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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의 승리, 이변의 주인공이 된 프라이부르크>

오성윤 2021. 8. 23. 22:52

서론


2021년 8월 21일 한국시간 오후 10시 30분, 프라이부르크의 홈구장 SC 슈타디온에서 프라이부르크와 도르문트의 2021/22 시즌 분데스리가 2R 경기가 펼쳐졌다.


오랜 기간 프라이부르크의 사령탑을 잡아 온 ‘팀의 상징’ 슈트라이히 감독과 이번 시즌 부로 도르트문트의 지휘봉을 잡게된 감독 마르코 로제의 한판 대결이었다. 가벼운 승리가 점쳐진 도르트문트였지만, 이변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프라이부르크가 예상치 못한 2:1 승리를 거둔 것이다.

도르트문트와 프라이부르크의 볼 점유율은 약 8:2의 비율로 도르트문트가 훨씬 앞서 있었다. 유효 슈팅 숫자에서도 12:5로 도르트문트가 우위를 점했다. 기록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앞서 있었던 도르트문트지만, 결과적으로 패배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프라이부르크의 ‘효율’을 따져볼 수 있다.

프라이부르크가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승점 3점을 따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도르트문트는 왜 이변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프라이부르크의 ‘효율’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출처: https://www.baden.fm/nachrichten/der-sc-freiburg-reist-zum-kriselndem-bvb-nach-dortmund-717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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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효율적•능률적 압박


기본적으로 도르트문트는 공격 전개 시 레이나와 벨링엄이 높게 위치시키며 공격에 많은 비중을 둔다. 그리고 두 공격형 미드필더의 전진으로 인해 발생한 빈 공간은 다후드가 보호한다. 센터백인 아칸지와 비첼이 간헐적으로 전진하며 해당 공간을 메꾸기도 한다.

이러한 도르트문트의 방식은 상대 박스 안에 많은 공격 숫자를 둠으로써 상대 수비와 수적으로 대등함을 유지한다는 이점을 챙길 수 있지만, 반대로 상대의 역습을 허용하는 변수가 생겼을 시 수적인 위험에 처한다는 리스크도 안고 가야하는 것은 사실이다. 프라이부르크는 도르트문트가 짊어진 ‘리스크’를 파훼하고자 했다. 소수의 인원으로 빠르고 강한 압박을 취한 것이다.

프라이부르크는 대체적으로 내려앉은 경기 운영을 했다. 맞불을 놓기보다는 안정감을 택한 것이다. 이로써 도르트문트는 득점에 난항을 겪었고, 전방에 포진해있는 선수들만으로 기회를 창출해내기 곤란해지자 공을 후방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미들 써드에서 다후드, 비첼 등이 공을 잡는 모습이 화면에 간간이 비춰졌다.

프라이부르크는 이 순간을 엿봤다. 도르트문트가 재정비 내지 재공격을 위해 공을 미들써드로 돌린 순간, 앞선에서 대기하고 있던 정우영, 횔러 등이 순간적으로 강한 압박을 가했다. 전력적으로 우위에 있는 도르트문트는 선수들의 뛰어난 임기응변으로 상대의 압박에서부터 기인한 위기 상황을 어렵지 않게 벗어나는 듯했지만, 이내 연거푸 볼 소유권을 넘겨주며 역습 위기를 직면했다.

미들 써드에서 순간적으로 강하게 압박하는 횔러(출처: 유튜브 ‘tvN SPORTS’ 화면 캡쳐)


앞서 언급했듯이, 도르트문트는 역습 위기를 맞았고, 프라이부르크는 역습 기회를 얻어냈다.

아래 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도르트문트는 측면 공격이 잘 풀리지 않자 중원에 위치해있는 다후드에게 공을 연결했고, 정우영은 이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압박했다. 정우영의 압박이 성공하자 프라이부르크 공격진과 도르트문트 수비진의 대등한 4:4 구도가 형성됐고, 위험함을 직감한 다후드는 파울로 끊어내며 마지못해 옐로카드 수집을 택했다. 정우영의 영리한 압박 움직임이었다.

