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일반 칼럼

<공약 지킨 조성환, 굵직한 변화 4가지>

오성윤 2021. 7. 27. 13:16

2020 시즌 가까스로 잔류에 성공한 인천은 올시즌도 ‘이번엔 다르다’라는 공약을 내걸며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했다. 조성환 감독은 ‘생존왕’이라는 오명을 떼버리겠다는 각오도 다지며 팬들의 기대를 한껏 높였다.

반전된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아니면 다시한번 강등권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것인지, 인천의 새 시즌 장기 레이스는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만족스러운 전반기를 보낸 인천은 강등권 탈출 조기 달성은 물론, 수년만에 처음으로 상위 스플릿에 발을 들이는 저력을 과시했다. 인천의 누구도 예상 못한 반전을 가능하게 한 요인은 무엇일까?

인천축구시대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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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눅들지 않는 경기 운영

조성환 감독 부임 이후 인천의 가장 큰 변환점은 바로 경기 운영 방식이다. 전북과 울산을 비롯한 상위권 팀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이른바 ‘선 수비 후 역습’이라는 팀컬러를 뚜렷하게 나타냈다. 초반기 전북과 울산을 상대로 승리는 거두지 못했지만 승리와 다름없는 경기력을 보인 점은 인천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전북전 선제골을 넣은 신예 구본철(출처:인천 유나이티드)


인천은 시즌 개막 직후 주축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과 경기력 난조로 고된 초반기 일정을 소화했다. 좌절감에 빠져 무너질 법도 했지만 조성환 감독의 ‘이기지 못할 망정 지지 않는 축구를 하자’라는 축구 철학은 선수들의 의욕을 북돋았다. 그 결과, 지지 않는 법을 터득해낸 인천은 초반기 어려움을 극복해냈으며 현재 무고사 복귀에 추진력을 받아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2.가지각색의 용병들

인천은 기존의 무고사와 아길라르는 유지하되 수비적으로는 델브리지, 마지막 퍼즐로 테크니션 네게바를 영입하며 외국인 용병 쿼터에 적절한 변화를 가져갔다. 4명의 외국인 선수들은 적재적소에 활용되며 전력 보강에 큰 힘이 되었다.

델브리지는 데뷔 직후 보인 부진한 경기력으로 혹평을 받기도 했으나, 점차 폼을 끌어올려 가공할만한 단단함을 바탕으로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다. 델브리지의 부활을 끝으로, 인천은 역대 최고라 자부할만한 외국인 용병 조합을 완성시켰다.

팀에 빠르게 녹아든 델브리지(출처:인천 유나이티드)


특히 무고사와 아길라르의 활약상은 실로 대단하다. 조성환의 페르소나와 같은 존재로 군림하며 인천 공격의 중추 역할을 완벽히 소화하고 있다. 두 선수는 꾸준한 폼을 보여준 결과물로 K리그 통산 100경기 출전이라는 영예를 달성하며 인천의 당당한 레전드 축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3.베테랑들의 활약

인천의 이번 시즌 핵심 키워드는 단연코 ‘베테랑’이다. 포항에서 김광석을, 부산에서 강민수를, 전북에서 정혁을, 마지막으로 김창수를 영입하며 팀에 노련함을 가미했다. 새롭게 영입된 노장들은 선수단에 빠르게 녹아들어 경기장 안팎을 가리지 않고 팀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

베테랑 정혁을 영입한 인천(출처: 인천 유나이티드)


각 선수들은 인천이 후반기 반등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보강해야만 하는 자리에서 명성에 걸맞는 빼어난 활약을 해줄 수 있기에 더욱 고무적이다. 나이를 고려해봤을 때 네 선수의 급격한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는 사실이다. 그러나 조성환 감독의 후반기 구상에 따른 뛰어난 활약은 물론 후배들의 멘탈을 잡아주는 베테랑의 면모를 기대해볼만 하다.

4.화끈한 이적시장

아길라르와 오반석의 완전 영입, 무고사 재계약, 오재석 영입 등등. 모두 개막 직전 겨울 이적시장에서 인천이 일구어낸 실적이다. 인천은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을 안고도 울산의 김태환의 영입에도 눈독을 들였을만큼 이적시장의 ‘큰손’을 자처했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줄줄이 영입하며 근래 보이지 않았던 수준급의 스쿼드를 꾸려나갔고, 선수단 구성원 개개인의 기량은 상향 조정되었다. 경험적으로, 실력적으로 출중한 선수들의 대거 유입은 선수단에 긴장감과 일종의 경쟁심을 불아넣었으며, 이는 상승세의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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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대로 정말 올해는 달랐다. 인천팬들로서는 경사가 아닐 수 없다. 하늘을 찌르는 선수단의 사기, 최고조에 이른 자신감, 이는 생존왕을 연상시키는 ‘가을 인천’이 아닌 상위 스플릿 경쟁에 참전하는 ‘여름 인천’으로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다시금 2005 시즌의 기적을 재현하며 상위권 경쟁에 가세해 K리그에 경쟁력을 가미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