 아스날, 퍼거슨의 맨유 등 여러 팀은 이러한 유소년 시스템을 통해 짜릿한 성공을 맛보았고, 이젠 포항의 차례가 도래했다.

오늘 주로 다룰 포항의 유망주인 송민규와 고영준은 그리 낯선 유망주가 아니다. 지난 시즌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쭉쭉 커왔다. 송민규는 비록 포항의 유소년 시스템을 거치지 않았지만, 고영준, 이수빈 등 팬들에게 크나큰 충격을 선사한 포항 유스 출신의 슈퍼노바들과 함께 포항의 미래로 불리어 마땅하다.

포항은 공격 시 빠르고 정확한 판단의 부재로 인해 공격 국면을 맞이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송민규와 고영준은 빠른데 정확하기까지 한 판단과 행동을 통해 포항의 특색이자 묘미인 빠른 공격 전개를 이끌며 행동대장의 역할을 수행했고, 이는 포항의 공격 전개 과정을 더욱 간결하고 세련되게 만들었다.

둘은 포항의 빠르고 간결한 공격 전개를 돕기도 하지만 쓰임새와 장점이 다르기에 더 빛난다. 고영준은 영리하고 날쌘 드리블을 통해 마치 첼시 시절의 아자르를 연상시키는 크랙의 역할을 맡으며 침체된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더 나아가 득점으로 판도를 뒤바꾸는 역할을 수행한다. 앞서 언급한 빠른 판단을 거친 슈팅과 패스도 포항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한몫을 한다.

송민규는 크랙보다는 꾸준히 득점포를 터트리며 어떻게든 팀의 승리를 책임지는 해결사라고 일컫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피지컬이 그리 좋지 않다는 단점을 탁월한 위치선정으로 승화시켜 포항의 세트피스 전술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는다.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결정력도 겸비되어있는데, 여기서 우러나오는 송민규의 클러치 능력은 동년배 중 가장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시즌 두 선수가 포항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포항 공격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며 포항이 어려울 때마다 팀의 득점을 책임지어줬다. 이번 시즌은 두 선수가 ACL을 포함하여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시즌 두 전도유망한 공격수들의 활약이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