정우영의 압박(출처: 위와 동일+작성자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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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전진을 지양하는 수비라인


도르트문트의 로제 감독은 화끈한 공격 전술을 구사하며 1R부터 화끈한 득점 세례를 퍼부었다. 1R 다득점의 중심, 그리고 도르트문트 공격의 핵심은 단연코 홀란드다. 로제 감독은 공격진의 유연한 연계 플레이를 통해 홀란드의 가공할만한 침투 능력과 결정력을 증폭시키는 그의 철학을 팀에 빠르게 주입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의 슈트라이히 감독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전진을 지양하는 수비를 내세웠다. 도르트문트의 공격진이 연계할 공간을, 홀란드가 침투할 공간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보였다. 박스 부근에서의 공격 시도를 무력화시키고, 연계 플레이를 진행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하며 슈트라이히 감독의 두 가지 노림수는 모두 먹혀들어 갔다. 더 나아가서 이는 프라이부르크의 효율적 압박을 가능하게 한 이유가 됐다.

시메오네의 1-4-4-2와 같이 촘촘한 간격의 수비라인은 아니었지만, 슈트라이히 감독의 의도는 공간 침투에 능한 홀란드를 저지해내기에 충분했다.

적극적으로 전진하기 보단 머무르며 뒷공간을 내주지 않는 선택(출처: 위와 동일 )


하지만 프라이부르크의 수비 구축 형태가 완벽한 성공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후반전에 접어들고 시간이 흐를수록 프라이부르크 선수진의 수비 전환 속도가 더뎌지고 수비 라인이 느슨해지는 등 집중력에서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또한 공간 침투를 쉽게 허용하는 모습도 드문드문 나타났다. 운 좋게 실점은 피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승리를 가져왔지만, 이는 분명히 프라이부르크 수비에 있어서 개선해야 할 점이다.

프라이부르크의 오른쪽 수비가 텅텅 빈 모습(출처: 위와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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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오버래핑과 크로스


포인트 1번에서 프라이부르크는 강한 압박을 통해 역습 기회를 얻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프라이부르크는 빈센조 그리포, 롤런드 살라이, 그리고 정우영이 자리를 잡고 있는 양쪽 측면, 그중에서도 파슬락이 있는 왼쪽 측면 공격을 활발하게 했다. 도르트문트의 결점인 파슬락을 공략한 점은 DFB-포칼컵에서 도르트문트를 무너뜨린 바이에른 뮌헨의 방식과 유사하다.

이제 프라이부르크가 어떻게 측면 공격을 전개했는지 살펴보자.

우선, 측면 자원의 오버래핑이 활발했다. 귄터 등 풀백 뿐만 아니라 정우영과 같은 윙어들도 오버래핑을 시도했다. 아래의 사진을 예로 들어보자면, 역습 상황에서 공을 잡게 된 살라이가 공을 잡고 몰고 들어가 상대 수비수와의 1:1 상황을 유도하였고, 빠르게 공격에 가담하던 정우영이 마크맨의 견제로부터 자유로운 상황에서 살라이의 배후 공간을 통로 삼아 오버래핑을 시도했다. 살라이의 전진패스를 이어받은 정우영은 크로스를 통해 득점 상황을 만들어냈다.

프라이부르크는 이런 식의 공격을 지향하는 듯 보였다. 위에 묘사한 상황처럼, 역습 상황에서 도르트문트의 측면을 파고들고, 포워드가 상대 수비수와 1:1 상황을 끌어내면 뒤이은 오버래핑을 통해 상대 수비수를 교란하면, 컷백 혹은 크로스를 통해 역습에 방점을 찍는 공격 말이다. 프라이부르크가 선보인 공격법은 역습 상황 시 공격 자원들의 빠른 가담이 전제되어 있었기 때문에 시도할 수 있었다.

비첼과 1:1 상황에 놓인 살라이와 오버래핑하는 정우영(출처: 위와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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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결과론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두 팀 모두 개선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도르트문트는 측면에서 노출하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고찰이 필요해 보이며, 프라이부르크전을 계기로 공격 시 플랜B를 준비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프라이부르크는 수비 라인의 조직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더욱더 많은 ‘효율’을 챙기기 위해 공격 작업을 세밀화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효율 앞에서 무너진 도르트문트가 피드백을 통해 타개책을 모색하고 다시 정상 궤도에 안착할 것인지, 아니면 이변의 희생양으로 전락해버릴 것인지, 그들의 행보가 매우 주목되는 바다.