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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B-슈퍼컵 분석] 바이에른 뮌헨이 찾은 도르트문트 파훼법

오성윤 2021. 8. 19. 12:36

서론


2021년 8월 18일 한국시간 오전 3시 30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바이에른 뮌헨의 DFB-슈퍼컵 경기가 펼쳐졌다. 결과는 디펜딩 챔피언 뮌헨의 산뜻한 3:1 승리였다.

DFB-슈퍼컵은 오직 우승컵 하나를 목표로 치러지는 두 팀간의 단판 승부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는 대회이다. 그러나 리그 제패, 더 나아가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노리는 두 팀에 있어서만큼은 한 시즌 농사를 결정지을 중요한 분수령이기에 두 팀 모두 전력으로 나섰다.

프랑크푸르트를 상대로 대승을 거뒀기에 절대 만만치 않았던 로제 감독의 도르트문트였지만, 바이언 선수단의 위닝 멘탈리티가 더 강했다. 나겔스만 감독의 빼어난 전술적 역량도 우승에 공헌했다.

묀헨글라드바흐에게 발목을 잡히며 시즌 초부터 약간 주춤한 기색을 보인 바이언은 어떻게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는지, 그리고 도르트문트는 어떤 이유로 뮌헨에게 고전했는지 다뤄보고자 한다.

(출처: https://www.forebet.com/en/football-match-previews/10531-borussia-dortmund-and-bayern-munich-meet-for-german-super-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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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도 높은 압박


나겔스만 감독은 도르트문트의 막강한 공격에 대한 대비책으로써 ‘전방 압박’을 내세웠다.

로제 감독은 중앙 센터백 자원인 아칸지-비첼에서부터 시작되는 패스를 통해 공격을 풀어나가는 공격 방식을 주로 선보였다. 나겔스만 감독은 전방에서부터 타이트한 압박을 시도함으로써 도르트문트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수비라인의 패스길을 차단하려 했던 것이다.

우선적으로 그나브리-뮐러-레반도프스키-코망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상대 포백을 압박했다. 두번째 압박은 3선에 위치해있는 도르트문트의 피보테 마흐무드 다흐드에게 향했다. 이 또한 다후드에 의해 전방으로 뿌려지는 전진 패스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2선에서 플레이메이킹을 하는 레이나와 로이스에게는 물론, 도르트문트의 명실상부 에이스 홀란드에게도 맨투맨 전담 마크가 붙으며 강한 압박이 가해졌다. 바이언은 이런 식으로 순차적인 압박을 가하며 빠르게 도르트문트의 숨통을 조였다.

코망의 강한 압박에 시달리는 파슬락(출처: 유튜브 ‘tvN SPORTS’ 화면 캡쳐)


1선에서부터 시작되는 전방 압박의 효과는 굉장했다. 아래의 사진과 같이 도르트문트의 빌드업에 관여하는 선수들의 발이 바이언의 전담 마크에 의해 묶여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도르트문트는 2선을 향한 패스길이 제한되었고, 이로 인해 도르트문트는 2선과 최전방으로 공을 운반•투입하는데에 곤혹을 겪었다.

추가로, 바이언의 전방 압박은 더욱 수월해졌다. 특히 도르트문트의 라인 사이 공간을 잘 활용했다. 4선에서 3선, 3선에서 2선, 그리고 2선에서 최전방까지 이어지는 라인 공간 사이사이를 체계적으로 틀어막으며 도르트문트의 백패스를 유도하고 볼 탈취를 용이하게 했다.

다후드의 패스길이 모두 차단됨(출처: 위와 동일)


이는 수년간 합을 맞춰온 뮌헨 선수단의 조직력과 나겔스만 감독의 융통성 있는 전술 변형이 로제볼의 파훼법을 가져다줬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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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우측면 공략


아무리 강한 압박을 가하더라도 도르트문트는 쉽게 무너질 팀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겔스만 감독은 도르트문트를 빠르게 무너트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만 했고, 나겔스만 감독은 그 해결책을 우측면에서 찾았다.

