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일반 칼럼

<대구의 명과 암>

오성윤 2021. 7. 3. 12:12

2021 ACL I조 3차전, 리그 일정을 위해 팀을 2군으로 꾸리고 나와 예전의 모습을 볼 수 없던 베이징 궈안과 조 내에서, 범위를 확장하면 아시아 내에서 가와사키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는 대구의 한판승부가 치러졌다.

대구는 전력상 몇 수 아래인 베이징을 상대로 세징야, 에드가 등 주축 선수를 모두 포함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뎁스가 얇은 탓도 있을 것이고, 베이징전을 계기로 선수단 호흡에서 좀 더 강점을 가져가기 위한 실전 훈련을 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대구는 가와사키와 유나이티드 시티와의 ACL 1, 2차전과는 다르게 굉장히 과감한 움직임을 보였다. 양쪽의 두 윙백의 움직임이 그러했다. 장성원과 안용우는 높은 위치에 자리를 잡으며 굉장히 활발하게 잦은 빈도로 오버래핑을 하며 자유로운 상태에서 공격을 지원했다.

상대의 느슨한 수비 속에서 라인을 올리며 낮은 라인에서부터 시작하는 역습을 추구하던 근래의 경기들과는 달리 세밀하게 만들어가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본래 추구하던 역습보다는 빠른 방향전환과 유연한 원투패스를 통해 상대의 빡빡한 수비라인 속에서 공간을 찾으며 만들어나가려는 공격 스타일을 선보이며 베이징을 타파해나갔다.

팀 계발의 시간이자 가와사키전 복수를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재정비를 할 수 있는 수월한 경기였지만 분명 이 경기에서 대구는 좋은 모습만 남기지 않았다. 라인을 높게 끌어올린 탓에 상대의 역습을 용이하게 했고, 이로 인해 실점을 이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장면을 몇차례 노출하기도 했다.

대구의 외국인 선수 의존증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명 세드가(세징야+에드가)가 체력 안배를 위해 교체 아웃을 통해 그라운드를 떠난 이후 대구의 흐름은 좋지 않았다. 오후성이 분위기 반전을 위한 골을 터트렸지만 이병근 감독의 안좋은 표정은 대구의 좋지 않았던 경기력을 말해주었다.

대구는 이 경기 정말 하고 싶은 경기를 펼치며 명과 암을 모두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번 경기가 고무적이었음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베이징과 다시 맞붙게 되는 4차전을 잘 살려 1위 싸움이 걸려있는 가와사키전을 잘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처:대구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