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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언 실수 분석>

오성윤 2021. 8. 15. 15:22

서론


2021년 8월 14일 오전 3시 30분, 묀헨글라트바흐의 홈구장 보루시아 파크에서 묀헨글라드바흐와 바이에른 뮌헨의 2021/22 시즌 분데스리가 개막전이 펼쳐졌다.

전술에 능수능란한 두 감독의 치열한 공방전이었다. 나겔스만과 휘터 감독의 장군 멍군이 계속되며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경기가 진행됐다. 결국 그 누구도 경기의 균형을 깨트리지 못하며 1:1 무승부로 경기가 종료됐다.

전력적인 우위를 점한 바이언이었지만, 묀헨글라트바흐의 거침없는 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박스 내 진입을 쉽게쉽게 허용했으며, 골로 직결될 수 있는 위협적인 상황을 방지하지 못했다. 바꿔 말하면 뮌헨에 전술적인, 조직적인 결함이 있다.

뮌헨이 개막전 다소 아쉬운 결과를 거둔 이유가 무엇인지, 또 묀헨글라드바흐는 디펜딩 챔피언 뮌헨을 상대로 어떻게 분전할 수 있었는지, 뮌헨이 드러낸 ‘결점’에 국한된 부분에 대한 단편적인 분석을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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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뮌헨의 공격 방식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 전술을 알아보기에 앞서, 바이언의 공격 루트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바이에른 뮌헨은 알폰소 데이비스(이하 폰지)의 가공할만한 폭발력을 적극 활용했다. 나겔스만은 폰지를 왼쪽에 자유롭게 풀어두며 상대와의 1:1 상황을 유도하게끔 했고, 상황을 만들어낸 이후는 그의 탁월한 드리블 능력에 맡겼다. 이에 폰지는 신속한 볼 운반 후 슈팅으로 이어지는 컷백 상황을 여러번 연출해내며 나겔스만의 주문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만들었다.

비록 얀 조머 키퍼의 슈퍼세이브에 막혀 여러 기회가 무산됐지만 그의 찬스 메이킹 능력은 실로 대단했다. 113회에 달하는 볼 터치 횟수, 그리고 약 70%이 육박하는 돌파 성공률을 보아 그의 공격적인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측면 돌파를 시도하는 폰지(출처: 유튜브 ‘tvN SPORTS’)


이외에도 뮌헨은 그나브리-레반도프스키-뮐러-사네로 이어지는 공격진의 유기적인 스위칭 플레이의 덕택을 많이 봤다. 각기 다른 강점의 공격진이 서로의 장점은 부각시켜주고 다채로운 공격 상황을 만드는 등 협업을 통해 양질의 찬스를 창출해냈다. 특히 연계, 슛, 침투 등 여러 중요한 역할을 소화하며 뮌헨의 선봉장으로서 공격을 유연하게 만든 레반도프스키의 다재다능함은 그중 가장 두드러졌다.

연계하는 레반도프스키(출처: 위와 동일)


2.백 스리의 형성


앞서 설명했듯이 뮌헨은 좌측면 플랭크 플레이를 통해 공격을 주도해나갔다. 그리고 이를 위해 나겔스만 감독은 폰지를 그의 공격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윙백 자리에 배치시켰다.

폰지가 더 높은 곳에서 활약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왼쪽 측면에 공백이 발생했다. 나겔스만 감독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 격인 백 스리로의 변화를 취하며 좌측면의 공백을 최소화했다. 투볼란테의 한 자리를 맡은 키미히와 우풀백으로 나선 스타니시치가 번갈아가며 3백의 한 자리를 맡으며 백 스리를 형성한 것이다.

폰지가 올라가자 백 스리 형성한 뮌헨 (출처: 위와 동일)


뿐만 아니라 나겔스만 감독이 택한 백 스리로의 변동은 휘터 감독의 압박에 수적 우위로 대응하기 위한 나겔스만 감독의 묘수로 작용하기도 했다. 바로 경기 극초반 투톱으로 나서며 뮌헨의 수비진을 드세게 압박한 슈틴들과 플레아의 견제를 덜고, 상대 투톱과의 수싸움에서 상대적인 우위를 점하며 안정적인 빌드업을 운영하기 위함이었다.



3.수비진의 균열


백 스리 변경을 통해 뮌헨은 약점을 보충하고 실리적인 효용을 가져갔다. 하지만 이내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드러냈다.

일단 백 스리 간의 간격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키미히가 완벽한 중앙 센터백 자리가 아닌 오히려 수비형 미드필더의 위치에서 계속적으로 빌드업에 가담했기 때문에 쥘레와 우파메카노에게 수비적인 부담이 쏠릴 수 밖에 없었다. 양쪽 풀백도 높은 위치에서 공격에 무게를 실어줬기 때문에 백 스리의 수비 부담감은 더 커졌을 것이다.

아래 장면처럼, 우파메카노와 쥘레 사이 간격이 벌어지며 쇄도하는 묀헨글라드바흐의 선수들을 놓치는 장면이 빈번했다. 수적으로도 거의 동률을 이룬 상태였기 때문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균열이 발생하며 쇄도하는 상대 공격수에게 슈팅을 허용했다.

엠게의 침투 패스에 뒷 공간을 내준 상황(출처: 위와 동일)


수비 라인의 조직적인 문제도 분명 있다. 하지만 선수 개개인의 집중력 저하가 더욱 현저한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영입생 우파메카노의 실수가 빈번했다. 우파메카노는 큰 체격과 그에 맞지 않는 빠른 스피드를 지니고 있어 지난 시즌 만능 수비수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개막전 컨디션은 다소 저하된 것으로 보였다. 자신의 마크맨을 놓치는 경우가 다발했다. 노이어의 슈퍼세이브와 상대의 실수로 더 이상의 골은 헌납하지 않았지만, 빠른 템포의 역공과 뒷공간 쇄도를 꾀하는 휘터 감독의 계략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

마크맨을 놓치는 우파메카노(출처: 위와 동일)


상황을 막론하고 판단적인 실수도 숱하게 범했다. 특히 빌드업 상황에서 아쉬움이 컷다. 아래의 장면처럼 빌드업 상황에서 신속한 판단에 어려움을 겪으며 상대에게 소유권을 내주는 경우가 허다했다. 빌드업에 능한 우파메카노와 어울리지 않는 실수였다.

바이언에서의 리그 첫 경기이자 데뷔전이었기 때문에 부담감과 긴장감을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나겔스만 체제에 능숙한 ‘애재자’ 우파메카노였기 때문에 아쉬움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튀랑의 전방압박에 공을 빼앗기는 우파메카노(출처: 위와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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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바이언은 비록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지만,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를 챙겼다. 수비적인 결함이 있었지만 이후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었고, 공격에 대한 기대치를 높일 수 있었다. 특히나 변화와 피드백에 능통한 나겔스만 감독이기 때문에 피드백을 통해 더욱 함양된 조직력과 경기력으로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된다.

경기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실수는 줄어들 것이며, 지난 시즌 라이프치히의 리그 최소 실점을 이끈 나겔스만이 통솔하는 바이언의 수비는 날로 단단해질 것이다. 두 책략가를 새로운 책략가로 선임한 두 팀의 귀추가 정말 주목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