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일반 칼럼

<헤더골의 증가, 울고 웃는 K리그>

오성윤 2021. 7. 22. 13:26

K리그는 뛰어난 피지컬 능력이 필수적인 거친 리그라는 인식이 전반적이다. 오죽하면 'K리그에서 볼 잘 차면 성공하기 어렵다'라는 말이 팬들 사이에 떠돌 정도다.

실제로 K리그는 대다수의 구단이 국내 선수들의 타고난 신체조건을 활용해 거친 몸싸움과 많은 경합을 요구하는 추세다. 최근 높이 싸움을 위해 장신 스트라이커를 대거 영입하는 리그의 양상을 들여다본다면 K리그 내 높이와 피지컬의 중요도를 엿볼 수 있다.

K리그의 대표적인 장신 공격수 ‘라스’ (출처: 한국프로축구연맹)


높이가 중요시되는 만큼 헤더골의 비중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번 시즌은 특히 헤더골의 수가 급증하며 승강제 도입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전체 득점 대비 헤더골의 비율이 23%를 차지한다는 통계가 나온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는 4골 중 약 한골은 헤더골이라는 기록이다. 이러한 진기록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측면 수비수들의 뛰어난 활약이 있었다.

(출처: 엠스플 뉴스)



이번 시즌 K리그 측면 수비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면 이기제와 강상우를 빼놓을 수 없다.

2020 ACL에서부터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이기제는 이번 시즌 4골과 3도움을 기록하며 풀백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공격 포인트를 쌓았다. 공격 포인트도 공격 포인트지만 그의 경기 관여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날카로운 킥으로 수원의 빌드업과 공격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록으로 살펴보자면 83%에 육박하는 탄탄한 패스 성공률과 리그 내에서도 상위권으로 꼽히는 32%가량의 크로스 정확도를 통해수원의 매서운 상승세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대표팀에 발탁된 이기제 (출처: FOOTBALLIST)

이기제와 함께 늘 리그 베스트 풀백으로 거론되는 강상우도 포항 축구에 굉장한 힘을 보태고 있다. 강상우의 본 포지션은 왼쪽 풀백이지만, 멀티 플레이어로서 다양한 역할을 두루두루 괴리감 없이 소화하며 포항의 얇은 선수층에 선택지를 넓혀주고 있다. 이기제와 마찬가지로 크로스를 통해 팀 공격에 활로를 개척하며 필수 불가결한 존재로 군림하는 중이다.

강상우와 이기제 두 선수는 리그를 대표하는 측면 수비수로서 꾸준히 많은 어시스트를 생산해내고 있다. 유려한 킥으로 동료들의 수많은 헤더골들을 배출해냈고, 리그에서의 뛰어난 활약에 힘입어 국가대표팀에 선발된 바 있다. 이러한 사례를 미루어 보았을 때 헤더골의 급증은 국가대표팀의 고질적인 문제로 손꼽히는 양쪽 풀백 문제를 해소해줄 수 있다는 생산적인 결론이 도출된다.

리그를 대표하는 풀백 강상우 (출처: 한국프로축구연맹)

헤더골과 양질의 풀백들의 숫자가 서로 비례관계를 보인 다지만 이 현상을 온전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헤더골 수의 증가는 반대로 생각했을 때 필드골의 감소로 해석할 수 있다. K리그 대다수의 구단이 자신만의 색을 입혀 짧은 패스 내지 스타플레이어의 개인 역량을 경유해 득점을 겨냥하는 루트를 고안해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어쩔 수 없는 크로스로 마무리를 짓는 장면이 적지 않게 그려진다. 결과적으로 크로스로 각 팀만의 색깔이 획일화 된다는 점에서 혹자는 우려스러운 관점을 내비치고 있다.

예를 들지면 강원FC가 있다. 김병수 감독은 실리축구라는 확고한 철학 아래에서 강원을 통솔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성적을 봤을 때 김 감독의 전술이 잘 통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임창우 외 선수들의 오버래핑이나 언더래핑 등 원활한 측면 공격을 위한 세부적인 요소가 없어 결과적으로 크로스가 올라가는 과정이 만족스럽지 만은 않다.

공중볼이 전술적 퇴보의 일환이며 크로스의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기 위한 의도는 전혀 없다. 크로스도 전술의 일부분이며 오히려 패스보다 훨씬 효과적일 수 있는 축구의 요소이다.

그러나 패스게임에 실패했을 때의 대비책으로, 크로스 내지 롱볼 축구라는 큰 틀 안에서 ‘크로스 후 헤더득점’이라는 결과를 위한 일련의 과정들에 차이점과 변동을 주며 팀 특유의 색깔을 입힐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각자만의 개성으로 크로스에 한층 더 능숙해질 시 롱볼은 K리그와 대표팀의 강력한 무기로 위치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news1)


각 팀 고유의 공격 루트를 고안할 뿐만 아니라 아니라 팬들의 유입도 늘릴 수 있다. 대구FC가 한때 세징야를 필두로 한 역습 축구를 통해 K리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전례를 보았을 때, 각 구단이 자신에 알맞은 색깔의 옷을 입고 팬들에게 흥미로운 경기를 제공한다면 다시 한번 리그의 최전성기를 맞이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아보인다.

헤더골의 증가, 그저 재밌는 기록으로 웃고 넘길 논제가 아니다.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 리그에 전체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대표팀에 적용될 문제이기도 하다. 동시에 비판적인 관점을 가지고 주목해서 볼만한 하나의 관전 포인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