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일반 칼럼

<송민규의 이적, 강철전사들의 한계를 시험하는 포항>

오성윤 2021. 7. 20. 13:40

지난 겨울 이적시장 포항의 NFS 선언으로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송민규 전북 이적설이 재점화되기 시작했다. 여러 매체에서 송민규의 전북행 단독보도가 뜨며 송민규의 전북행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는 쪽으로 여론이 흘러갔다.

보도에 따르면, 전북이 송민규를 위해 제의한 금액은 거진 20억 가량의 K리그 이적시장에 걸맞지 않은 거대한 자본이라고 한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포항이라면, 아니 어느 팀이라도 혹할만한 금액이다. 송민규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매울 수 있는 선수를 데려오고도 남을 금액이기도 하다.

그러나 팀 내, 더 나아가 팬들 사이 송민규의 위상을 감안한다면 송민규의 이적에 의문부호가 달릴 수밖에 없다. 송민규는 포항의 프렌차이즈 스타 그 이상이다. 포항 김기동 감독의 재계약 조건에 송민규와 강상우의 잔류가 포함되었을 정도로 포항으로선 정말 귀중한 선수이다. 또한, 포항 유스가 아님에도 구단에 엄청난 충성심을 보이기에 팬들에게도 고마운 선수가 아닐 수 없다.

포항 내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자리 잡은 송민규이지만, 그럼에도 구단은 자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다시 말해 구단 차원에서 일단 영리를 위해 송민규의 전북행에 합의 도장을 찍었다. 물론 김기동 감독의 의사에 따라 시나리오는 뒤바뀌겠지만, 김기동 감독으로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딜이 구단과 선수의 이적 합의가 완료됐다는 소식은 매우 황당하게 들렸을 것이다.

강철전사들 또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김승대, 신형민 등 팀의 주요 선수의 시즌 중 뼈아픈 이탈을 또다시 겪고 싶지 않고 싶다는 심정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귀중한 유스 자원, 유스가 아니더라도 팀 내 핵심 선수라면 자신을 그저 상업적인 용도로 치부하는 구단의 태도에 대해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다. 선수뿐만 아니라 팬들도 같은 이유로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해 열분을 토하고 있다.

구단의 태도에 대한 연장선으로 감독의 권위 상실 문제도 제기된다. 김기동 감독은 송민규를 믿고 기회를 준 은사일뿐더러 포항 구단을 정말 오랜만에 ACL 무대에 올려준 팀의 레전드이다. 그런 점에서  감독도 모르는채, 감독에게 어떠한 얘기도 없이 완료된 선수측의 이적 동의와 구단의 합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구단에 헌신하고 양보한 김 감독을 경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구단의 불순한 태도와 더불어 송민규 선수의 미래에 관해서도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다. 송민규는 직접 ‘상무가 아니라면 국내 이적은 없을 것’이라며 포항에 대한 충성심과 유럽진출에 대한 갈망을 동시에 밝힌 바가 있다. 선수의 의지가 결여된 상황이더라도 충분히 유럽 무대에서 통할 실력을 갖추었고, 실제로도 러브콜을 몇 차례 받아왔기 때문에 송민규의 전북행 단독기사가 야속하게 느껴진다.

아직 감독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밟지 않았고, 따라서 송민규의 이적이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송민규 이적 사가로 인해 구단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 하나로 포항에 인생의 일부를 바친 강철전사들의 인내는 한계점에 도달했다.

감독의 존재를 소외시하고 구단의 근본과 정체성을 흔드는 프런트와 수뇌부들의 일처리는 비판받아 마땅한 대목이며, 또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출처:한국프로축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