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개축 잡담소

[오성윤의 개축잠담소 22편]-이젠 진짜 리더가 된 세징야

오성윤 2021. 5. 12. 22:11

이번 시즌 크고 작은 부상으로 갖가지 어려움을 겪은 세징야는 부상 복귀 직후 인천전을 앞두고 이병근 감독에게 “지금 우리 팀이 참 좋다. 혹시 나 때문에 선발 라인업을 걱정한다면 그렇게 말아 달라. 난 뛰지 않아도 된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얼핏 보면 그저 감독과 선수 간의 대화로 보일 수 있지만, 이 대화에는 큰 의미가 담겨 있다. 대구는 세징야 없이 구단 창단 최초 리그 5연승 등 예상외의 성적을 거두었고, 어느 정도 세징야 의존증을 덜었다. 이처럼 세징야 없이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이병근 감독은 세징야 선발 여부에 대해 수많은 고민을 거쳤을 것이다.

세징야의 연봉, 선수단 내 위상, 자신의 역할, 그동안 쌓아온 입지 등을 고려하더라도 세징야의 선발제외는 선수 본인에게 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세징야는 팀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다. 벤치에 앉으며 자신을 한 칸 내려놓더라도 팀이 승리하기를 원했고, 선발명단에 들지 않아도 된다는 힘든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이병근 감독은 팀 최고 에이스를 벤치에 앉힐 수 없었다. 세징야를 선발 출전시켰고, 세징야는 그 보답으로 오반석의 실수를 놓치지 않으며 복귀골을 터트렸다. 골만 아니라 대구 역습의 중심이 되며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인천전 경기 내용과 결과를 배제하더라도 세징야의 이 발언은 대구에게 굉장히 큰 힘이 되었다. 팀의 단결력은 더욱 향상됐고, 세징야는 사익보다도 공익을 위해 노력하는 대구의 진정한 리더가 되었다. 세징야는 이번 일을 통해 에이스뿐만 아니라 리더의 역량도 갖추게 되었고, 대구의 당당한 리빙 레전드로 우뚝 솟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