물론 도르트문트의 우측면이다. 도르트문트는 지난 시즌 우측 풀백 겸 윙백으로서 활약한 마테우 모레이와 토마 뫼니에를 모두 부상으로 잃었다. 결국 마지막 대안으로 펠릭스 파슬락을 기용할 수밖에 없었다. 경쟁자가 부상으로 이탈한 시즌 초반을 책임질 자원으로 낙점됐지만 파슬락의 활약은 영 좋지 않았다. 시즌 첫경기인 프랑크푸르트전 드러낸 불안감과 어이없는 자책골은 파슬락의 결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뮌헨은 이를 공략하고자 했다. 개막전부터 좋은 모습을 보인 알폰소 데이비스를 통해 파슬락이 위치한 우측면에서 계속해서 탐색전을 벌였다. 더욱 효과적인 공략을 위해 양쪽 윙인 코망과 그나브리의 유기적인 스위칭을 주문하며 공격 스타일을 바꿔가기도 했다. 그 결과, 뮌헨이 득점한 3골 중 2골이 왼쪽 측면에서 기인했으며, 이 공략법은 뮌헨이 도르트문트를 압도하는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도르트문트의 측면을 파고드는 알폰소 데이비스(출처: 위와 동일)


바이언 선수 하나하나의 개인 능력치가 리그 최상위권이라지만, 공격의 대부분을 개인 역량에 의존하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 컷다. 뿐만 아니라 도르트문트의 압박 강도와 속도도 바이언 못지 않게 거센 형국이었기 때문에 상대의 강한 압박을 적시에 풀어나올 수 있는 또다른 타개책이 필요했다.

또다른 타개책은 역시 팀플레이였다. 뮌헨은 상대 우측면을 공략하며 1차적으로는 알폰소 데이비스-그나브리-고레츠카 삼각대형을 구축하며, 그리고 뮐러와 키미히 등을 2차적인 옵션으로 두며 로제가 의도한 촘촘하고 체계적인 압박을 빠져나왔다.

뮌헨의 죄측 삼각대형(출처: 위와 동일+제작자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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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우파메카노의 활용


공격적인 공헌도는 모두가 분할해서 가져갔다면, 수비적인 공헌도는 ‘이 선수’의 독차지였다. 바로 우파메카노다. 우파메카노는 마치 지난 경기의 실책을 씻어버리는 듯한 군더더기 없는 활약을 펼쳤다. 바로 도르트문트의 명실상부 에이스 홀란드를 꽁꽁 틀어막은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도르트문트의 공격 루트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르트문트는 홀란드를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해나갔다. 뮌헨의 압박에 고점을 금치 못한 도르트문트는 보다 효율적인 공격을 위해 문전으로 쇄도하는 홀란드를 향해 간헐적인 다이렉트 패스를 줄곧 뿌려나갔다. 바이언은 홀란드를 저지할 필요가 있었고, 그 적임자로는 우파메카노가 낙점받았다. 홀란드를 동등하게 적대할 수 있는 강력한 피지컬, 빠른 속도가 그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빠른 커버, 영리한 예측 움직임, 그리고 거구에서 우러나오는 강력함까지 갖춘 우파메카노는 괄목할만한 기량으로 홀란드를 잘 막아내며 팀의 우승을 견인했다. 홀란드와의 경합 12번 중 9번을 승리했다는 지표는 우파메카노의 활약을 뒷받침하는 자료라 할 수 있다.

쇄도하는 홀란드를 저지하는 우파메카노(출처: 위와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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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뮌헨의 슈퍼컵 우승은 나겔스만 감독의 뛰어난 전술적 역량을 다시 확인해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도르트문트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좋은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약점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묀헨글라드바흐전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고스란히 보여줬고, 부족한 결정력도 챙겼기에 뮌헨팬들의 기대를 사지 않을 수 없었다.

바이언은 주춤한 기색을 지우며 산뜻한 승리를, 도르트문트는 좋은 분위기가 꺾이는 아쉬운 패배를 거뒀다. 나겔스만은 이 기세를 이어가 다시 리그 우승에 도전할 수 있을지, 로제는 다가오는 프라이부르크전 승리를 거두며 전화위복할 수 있을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로 지켜봐도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제 사견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